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 삼개월 남았다.”

대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이 9월 22일이니 석달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해 있을거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건 이명박 대통령을 학수고대해서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지겹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을 욕하는 세력들이.
대통령이 뭐 그렇게 자기 삶에 훼방이 되는지 5년간 난 한결같이 대통령 욕을 들어야 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의사 둘에 병원 간부 하나.
5년간 줄기차게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그들은 어김없이 노사용자 삽입 이미지무현 욕을 했다.
거기엔 물론 내 원죄도 있다.
잠시나마 노사모를 했던 전력이.
노무현이 당선되자마자 탈퇴를 했건만 그 전력은 전과가 되어 날 따라다닌다.
모임 때마다 누군가가 말한다.
“쟤 노사모래!”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나고, 궁금해 죽겠는 사람이 내게 묻는다.
“너 정말이야? 너 그런 애였어?”
그게 아니라고, 한때 그랬지만 대선 후 바로 탈퇴했다고 아무리 말을 해봤자 별반 소용이 없다.
다음 모임 때 그들은 노무현을 욕하며 “너 노사모잖아?”라고 날 비웃으니까 말이다.
그런 게 참 짜증난다.
웬만큼 좀 하지, 어떻게 5년동안 내내 노무현을 욕할 수가 있을까?

물어봤다.
“노무현이 제일 잘못한 일은 뭐죠?”
누군가의 답이다.
“경제를 말아먹었잖아.”
다시 물었다.
“그럼…김영삼보다 노무현이 더 나쁜 대통령인가요?”
그렇단다.
외환위기를 만든 김영삼보다 노무현이 나쁜 이유는
“김영삼은 밥솥의 밥을 몽땅 잃어버렸지만 노무현은 그 솥까지 털어먹었다”는 거다.
경제지표는 좋지 않냐고 하면 “실물경기는 지금 밑바닥이잖아”라고 대답하는 그들을 대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말은 정말 바로하자.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십년도 안된 외환위기 시절을 잊지는 말자는 거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이 해고되었으며 노숙자가 생긴 것도 그 무렵이 아니던가.
우리 경제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그시절, 우리 정말 얼마나 어려웠던가.
노무현이 솥을 털어먹었다고?
다른 데서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그 선배가 어째서 노무현만 나오면 이성을 잃을까.

난 지금 노무현을 찬양하는 건 아니다.
실망을 많이 안겨줬지만 그는 내게 그저그런 대통령으로 남아 있을 뿐 최악은 아니다.
최소한의 형평성은 갖자는 말이다.
군부독재 대통령을 겪어냈던 사람들이, 그리고 외환위기를 만든 김영삼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어찌하여 노무현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말 노무현이 그렇게 최악이면 기대를 접을 만도 한데 왜 5년간이나 줄기차게 욕을 할까?

다시금 그 선배에게 물었다.
“저는 정치보다 주위 사람들이 제 삶에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선배는 노무현 때문에 어떤 피해를 봤는지요?”
“저번에 개포동에 아파트를 하나 샀는데, 노무현이 부동산을 꽉 잡는 바람에 집이 안팔리잖아.”
아파트 값이 꽤 올라 팔고 싶은데 노무현 땜시 안팔린다는 걸 이유로 드는 그 선배,
학생 때만 해도 그 선배는 최소한 정의에 대한 신념이 있었고
군부독재 정권을 미워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 시절 전두환을 미워했던 것보다 더 많이 노무현을 미워한다.

“노무현이 되서는 안됐던 게 다른 건 몰라도 그가 자수성가했다는 사실 때문이야.
자기 힘으로 뭔가를 이룬 사람은 원래 부자인 사람을 싫어해.”
그에게 물었다.
“저기요…이명박은 거의 자수성가의 신화 아닌가요?”
선배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런다.
“그거야…그렇지.”

여기다 이렇게 적으니 내가 시종일관 그네들의 주장에 반대한 걸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난 웬만하면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고자 노력을 했다.
침묵 아니면 화제 돌리기, 이건 노무현이 되고난 뒤부터 생긴 내 습관이다.

미움에는 어떤 이유가 있지만, 싫어하는 데는 그 어떤 합리적 이유도 없다.
싫어하기 때문에 이유를 만드는 거지, 이유가 있어서 싫어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지금 가진 자들이 노무현을 욕하는 건 그가 그냥 싫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사람은 뭘 해도 밉게 보이기 마련,
상고 나온 것도 보톡스도 서민적인 말투도 다 그냥 싫게 보인다.
욕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그 선배는
“서민들이 잘사는 게 좋은 나라인데 노무현이 경제를 망쳐 없는 이들이 못산다”고 했다가
어느 대목에선 “노무현 때문에 세금이 너무 많아져 짜증난다”고 한다.
없는 이들을 지원하는 걸 세금에서 충당하지 않으면 어떻게 한담? 50%를 세금으로 내는 스웨덴같은 나라와는 비교할 수준도 아니고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세 부담률은 별반 높지 않다.
게다가 세금을 걷기 전과 걷기 후의 지니계수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커지는 건
우리나라 세금이 철저히 누진세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진대
그네들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모든 안되는 건 다 대통령 때문,
신정아 파문의 배후도 사실은 대통령이고
이형택이 유에스오픈 16강전에서 진 것도 대통령 때문,
네이버에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한 건 있는 자들의 행태를 비꼰 것일진대
그네들은 여전히 모든 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며 거품을 물고 있다.
그분들에게 말씀드린다.
정말 축하드린다.
이제 삼개월 남았다.


영진공 서민

““노무현 대통령 … 삼개월 남았다.””의 7개의 생각

  1.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언제나 역사가 그러했듯이”

    노무현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성격적으로 모난 사람들이 많더군요 😛
    부동산으로 한탕하면서 살던분들,강남에 살면서 세금탈세하는분들,종교로
    사익을 추구하던 사학재단이나 관련종교인들,친일파세력이나 친일후손들,독재정권때 피빨아먹던 잔재세력들이 노대통령을 딱히 좋아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1. 난 서민이고 가진 것도 없고, 부동산도 없고. 종부세도 안 내는데 놈현이 왜 싫을까요? 설명해 주실까요? 이명박 찍은 천만명이 다 당신이 말한 그런 사람들일까요?

  2. 비슷한 연배의 분들이 해당 사항도 없으면서 괜히 덩달아서 싫어하는 거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그런 분이시죠.

  3. 전에 이 닉네임으로 글을 한번 썼더니 그게 컴퓨터에 저장이 되어 있군요 컴퓨터는 세월을 기억한다…라고 한번 써봅니다^^

  4. 위시님/좋아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인정하는데요 제가 진저리나는 것은 어떻게 5년 내내 한결같은 소리만 하는 거냐는 겁니다. 같은 말도 두세번하면 지겨워지는데 그자들은 도무지 지겨움이라는 것도 없는지. 차암…
    시너지님/맞습니다 해당사항 없으신데 그러믄 차암 안타깝지요… 저희아버님은 노무현 대통령을 못보고 돌아가셔서…

  5. 동감입니다.
    참 이상하지요.
    논리근거도 없이 욕을 하니 말입니다.
    아.. 근거는 있군요. 남들이 다 하니까. ㅎㅎ

  6. 골수 지지층마저 돌아선 모 대통령하고도 비교할 만 한데.

    그 모 대통령은 봉신방에 나오는 주왕같은 인물이 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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