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 다양성에 관한 고민과 질문의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프랑스어로 된 원제목의 뜻을 찾아봤다. 원작 소설과 영화의 제목은 <Entre Les Murs>로 ‘벽 사이에서’라는 정도의 의미다. 그런데 영어 제목이 <The Class>로 붙여졌고 우리말 제목은 이것을 그대로 읽어 <클래스>가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제목의 의미를 단순히 교실, 학교라는 뜻만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다른 의미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Class라는 단어는 ‘교실’을 뜻하기도 하지만 ‘계급’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봉건 사회의 특징이 바로 이 사회 계급이고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계급이 해체된다고 –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투쟁의 과정을 통해 – 배웠기 때문에 ‘계급’이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이며 비판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를 보면 프랑스 중학생 교실에서 발견되는 계급 갈등, 특히 교사와 학생 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고를 일으킨 학생은 퇴학을 당하고 사건에 연루되었던 교사는 그대로 남아 내년을 기약한다. 원제목은 역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게 되는 ‘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중립적인 느낌을 준다. 벽 속에 갖힌 존재로서 학생들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고 교사와 프랑스의 교육계 전체가 넘어서기 힘든 거대한 벽 속에 놓여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클래스>는 일정한 내러티브를 갖되 섣부른 해결책이나 낙관론을 펼치지 않는다. 프랑스어 교사인 주인공 마랭(프랑소와 베고도)에게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학생 에스메랄다(에스메랄다 우에르타니)가 학기 마지막 수업에서 <국가론>을 읽었다며 모두를 놀래키는데, <클래스>라는 영화는 <국가론>에 등장하는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답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며 현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쪽이라 할 수 있다.

나로 하여금 영화의 제목에 대해 찾아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클래스>라는 영화가 가져다주는 결과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밝히는 것 보다는 – 그런 답은 애초에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 영화가 보여준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교육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이 영화가 의도했던 바가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술레이만(프랭크 케이타)이 퇴학을 당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선과 악의 구분은 없다. 쉽게 치워지거나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과 그 사이에 놓인 현재가 있을 뿐이다. 담당 교사인 마랭이 야비하게 보이기도 하고 또 한 편 측은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이 영화가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술레이만이 사라지고 남은 학생들과 어렵사리 화해의 순간을 가지며 마지막 수업을 끝내는 듯 하지만 그것으로 해피 엔딩인 것은 아니다. <클래스>가 쏟아내는 소크라테스적인 질문은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는 법이 없다.

한 편의 영화로서 기대되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 물론 재미도 나름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 오락성이라곤 참 없는 영화다. 요즘은 극영화 보다 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들도 많건만, <클래스>는 극영화이면서도 의도적으로 정서적인 맥락을 최대한 배제하며 상당히 고지식한 다큐멘터리 필름 같은 느낌을 준다.

프랑스어 교사로 출연한 프랑소와 베고도를 제외하고는 출연진들을 전부 실제 교사들과 학생들, 학부모들을 캐스팅해서 채워넣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끼리 모여 노는 몇몇 장면들은 연출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그야말로 기록 영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조한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도 <클래스>를 통해 본 로랑 캉테의 연출에 비하면 여전히 드라마틱한 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진지함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매일 부딪히며 살지만 아주 잊어버리곤 하는 현실 문제들에 대해 <클래스> 만큼 강한 열정을 보여주는 작품은 흔치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어 네이티브가 보았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클래스>는 굉장히 리얼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 프랑스 말을 요즘 흔히 하는 말로 ‘토 나올 정도로’ 실컷 들을 수 있다. 통념 속의 학교, 영화 속에서 자주 다뤄지곤 하는 그 학교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곳은 차라리 전쟁터라는 느낌마저 준다.

지나친 교육열 때문에 고민이 많은 나라에 살고는 있지만 <클래스>는 ‘나는 당신들에게서 아무 것도 배울 것이 없다’고 말하는 곳이다. 교육이란 무엇이고 공교육의 책임과 방법론에 대해, 그리고 학교 조직의 규율과 학생들과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과 그것에 대한 사회 체계의 수용 능력 등에 관해 수많은 질문 거리들을 남겨주는 작품이다.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만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니리란 생각을 한다. <클래스>는 파리의 어느 학급에서 벌어지는 – 어쩌면 아주 흔한 – 상황을 통해 다민족, 다국적 국가의 통합과 발전, 나아가 EU와 세계 공동체의 통합과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이다.

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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