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소식
2006년 12월 6일
국내 최대의 게임쇼 G-STAR 2006이 작년처럼, 사무실이 있는 일산 킨덱스에서 개최되었다. G-STAR의 G가
게임(Game)이 아닌, 걸(Girl)의 약자라는 소문이 들릴 정도로 수많은 나레이터 모델이 출연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상황에서, G-STAR를 참석하지 않고 지나쳐 버린다는 것은 인생에 대한 직무유기일터, 일단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카메라를
들고 킨덱스에 찾았다. ( 사실, GIRL 뿐만 아니라, GAME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
킨덱스에 들어서자,
입장료를 받았다. 5,000원이다. 기자나 게임업체 관계자는 돈을 안 받는 분위기이길래, “내가 짬지닷컴이라는 곳을 운영하는데,
짬지닷컴은 어른들을 위한 게임 쇼핑몰이다.” 라고 우겨서 무료입장을 해 볼까 잠깐 생각하다가, 괜히 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5,000원을 내고 들어갔다. 사전 등록을 하면 2,500원이라니까, 다음부터는 미리 미리 준비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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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니까, 오른쪽 게임 부스에서 나레이터 모델과의 사진 촬영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어떤 게임인지를 확인할 틈도 없이, 일단
사진부터 찍기 위해 카메라를 꺼냈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스트로브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냥 내장 플래시로 찍을까 하다가,
밧데리 방전이 걱정 되서, 그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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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브를 쓰지 않고 찍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ISO를 1600까지 올려야 했고, 덕분에 사진에 망점이 눈에 띄게 거칠다. 실력은 출중하나, 도구의 한계에 의해 사진이 이렇게 나와 아쉬울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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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마음이 안정되고 나서야 둘러보니, 웹젠이다. 처음 오픈 당시 환상의 그래픽으로 리니지 다음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MU의 제작사. 머릿속의 연상 장치는 웹젠의 창립자이자, 마이클럽의 사장을 잠깐 맡았던 이수영이라는 분의 이름을 떠 올렸다.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이야기가 많은 분이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 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고 웹젠의 인식이 상당히 안
좋아졌었다.
각설하고, 웹젠에서 홍보하고 있는 게임은 일가당천과 헉슬리다. 두 게임 모두 부스에서 실제 플레이해 볼 수 있다. “헉슬리.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누리웹에서 나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런칭되지 않은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게임을 해 보니, 얼추
게임은 완성된 듯 하다. 퀘이크3 느낌이 팍 나는 게임인데, 그래픽도 깔끔하고,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다만 타격감이 어째 밍밍한
느낌이 든다. 수십명이 동시에 플레이를 했음에도 별다른 랙이 없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서비스를 할 것 같다. 일가당천은
진삼국무쌍 느낌인데, 이쪽도 무난한 재미가 있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창천이라는 게임과 모든 면에서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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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에서 만든 부스를 가니, 나레이터 언니들의 사진촬영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캐주얼 게임엔 관심이 없지만, 나레이터
언니에는 지대한 관심이 있는지라 넥슨 게임 부스에 오래 오래 머물렀다. 특히 이 분. 슴가의 레이아웃이 특히나 아름다운 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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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옆에서 찍자, 몸을 틀어 주었다. 그 뿐이 아니라, 두 팔과 목을 뒤로 힘껏 젖혀, 슴가를 유난히 강조하는 자세를 취해
주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조건반사가 한없이 고마웠다. 앞서 이 자리에서 사진 촬영을 했던 선구자들이 만들어
놓은 자세일터. 앞서 지나간 그 분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반다이 사가 보인다. 반다이.. 80년대 건담대백과 사전 같은 것을 보며 간담에 열광해 본 사람이라면, 90년대 남대문
지하상가에서 불법으로 5,000원을 주고 일본 에니메이션 비디오테이프를 복사해서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에 대한 따끈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왠지 모를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둘러보면 건담밖에
없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건담 시리즈의 로봇을 플라스틱으로 다시 확인해 보며 부스를 나왔다.

이 부스에서 무슨 게임을 홍보하는지 모른다. 얼핏 보니까, 게임에서 미연시 느낌이 나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그런 게임은 좋아
하지 않는 편이라. 게임은 쳐다보지 않고, 사진만 찍었다. 굉장히 든든한 슴가를 보유하신 분들만 모셔놓은 부스여서, 부스를
나오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한쪽 구석에 있는 게임 역사 부스. 초라한 모양새나 구석에 짱 박힌 위치 때문인지, 괜히 구색 맞추기로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오래된 게임기를 보자, 이런 저런 기억들이 떠올라 잠깐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친구네 집에서 저거 한판
하려고 내가 떨어야 했던 온갖 아부와 손바닥 비비기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XBOX 360과 42인치 PDP를 지르고
싶어졌으나, 그랬다가는 마눌님에게 온갖 아부와 손바닥을 비비며 평생을 살아야 할지 모르는 일인터라, 눈을 감고 자리를 피했다.
인생. 어째 수십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냐.. 라는 회한을 간직한 채.

약속이 있어 30분 이내에 들어가야 했기에, 사진만 찍고 패스. ]
웹젠에서 만든 일가당천과 모든 면에서 비슷한 게임인 창천이라는 게임. 마침 자리가 비어 앉아서 게임을 했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상대방을 많이 죽인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잠깐만 하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키보드 조작을 익히는 사이 저쪽
팀에서 나를 다구리 해 버리는 참사가 발생했다. 난 순간적으로. 격분! 바로, 카메라 가방 내려놓고, 사은품으로 받은 커다란
쇼핑백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했다. 그런데, 이것들이 자꾸 나를 다굴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한 놈이 나만 쫒아 와서
죽이는데, 화가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랐다. 덕분에 만나기로 했던 분에게 전화를 해서, 약속 시간을 늦추고 1시간이나 게임을 해야
했다. -.-;


개인적으로 즐겁게 잘 보고, 사은품도 여럿 챙겨서 본전 이상으로 남은 게임쇼였지만, 아쉬움도 남는 박람회였다. 해외의
개발자나 퍼블리셔의 참여가 저조해, 국내 업체들만의 잔치가 되어 버린 것은 색다른 게임을 보고 싶어 했던 나 같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결과를 낳았다. 또,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의 강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쇼 전부가 온라인 게임의
잔치가 되어버려 무언가 식상한 느낌마저 들었을 정도다. 게다가, 그 온라인 게임들 마저, 지나치게 유행을 쫒다 보니 게임의
느낌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태였고, 심지어는 아직 서비스되지 않은 게임들이 서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아, 어느 부스인지
헛갈리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차세대 게임기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닌텐도의 WI와 소니의 PS3의 불참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업체들의 열정과 국내의 게임의 트랜드와 현실을 짚어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되는 기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다채로운 볼거리와 다양한 쇼가 넘쳐나는 근래에 보기 드문 수준높은 박람회인 것
역시 확실하다. 시간 되시는 분들이라면, 이번주 일요일까지 게임쇼가 열린다고 하니까 시간을 내 보시는 것이 어떠실런지. 토요일
일요일 저녁 7시에는 호수공원에서 분수쇼가 열리니까, G-STAR 보고 시간 되시면 호수공원에 가셔서 분수쇼까지 보고 간다면,
잊지 못할 가을날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