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정보지(찌라시)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이유


 

최근 한나라당에서 “최진실법”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더군요.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사실부터 적시하고 보죠.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모욕죄는 이미 있습니다.
특히 사이버 공간관련해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죠. 이 내용은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누구든 검색할 수 있습니다.

제70조 (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전문개정 2008.6.13]

이 법은 2004년에 제정된 것이며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내용이 명시된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마지막 표시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법령은 올해 6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최진실법”은 없던 법의 제정이 아니라 이 사이버 명예훼손법의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뜻입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은 3항의 친고죄 항목을 없애겠다는 것이죠.
즉, 뭔 일 생기면 무조건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건데, 놀랍게도 이미 경찰은 그렇게 하겠다고 나섰군요. 이 나라, 법치국가 맞습니까?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1005090202767&p=yonhap

이번 최진실씨 사건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인을 인터넷 악플러 몇명과 증권사 모씨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도 간편하지만 참으로 무모한 짓입니다.
그렇다면 뭐를 문제 혹은 원인으로 봐야 할까요?

저는 우선 “연예인은 공인이다” 라는 명제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심지어 연예인들까지도 자기들이 공인이네 뭐네 하는데…
공인은 공공의 이익에 직결되는 사람을 뜻합니다.
즉, 정치가들, (정책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무원들, 언론사 간부들, 우리나라 같은 재벌 국가에서는 재벌 총수들 같은 사람이 공인이죠.

공인의 삶에 대해서는 대중이 간섭하거나 강요할 권리가 어느 정도 인정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뭔짓을 하는지가 우리 삶에 직결되니까요.
예를 들어, 그들이 뇌물을 받고 정책결정을 하면 우리 삶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들이 퇴직후에 특정 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 역시 그 작자들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테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이 신문사 기자들과 술먹고 여기자의 가슴을 주물러대며 여주인인 줄 알았다고 주절대고서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우리의 공익에 직결됩니다. 법적 문제를 떠나서 일단 특정 신문사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보도의 편파성을 유발할 테니 말이죠.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사안이 바로 공인이 왜 공익과 직결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14062.html

하지만 연예인은 그냥 유명인일 뿐입니다.
그네들이 뭔짓을 하든, 그네들이 바람을 피우던 이혼을 하던 죽네사네 싸움질을 하던 반말을 찍찍 하던 욕을 하던 마약을 먹던, 그건 우리가 밥먹고 출퇴근하고 생활하는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저 그네들의 삶일 뿐입니다.
따라서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수다를 떨 수는 있어도 감놔라 배놔라 할 자격이 없습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거꾸로입니다.
진짜 공인들이 뭔짓을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알려져도 별로 관심도 없고, 간섭이나 비난은 커녕 심지어는 두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명인에 불과한 사인들인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의 관심과 비평과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되죠. 소위 말하는 ‘국민정서 법’에 따라서 말이죠.
게다가 더 골때리는 일은 진짜 공인에 대한 평가마저도 연예인에 대한 평가를 닮아간다는 겁니다. 그의 공적인 정책결정의 내용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소한 언행이나 소위 말하는 ‘인간적인 면’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죠.

이런 게 정말 잘못된 거고 ‘개탄할 일’ 인 겁니다.

이 나라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국민정서가 아니라 공익입니다.
실체도 없는 국민정서에 매달리는 동안 공익이 위협받고 있다구요.

이번 사건에 마음속에 약간이라도 찔리는 사람들 있을겁니다.
최진실이 하룻밤새 읽은 악플이 3천개였다고 하니, 중복악플을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도 최소한 2천명 정도는 양심에 가책을 받아야죠.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떳떳하다고 주장할 겁니다. 왜? 자기는 국민정서를 대신해서 악플을 날렸을 뿐이라거나, 나도 어디서 들었을 뿐이라거나 … 모두 헛변명입니다. 그럴 에너지를 진짜 공인을 감시하고 평가하는데 쓰세요.

그리고 둘째로 증권가 찌라시가 확산된 통로가 인터넷이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인터넷이나 리플 탓을 하는 것은,
자동차사고의 원인으로 자동차나 고속도로를 탓하는 셈이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찌라시를 수사한다고 없앨 수 있냐는 겁니다.

찌라시가 돌아다니는 이유는
사람들이 찌라시를 필요로하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찌라시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제도권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간신문이 증권가 정보지를 인용했다가 삭제하기도 ...

신문방송에서 하는 보도에 진짜 정보들이 결핍될 때,
그래서 신문방송이 찌라시 수준이 될 때,
찌라시와 유언비어가 언론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미 땡전뉴스 시대에 다들 겪어본 일 아닙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그 찌라시의 내용을 기성언론이 확대재생산했죠.
이런 짓은 예전부터 비일비재했습니다.
몇몇 예를 보여드리죠. 이게 신문입니까, 찌라시입니까?
http://sports.chosun.com/news/news.htm?name=/news/entertainment/200702/20070210/72j16007.htm

네티즌들은 이런 기사를 일컬어 ‘ABC놀이’라고 합니다.
기사가 아니라 놀이죠.
이런 걸 쓸려면 실명을 직접 언급하던가, 자신이 없으면 아예 기사를 쓰지 말아야죠.
최소한 언론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요?
미국이나 유럽에도 가십들은 늘 넘쳐나고 파파라치들이 난장을 부립니다만,
최저급의 타블로이드라 해도 ABC놀이는 안합니다.
기사화 할때는 애초에 실명을 쓰죠.

사실 이번 사건관련 루머도 저는 리플이 아니라 포털의 신문기사를 통해서 처음 봤습니다.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었죠. 내말이 아니라 그냥 요즘 이런 이야기가 떠돈다 카더라는 말로 소문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빌붙어 먹는 보도 말입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6&articleid=2008092411270995947&newssetid=83

심지어 사망기사에도 이렇게 뒤에 물음표를 곁들여주는 센스로 카더라 통신을 반복하는 이 저질 기사들..-_-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2&articleid=2008100208464575819&newssetid=82

결론적으로 굳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따지자면,
연예인은 공인 취급하면서 정작 공인은 연예인 취급을 하는 우리 대중문화와
지금처럼 무뇌아처럼 소위 관계자의 지도편달에 따라 움직이면서
인터넷이나 찌라시를 기웃거리며 선정적 내용을 확대 재생산이나 해대는
자칭 기성 언론이 가장 큰 원인제공자입니다.

적어도 기성언론에서는 누군가 이에 대해 반성을 할 줄 알았는데
어디서도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군요.

뭐 부끄러운 줄 알 정도의 인간들이면 저러고 있지도 않겠지만 …


영진공 짱가

“증권가 정보지(찌라시)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이유”의 11개의 생각

  1. 이의견에 약간은 반대합니다.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이유가 연예인들은 일반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자기 수입이 결정됩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유재석씨와 다른 연예인들의 수입이 차이가 나는것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 입니다. 그러면 해당 연예인은 “어느정도의 올바른 행실을 보여야 하는 책임감”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많은 인기를 가진 연예인,특히나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특히나 많은 대한민국에선 어느정도의 공인으로서의 롤모델 역활은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글쓴님의 글에서는 증권가의 찌라시가 돌아다니는 이유는 설명이 없고 거진 신문사들의 비방이 주를 이루는군요. 이러면 글쓴님도 다른사람들을 낚은거 밖에 더 되겠습니까? 차라리 제목을 “찌라시나 신문기사나”로 바꾸셔야 이 글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1. 연예인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고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표에 따라 운명이 결정됩니다. 연예인이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은 올바른 행실이 아니라 재미입니다. 그들은 엔터테이너거든요. 하지만 정치인들이야 말로 올바른 행실을 제공해야 하지요. 왜냐하면 정치는 말 그대로 올바른 행위이니까요.

  2. 예전에 솔로몬 프로에서 한 변호사가 연예인도 공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고 그 사람이 일반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죠. 그래서 전 연예인들도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신, 책임 없는 기사를 만들어내는 언론사의 행태는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1. 억지로 가져다 붙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브리트니스피어스가 팬티벗고 다닌다고 “공인이 어쩌고…” 하는 거 보신 적 있습니까? 그저 파파라치들만 더 달라붙을 뿐이죠.

  3. 제목과 내용이 다르네요. 하지만 언론사의 행태에 대해선 심히 공감합니다. 연예인 이혼소식에 발행부수 올라간다고 환호성 지르는곳이 언론사죠. 일을 하다보면 양심도 팔아먹을 수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트리는건 언론이 먼저였습니다. 네티즌들이 이를 보고 따라하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요

  4. 음..원인이 불분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기사화 하는건 어제오늘일이 아녔습니다. 이번 안타까운 일을 계기로 각성이 되었으면 하네요.

  5. 저는 본문의견에 200%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연예인은 공인이다”라는 명제에 딴지를 건것에 1000% 지지를 더욱 보냅니다.

    연예인은 본문대로 유명인일 뿐 公人이 아닙니다.
    연예인이 사생활이 바람직하든 바람직하든 그것은 기실 우리네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영향을 끼친다구요 ?? 정말요~ ?? 과연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럼 할말이 없습니다만…
    그들이 어떤 삶을 살든간에 우리네 문화생활에는 “희노애락”에 영향을 조금 끼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문화를 제외하고 다른 경제.사회.교육.보건.복지에 많은 영향을 끼칠까요??

    물론 올바른 roll model로서 위치하고 기능하고있는 많은 연예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바람직한 선행과 맘가짐.언행 등은 본보기삼을만하고 올바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아닌 정말로 “公人”의 타이틀이 될 만한 상류층이 기실
    그들의 역할을 해야하는거 아닐까요?

    천민자본주의의 총아라는 미국조차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외칩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봅시다.
    연예인은 戀 藝 人 입니다. 예능을 가진 이가 많은 이들에게 희노애락을 안겨주는 사람.. 또는 직업군을 지칭합니다. 정말로 연예인이라면 사고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연예인이니깐요. 그들의 존재이유는 바로 거기 연 예 에 있습니다.
    그들이 바람직한 롤모델로 작동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나
    연예인들에게 그렇게 바르게 살라고 할!!!… 이유.조건.강제성은 하등도 없습니다.
    보수층이 미국을 좋아하기에 계속 할리우드 예를 들어서 하자면..
    패리스 힐튼.브리트니 스피어스. 가장 말 많은 할리우드 연예인이죠.
    그들은 정말 연예인입니다. 대중들에게 수많은 가십거리를 던져주니깐요.
    그들에게 욕을 하기도 하지만 그 길은 그들이 감수해야할 길입니다.
    빛이 있으면 어두움은 당연히 있으니깐요.
    그리고 그 어두움에 환호하는 대중도 있을 수~ 도 있으니깐요.

    본문대로 “公人”은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공무원. 그리고 정치인. 그리고 노블레스 이른바 상류층입니다.
    그들의 결정. 선택 하나에 우리네 사회생활은 정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까짓 롤모델..?? 위인전 찾아보면 널리고 널렸습니다.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착각..하게 하고 착시현상을 불러오게 한 누구.. 그 누굴까요.

    참고로 G8에서 가장 정치가 부패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Italia” 입니다. 이탈리아는 G8 중에 가장 3S(spors sex screen) 정책을 폅니다.

    사회의 롤모델~? 올바른 행동을 보여야 하는 책임감?

    과연 유재석이 그런 책임감을 더욱 보여야할까요?
    아니면 군수,시장,도지사가 그런 책임감을 더욱 보여야할까요??

    1. 치우님,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감사…^_^

  6. 연예인=공인으로 보는 시각이 내내 불만스러웠는데 반가우신 의견이네요:)
    치우님 댓글 또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언론도 언론이지만, 소속사/기획사들도 싸이월드 셀카나 정기적 음원유출-_-을 이용한 홍보는 좀 자제하고, 바라이어티나 케이블도 연예인 사생활 상품화는 좀 자제하고 해줬으면 싶더군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별별 스캔들을 조작하다 못해 사고까지 조작하며 노력한 끝에 대중을 중독(?)시킨 결과가 양날검처럼 때론 열광으로 때론 악플로 다가온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일정 부분 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연예계와 언론이, 매체와 연예기획사의 문제는 논외로 하면서 오로지 네티즌에게 전적인 책임을 전가하고 그로 인해 사회비판과 고발에 필요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게 되는 일만큼은 없기를 바라는데, 왠지 모르게 내일 100분 토론이 걱정이 되네요.

    어쩌면 포탈내 연예정보와 연예인 싸이홈피에 한해 네티즌이 글을 적지 못하도록 규제를 두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악플로 인한 자살 6명 중 5명이 연예인이니 특단의 조치를 취할 만한 확률이라…) 팬카페 통해 팬과 교류하면 그 곳은 악플러 관리가 훨씬 잘 될테고 서로가 윈윈이다 싶은데-_-;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7. ‘연예인이 공인이 아니다’라는 것에 절대 공감합니다…
    연예인들이 가끔씩 사고치고서 공인으로써 잘못 했다 어쩐다 할때…
    너무 꼴라지 볼기 싫더군요…
    그저 유명하면 다 공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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