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가공되지 않은 독립영화의 어떤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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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력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스라이>는 “99%가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는 감독의 말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첫 디지털 단편을 만들었던 일로부터 시작되는 10 여 년 간의 독립영화 체험담입니다. 기본도 없고 여건도 안되지만 그저 영화가 하고 싶어 고집스럽게 달려왔던 어느 청춘의 회상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아스라이>는 독립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으로서, 때로는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서 겪어온 경험들의 재연입니다. 연대기 순으로 크고 작은 일화들을 나열하는 방식이고 그런 와중에 어떤 큰 흐름을 엮어나가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겪어온 체험을 바탕으로, 또한 영화 만들기라는 소재를 활용하면서 그와 같은 경험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인양 받아들이게 만드는 확장성 있는 드라마를 구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소 간의 첨삭을 가미해서라도 보편적인 정서적 감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재구성을 시도하기 보다는 소주 한 병 놓고 그간에 경험해왔던 이런저런 일들을 직접적으로 술회하는 식이라 할까요. 그리하여 마치 지난 10년 간 써온 누군가의 공개된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 변환함으로써 시각적으로 균질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였고 상당히 많은 등장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고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할만 합니다.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세계, 그것도 영화 학습과 제작 여건상 변방이라 할 수 밖에 없는 대구에서의 고군분투기라는 점 역시 그 자체로 흥미롭다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확장성입니다. 관객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서도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내러티브, 드라마의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아스라이>의 직설 화법에 비하면 작년 말에 개봉했던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2007) 은 같은 영화 만들기를 소재로 하면서도 연애와 소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섞어 상당히 영리한 내러티브를 엮어낸 편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어떤 화법의 영화 속에서건 드라마는 발견되는 것이고 <아스라이> 또한 관객에 따라서는 충분히 자기 반영을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군다나 채찍질 보다는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절실한 독립영화계 내에서야 더 말할 나위도 없을테지요. 하지만 그저 관객일 뿐인 저로서는 열심히들 만드셨군요, 이 말 밖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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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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