<천하장사 마돈나> – 꼼꼼하게, 잔잔하게

상벌위원회
2006년 9월 13일


조용조용. 킥킥. 약간 글썽. 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모두 다 짚고 지나가면서 절대 얕지는 않되, 오바도 안하는 영화라고나 할까.
그냥 몇 가지 단면적인 내 감상들만.

리얼리즘영화다.
정말 우리네 삶의 언저리에 있는 이야기를 한다. 아니 언저리가 아니라 중심부의 이야기에 대한 직격탄일 수 있겠지.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다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얘기하며 프로파간다로 흐르거나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담담하게. 그래서 더 리얼하다. 아들과 다소 우스꽝스러운 근무복장을 입고 심각한 얘기를 나누다가도 일터에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무릎을 인형처럼 굽혀 보이며 꼬마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이상아”의 모습. 진짜 리얼리티란 딱 그만큼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다소 코믹하기도 한 것 같다.

인천영화다.
내가 기억하는 첫 인천영화는 <고양이를 부탁해>인 것 같다. 서울 바로 옆이라는 공간, 분명 수도권이면서도 주류에서 살짝 비껴 간.. 어찌 보면 또 많이 비껴간 듯한. 그 상징적인 공간. 97년 IMF때 부터 닥친 불황의 광풍은 서울보다 그 도시를 훨씬 더 맵게 할퀴었다지. <고양이를 부탁해>도, <천하장사 마돈나>도 그런 인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성장영화다.
성장영화라고 대 놓고 촌스럽게,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었던 소년은 이러저러하게 세상을 알게 되고, 삶의 진실을 깨닫게 되면서 이러저러하게 성장하였습니다.’라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명 대사를 인용해 보자면 ‘무엇이 되고 싶은 소년이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소년의 모습을 그렸달까.’ 그래서 그 잔잔한 녀석의 행동이 더 절절한 거겠고.

퀴어영화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안에서의 퀴어에 대한 인식문제라든지 그들의 어려움과 안타까움이라든지를 대놓고 다루지 않는다. 그냥 동구의 고민은 삶의 여러가지 고민들 중에 한가지 고민으로 받아들여진다.아빠가 복직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거나, 엄마가 가출한 거나, 동구가 여자가 되고 싶은 거나, 동구 친구가 맨날 무엇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거나 다 똑같은 고민인 것이다. 그래서 퀴어영화이면서 전혀 이상한(queer) 구석이 없다.

코메디영화다.
“초난강”, 어찌나 귀여워 주시고, 못난이 삼형제들 어찌나 귀여워 주시던지.

그래서 제일 좋았던 걸 요약해서 말 하자면 서로가 별난 사람들인 그들이 서로를 별나지 않게 대한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대하면서 서로를 타자화하지 않는 다는 것. 그래서 관객들도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을 모두 ‘타자’로 생각하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가장 좋았던 점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잡담. 사람들 다 연기 잘 하더라.
“백윤식”- 영화에서 별 역할 없는데, 그냥 그 표정 한번 지어 주는 걸로 먹어주더라.
못난이삼형제 – 아주 지대로 콤비들이다. 저런 디테일한 설정을 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중간 중간 양념으로 너무 훌륭하게 써먹는다는 거 (아니, 오히려 양념이 아니라 이 영화의 핵심일 수도 있다.) 정말 작가로써의 역량인 것 같다.
“김윤석” – “유호정” 남편으로 나올 때 부터 참 안되어 보였었는데, 왜 미중년인 이 남자가 맨날 망가진 역할로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 ‘피도 눈물도 없이’의 독불 캐릭터 이후로 폭력을 쓰는데도 미워할 수 없었던 캐릭터. 그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해 낸다. 멋져.
“이상아” – 엄마 연기를 어쩜 글케 잘하니. 진짜 엄마가 애 걱정하는 게 어찌나 짠해 보이던지. 애 둘 엄마인 우리 언니, 이상아랑 같이 울더라.
“류덕환” – 얘 연기잘하는 거야. 그냥 더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pass~

상벌위원회 선임차장
라이(ley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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