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떴’ 대본 공개 논란- 리얼과 이미지 사이

“미네르바”를 석방하라.
Free “Minerva”

‘패밀리가 떴다 (이하 ‘패떴’)’ 대본 공개 논란이 아주 재미있다.

꽤나 많은 시청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이니까 ‘리얼’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리얼’이 아니라 대본을 ‘재현’해낸 것일 따름이어서 화가 난 듯하다. 그러니까 ‘리얼 버라이어티’ 안에서 ‘리얼’은 사라져 버린 거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디어는 갈수록 ‘리얼’을 없애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재현해 낸 ‘리얼’을 담아 넣는다. 그 가장 극적인 사건이 KBS 보신각 타종 행사 때 삽입된 ‘박수 소리’다.

<출처: 디씨인사이드>

그뿐일까? ‘패떴’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거기에서 보여주는 출연자들 캐릭터가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실제 자신의 캐릭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역시 대본에 의한 재현일 뿐, 실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엉성한 이천희도, 계모 김수로도 다 대본이 만들어 낸 캐릭터일 뿐이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예능 버라이어티를 넘어서서 벌어진다. 지난 대선 때 미디어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1년을 통해 깨달아 간다. 대본이 만들어 낸 캐릭터로 출연자들이 인기를 얻듯, 미디어가 만들어 낸 가상의 캐릭터로 누군가는 표를 얻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리얼이 사라지는 순간에 발생한 일이다.

현대 사회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이 이미지는 굳이 리얼할 필요가 없다. 섹시한 여성과 따뜻한 남성이 필요한 시청자와 관객과 독자가 존재하는 한 미디어는 이효리와 배용준의 이미지를 꾸준히 상품화 할 수 있다. 문제는 리얼이 제거된 가상의 이미지가 통용될 수 있는 공간과 리얼이 절대적으로 지배해야 하는 공간이 서로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리얼을 좇아야 하는 언론보도에서마저 리얼이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KBS가 보신각 타종 행사는 현장 중계가 아니라 쇼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한 것은 그 현장이 리얼의 공간이 아니라 이미지의 공간이었다는 변명이었다.

<대통령 선거 광고의 한 장면>

개인적으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싫어한다. 이미지와 리얼을 가장 혼란스럽게 넘나드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뉴스 보도를 통해 그들은 리얼을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 쇼 프로그램에서 이미지화 돼서 나타난다. 그들의 어디까지가 리얼이고, 어디까지가 이미지인지 불분명해질수록, 살아 있어야 하는 ‘리얼’은 희미해진다.

연예인 성형 문제도 비슷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희생해 가며 가상의 만들어진 이미지로 자신을 바꾼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성형외과 의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고, 그 이미지가 대중에게 많이 소비될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가 열광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가치 뒤에는 성형외과 의사의 신기술이 존재하는 것이고 같은 논리로 우리가 지지했던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뒤에는 미디어 데스크들이 존재하는 것이니까. 마치 네오가 살았던 메트릭스 뒤에는 컴퓨터가 존재하듯이. 아쉽게도 우리에겐 빨간 약도 파란 약도 없다.

현대를 살면서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우리의 의식을 구성하는 언어도 미디어를 통해 입력된다. 미디어는 선호하는 언어 습관마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리고 이 미디어는 끊임없이 가상의 이미지를 제공할 것이다. 리얼이 제거된 이 이미지에 둘러쌓인 현대인은 메트릭스 안의 네오다. 이 메트릭스를 벗어나려면 현대인은 피곤하다. 주어지는 이미지 뒤에 있는 것들까지 투시할 수 있는 시각을 스스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잃어버린 리얼을 돌려받는 길이고 현대인의 빨간 약이다.

영진공 철구

“‘패떴’ 대본 공개 논란- 리얼과 이미지 사이”의 7개의 생각

  1. 낚시 그만하지…짜증난다…나 MB애기 듣기 싫거든….
    너 같은 낚시꾼들 없어져야해~~~
    다시는 글 올리지 마라

  2. < 대본유출, 패떴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나>

    이 글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을 꼬집고 있는 것인데,
    다음 블로거 운영팀은 제목을 요상하게 변형시켜 놨군요.
    블로거의 뜻도 훼손하고, 구독자들의 믿음도 훼손하고…

    여하튼 글의 내용에는 100%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3. 대통령선거때 사진도 한명꺼만 올려놓고…여러 내용을 적으셨지만 하고자 하는 말이 왠지, 가공된 이미지의 패떳을 뒤늦게 알아챈 시청자들의 실망과 지난 대선때 가공된 이미지의 mb를 뒤늦게 알아챈 국민들의 실망을 말하고자 하시는 거라 이해하면 맞는거져? ㅎ

  4. 짤구님이시구나~ 반가워요^^ 미디어몹 이후 소식을 몰랐었는데.. 공감 가는 내용이네요. 추천이 없네? 믹섭하고 가요^^

  5. 근데 예능의 이미지 조작과 대통령의 이미지 조작과는 파급차원에서 비교도 안되는거지요
    ㅜ.ㅜ

  6. 나도 mb 싫어하지만 예능에까지 억지로 붙여서 까는거 존나 낚시 냄새 풍기니까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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