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위, 그의 치명적인 이(易).

사용자 삽입 이미지미리 말해두자면 저는 양조위를 배우로써 정말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비록 광빠모드로 그의 브로마이드를 사들이고, 그의 팬싸인회를 따라다니고, 하는 등 인간 자체의 양조위를 따라잡기 위해서 난리를 친건 아니었지만, 영화배우로써 제 가슴을 떨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제게 있어선 양조위가 유일합니다.

3대 7명으로 구성된 가족 전체가 영웅문 1,2,3부를 가장 추천 윤독도서로 읽어대는 집안에서 자란 관계로 ‘칠구에서 피를 흘렸다.’ ‘혈도를 짚어 마비를 시켰다’ 등의 문장을 읽으며 한글을 익혔고, 저의 가슴을 콩딱 콩딱 뛰게 했던 가상의 인물들은 아더왕도, 신데렐라도, 왕자님도 아닌 곽정, 양과, 소용녀, 사손, 장무기, 이런 인물들이 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지요.

그런데 그 후 몇년이 지나 당시 중학생이던 오빠가 빌려온 의천도룡기 시리즈 한편으로 소설 속의 장무기는 ‘양조위’의 얼굴을 입고 현실이 되었습니다. TV에 나와서 연기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있다는 개념이 생긴 이후, 제가 등장인물의 이름이 아닌 배우의 이름을 따로 외웠던 것도 양조위가 처음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제가 나이가 들어갊에 따라 양조위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흐뭇한 매력을 점점 더해가면서 여전히 저의 과거가 아닌 현재를 지키고 있습니다. 참 행복한 일입니다.


사실 이 영화만 놓고 보자면 단연 압도적인 매력을 발휘하는 배우는 탕웨이입니다. 스틸사진에서 보여주는 통통하고 평범한 동양아가씨인 이 배우는 영화에서 엄청나게 입체적이고 독특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양조위라는 배우도 이(易)의 캐릭터와 완벽한 조화를 보이고 있지만, 신인 탕웨이 또한 그러합니다. 장치아즈-막부인이라는 1인 2역에 가까운 그 캐릭터 자체도 너무나 멋졌습니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그녀의 연기는 아! 정말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易)’가 얘기하는 것 처럼 두려움을 모르는 눈이지요. 그리고 그 두려움 없음은 순수함에서 기인합니다. 알수 없음. 지적인 매력. 그리고 그 안에 깊숙히 자리잡은 깨어나지 않은 색끼. 그리고 그녀가 가진 농염함이란 그 안에서 교태와 천박함은 완벽히 지워내고 도도함과 순진함을 채워 넣은 것입니다. 게다가 ‘젊음’이라는 그 자체의 매력을 최대화 합니다. 한마디로 농염하면서도 풋풋하지요. (탕웨이라는 배우에게 하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만.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절대 성형수술 하지 말아주세요. 그 아름다운 얼굴 유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나이가 든다해도 매력이 쇠할 스타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양조위 처럼 우리 곁에서 오래오래 연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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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사진으로는 이 배우의 매력이 설명이 안됩니다.

하지만 저는 양조위, 그리고 그가 연기한 이(易)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오랜동안 좋아하는 배우고, 또한 좋아하고, 가슴 떨려 하면서도 속으로 ‘저 좁아 터진 어깨가 뭐가 좋다고.’ ,’저 알고보면 비겁한 캐릭터가 뭐가 좋다고’하면서 왜 좋은지 스스로도 의문을 가졌던 배우이기 때문에, 이(易)라는 엄청난 캐릭터를 통해서 저 스스로 양조위의 매력을 정리해 보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아….정말 이(易).라는 캐릭터는 양조위에게 알파요 오메가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양조위가 가진 그 오만가지 복잡미묘한 매력들을 이(易)라는 캐릭터에 모조리 녹여 넣음으로써 그 매력을 극대화시킨다고나 할까요. 영화 홍보자료에는 양조위가 그간 선한 역할만 맡아왔기 때문에 이안 감독이 캐스팅을 망설였다거나, 양조위가 “이제껏 스크린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양조위를 창조해줄 것”을 주문 받고 완전히 새롭게 자신을 만들어냈다는 얘기가 나와있지만, 사실 오랜 팬인 저로써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양조위가 그간 선한 역할을 맡아왔다는 것에 별로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성룡이라면 몰라도요.) 장무기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중경삼림의 순경은 좀 우울해 보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보였고, 왕정문에게 좀 치졸해 보였습니다. 화양연화의 차우 또한 그닥 선하다기 보다는 모호한 인물에 가깝습니다. 해피투게더에서, 또 2046은 어떻고, 최근의 무간도에서는 어떻습니까. 그는 충분히 나쁜놈이거나 최소한 나쁜놈이 될 가능성이 있는 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그 모호함의 매력을 더해 주는 숨겨진 이유일 수도 있겠지요. 영화 영웅은 제가 영화 자체는 안 좋아합니다마는 그 옷색깔을 신호등처럼 바뀌입고 나오면서 양조의 매력을 색깔의 다양함을 다소 원색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易)가 양조위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그 동안 양조위가 보여준 모든 매력들을 총망라하여 종합판으로 펼쳐 보여주는 매력의 결정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 매력은 대단히 위험하고 치명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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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선한 캐릭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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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퇴폐미가 양조위 매력의 핵심


경고!!!이 아래부터는 영화 안 보신 분들은 읽지 마세요. 거의 줄거리 요약에 가깝습니다.


[#M_ 계속 읽기.. | 닫기.. |易라는 캐릭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정말 이(易)라는 놈은 대단히 치명적인 놈입니다. 팜므파탈(femme fatale)이 자신의 치명적 매력을 이용해 권력에 개입하고, 남자를 파괴한다면, 易는 (팜므파탈의 대척점으로 옴므파탈(homme fatal) 이라는 말이 성립한다면) 그 자신이 원래 권력은 가지고 있는데다가, 자신의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성과 그 주변을 파멸로 몰아 넣고, 끝끝내는 자신은 자신의 모든 것과, 그 여성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지켜냅니다. 그런데도 심지어 그 여성으로부터도 전혀 원망을 듣지 않지요. 오히려 그녀의 가슴 속에 살아있을 겁니다. 정말 치명적인 놈이에요.

이(易)가 어떻게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왕치아즈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단계별로 짚어보겠습니다. 네, 물론 제 가슴이 무너졌던 부분을 재 구성한것입니다.



1. 나도 평범한 인간일 뿐이야.
사실 이 치명적임의 시작은 그의 얼굴입니다. 양조위의 얼굴은 상당히 귀여운 스타일이면서 고독하고, 나약해 보이는 데가 있습니다. 바로 가장 치사하거나 가장 사악하게 변할 수도 있는 얼굴이기도 하지요. 이건 젊을 때 부터 그랬습니다. 장무기를 연기하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그 천진한 얼굴은 그 엄청난 내공을 가진 남자가 저렇게 천진하다는 이유로 더 위험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그 천진함은 약간의 고독함과 포기할 수 없는 그만의 세계가 내재된 얼굴로 변했지요. 왕 치아즈가 처음 보는 이(易)의 얼굴은 그저 일상의 얼굴입니다. 그는 경호원에 둘러 싸여 있기는 해도 아내에게 ‘잘 놀다오라’고 말을 하며 차문을 닫아주는 사람입니다. 단지 그 행동만으로도 그 얼굴은 자상하지는 않지만 그저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처음부터 왕치아즈 마음의 무장을 풀게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왕치아즈는 그날 집에 돌아와 ‘생각과는 다르게 생겼어’라고 말합니다. 그래요. 이 여자. 이미 넘어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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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는 사실 왜소한 범부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2.난 이런데 익숙치 않아.
인적이 드문 레스토랑에서의 첫 데이트에서. 그는 자기 주변사람들은 국가니 민족이니 그런 거창한 얘기만 한다고 얘기하면서, 난 일상적인 대화에 익숙치가 않다고 얘기 합니다. 아!! 이 얼마나 노련한 꼬실링 기법입니까. 얼마나 여자의 마음을 싸그리 앗아가는 말입니까. 저런 몇마디의 말로 그는 “나도 이런 점에서는 순진해”, “나에게 일상이란 없어.” “너와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잘 되질 않네.” “너는 (그런 거창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야. 너와 특별한 관계를 원해.”라는 엄청난 떡밥(?)들을 던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작에서도 그는 늘 미숙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장무기는 순진했고, 해피투게더의 요휘는 보영을 사랑하지만 서툴러 보입니다. 화양연화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갖혀 있는 차우도, 2046의 폐인에 가까운 소설가도 선수처럼은 보이지 않습니다(마는 선수이지요).


3. 난 신사야.
첫 데이트를 마치고 이는 왕치아즈를 집의 문앞까지 데려다 주지만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정말 첫 데이트에서 끝까지 젠틀한 모습을 잃지 않는데다가 ‘커피 한잔마시고’, ‘라면 먹고’ 혹은 ‘자고’가지 않음으로써 더 여자의 애간장을 태웁니다. 이날의 이(易)의 고무줄 기법(당겼다가 다시 느슨하게 놓아버리는)이 없었다면 왕치아즈 또한 그렇게 이(易)에게 집착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팬이면서도 좀 악의적인 저는 2046의 치사한 젠틀맨십을 생각한 것도 사실이에요.


4. 여기가 호텔보다 안전할 거요.
3년만에 만난 그녀. 이제는 몰락해서 불쌍하게 밀수장사(우리나라 말로 차면 뭐냐. 바세린 아줌마? 미제장사 아줌마? 양품 아줌마? 암튼 )를 하고 있는 그녀를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그가 권하는 말은 다름 아닌 여기가 호텔보다 ‘안전할’거라는 즉, 내가 널 지켜주겠다는 것으로 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내의 동무가 되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일이 많고 바쁘고 사회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 원래는 가정적이고 부드러운 남자라는 걸 강조하는 거지요.



5. 난 아직 널 몰라.
첫 정사말이에요. 실로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곱씹어볼 수록 이해가 갑니다. 자신에게 미인계로 다가섰던 여성 3명을 죽인 경력. 한시도 몸에서 총을 풀어 놓을 수 없는 긴장감 속의 삶. (레옹처럼 항상 총을 차고 소파에서 앉아서만 잔 사람이 집 밖에서 정사를 벌인다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갑니다.) 잠시나마 긴장의 끈을 놓았었던 여자와의 재회. 폭력에 물든 일상 아내와의 지극히 판에 박힌 대화 말고는 모든 의사소통을 폭력으로 해 왔던 자… 그런 행동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들이 수도 없이 떠오릅니다. 문제는 이해가 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런 행동은 원래 이해를 해 주면 안되는 건데 이상하게 이(易)가 양조위가 하면 이해가 간다는 거지요. 왠지 그의 깊은 눈망울과 우울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을 보게 되면 끝없이 이해를 하게 되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게 문제인것이지요. 그래서 양조위가, 이(易)가 치명적인 것입니다.


6. 난 피곤한 생존 속에 상처입은 한마리 짐승일 뿐이야.
그의 가장 놀라운 재능은 그가 폭력성을 보여줄 때, 그를 연민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어찌 치명적이지 않을 소냐. 관청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한 날. 약속보다 늦게 나온 이(易)는 처음엔 그저 점잖게 ‘회의가 늦어졌다’고 말하다가 막부인이 추웠다고 투정하자 ‘피 튀기게 고문을 하고, 자백을 받아냈고, 고문을 하다보니 군사학교 동기’였다고 말합니다. 저항군을 타진했다고 말하면서 막부인을 폭력적으로 다루는 모습을 보면 막부인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다고 왕 치아즈를 협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이(易)가 가진 치명적인 매력은 그런 말과 행동조차 ‘난 인간적으로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나의 일상은 견디기 힘들다고. 나는 생존에 피곤한 한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고’ 투정하며 파고드는 것으로 보이게 만듦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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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상처받은 짐승을 뿐. 고독할 뿐이야.


7. 난 네 앞에서 만큼은 다른 사람이 되어.
일본군 구역(?)의 한 술집에서 두 사람이 술을 나눠 마시고, 무릎을 베고, 또 막부인이 노래를 불러주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두 사람이 유일하게 ‘정상적인 연인’으로 보이는 순간이지요. 막부인의 노래를 듣고, 이(易)는 진심으로 웁니다. ‘난 네 앞에서 만큼은 다른 사람이 되어’라고 말없이 고백하는 장면이지요. 여자는 ‘내 앞에서 만큼은 여려지는 남자’를 ‘원래 여린 남자’보다 백오십만배쯤 좋아하는 법입니다. 그 무시무시한 공안부장관(?. 정확한 직책과 명칭은 모르겠어요)쯤 되는 놈을 가슴으로 품어야 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8. 널 지켜줄게.
다이아몬드반지를 찾으러 간 그 장면. 잔 말재주 안부리면서 은근히 여자마음 불태웠던 이(易)가 이번엔 정면으로 말재주를 부립니다. ‘반지는 잘 모르는데, 그 반지를 낀 당신 손’이 보고 싶었다거나, ‘내가 지켜줄께’라는 말까지. 아….정말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제 가슴까지 다 철렁했습니다. 저 또한 그런 분위기에서는 넘어가고 말 것입니다. 그 무시무시한 놈이 나를 향해 그런 눈빛을 보내며 아빠도, 흠모했던 친구도 한번도 지켜주지 못한 나를 지켜준다니요. 결국 그 말 때문에 왕치아즈는 5년간 준비했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동료들과 (그들을 동료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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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캐럿 다이아에, 저 눈빛에 누가 안 넘어가.


9.내 진심이 버려졌고, 나또한 거대한 조직의 힘겨운 톱니였을 뿐이다.
결국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를 죽음에 이루게 하면서까지도 이(易)는 그 치명적인 간지 좔좔을 버리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는 표정. 유일한 진심을 부정당한 남자의 눈빛.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한 사랑을 보이는 그 눈빛. 게다가 그 또한 일본군정으로 부터 감시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순간 불쌍해 집니다. 거대 조직의 힘겨운 톱니로, 이용당하고 의심받는 존재. 아… 가슴이 아련해지는 순간. 번득! 하고 다시 정신을 차려봅시다. 이놈은 원래부터 나쁜 놈입니다. 원래 지 민족을 배신한 놈. 배신 한번한 놈이 두번 배신은 못합니까. 게다가 일본도 패망직전인데 이 기회주의자 놈은 언제 물타기 할지 모르는 놈입니다. 일본이 감시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건데, 그 눔의 눈빛을 보고 있다면 한없이 불쌍하고 가련해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잃는 것 없이. 연인의 사랑과 동정까지 오롯이 얻게 되는 겁니다.



결국 이 치명적인 매력이란, 여자에게 ‘나는 물리적, 경제적으로 보호를 해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그리고 나는 ‘너에게 정서적으로 보호 받고 싶다.’라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암수 나뉘어져 있는 모든 동물들이 착각하고 꿈꾸는 짝짓기의 실체일 수도 있고, 동서 고금의 똑똑한 여자들이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그래도 그한테는 내가 필요해.’라며 제 몸 상하는 지 모르고 자신을 내던지고 희생하며 행복하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내가 그를 정서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착각이 그의 정치적, 민족적 만행과 그의 비뚤어진 인간성 마저도 못 보도록 눈을 막아버립니다. 정말 치명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양조위가 맡아온 역할들은 계속해서 그랬습니다. (제가 그의 모든 작품을 본 것이 아니고, 또 시간이 많이 흘러 기억이 가물가물 하기 때문에 좀 더 올바르게 얘기하자면 제가 매력을 느낀 캐릭터들은 다 그랬습니다.) 의천도룡기의 장무기는 순진한 척 하고 어리버리 한척 하지만, 결국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들을 차례로 망칩니다. 호동왕자도 아닌데, 적국의 공주 조민을 이용하고, 주지약의 장문(아미파)를 위태롭합니다. 하지만 그 자신은 결국 명교의 교주가 되고, 주원장의 스승이 되지요. 화양연화의 차오는 아내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역할을 연기하지만, 결국 그 자신은 종국에 잃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앙코르와트에서 혼자말 한번 해 주는 것으로 간지좔좔 간지남이 되어버릴 뿐이지요. 2046의 양조위는 훨씬 더 악독합니다. 옆방의 바이링(장쯔이)과 육체적인 유희만을 즐길뿐 마음의 곁을 한치도 내주지 않지요. 춘광사설의 양조위도 다르지 않지요. 그를 떠나고 괴롭히는 것은 보영(장국영)인 것 같지만 그는 항상 사회적으로 생활력이 강한 쪽이고 그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보영 쪽이었습니다.그렇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상처받은 영혼과 위태로운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易)는 그저 모호하게 나쁜 듯도 한 놈 이었던 양조위의 과거 캐릭터를 원래 나쁜놈인데 알아갈 수록 모호하게 나쁜 놈으로 발전된 캐릭터이며, 또한 이전의 캐릭터들에게 약간은 약했던 현실에서 물리적, 경제적 힘을 가진 권력자라는 매력까지 보충을 하게 됨으로써 그 내공이 강해진 놈입니다. 사실 이런 놈 그냥 두면 안됩니다. 정말 쌩 나쁜 놈이지요.하지만 이 순진무구, 고독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사실은 권력이 있는 놈의 + 네 앞에서만은 다른 나는 +사실은 상처받은 짐승이며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 느물느물하지도, 서툴지도 않게 아주 노련하게 발산하는데 안 넘어가는 여자가 없는 겁니다.


색.계에서 이런 이(易) 혹은 양조위의 매력의 정확히 대척점을 이루는 것은 연극반 반장(?)인 광위민입니다. 그는 야심있는 젊은이의 오류를 전부,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1. 무모하고 –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을 죽이자고 공모하고, 2. 책임없고- 아마추어 활극을 벌이고도 뒷수습이란 없지요. 3.어설프고 – 지가 경험없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여자의 베드씬 연습을 머저리 같은 놈과 하게 하고, 4. 힘은 세지만 능력은 없고. -조직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5.무지하고 – 사랑하는 여자에게 언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 시점에서의 키스라니요. 왕치아즈의 마음이 이미 李에게 가 있기 때문에 ‘3년 전에 했었어야’라는 말로 끝났지 안 그랬으면 ‘따귀 맞고’, ‘그 여자는 모멸감에 떨게’했을 겁니다. 6.사랑하는 여자가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 그 잔혹한 첫 정사를 지켜보고 있었다니, 기둥서방에 다를바 아니지요. 왕치아즈의 분노와 배신감을 알만합니다. 6.게다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자신만만한척 스스로를 가려서 여자가 그를 연민할 기회도 주지 않지요. 8.자신도 얻는 것이 하나 없으면서 9.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까지 망쳐버립니다. 10.그녀의 진심을 한번도 알아주지 못한 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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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생긴건 잘생겼는데, 엄청 찌질하거든?

그러니까 말이지요. 아무리 이(易)가 나쁜 놈이어도.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때려 죽일 놈이어도. 젊고, 똑똑하고, 야심있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잘생긴 광위민보다는 이(易)가 훨씬 나은 겁니다. 그래요. 그 점이 바로 가장 치명적인 사실이에요. 아…. 정말 치명적이라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



현실에서 이(易)를 만난다면, 혹은 그 전작들에서 그가 보여준 그 매력에 빠져있다면. 우리들은 재빨리 그를 피해야 합니다. 그는 그 자신은 결코 다치지 않으면서도 그 순진한 얼굴을 하고, 그 애써 감춘 아픔을 그 눈빛으로 발산하며, 몇마디 되지 않는 말로 우리의 우리의 마음을 앗아가 버려 우리를 망칠 테니까요. 어쩌면, 내가 빠져버린 양조위가, 양조위의 매력이, 이(易)의 매력이 배우의 그리고 가상인물의 것이어서 다행입니다. 나는 그 매력에 빠져들기만 할 뿐. 다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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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라이

“양조위, 그의 치명적인 이(易).”의 38개의 생각

  1. 우와, 멋진 리뷰네요!!!!!저도 보고나서 양조위의 능수능란함에 비해 광위민의 찌질함에 참 마음이 답답해지던데….잘 읽었습니다, 정말 전적으로 이 글에 공감입니다~

  2. 완전히 사랑하는 배우입니다..
    결국 마지막에 살아납는건 양조위뿐-_-
    아….색,계를 보고 역시 양조위…를 중얼대며 극장에서 나왔답니다
    저도 완전 공감~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3. 양조위의 마지막 눈빛은 결코 잊을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색;계의 광팬이 되어버린 나는 극장으로 한번더 보러가려합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캐릭터들의 처절함이 가슴 절절합니다…

    글 잘 읽고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4. 아아…
    양조위의 마지막 눈물이 머리속에서 무한재생 되네요.
    모든 것에 대한 마지막감정을 그렇게 적날하고 리얼하게
    나타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습니다.
    촬영하면서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힘들었다고 하던데…
    사랑이 이런 사랑도 있구나 싶더군요.
    저도 너무나 공감하네요.^^

  5.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제가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는 유일한 배우가 양조위에요. ^^
    누군가 양조위가 왜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면,
    그 눈빛에 모든게 담겨있다는 말 말고는 뭐라 설명할 수 없었는데
    님 리뷰를 읽으면서, 이렇게 말해줘야 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

    그런데 이 영화에서 양조위 팬들 말고는
    다들 탕웨이의 매력에만 흠뻑 빠질것 같은 생각이 들어 좀 서운하더라고요 ㅎㅎ

    양조위를 사랑한다고 말하는것 치고는
    의천도룡기는 못봐서 쑥쓰럽네요.
    곧 봐야겠습니다. ^^

    1. 잘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의천도룡기는 저도 다시 보고 싶어요. 구하기가 어렵지 않나요? 구하시면 영진공으로 연락주세요~!

  6.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지켜줄게라는 말에 왜 그렇게 넘어갔나 했더니 정말 그렇네요. 영국에 있는 아빠나, 연극부 친구들이나 (특히 광위민포함해서) 누구도 못지켜줬는데, 이가 다이아 반지를 앞에 두고 그런말 하니 넘어갈 수 밖에 없겠네요.정말 멋진 영화였어요.

  7. 리뷰 잘 봤습니다,
    저도 ‘색, 계’를 양조위 때문에 봤어요 양조위는 저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거든요 탕웨이도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자였죠, 뇌쇄적인 순수함이 느껴졌어요
    영화속에서 양조위가 했던 모든 행동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면
    다 이해가 되는 일들이었어요, 용납하기 어려운 장면들에서도
    가만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보면 저도 이미 그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광유민에 대한 영진공님의 평은
    백번 동감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녀석’이었어요 이 영화 다시
    보고 싶어 지네요 탕웨이가 했던 대사가 생각나요 “연기는 나보다
    그가 몇 수 위죠, 그는 마치 뱀처럼 내 심장을 파고들어요”

    1. 이해가 가면 안됩니다! 지금 당신은 李의 계략에 넘어가서 ‘이완용’같은 놈을 이해한다고 하는거라니까요~

  8.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음… 이 영화 보는 내내 광유민은 그야말로 “미숙함” 그리고 “비겁함”의 원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 보던 사람들도 “저 ㅄ”이라고 답답해할 정도로.
    전 양조위를 화양연화 이래로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뭐랄까요… 사슴 눈망울을 한 음울한 퇴폐미라고 할까요 뭐 그런걸로^^;;; 리뷰를 보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끄덕했습니다. 바로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덧, 전 동성서취의 양조위도 좋아합니다.ㅋ

  9. 핑백: onlyheeyeol
  10. 글을 참 잘쓰시네요. 느낀걸 잘 표현하는건 정말 훌륭한 재능입니다. 이 영화보면서 여자들이 남자를 보는 눈은 남자가 여자를 볼때랑 참 다르다는걸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남자들은 무조건 여자 광위민을 선택하겠죠.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으려면 양조위같은 좀 위험하고 나쁜(?)남자가 되어야 하는걸까요^^

    1. 칭찬까지 해주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인기 많은 남자가 되려면 ‘나쁜 남자’가 되는 게 아니라 ‘모호한 남자’가 되어야 합니다. 근데 그게 노력해서 되는게 아니니까 타고나지 않았으면 왠만하면 Pass~!

  11. 와..색/계에 대해서 쓴 리뷰 중에서 제일 멋진 글인것 같네요. 왜 색/계가 뛰어난 작품인지, 양조위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다시한번 실감케 합니다.
    아울러…넘 매력적인 탕웨이…우리는 정말 또하나 아름다운 별을 갖게 된 것 같네요 ^^

  12. 멋진 글이예요^^
    저도 < 의천도룡기> 이후 양조위의 광팬이 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이 가네요..
    혹..괜찮으시다면 제 블로그로 스크랩해도 될까요?

    1. 스크랩 하셔도 좋습니다만, 출처를 밝히시고 링크를 걸어주세요. 글을 변형하시는 것은 안 됩니다. ^^

  13. 퇴폐미가 양조위 매력의 핵심. 정말 백 번, 천 번 느끼면서 고개 끄덕이며 지나갑니다. 모자를 벗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그 표정과 시선이 정말 두근두근 하게 만들더군요.

    치아즈의 노래를 듣고 진심이 흔들렸던 양조위도, 6캐럿의 다이아를 선물하고, 그걸 낀 당신의 손이 보고싶었다 라고 말 하는 양조위도, 마지막을 기억하며 치아즈의 침대를 쓸어내렸던 양조위도, 그리고 울 듯한 표정의 양조위도.

    양조위만큼 이렇게 훌륭히 李의 역을 연기 할 사람이 어디 또 있을까요.

    색, 계 리뷰 중 가장 재미나게 읽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14. 핑백: 나의 다락
  15. 제가 읽었던 리뷰중에 최고입니다^^
    영화보고,,내내 남던 그 감흥이 리뷰보고 배가 되었습니다.
    이 리뷰 퍼가도 괜찮겠습니까?

  16. 와~ 글잘쓰시네요.양조위의 매력…아직 영화를 못봤지만 읽은것만으로도 가슴설레네요..영화꼭보겠습니다.빠른시일내에..

  17. 한 배우를 오랬동안 좋아하다보면 이런 영화평도 쓸수 있군요. 당신 최곱니다. 나도 꽤 오랫동안 양조위를 좋아했고 색계를 봤지만 오우~~ 당신은 남녀관계에 대해서, 인생사에 대해서도 꽤 잘 아는거 같아요.

  18. 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순전히 ‘양조위’ 때문에 색,계를 보러 갔던 사람 중의 한명인데
    글 내용을 보니 모두 구절구절 공감이 가네요.
    리뷰 퍼갈께요~(출처는 밝혔습니다 ^^)

  19. 중국엔 배우가 없나?…매력적이지도 않은 마마보이처럼 생긴 사람을 주연배우로 내세우다니…별로 보고 싶어할 것 같지 않은데…소림 쿵후는 그나마 좀 나아보이지만…연애부분은 좀 그렇다…

  20. 핑백: clotho's Radio
  2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 역시 탕웨이의 연기에 완전 빠져 버렸어요. 둘의 눈빛은 정말.. 잊지 못할거에요.

  22. 정말 좋은글이네요..저도 영화를 보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정리가 된다고나 할까요??ㅎㅎ
    여튼 잘 읽었습니다.
    출처랑 원본변형하지 않고 스크랩해갈게요~~~

  23. 저도 영웅문, 의천도룡기에 대한 비슷한 기억이 있어서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좋은 리뷰에 약간 아쉬운 점이 있어서…. 그의 성은 李가 아니라 易선생이었답니다.

    1. 아이쿠나야. 이렇게 큰 오류가. “이”라니까 무조건 우리나라 이씨만 생각하다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4. 안녕하세요. 저는 사실 양조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색, 계를 보고 이 사람의 매력과 연기력에 감탄한 사람입니다.
    흔들릴 듯 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그 묘하고 모호한 모습이 맘에 들었어요!

    허락해주신다면 이 게시물을 제 블로그로 업어가고 싶답니다.
    (물론 본문링크에 원작자 표기하지요^^)
    괜찮으시다면 허락해주세요 ;ㅅ;

    다른 분들 말씀대로 그동안 봤던 색, 계 리뷰 중에 가장 맘에 들었어요~
    (저도 어렸을 때 영웅문 잘 읽곤 했답니다. 하하. 왠지 모르게 반가워요 ;ㅅ;)

  25. 아아.. 정말 제 맘과 같은 분이 ㅜ_ㅠ;;
    양조위말고는 장무기를 상상할수도 없었고,,
    색계를 보면서도 눈빛만으로도 심장이 벌렁거리게 만들수있구나를 새삼 느끼며..
    오랫만에 양조위에 흠뻑 빠져 돌아왔답니다.
    근데 전 양조위의 얼굴을 한 이가 나타난다면 도망가기 전에 “넹~ 다 불게요” 하고 폭 안겨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치명적이에요 ^^

    너무 맘에 드는 리뷰라… 제 블로그로 트랙백 걸어도 될지요 ^^
    잘 읽고갑니다~

  26. 최고의 리뷰네요! 일하다가 지루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정신이 확 돌아오네요.
    감사합니다!

  27. 라이님의 사자후… 진짜 멋짐. 이 정도 글을 위해서라면 3년도 기다려줄 수 있음

  28. 양조위에 대한 연서에 다름아니군요. ^^
    정말 치명적인 매력이란 말에 동의합니다.

    현장 스틸 사진이나 동영상, 기자회견에서 보여지는 양조위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영화의 주인공과 똑같은 모습의 양조위였지만 그는 결코 ‘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단지 멋진 중년 배우 양조위일뿐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양조위를 ‘이’로 만들 수 있었는지….

    이건 양조위만의 힘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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