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Once)>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내러티브의 중요성

뮤지컬 영화, 저로서는 참 적응이 안되는 장르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대사를 하다말고 갑자기 노래를 하고 춤을 춥니다.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이라면 원래 생겨먹은 양식 자체가 그러하니 보는 입장에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켜볼 수 있겠지만 뮤지컬로 진행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5분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선잠 같습니다. 잘 만들었다는 화제의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참 잘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이상의 호감은 갖지 못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간에 정말 재미있게 봤던 뮤지컬 영화가 딱 한 편이 있었습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물랑 루즈>(2001)는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노래 자랑만 하다가 끝나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영화 속에 사용된 좋은 음악들도 호소력 있는 내러티브와 만났을 때 비로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뮤지컬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액션이 중심이건 음악이 중심이건, 영화란 결국 내러티브를 통해 승부가 갈린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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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원스>(Once, 2006)는 그러나 주인공들이 노래로 대화를 대신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주인공이 노래하는 사람이고 남녀가 노래로 만나 교감하며 생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등장 인물들이 시종일관 라이브로 노래를 해대니 그저 음악을 참 많이 들을 수 있는 ‘음악 영화’라는 정도로만 해두면 괜한 오해는 피할 수 있겠습니다.

<원스>가 기존의 ‘음악 영화’들을 뛰어넘은 이유는 소박하지만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잔잔한 드라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 사용된 음악 자체는 취향에 따라, 그리고 곡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별로일 수도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글렌 핸사드가 약간 질러대는 스타일이다 보니 좀 더 잔잔한 아이리쉬 포크 음악을 기대했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스>는 음악만 있는 영화도 아니고 음악을 핑계로 인생 드라마를 펼치는 영화도 아닙니다.

어쩌면 적은 예산을 가지고 한장의 음악 앨범을 널리 들려주고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가 <원스>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내러티브에 호소력이 없었다면 <원스>는 정말 음악을 위해 찍은 필름일 뿐이지 한 편의 영화 자체로서 인정받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전업 배우 뺨치는 등장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이들의 라이브 음악, 그리고 요구하기 보다 서로의 마음을 간직하기로 하는 아름다운 결말은 올해 최고의 ‘가을날의 동화’를 탄생시킨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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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원스(Once)>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내러티브의 중요성”의 4개의 생각

  1. 뮤지컬인 동시에 다큐적인 구성을 더했다는게 뮤지컬 영화들이 근본적으로 갖는 ‘쌩뚱맞는 뻘쭘함’을 극복해준 장치가 아니었나 싶군요. 저도 OST 질렀… –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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