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2호]자동권총의 작동방식들: 쇼트 리코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006년 10월 27일


이전에 다른 사이트에 올려놨던 글인데 이미지를 추가해서 다시 올립니다.
이미지 출처는 위의 gif와 바로 아래 맥심을 제외하고는 전부
http://world.guns.ru 입니다.

1. 자동화기의 약실의 조건

아시다시피 자동권총은 화약의 힘으로 작동하는 기계입니다.
자동화기 이전의 총에서는 화약이 터지는 힘이 총알을 날려 보내는 역할만 했습니다만, 하이람 맥심(Hiram Maxim 1840~1916) 이라는 양반이 이 힘을 약간 떼어다가 탄약을 재장전하는 일도 하게 만들었고, 그때부터 방아쇠만 당기면 총이 저 혼자 알아서 발사가 되는 자동 화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만든 맥심 기관총이 그래서 세계 최초의 완전자동 기관총이죠.

자동화기의 시대를 연 역사적인 기관총 Maxim, 기관총이 나오기 이전엔 큰 전쟁이라도 몇천명 단위의 사상자가 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관총 이후 사망자 수는 수만명 단위로 늘어나게 되었죠. 소위 말하는 대량살상의 시대가 도래한 거죠.

여튼, 이 화약이 터지는 곳을 약실(chamber)이라고 합니다. 자동권총의 약실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화약이 터지는 동안에는 꽉 잠긴 채 고정되어 있을것
– 그렇지 않고 화약이 터질 때 느슨해져서 틈이 벌어진다거나 하면, 폭발압력이 총알을 밀어내는 쪽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약실주위로 새는 바람에 총이 터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2) 화약 폭발이 끝난 다음에는 즉시 열려서 탄피를 배출하고 재장전 할것
– 그래야 다음 탄약의 발사준비를 하겠지요.

그러니까, 약실은 너무 빨리 열려도 안되고, 너무 늦게 열려도 안됩니다.
큰 총, 그러니까 소총이나 기관총은 위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총이 크고 무거우니까, 발사하는 탄약이 약하다면 노리쇠만 좀 무겁게 만들면 대강 위의 두 타이밍을 맞출 수 있지요. 우지나 베레타 M12 같은 일반적인 기관단총들이 위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를 ‘단순 블로우백’ 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단순블로우백 기관단총 우지 UZI, 사진은 단축형인 미니 우지 입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기관단총 베레타 M12, 단순하지만 정확도도 꽤 높다는군요.
단순 블로우백이라 내부 구조는 이렇게 간단합니다.

만약 탄약의 힘이 세다면, 기계적으로 발사 시에는 그냥 꽉 잠겨있도록 하고 발사 직후 가스압력 같은 것이 노리쇠를 풀어주도록 만든 장치 등을 사용해서 역시 위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M-16 등에 사용되는 ‘가스압 작동식’ 이란 게 바로 이거죠. 현재 거의 모든 자동소총, 돌격소총이 이 방식을 씁니다.

소련의 가스압작동식 반자동소총 SKS
벨기에의 유명한 자동소총 FN-FAL
뭐 다 아시는 미국의 M-16, 모두 가스압작동식 입니다. 우리나라의 K-1, K-2도 마찬가지

그 외에도 독일제 G-3 같은 소총은 롤러를 사용해서 노리쇠의 후퇴속도를 적당히 지연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롤러로킹 지연블로우백’ 이라고 하죠. 아주 특이한 방식이고 90년대 이후에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만, 유명한 기관단총 MP5 가 이 방식이죠. G3와 거의 같은 구조거든요.

특이한 총만 만들다가 망할 뻔 한 독일 HK의 G3

기관단총 주제에 G3와 구조가 똑같은 MP-5, 덕분에 값이 엄청 비싸지만 성능도 그만큼 좋다는...

2. 토글액션 쇼트리코일

소총이야 여러 가지 방식을 쓸 수 있지만, 권총은 이게 좀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권총은 크기가 작아야 하니까요. 위에서 언급한 장치들은 모두 복잡하거나 공간을 많이 차지합니다. 작고 가벼워야 하는 권총의 특징에는 안 어울리는 거죠…
그래서 권총만을 위한 몇 가지 방식이 따로 만들어 졌습니다.

처음 사용된 방식은 토글액션 입니다.
루거자동권총이 이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약실에서 화약이 터지면 그 반동으로 노리쇠와 총신이 함께 후퇴합니다. 덕분에 약실은 잠겨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요…

2) 어느 정도 함께 후퇴하다보면, 권총프레임에 있는 돌기에 노리쇠가 부딧치면서 위로 꺾입니다(루거 권총의 꺽여지는 노리쇠를 떠올리시길…). 이 타이밍은 대강 폭발은 끝나고, 총알도 총구를 벗어나서 약실내 압력이 적당히 떨어진 다음 입니다.

3) 총신은 후퇴를 멈추고, 노리쇠만 뒤로 갑니다. 그래서 빈탄피가 배출되고 재장전이 이루어지지요…

토글액션은 원래 앞서 언급한 최초의 기관총, 맥심기관총에 사용된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걸 권총에 사용한 것은 아마 루거권총 말고는 거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부품이 정교하지 않으면, 쉽게 작동불량이 나기 쉬운 방식이라고 합니다. 노리쇠의 관절부분을 유도하는 곡선처리가 문제… 이 선을 따라서 힘의 방향이 90도 꺾여야 하는데 각이 조금만 삐끗하게 깎여도 중간에 걸리겠죠.

최초의 쇼트리코일식 자동권총 루거Luger 1905년 독일군 제식권총이 됩니다
루거의 예술적인 작동부위, 각이 조금만 거칠어도 작동불량. 먼지가 끼어도 작동불량...

* 참고: 이렇게 총신과 슬라이드(혹은 노리쇠)가 함께 후퇴함으로서 약실 잠금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들을 모두 통칭해 쇼트 리코일(short recoil) 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쇼트 리코일의 원전은 루거권총의 토글액션식 쇼트리코일이고, 그걸 완성시킨게 브라우닝의 쇼트리코일 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덧붙여, 당연히 이 방식의 원전인 맥심기관총도 역시 쇼트리코일 방식을 썼겠죠. 여전히 사용되는 M-2 HB (흔히들 MG-50이라고 부르는)도 쇼트리코일 입니다. 전부 발사시에 총신이 살짝살짝 앞뒤로 왕복하지요.

3. 브라우닝식 쇼트리코일

총기설계의 천재, 브라우닝이 이 토글액션의 원리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게 보통 말하는 브라우닝식 쇼트리코일 입니다. 작동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약실에서 화약이 터지면, 역시 총신과 슬라이드가 함께 뒤로 후퇴합니다.
(왜냐하면, 총신과 슬라이드가 돌기 같은 것으로 결합되어 있거든요…)
-> 총신과 슬라이드를 함께 움직이게 함으로써 타이밍 조절을 한다는 점은 루거의 토글액션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쇼트리코일

2) 그러다가 어느 순간 총신이 밑으로 꺼집니다. 그러면 슬라이드와의 결합이 풀려서 슬라이드만 뒤로 가고, 총신은 제자리에 남아 있지요. 덕분에 약실은 훌떡 열리고, 탄피는 튀고, 재장전이 이루어지지요…
(왜 총신이 아래로 꺼지느냐 하면, 총신이 링크나 캠 같은 것으로 덜렁거리게 붙어있거든요…이 링크나 캠은 슬라이드의 직선운동의 방향을 아래쪽으로 유도합니다. ^^)

유명한 콜트 M1911, 1911년에 미군 제식권총이 되었죠.
기본 구조 그대로 여전히 지금도 많이들 사용되죠. 그만큼 기본 설계가 훌륭하다는...
콜트의 내부구조, 총열이 덜렁 떠 있는 게 보이죠

결국 브라우닝은 루거보다 간단하게, 루거가 의도한 바를 충족시킨 겁니다.
간단하기 때문에 루거처럼 부품을 정교하게 깎지 않아도 고장이 안나니 만들기도 쉬웠지요.
(대신 총신이 덜렁거리기 때문에, 슬라이드가 딱 맞지 않으면 총의 정확도도 같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기로 유명한 CZ-75 도 같은 방식인 걸 보면 설계하기 나름이라는… 물론 CZ-75는 슬라이드가 덜렁거리지 않게 신경써서 만들었죠)

이 방식은 Colt M1911 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그 이후 브라우닝 HP 권총에서 더 간단하게 정리됩니다. 그 이후의 대부분의 자동권총은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하지요. 글록이나 지그 같은 권총은 돌기 대신 탄피배출구가 슬라이드에 걸리도록 만들어서 조금 더 간단하게 했지만, 결국 같은 원리입니다.

콜트 1911 의 직계후손, 벨기에 FN사의 하이파워(HP) 권총
유명한 스위스의 SIG P-220 도,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글록도 전부 기본 작동방식은 브라우닝식 쇼트리코일.

4. 플롭업식 쇼트리코일, 회전 총열식 쇼트리코일

쇼트리코일은 브라우닝이 개발한 방식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답니다.
대표적인 것이 베레타 권총에 사용되는 플롭업식 쇼트리코일입니다. 베레타 권총은 잘 아시듯이, 슬라이드 윗쪽이 썰렁하게 뚫려 있쟎아요.. 그래서 그 돌기나 탄피배출구로 총열과 슬라이드를 엮어 둘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돌기를 총신 아래에 따로 만들어 붙였지요.
뭐 별 문제는 없고 총신이 아래로 좀 꺾이지 않고 그냥 수평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정확도가 더 높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반동을 흡수해주는 스프링 길이가 짧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중간에 이 만큼을 돌기뭉치가 차지하니까요. 그래서 베레타는 짧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죠.

이 방법은 원래는 독일제 월터 P38 권총에 처음 사용되었다는데요. 사실 우리가 잘 아는 베레타 M92 계열 권총은 모두 이 월터 P38을 충실하게 베낀 것이랍니다.

역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레타 M92, 슬라이드 위로 총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이 특징

전에도 설명했듯이, 베레타의 원조는 독일제 월터 P38

더 특이한 경우는 회전총열식 쇼트리코일입니다.
총신이 뒤로 밀릴 때 약간 회전하면서 슬라이드와의 결합을 풀어주는 방식이죠.
영화 미션임파시블 1편에서 톰크루즈의 권총으로 등장했던 베레타 쿠거 권총이 대표적입니다.

베레타의 쿠거 M8000, 구조 괜히 특이하게 만들어서 총이 두툼해지는 부작용이...

그외에도 회전노리쇠형 쇼트리코일이 있습니다.
유명한 오토매그가 이 방식을 씁니다. 근데 작동은 영 시원챦다는…

오토매그, 디자인 하나는 훌륭하죠.

5. 쇼트리코일이 아닌 것들 : 가스압 지연, 롤러 지연, 회전노리쇠(가스압 작동),

그 외에 약실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는 가스압 지연방식이 있습니다.
이건 쇼트리코일이 아닙니다. 총신이 움직이지 않거든요.
HK의 P7 이나, 슈타이어의 GB 라는 권총이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인데요. 이 방식은 총신은 프레임에 딱 고정되어 있어요. 대신, 총신과 프레임 사이에 작은 가스구멍과 피스톤이 있어서 이걸로 슬라이드의 후퇴를 지연하지요. 이건 어떻게 작동하냐 하면,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 GB
독일의 HK P7

1) 약실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슬라이드는 뒤로 밀려나지만, 총신에 난 구멍으로 흘러들어온 발사가스가 피스톤을 밀고, 이 피스톤이 슬라이드와 반대방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밀려나려는 슬라이드를 붙잡습니다. 완전히 꽉 닫힌 상태로는 아니고 조금 천천히 밀려나게 하는 거죠.

2) 총알이 총구를 떠나면 자연히 총신구멍으로 들어오던 가스압력도 떨어지고, 덕분에 낑낑거리던 슬라이드는 마침내 피스톤을 시원하게 밀어젖히고 열립니다.

슈타이어 GB의 내부구조. 총신주변을 피스톤이 감싸는 구조.

아주 간단하지요. 더구나 총신이 고정되어 있어서 명중률도 떨어질 걱정이 없구요.
하지만, 이 방식은 9mm 파라블럼탄 까지는 적당히 사용될 수 있지만, 총알의 위력이 더 세지면 좀 부족하답니다. 가스압력으로 잡아줄 수 있는 한계가 거기까지인 거죠. 즉, 범용성은 떨어지는 편이지요. 그래서 P7은 40구경 Smith Wesson 탄을 쓰는 모델에서 슬라이드를 엄청나게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무게의 힘을 빌려서 좀 더 천천히 열리게 하려는 거였죠. 하지만 덕분에 총이 무거워지는 바람에 별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이것 말고도, 롤러지연식도 있어요.
HK사의 P9S 라는 권총 등이 이 방식을 쓰는데요. 말 그대로 G-3에 쓰는 롤러지연방식을 그대로 권총에 적용한 겁니다. 덕분에 복잡하고, 크고, 무거워졌지요. 하지만, 총알이 좀 세도 적용할 수 있고(워낙에 자동소총용 작동방식이니…), 총신은 고정되어 있으니 정밀도는 높겠지요.

독일 HK의 P9S 권총, 롤러로킹식 권총으로는 거의 유일하죠. 분해하면 내부가 상당히 복잡..

이왕 기왕 커질거면 M-16에 쓰는 가스압작동식도 써보자고 해서 나온게 ‘데저트 이글’ 이나 이 총의 원전 격인 ‘윌디’입니다. 이 권총들은 정말로 M-16과 비슷한 톱니형 노리쇠를 따로 가지고 있어요. (역시 정밀도 높고, 총알의 위력이 아무리 커도 별 문제 없이 작동합니다. 원래부터 자동소총의 강력한 탄에 쓰려고 만든 장치이니. 하지만 덕분에 총은 엄청나게 커지고 무거워졌죠)

아마 스웨덴인가에서 만들었던 윌디
이스라엘에서 윌디의 특허를 가져와서 개발한 데져트 이글
데져트 이글의 슬라이드(노리쇠)가 후퇴한 모습. M-16에서 볼 수 있는 톱니형 노리쇠가 보이죠.

같은 권총이라도, 탄약이 좀 약하면(예를들어, 38구경 ACP 등등) 그냥 슬라이드에 달린 스프링의 힘 만으로 대강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월터 PPk나 지그 P230, 베레타 M84F 같은 중소형 권총들은 비비탄을 쓰는 장난감 총처럼 슬라이드, 고정된 총신, 스프링 밖에 없습니다. 이런 방식은 ‘단순 블로우백’ 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된 단순블로우백 권총 독일의 월터 PPK

유명한 그리고 비싼 단순 블로우백 권총 중의 하나인 스위스의 SIG P230,
이탈리아 베레타의 M84 도 약한 탄을 쓰기 때문에 단순블로우백
여성을 위한 호신용으로 만들어진 같은 베레타의 M86,

국립과학연구소장
짱가(jjang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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