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알라바마 (2002)’, 여배우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헐리웃에서 여배우가 자신의 단독 주연 작품을 찍는 경우는 말 그대로 가뭄에 콩 나는 일만큼 흔치 않은 일이다. 헐리웃 장르
영화에서 ‘주연급’ 여배우들이 맡는 배역의 대부분이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개런티를 받고 출연한 주연 남자배우의 상대역이고,
블럭버스터가 아닌 멜로나 가족 드라마인 경우에 한해 남녀 두 배우가 비슷한 비중으로 출연을 할 수 있게 된다.

<스위트 알라바마>는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 2001)에 이은 리즈 위더스푼의 2002년 단독 주연 히트작이다. 출연료를 얼마나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헐리웃 못난이 삼총사 중에 한명(나머지 두 명은 줄리아 스타일스와 릴리 테일러)인 그녀가 남자배우들을 들러리로 세워놓고 포스터에 본인 한사람의 이름만  내건 상태에서도 관객몰이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사실 <스위트 알라바마>를 비롯한 리즈 위더스푼의 주연 영화 대부분은 전형적인 헐리웃 장르 영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손익분기점을 낮추고 관객들의 대중적인 취향에 달짝지근 잘 들어맞는 이야기 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블럭버스터들의 틈바구니를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의 결과물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인 것이고 성공적인 결과의 중심에 리즈
위더스푼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에서 말한 영화 출연료의 성차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 산업 내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일뿐, 그 현상을 있게 하는 베이시스는 결국 시장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만큼 시장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시장이 ‘다른 여배우들은 안그런데, 리즈 위더스푼이라면 그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니까 리즈 위더스푼의 단독 주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스위트 알라바마>는 잘나가는 헐리웃 못난이 여배우의 재능을 지켜보는 즐거움과 함께 미국 내 지역갈등(?)의 단면을 고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준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만큼의 갈등 상황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동북부와 동남부 사이에는 영어 발음의 차이 이상의 생활방식과 기타 문화적인 차이가 상존하고 있는데, <스위트 알라바마>는 그런 차이에서 오는 재미를 잘 살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못난이도 알라바마는 아니지만 테네시주 네쉬빌 태생이라더라.

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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