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비틀즈 음악에 대한 기대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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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에 별 다섯 개를 너무 남발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올해는 별점 만큼은 약간 까다롭게, 그리하여 왠만해선 별 다섯 개는 아껴야지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무너지고 맙니다. 간혹 객관적인 판단 기준에 못미쳐도 혼자 각별한 무언가가 있을 때 별 네 개 짜리 영화에 하나 더 얹어 다섯 개로 기록해주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별 다섯 개, 만점 영화가 맞습니다. 여전히 주관적인 판단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저로서는 어느 한 구석 아쉬운 부분을 찾을 수가 없는 영화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옆에 앉은 쉰내 나는 아저씨가 1시간 동안 팝콘과 나초를 버석버석 씹어대고 이후로는 5분마다 핸드폰을 열어대는 극악의 상황이었음에도(그 덕분에 반대편 옆자리에서 영화 초반 두세 차례 문자 날리기까지 하던 여자분은 아주 귀여운 수준이 되어버렸죠) 영화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물론 좀 더 쾌적한 환경이었다면 더더욱 좋았겠지만 그게 제 복인걸 어쩌겠습니까. All You Need Is Love. 영화가 좋으니 다 용서가 되더군요. –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했더라면 좌석 두 개를 예매해서 박스 구석에 앉아 옆 자리를 비워두고 봤을 겁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그럴 가치가 충분한 영화니까요.

서울에서 메가박스 코엑스와 신촌, 그리고 씨네시티, 세 군데에서만 상영하는 데다가 상영 일정도 예매 사이트에  며칠씩 밖에 올라오지 않고 있어서 영화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거나 아주 무시를 당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 종영될지도 모르는 상황인지라 <추적자>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서둘러 코엑스로 갔죠. 그러나 왠걸. 상영관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가장 큰 곳이었고 객석은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꼼짝없이 개념 탑재가 덜 된 분들 사이에 낑겨서 봐야했던 겁니다. 상당히 짜증스럽고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영화는 너무 훌륭했습니다. All You Need Is Love. 영화가 좋으니 다 용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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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비틀즈의 노래들로 채워넣은 뮤지컬일 뿐만 아니라 60년대의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들에 관한 헌정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쥬드(짐 스터져스)와 루시(에반 레이첼 우드)의 사랑 이야기를 기본으로 베트남 전쟁과 반전 운동이 펼쳐지고 재니스 조플린과 지미 헨드릭스가 한 무대에서 노래합니다. 또 60년대 반전운동이냐고요? 너무 자주 봐왔던 장면이지만 전혀 지겹지가 않습니다. 뮤지컬 영화의 법칙 : 노래가 좋으면 다 용서되지만 노래가 싫으면 엄청나게 허술한 영화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비틀즈 매니아가 아니라 하더라도, 비틀즈의 노래들을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비틀즈의 유명한 노래 몇 곡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고 또 좋아하지 않던가요. 단순한 내러티브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무대용이 아닌 뮤지컬 ‘영화’를 위해 씌여진 스토리의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아주 훌륭합니다. 그리고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비틀즈의 노래들과 줄리 태이머 감독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비주얼(CG나 편집 기술만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결코 아니더군요)이 내러티브의 단순함을 전혀 느낄 수 없게 만들어줍니다.

스틸컷으로만 봤을 때는 캘빈 클라인 모델처럼 보였던 주인공들이 실제 영화 속에서는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요. 리버풀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쥬드(짐 스터지스)는 폴 매카트니를 생각나게 하고 애초에 쥬드 역으로 캐스팅되었다가 스스로 루시(에반 레이첼 우드)의 오빠 맥스 역을 자청했다는 조 앤더슨은 처음엔 존 레넌을 닮은 건가 했더니 나중엔 커트 코베인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보노와 조 카커가 직접 출연해 각각 I Am The Walrus와 Come Together를 불러주시는 건 정말 감사할 지경이고요(보노는 엔딩 크리딧 올라갈 때 나오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도 불렀습니다) 줄리 태이머 감독의 전작 <프리다>(2002)에서 프리다 칼로를 연기했던 셀라 헤이액도 잠깐 등장해 주십니다. 여러모로 필견의 영화가 될 요소가 많음에도 과연 실제 완성품이 어떠할 것인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저로서는 영화를 실제로 보고 나서야 상상하고 기대할 수 있었던 그 이상의 것들을 확인했다고, 아니 누릴 수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영화가 어떻다고 말이나 글로써 설명을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그 감흥은 직접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는 이런 걸 담아낼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말을 아끼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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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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