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포 참관 후기

언론중재위원회
2006년 9월 13일

섹스포에 갔다 왔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냥 보통의 성인용품 박람회더군요. 특별히 대단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인용품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밖에 없던데, 왜 이리 난리가 난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슈를 만들어내셨던 기자 분들이나, 관련 사회단체 분들이 성인용품을 낯설어 하셔서 그런 것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성인용품 쇼핑몰에 한번이라도 가 보신 적이 있는 분이라면, 콧방귀 이상 나오지 않는 박람회였거든요. ( 게다가 입장료 15,000원이라니.. orz )

금요일 사무실에 와서 바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같이 섹스포를 관람했던 딴지몰 공장장님하고 도매하시는 분들하고 새벽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는 바람에, 게다다 주말에는 어디 놀러갔다가 오는 바람에 오늘에야 정리해서 올립니다.

사진기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구립니다. 그나마도 세상이 하 뒤숭숭한 탓에,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구속됐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거든요. -.-;;

사진만 봐도 짐작이 갈 겁니다. 얼마나 썰렁한 박람회장이었는지.
편의를 위해 사진 설명은 반말로 하겠습니다.







스트립쇼, 뱀쇼, 물쇼 같은 것을 기대했던 분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던 섹스포 메인 쇼.
그건, 동네 pc방 개업식때 볼 수 있는 나레이터 언니들의 나레이터 쇼였다.
이 쇼를 보며, 허걱했다. -.-


그나마 특이한 제품이라면 이런 풍선들.. 하지만 모양새가 남량특집스럽다.


3차원 입체 영상 모니터. 에로 비디오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면 더 야하다는 관계자 분의 설명에, 같은 장사꾼으로서, 물건을 팔아야하는 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메인 부스 정가운데 떡 하니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승마기구.
말 타는 연습을 하면 다이어트에 좋단다. 여기 부스에만 나레이터 언니들이 안내를 해 줬다. 다른 부스는 모두 잘 생긴 남자분들이..


건강 보조 식품. 정력에 좋은 게 있나 봤더니, 전부 노인분들을 상대로한 제품들이다.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감식초 음료수 파시는 분들도 계셨다.


유일하게 볼 만 했던, 리얼돌. 800만원 짜리란다. 관세청이 바짝 긴장했던 것은 이 제품 때문이었다. 다른 외국산 수입제품이야, 늘 있어왔던 것이고, 카메라 렌즈나 노트북 같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야무야 수입되는 것이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렇게 크고 고가의 제품이 수입되어 관세청이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 그럴만도 하다. 어디 백도어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제품이 수입될 수 있겠는가? )


혼자 웃었던, 돈 내고 돈 먹기. 아니, 돈 내고 성인용품 먹기
총 쏴서 성인용품을 떨어뜨리면 그 성인용품을 준다. 대단하다. 사람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상식을 깨는 성인용품 판매술에 감동했다.


돈 내고 성인용품 먹기. 이런 것도 있었다. -.-;


가장 황당했던 것은 이 옷가게였다. 전시장의 1/4을 차지하던 이 옷가게.
이것도 성인용품이란 말인가? 옷 안 벗고, 그러니까 옷 입고 섹스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성인용품 부스란 말인가? 아니면 평소 이상한 옷만 입고 섹스 하시던 분들을 위해, 정상섹스를 위한 코스튬플레이 복장이란 말인가?


사진이 구려 잘 안 보이지만, 옷 가게 뒤쪽에 가구 전시장이 있었다.
가구? 성인용품 박람회에 왠 가구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전시 부스에 가슴이 막혀왔다. 상상력을 발휘해 봐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떠 오른 작년의 기사 하나.

기사 보기 : (네이버 링크) 가구가 성인용품이 된 까닭

혹시, 위 기사를 본 분이 저 부스를 차린 것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대단한 분이다. 보통의 가구를 특별한 용도의 성인용품으로 변종시켜 팔아먹을 생각을 하시다니. 존경의 마음 금할길이 없다.

끝입니다. 이게 성인용품 박람회, 섹스포의 전부였습니다.

같이 성인용품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비꼬는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제 얼굴에 침뱉는 것 이상이 아니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심하더군요. 이벤트가 취소되지 않고, 모든 이벤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할지라도 욕을 먹었겠더군요. 섹스포에 대한 제 생각은 이전 글에서 다 써 놨기에, 더 이상의 코멘트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조금 더 알차게 준비했더라면, 조금더 기획을 차분히 다듬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성인용품 업계가 온 몸을 추스르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음란물 시비가 붙어, 현재 2개 업체의 사장님이 구속되었고, 20여개 업체를 조사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10개 업체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나머지 10개 업체는 언제 조사를 받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조사를 받지 않은 10개 업체는 누구인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들 더 떨고 있죠. -.-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제가 로또에 한 번도 당첨되지 않은 무운(無運)의 실력자이기에, 이번 랜덤 수사에도 걸리지 않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경찰에 걸리면 그때 글 올리겠습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경찰서에 가보지 않았기에 경찰서 탐방기 혹은 경찰조사 후기 같은 걸 올려도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철없는 생각이 들거든요. -.- 시간 되시는 분들. 저의 무운을 한번 빌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뱀다리 : 섹스포 행사장에서 만난 딴지의 너부리님 왈 “그거, 20개 업체에 안 걸려도 딴지몰로서는 쪽 팔린거 아냐?.”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맞아요. 저희 짬지도 그래요.”라고 키득키득 웃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쪽 팔려도 좋으니, 안 결렸으면 좋겠습니다. -.-

“섹스포 참관 후기”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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