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들어가던 저녁

장안평에 붉닭집을 내고 8개월만에 폐업이냐, 오기냐를 고민하는 친구를 찾았다.
멀기야 멀지, 거기가 어디라고… 하지만 불알친구같은 놈이 개업후 한번도 반짝여보지 못한채 쓸쓸히 빚을 떠안고 정리하는 가게를 안갔다는 건 내 게으름을 탓해야 하는 거다.

“왔냐?”
“왔다”
세 병의 소주와 두 병의 맥주, 한마리의 닭과 한접시의 오돌뼈를 씹으면서 이승엽의 2안타를 안주로 소주를 삼켰다.

“얼마 까진거냐?”
“8천”
“아직 나보다 4천 적구나.”
“개새끼”
“마시자”
“탁”

“주욱”
“주욱”
“주욱”

9시가 넘어 일어섰지만 휘청했다.

“좀 마신거 같네”
“마지막이겠구나”
“가라”
“응”

환승을 하러 종로 3가에 내렸을 때 중국산 만원짜리 리모콘 자동차를 하나 집었다. 대가리에 붙은 바퀴가 몸통을 축으로 회전하는 놈이었다.

자고 있는 놈 머리 맡에 두고 누으니 꼭 그 자동차 같은게 우리 삶이었다.

존나게 돌리고 달려도 몸통의 반 높이도 안되는 장애물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가는 모습이나 설레발치며 뱅글뱅글 돌아봐도 결국 지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는게 전부인 부산함이나 그게 그거지 뭐…

자고있던 마누라를 발로 깨워서 소주 한잔 달라고 했다가 정확히 인중과 쇄골을 왼손 훅으로 맞고서야 조용히 등 돌리고 누웠다.

‘씨발, 가게 나올 때 잘 될거라고 말이라도 해줄걸.’

마누라한테 맞은 인중이 너무 아퍼서 어깨가 들썩이는 걸 마누라가 아는지 모르는지 얕은 코골음이 조금 높아졌다.

1줄요약.
내 장롱에 쌓인 먼지들아, 니들도 내인생 같구나.


영진공 그럴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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