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와 그 분

굶주림과 속박에 지칠대로 지친 프랑스 농민들은 마침내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을 계기로 전국적인 봉기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 봉기는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때의 유명한 일화로 전해져오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당시 프랑스 군주이던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하였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이야긴즉슨 그녀가 어느 날 한 신하에게 왜 백성들의 표정에 생기가 없냐고 묻자 그 신하가, “저들에게 먹을 빵이 없기 때문이옵니다.”라고 답하였는데,
마리 앙투와네트가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Let them eat cake).”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허나 이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루소가 <고백론>에서 어느 귀족부인이 그와 같이 말하였다고 적은 것이 이야기의 발단인데, 이 책은 1766년에 집필이 시작되었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1755년에 태어나 1770년에야 프랑스 왕세자와 결혼을 하였던 것이다.
(오마이뉴스 기사: 뭐가 거짓이고 뭐가 진실이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37603)

하지만 당시 프랑스 농민들의 왕실과 철부지 왕비를 향한 분노와 증오는 극에 달하여 , 마리 앙투아네트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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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그런데 말이다.
지난 3일 그 분이 국무회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다.


* 밀가루 값이 상승하니 … “쌀라면을 만들든지 하는 것도 해법이 될 것”

* “묵은 쌀의 연간 보관료만 6000억원이 드는데 가격을 낮춰서 공급하는 식으로 기회비용 차원에서 접근해야 되지 않느냐”

(경향신문 기사: “‘이명박 문답법’에 국무위원들 ‘아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3050242335&code=910100), (경향신문 기사: “밀가루 비싸면 쌀 소비 장려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3051821215&code=910203)

신문에서 전하니 정말로 그렇게 얘기하시긴 하셨나본데, 실용을 그리도 강조하시는 분이 왜 그러셨을까?
현실과 너무도 다른 말씀을 하고 계시니 말이다.




* 현재 시장에서 라면 값이 700원 가량인데, 쌀라면은 2000원 정도 한다.

* 2001년 전후 90톤 가량의 묵은 쌀 재고량은 이후 대폭 감소하여 작년말 기준으로 34만톤이다.  6,000억원의 보관료도 2001년 전후의 이야기이다.


(이데일리 기사: 묵은 쌀 보관료만 6000억원? ‘옛날 얘긴데..’   http://www.edaily.co.kr/news/econo/newsRead.asp?sub_cd=DA14&newsid=02233686586340696&clkcode=00202&DirCode=0020206&curtype=read)

실용만이 살 길이라고 날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외치고 계시는 그 분이,
이리도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영진공 이규훈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와 그 분”의 5개의 생각

  1. 그러잖아도 어제 신문에서 기사를 읽다가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대목인 거 같으다? 싶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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