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태수와 동네 산책길을 걷고 있는데 한 여자아이가 반색하며 뛰어왔다.
“와, 개다.”
“응. (태수를 보며) 누나다, 누나.”
“(태수를 쓰다듬으며) 저, 개 좋아해요. 근데 개 똥 치우고 오줌 치우는 건 귀찮아 해요.
그래서 키우긴 싫고요, 같이 있는 건 좋아해요.”
“그래. 언니도 항상 똥을 치우지. (손에 든 봉지를 내밀며) 이것도 똥이야. 좀 아까 치운 거야.”
“얘 겁 많아요? 안 짖네요?”
“응. 겁쟁이야.”
“꼬리도 흔들어요? 지금은 안 흔드는데?”
“원래 반가우면 흔드는데, 지금은 누나를 처음 봐서 어색한가 봐.”
“(계속 태수를 쓰다듬고 만지며) 귀엽다. 몇 살이에요?”
“한 살도 안 됐어.”
“(갸우뚱) 영 살이에요?”
“응. 올해가 이천 팔년이지? 얘는 이천 칠년, 작년 겨울에 태어났어.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됐지.”
“그래도 얘가 더 크면 새끼도 낳겠죠?”
“얘는 남자야.”
“그럼 아빠만 되는 건가? 새끼는 못 낳고?”
“응, 그치.”
“(아쉬워 하며) 새끼도 낳으면 좋을텐데.”
“그래도 얘가 더 크면 멋있겠다, 그죠? (팔을 크게 벌리며) 나중에 한 이만해져요?”
“아니. 얘는 그렇겐 안 커. 더 작아. (팔을 작게 벌리고) 한 이만큼?”
“그래도 일곱 살, 여덟 살 되면 더 크겠죠.”
“ㅎㅎ 그래.”
“(태수에게 손을 내밀며) 손. 손. 얜 손 달라고 해도 안 줘요?”
“아직 안 가르쳤어.”
“그래서 못해요? 지금 가르치면 안되나?”
“응. 머리도 좀 나빠. ㅎㅎ”
“더 크면 하겠네요. 일곱 살, 여덟 살 되면 하겠죠.”
“ㅎㅎ 그래.”
“(앞발을 가리키며) 이건 손이고 (뒷발을 가리키며) 저건 발이에요?”
“사실 개는 전부 발이야. 발이 네 개라 네 발 동물이라고 해.
앞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그냥 손이라고 하는 거지, 이건 전부 발이야.”
“(태수 이름표에 적힌 주소를 보고) 이 동네 사네요?”
“응. 언니는 저기 위에 살아.”
“아 저쪽이요? 나도 가봤어요. 저기 슈퍼에 맨날 간 적도 있어요.
엄마가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했었어요.
난 여기 앞에 살아요. 저기 살면 학교가 멀겠다. 난 여기 살아도 먼데.
제가요, 여덟 살이라 학교 다녀요.”
“아, 그럼 일학년인가?”
“네. 제가 나이를 여덟 살이나 먹었거든요. 그래가지고요.”
“ㅎㅎ 그래?”
같이 걷기 시작했다.
“지금이 이천 팔년이잖아요. 그럼 이천 십삼년에 얘는 몇 살이에요?”
“다섯 살쯤?”
“나는요?”
“지금 여덟 살이니까, 열 세 살?”
“나두요? 나이를 같이 먹네요?”
“그치. 다 똑같이 먹지. 어른들도 같이 먹지.”
“그럼 이천 백년에 얜 몇 살이에요?”
“그땐 벌써 죽었겠네. (아차 싶어서) 개는 사람보다 오래 못 살아.
이십년 쯤 살면 되게 오래 산 거고, 보통은 십년 넘게 살다 가.”
“그렇구나. 난 이천 백년까지 살 건데. 근데 전 할머니 되는 건 싫어요. 안 되면 좋겠어요.
왜냐면요, 할머니 되면 엄마랑 떨어져서 살아야 되잖아요. 그럼 싫으니깐.”
“그래?”
“네. 그래도 나는 이천 백년 되려면 아직 멀었으니깐. 그때까지 많이 남아서 좋아요.”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많이 남았네.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