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에딩턴’ 관람을 위한 1+1 행사


제작: 2008년 영국 BBC (드라마)

출연: 앤디 서키스(아인슈타인), 데이빗 테넌트(에딩턴)


익숙한 얼굴인 ‘닥터 후’의 데이빗 테넌트와 ‘반지의 제왕’에서의 골룸으로 열연했던 앤디 서키스가 출현하는 당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학창 시절 물리 선생님에게 신나게 밟히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다행스럽게도 상대성 이론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주입식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로 유명한 에딩턴과 아인슈타인이라는 잘나가던 두 물리학자의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는 아니고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자로서의 열정을 그리고 있다.


니..니가 아인슈타인으로 나온다고?!!

에딩턴으로 열연한 닥터 후


1차 세계대전이라는 적의가 가득 찬 시대에 독일의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적국인 영국의 과학자 에딩턴이 증명해준다는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소스가 좋기에 당 드라마는  물리에 관심없는 이라도 흥미있게 볼 수 있다 하겠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좀 안면이 있는데 에딩턴이란 사람을 들어본 이는 많지 않을 것이며 상대성 이론이 뭔지도 가물가물하고 또 별빛이 휜다는 둥 하며 지네들끼리 신나하는 모습을 보며 좀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런고로 이 드라마를 보는데 물리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알고 본다면 상황파악이 용의해져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바 유익한 드라마 관람과 더불어 덤으로 물리학 지식도 얻어가는 ‘1+1 행사’를 마련하였다.


1. 신들린 아인슈타인


중력까지 넣어서 계산하려면 너무 복잡하니까 우선은 중력 빼고 가자고~

아인슈타인은 신들린 듯이 특수상대성이론, 광양자가설, 브라운운동가설이라는 3편의 주옥같은 논문을 1905년 한 해 동안 줄줄이 쏟아냈다. 영화 속에서 에딩턴은 그 중 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을 언급하고 있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인데 중요한 것은 이 이론을 단순화하기 위해 중력에 의한 효과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 속 영국왕립학회에서 에딩턴에게 아인슈타인의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에딩턴이 당황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주장은 새로웠지만 그 이외 중력에 관한 새로운 이론은 들어있지 않았고 중력이 없는 가상의 공간을 가정한 것이라 이론은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2. 왜 중력을 가지고 태클인가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냐고? 내가 입에다 밥까지 떠서 넣어주랴!

뉴턴이 대히트작 ‘프린키피아’를 발표하며 과학혁명을 이뤄냈지만 사실 뉴턴은 중력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힘을 전달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본좌의 자리에 앉은 뉴턴에게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하였는데 말해놓고 보니 뉴턴의 중력이론과 상충되었다. 뉴턴은 중력이 전달되는데 시간이 전혀 소요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는데 자기는 빛보다 빠른 건 없다고 말했으니 둘 중에 한명은 구라를 친 꼴이 된 것이다


3. 왜 얘네들은 가만히 있는 수성하고 씨름하고 있었을까?


수성문제로 고민을 하다 대머리가 된 어느 천체물리학자의 위에서 본 머리모습. 마치 수성처럼 보인다…-_-

1843년 프랑스 천문학자 르베리어는 수성의 근일점(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점)이 1백년마다 43초씩 이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뭐든지 수식으로 설명하기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이 현상도 계산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뉴턴역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행성이 수성 옆에 있어야만 했고 감히 뉴턴역학을 거스를 수 없었던 과학자들은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가 아직 관찰하지 못했지만 수성 가까이에 다른 행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 행성을 ‘불칸’이라 이름까지 붙여가며 찾기 시작했지만 당연히 없는 걸 찾는데 찾아질 리 없었고 과학자들의 머리에서도 머리카락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져갔다.


4. 그럼 중력도 설명해 주마

요것이 뉴턴 본좌도 풀지 못했던 중력의 실체닷~!


중력문제로 고민하던 아인슈타인은 드디어 일반상대성이론을 1915년 베를린 과학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이듬해 1916년에 출판을 한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중력과 가속도는 같으며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통과하는 것은 질량이 있던 없던 그게 빛이던 간에 모두 휘어진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증거로 위에서 언급한 수성 움직임의 오차를 계산하였고 빛이 중력장에 의해 휜다는 것 역시 관측을 통해 밝혀진다.


중력장에 의해 빛이 휘는 예

즉 영화는 1919년 에딩턴이 일식 관측을 통해 빛이 중력장에 의해 휘어지는 것을 관측하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맞음을 증명해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5. 그럼 에딩턴은 누구냐고?

막판에 괜히 똥고집 부리다가 똥 돼버린 에딩턴

사실 영화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별볼일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최초의 천체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인물로서 20세기 천문학에서 지대한 공적을 남겼다. 숙련된 관측자, 명석한 이론가, 유능한 행정가에다가 중요한 과학 지식을 많은 청중들에게 분명한 언어로 표현하는 재능도 갖췄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영어로 대중화시킨 최초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라는 인도 물리학자의 블랙홀 이론을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깡그리 무시함으로서 우주과학을 40년간 답보상태에 빠뜨린 인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적국의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증명해준 그답지 않게 말년에 보여준 그의 행보는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영진공 self_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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