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홀리데이, <상벌위원회>, <영진공 66호>

상벌위원회
2007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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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한병 마셨습니다.

그래서 글이 어찌될지 저도 모릅니다.

그런 말 있잖아요. 술마신 사람은 야생마와 같아서 붓이 어디로 갈지 자신도 모른다구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맨틱 홀리데이>는 잘못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배우의 문제는 아닙니다.

카메론 디아즈와 케이트 윈슬릿을 비롯, 주드 로까지 이어지는 호화배역은

충실히 자기 역할을 했습니다.

문제는 시나리오죠.

SF를 표방한 영화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현실성은 있어야 공감이 되지 않겠어요?

나쁜 남자들로부터 버림받은 충격에 집을 바꾸기로 한 두 여자가(LA와 런던이어요)

나란히 괜찮은 남자를 만난다는 설정,

정말 비현실적입니다.

세상엔 수많은 괜찮은 여자가 있지만

괜찮은 남자를 만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고

그건 장소를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뭐, 남자의 99%는 변태,라는 저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거지만요.

다른 집에 가 있을 때 누군가가 방문해 집주인을 찾으면

보통 사람은 이렇게 말하지요.

“집주인 없거든요. 2주 있다가 오세요.”

하지만 영화의 여인네들은 모르는 남자에게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고

심지어 앉았다 가겠다는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 줍니다.

세상 남자의 99%가 변태인데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요.

더 마음에 안들었던 설정은 (이제부터 스포일러입니다)

부자에다 큰 회사를 운영하는 멋진 여성 카메론 디아즈가

애가 둘 딸린 꽃미남 주드 로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거죠.

(주드 로를 ‘주 드로’라고 적는 사람이 있던데 그러면 안됩니다.)

애가 있다는 게 범죄는 아니지만

현실이 그러니 영화에서만큼은 애 둘 딸린 카메론 디아즈가

결혼을 안한 주드 로랑 잘되는 걸 기대한 게 지나친 건가요.

그리고 케이트 윈슬렛은 <킹콩>에서 영화감독으로 나왔던 잭 블랙과 잘되는데

그 과정을 보면 꼭 그가 아니라 아무 남자라도 OK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답니다.

남자에게 상처받아서 집 바꾸기를 했는데

그저 남자면, 아무나 다 OK인가요?

잭 블랙이 나왔을 때 전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킹콩이나 잡으러 가라고 해. 넌 멜러에 안어울려!”(여기엔 물론 외모지상주의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튼 사랑은 현실입니다.

2주 후에 떠나야 할 카메론은 주드 로에게 말합니다.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LA와 런던을 왕복하다 지쳐서 흐지부지되는 것,

두 번째는 지금 쿨하게 헤어지는 것“

이때까지만 해도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그 영화는

택시 안에서 카메론이 15세 때 잃어버렸던 눈물을 흘리며 급반전됩니다.

예정됐던 크리스마스를 지났지만

“송년회를 여기(런던)서 못지낼 이유가 뭐 있어?”라며

역시 슬픔에 잠긴 주드 로를 향해 달려갑니다.

크리스마스 때 헤어지나

송년회 하고 헤어지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오히려 후자가 더, 헤어지기 괴롭지 않을까요?

영화는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물론 영화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전 영화가 무책임하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배우들 써가지고 이게 무슨 짓인지,

예전에 봤던 ‘러브 액츄얼리’에 비하면 웃음과 감동 모두 새발의 피입니다.

영화에서 배우의 역량이나 감독의 재능, 제작비 등이 중요하다지만

시나리오가 후질 땐 이 모든 게 갖춰진다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이 영화는 잘 보여 줍니다.

별점으로 말하면 10점 만점에 7점 이하를 줄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상벌위원회 부국장
서민(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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