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醉生夢死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술 한잔 하시겠습니까

오늘의 메뉴는
당신의 기억을 깨끗이 비워드리는
醉生夢死입니다.

이별의 아픈 기억으로 당신이 지금까지
드셨던 천일취(天日醉)보다야 훨씬 고급술입니다.
단 너무 많이 마셔버리면
앞으로 영원히 사랑을 잊어 버리실지도 모릅니다.”



무협로맨스를 지향하는 영화 동사서독은 앙리의 와호장룡보다 훨씬 난해하게 사랑에 대해 그린
영화라고 봅니다. 몇 년전 미국에서 와호장룡이 대 히트를 칠 때 앙리의 이 작품이 결국 왕가위
에게 큰 빛을 지고 있지 않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경삼림을 더 좋아하지만 사실 동사서독이 중경삼림보다 못한, 와호장룡보다
조금 못한 이유는 딱 한가지인 듯 합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동사서독의 완결판을 본적이 없으니까요.

영화를 보다 보면 시대의 상황이나 극장 주들의 상영시간 단축 요청 등 제작사의 흥행의 이유로
이유 없이 잘려나가 반 쪽짜리 영화로 밖에 볼 수 없는 영화들이 생깁니다. 그 중 대표적인 편집
잘못으로 관객들에게 어필이 안되는 경우도 많이 생기는데 이러한 예의 영화들을 찾아보면
4시간의 원작을 자랑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2시간 이상 잘려 개봉되어 줄거리의 혼돈을
가져 왔던 Once upon a time in America나 제작사의 강요에 의해서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되어버렸던 블래이드 러너 그리고 상영시간의 문제로 30분 이상 잘렸던 오우삼 최고의 명작
첩혈쌍웅, 시네마천국 등등이 아쉬움을 가져 왔던 영화라 할 수 있겠지요

오늘 다시 꺼내는 동사서독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왕가위 감독의 정통 서정무협 동사서독은
지루한 제작 기간으로 인해 오히려 중간에 취미 삼아 찍었던 중경삼림이 더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바람에 맥빠지게 개봉되었고 상영시간은 달랑 100분 남짓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원작이 약 4시간
이라고 하는 낭설만 있지 도대체 기승전결을 알 수 없는 형이상학의 영화가 되버린것 같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4시간짜리의 원작을 찾아보지만 중화권에 살고 있지 않고 설사 있더라도
중국말이 맹탕인 나에게는 어불성설에 불과 할 뿐이다. 미국에서 구한 DVD역시 100남짓의 한국
개봉 시 편집과 대동 소이 할 뿐입니다. 그래서 중경삼림보다 타락천사보다 동사서독은 난해한
영화이고 어려운 영화로 보입니다. 그 당시 중화권의 최고 배우들 장국영, 장만옥, 양가위,
임청하, 양조휘까지 각기 한 홍콩 영화의 대가들이 모인 종합 백과 사전적인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이미지는 쓸쓸하게 우울하게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마치 소설이 아닌 한편의 서정시를 보듯이.




동사서독은 왕가위 철학의 집대성으로 보입니다. 그의 사랑 3부작 아비정전, 중경삼림, 화양연화
에서의 화두들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사랑은 이루어질 때 아름다운 것이 아니나 떠나 보낼때에
오히려 지고 무상한 아름다움으로 꽃이 핀다고 강변하는 듯 합니다. 사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사랑이 이루어져 결혼으로 끝을 맺고나면 그 후에는 지루한 현실만이 남아버려 우리가 언제
사랑을 했었나란 의문 부호에 빠질때가 많습니다.

거기까지 전개하지 않더라도 누구던 가슴한구석에 모셔 놓고있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더
애틋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현실을 사는 우리들에게 늘 다가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요.

영화에서 동사건 서독이건 그 둘과 이루어지지 못했던 임청하건, 장만옥이건 모두 다 쓸쓸한
일상을 보냅니다. 그리고 후회를 하면서도 그 인연들을 바로 잡지 못합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영화는 화두를 던집니다. 이루어지 못한 사랑이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니냐고… ….

블레이드러너도 결국 완결편이 나오고, 원스어폰어타임인 아메리카도 10여년전 4시간짜리
완결편을 보았습니다. 동사서독의 완결판을 볼 기회는 없을까요. 아님 떠나간 사랑은 그저 가슴
한구석으로 밀어놓고 그냥 일상을 살아도 별 지장은 없어 보이니 그렇게 진달래꽃 한 그루를
키우면 될까요?

거의 10년 만에 다시 본 동사서독에서는 장국영도, 왕가위도, 장만옥도, 임청하도
그리고 양조위도 우울한 눈빛으로 우리에게 인생을 가르칩니다.

인생 뭐 있니,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영진공 클린트

“동사서독, 醉生夢死”의 4개의 생각

  1. 제가 컴퓨터를 통해 처음 보았던 동영상이 동사서독 Preview 파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그러네요 15년 전 일이군요.’
    컴퓨터로 영화도 볼 수 있데, 라는 소문이 3대 피씨통신사들의 게시판을 뜨겁게 달굴때의 이야기였습니다. 두두두두, 하면서 말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장면만 떠오르네요.

    그런데 글의 넓이로 짤리네요. 파이어폭스 문제인가 싶어서 익스플로러로 들어왔는데도 그래요.

  2. 문단의 오른쪽이 틀 밖으로 나가서 잘리네요. 제대로 알아보기 힘듭니다…수정하신듯 한데 여전히 잘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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