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수술대 위로 달려가는 속물적 여자들의 고민은, 생존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실존’의 문제이다.” <영진공 68호>

상벌위원회
2007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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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분장, 티나더라. 부자연스럽고.
“울어도 예쁘다”
“땀나도 예쁘네”

딴 애가 거울 앞에서 저딴 소리 하고 있으면 픽, 하게 될텐데, 저 대사를 하고 있는 게 ‘장한나’ 양이라는 사실이 꽤나 중요하다. 게다가 그 대사를 하고 있는 김아중은 정말 예쁘다. 그냥 생긴 것만 이쁜 게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 너무 귀엽고 호감이 가서 더욱 예쁘다. “여자들이 화장하는 것도/짧은 치마 입는 것도/노출을 하는 것도 결국 다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유치찬란한 생각밖에 못하는 남자들은 이 장면의 의미심장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의 말미, 무대에 선 제니-한나는 이젠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라며 우는데, 내가 ‘나’라고 느끼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이런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고 짐작하게 되는 ‘나’, 이런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나’, 내가 긍정할 수 있는 ‘나’, 거울을 통해 보이는 육체를 가진 ‘나’의 존재는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존재다. 평소에 이런 존재들은 서로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충’ 하나로 융합되어 있는데, 전신 성형수술을 받은 한나의 경우 이 서로 다른 ‘나’들이 심하게 괴리를 일으키며 충돌하고 갈등한다. 과거 자신감없고 소심한 ‘나’의 존재가 거울에 비치는 ‘나’를 보며 진심으로 예쁘다고 감탄하는 것, 그것은 ‘나’의 시선조차 ‘나’에게 낯설고, 거울에 비친, 물질화된 – 육체를 입은 ‘나’가 나의 눈에 낯설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재수없는 공주병으로 해석되지 않으며, 객석으로부터 열심히 마자마자 고개 끄덕이는 동조와 격려까지 획득한다. 한나는 남에게 이런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 짐작하게 되는 존재인 ‘나’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예뻐요? 안 예뻐요?를 묻는 제니-한나.) 그러므로 무대 위에서 ‘사실은 전신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괜찮아’라는 응답을 듣는 건, 이렇게 서로 괴리를 일으키며 충돌하는 서로 다른 ‘나’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다. 거울을 통해 보게 되는 나, 남이 봐주는 나, 내가 나라고 느끼는 나… 무수한 ‘나’들이 하나로 통합되고서야, 한나는 비로소 제니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가수생활을 하고, 안티팬들에게 화를 내며, 상준에겐 픽픽거리며 삐딱하게 굴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의 다이어트 강박이나 성형수술 유행은 이렇게 서로다른 ‘나’사이의 균형이 무너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외모가 ‘자산’이 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성형수술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며 내 몸에 절대 칼을 대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 역시 은밀히 자신의 어떤 부위를 성형하는 상상을 해보았을텐데, 이것은 이렇게 서로 다른 ‘나’가 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파편화되어 있고, 현대사회가 그걸 더욱 부추키기 때문이다. (남자들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닌데, 여성의 경우 이 방향이 ‘외모’로 크게 수렴되는 반면 남자들의 경우 좀더 다양한 방식이 비슷한 비중으로 파편화를 겪는 듯하다. 그렇기에 외모에 일찌감치 관심을 접은 여성들의 경우 더욱 파편화의 해결책을 찾는 길이 어려워진다.) 한나가 전신성형을 이루는 방식은 원래 가진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협박’을 통해서이고, 이 영화는 이 설정을 통해, 현실에서 예뻐지는 것도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것과 달리, 성형조차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노력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지도록 만든다. 성형수술을 한 한나가 여성관객들에게 별 부담없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뚱뚱한 한나의 슬픔과 좌절이라는 부분에서 명분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이 부분 – 현실에서와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 –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이 영화는 ‘그래도 성형은 나빠’ 따위의 설교를 통해 여성에게 또다른 도덕적 옥쇄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형의 붐에 남성과 사회 전체가 공모자라는 점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솔직하고, 속물적 남자의 위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자신의 속물근성을 그대로 인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최강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속물적 남자는 착한 척하며 남에게 도덕을 강요하지 않을 때 진정한 매력을 얻는다. 수술대 위로 달려가는 속물적 여자들의 고민은, 생존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실존’의 문제이다,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그리고 당신과 나, 어차피 속물이다. 알면서~!



ps1. 김아중. 이제껏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초반에 안티세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는데, 솔직히 내가 이 영화를 보러 간 건 포스터의 그녀와, 깃털옷을 입고 거리를 걷는 스틸샷에서의 그녀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이 친구를 처음 본 게 봉태규 무릎에 어설프게 앉아있는 <광식이 동생 광태> 스틸샷에서였는데, 그땐 너무 쭉빵 글래머라 보기 부담스럽단 생각을 했었다. <미녀는 괴로워>를 보니… 완전 가냘픈 ‘소녀’두만. 말투도 어찌나 귀여운지. 개인적으론. 지금보다 살이 조금만 더 찌면 훨씬 더 예쁘겠다 싶다. 너무 가냘프고 말라서 톡 치면 쓰러질 거 같은 게, 좀 안쓰럽다, 존재감도 마냥 가벼워 보이고.


ps2. 한나의 눈물은, 미자(<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눈물만큼 와닿지 않더라. 영화의 컨셉상 라이트한 연기가 필요했고 김아중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한나의 눈물을 온전히 표현하기도 힘들겠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 보면서 몰래 몇 번 울었다.


ps3. 주진모. 김아중을 잘 받쳐주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연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속물적이고 비열한 캐릭터가 정말 잘 어울리더라는. 배우 본인은 개인적으로는 속이 상했을 법도 한데, 영화에서 자기 자리를 정확히 지켜준 듯.


상벌위 선도부 위원장
노바리(invinoveritas@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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