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를 잊어보자!, “계간 판타스틱 여름호- 호러 특급”


완전 소박한 문예지로 변신한 판타스틱. 화려했던 과거의 잡지포맷이 그립구나~

계간지로 바뀐 뒤 두 번째 판타스틱이 나왔다. 여름호답게 호러 익스프레스라는 특집을 마련해 뇌에 구멍이라도 난 것 마냥 머릿속에
한기가 느껴지게 만드는 호러블한 단편들과 나의 공포체험이라 하여 몇몇 유명인사(?)들의 체험기가 실렸다.


로버트 하워드의 ‘비둘기들은 지옥에서 온다’ 는 허름한 흉가에 얽힌 비극과 저주에 관한 이야기로 ‘코난’의 작가가 호러 작품을 썼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제목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이야기도 재밌다.


그렉 이건의 ‘야경꾼’은 부기맨을 이용해 마을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름 재밌게 읽었다.


김종일의 ‘개들의 묘지’는 자신이 기르던 개을 죽이고 사체를 묻기 위해 야밤에 산에 올라갔다가 살인범들과 마주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 긴장감 있는 이야기와 깜짝 반전에서 김종일씨의 관록을 느낄 수 있다.


마츠다 신조의 ‘괴기사진작가’는 괴기스런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와 관련한 이야기로 나름 등골 서늘한 느낌을 준 작품. 


한유의 ‘버스정류장 소녀’ 는 버스정류장에 얽힌 괴담과 두 소녀의 이야기로 신인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더라도 작품자체가
인상적이지 못했다. 특히 여고생의 동성애 소재는 이미 여고괴담에서 지겹도록 써먹어 닳고닳아 넝마가 되지 않았던가. 작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이야기가 너무 진부했다.


공포단편들도 좋았지만 이번 판타스틱의 대박은 테드 창의 신작이 실렸다는 것이다. 2008년도에 발표한 ‘숨결’이란 작품으로 이미
여러 상을 수상했고 2009년 휴고상 단편부분 후보작에도 이름을 올렸다. 작품을 읽어보면 정말 그의 내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앞서 발표했던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 잘쓰긴 했지만 그래도 테드창 이라면 조금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면 이번 작품은 역시 테드창이구나란 말이 나온다. 어떻게 기압과 뇌란 소재를 엮어서 이렇게 기발한 스토리를 만들었는지
기가 막히고 마치 눈앞에 놓여있는 듯 치밀한 기계공학적 묘사에선 탄식마저 나온다.


테드창은 지난 번 부천환타스틱 영화제에서 주최한 SF강의를 위해 한국에 들렀다고 한다. 난 미리 예약하지 못해서 거기 다녀온
다른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조금 기뻤던 것은 테드창이 그가 인상깊었던 작품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죽은 미래’를 언급했다고 한다. 예전 포스팅(테드창과 아시모프. 시간여행)에서 나도 테드창의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소개하며 아시모프의 ‘죽은 미래’를 소개했었는데 그와 내가 같은 생각을 했었다니 가슴이 뿌듯해져 온다.


마지막으로 판타스틱이 계간으로 바뀌면서 새로 마련된 코너인 기획 에세이에서 유럽의 장르문학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강윤영씨란 분이
있는데 매우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었을 소재를 가지고 배꼽 빠지도록 재밌게 써준 덕에 좋은 공부를 하고 있다. 솔직히 이번
판타스틱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유 중의 하나가 강윤영씨의 글이었다. 나 강윤영씨의 팬이 되버릴테다!

영진공 self_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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