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ener, 2005), “정치 스릴러냐? 러브 스토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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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서 랄프 파인즈의 모습은 언듯 톰 클랜시 원작 영화에서의 해리슨 포드를 연상시키지만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그의 실제 캐릭터는 “성난 폭도들에게 머핀 한 조각씩을 권할 법한” 유순한 성격의 하급 외교관일 뿐이다. 화초 기르기가 취미인 그는 다국적 제약/유통 회사들의 반인륜적인 음모로부터 사실상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뿐이었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여행 중 비참하게 살해 당한 이후부터 비로소 사건의 중심부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영국 외무부와 다국적 기업들 간의 결탁을 파헤치는 영웅심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 때문이다. 이것이 <콘스탄트 가드너>를 정치 스릴러 액션이기 이전에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먼저 기억되게 만드는 이유다.

<시티 오브 갓>에서 입증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역동적인 연출 감각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 가운데 전작에서부터 함께 해온 세자르 샬론의 카메라 역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릴 만한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영화 속에 가득 담아냈다. 여기에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콘스탄트 가드너>는 시청각적인 풍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다. 배경음악을 자제하고 보다 건조한 영상이 어울릴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콘스탄트 가드너>와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감을 잃지 않는 잘 연출된 풍성함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랄프 파인즈의 대표 캐릭터는 여전히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다혈질 러버보이지만 <쉰들러 리스트>의 독일군 장교나 <퀴즈쇼>의 대학교수도 있었고 <스파이더>의 정신분열증 환자와 <레드 드레곤>의 연쇄 살인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춘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콘스탄트 가드너>에서는 좀 더 일상적인 인물로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손쉽게 하여 마침내 영화의 중심적인 정서를 성공적으로 전달한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레이첼 와이즈는 단독 주연작은 드물지만 <미아라>나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콘스탄틴>과 같은 액션물과 <어바웃 어 보이>와 <엔비> 같은 코미디까지 비중 높은 조역을 성공적으로 연기해온 배우인데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그녀의 헌신적인 연기는 이번 수상이 그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콘스탄트 가드너>에는 빌 나이, 피트 포슬스웨이트, 제라드 맥솔비 등 낯익은 영국계 조연들이 함께 출연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름 없는 아프리카의 단역 배우들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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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ener, 2005), “정치 스릴러냐? 러브 스토리냐?””의 2개의 생각

  1. 엔딩이 참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나니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정의라기보단 무기력함에 의한 게 아닐까, 생각도 드네요.

    1. 혼자서는 테러 조직을 상대할 힘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구걸하거나 멀찌감치 도망가거나 그러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은 의연해 보이기도 하던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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