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5호]”이현의 연애”

문예창작위
2006년 12월 21일

오르페우스는 하프의 명인으로, 그가 하프를 켜면 맹수가 잠잠해지고 목석도 춤을
췄다고 한다. 그의 아내가 독사에 물려 죽자 지옥에 간 그는 그곳의 왕 하데스마저 하프로 감동시켜 “아내를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받는다. 단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지상에 갈 때까지 절대 아내를 돌아봐선 안된다는 것. 상자를 열지 말라던 판도라를
비롯해서 우리가 아는 신화의 주인공들은 백이면 백 이 금기를 깨뜨리며, 오르페우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이현의 연애>는 재미있는 소설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결말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못 견디게 만드는 서사가
있고, 중간중간 삽입되는 이야기들도 각각 한편의 재미있는 단편이다(목사 이야기를 읽고 하느님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없어지기도
했다). 신화를 연상케 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도 흥미를 더해 주지만, 특히 좋았던 것은 주인공이진이 미녀라는 사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이진이 매점에 취직하자마자 매출이 네배로 뛰었고,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청년의 몽환 속에 똬리를 틀
것”이란다. 그러니 평소 미녀에 대한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밖에.

하지만 그 뛰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이진에겐 마음이 없다. 마음이 없는 미녀와 사는 것, 그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미녀는 존경의 대상일 뿐 절대 소유하려 들어선 안된다는 신조를 가진 나라면 적응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을까?
책의 제목인 ‘이현의 연애’는 마음 대신 미모를 택한 이현이 겪어야 하는 특이한 사랑을 지칭하는데, 과연 이현은 오르페우스와
달리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해 허겁지겁 책장을 넘겼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은 그저 놀랍기만 했다.

아는 작가의 책에 대해 리뷰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가 내 리뷰를 본다는 걸 뻔히 알기에. 그래서 난 서모씨가 쓴
<대통령과 기…>를 읽고 “이런 게 소설이라면 내 얼굴은 조각이다”라고 쓰는 대신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내공의
깊이가 칸트의 비판 시리즈를 읽는 듯하다”는 마음에 없는 소리를 쓴 적이 있다. 리뷰란 건 내가 쌓아온 신뢰도와 직결되는 바,
자신을 속여 가며 리뷰를 쓴 그때 일은 두고두고 날 괴롭혔다. 하지만 약간의 안면이 있다면 있는 심윤경 작가의 리뷰를 쓰는
지금, 난 한점 부끄럼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뭘 읽어야 할지 모르는 분들, 기존 소설들에 식상한 분들, 목마른 사자처럼 좋은
책을 갈구하는 분들이여, <이현의 연애>를 읽으시라. 심작가님을 안다고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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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핑클의 이진입니다. 소설을 읽으며 이진이 저렇게 생겼을까 했다는...
재외공관 독서권장위원회
서민(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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