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계승자 (Inherit The Stars)”, 하드SF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






저자: 제임스 P.호건
역자: 이동진
펴냄: 오멜라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자료를 수집해 가설을 세우고 증명을 하며 치열하게 이론을 정립해가는 과학자들의 모습은 마치 범죄사건을 풀어가는 탐정의 모습과도 같다. 달이라는 ‘밀실’에서 발견된 5만 년 전 우주 비행사의 시체(월인月人)를 놓고 과학자들이 모여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그래서 SF소설이지만 동시에 추리소설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드라마 CSI에서 첨단 기기들을 이용해 범죄를 밝혀내듯 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고학, 비교해부학, 진화론, 지질학, 천문학, 언어학, 수학 등 여러 분야의 과학들이 등장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과학이론을 도구 삼아서 미스테리의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어떤 음모도 저열함도 등장하지 않는다. 외계인도 치열한 전투도 없다. 오로지 지적 호기심에서 나오는 과학자들의 열정만이 있다. 작가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이런 틀 안에서 흥미진진하며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독자들에게 추리소설 특유의 지적인 유희를 선사한다.


역자의 지인이 ‘학회SF’라는 기막힌 비유를 내놓았듯 이 작품의 중심에는 과학과 과학자가 놓여있다. 이처럼 과학이 중심이 되는 SF소설을 하드SF라고 분류하는데 ‘별의 계승자’는 하드SF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SF는 과학이라는 제약을 안고 출발 한다. 마치 훨훨 날아다녀야할 상상력에 과학이라는 추를 메달아 놓은 모습이다. 자칫 소설의 탈을 쓴 과학기술서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것을 이겨낸다면 개연성이라는 커다란 힘을 얻게 된다. ‘별의 계승자’역시 과학과 소설적 재미를 잘 융합시킨 결과 소설에 등장하는 현실과학에 바탕을 둔 이론들은 작품에 설득력과 개연성을 부여해 주었다.

영문판 삽화

SF작가인 피터 와츠(Peter Watts)는 이런 하드SF의 어려움을 ‘하드 SF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란 물음으로 쓴 글에서 이야기했다.



‘..(중략)..그럴듯한 과학을, 인간형 외계인과 초광속으로 넘쳐나는 장르에서 과학이 중요치 않은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진해서 나서는 도전이다…(중략)

이건 단장 5보격의 운율에 맞춰 구약을 다시 쓰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이것은 자의적인 목표일 뿐이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여러 제약 조건들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평범한 이야기가 훨씬 간단할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성공한다고 해도, 최종 결과물은 품위 없고 보기 싫은 것이 될 수 있다. 이야기인 척하는 에세이와, 해설로 가득 차서 터질 것만 같고 빈약한 캐릭터로 허술하게 치장된 핵심 아이디어 같이 말이다. 이러한 실패에는 우리의 몫도 있다.


하지만 만일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이런 제약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면 어떨까? 최종 결과가 기적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억지로 꾸며 낸 것이 아닌 걸작이 나왔다면? 이건 마치 한 손을 등 뒤에 묶은 채로 전쟁터를 헤매었는데도 살아남은 것과 같다. 승리한 것이다….(중략)‘


[ 하드 SF 르네상스1 (행복한 책읽기, 2008)에서 발췌 ]


제임스 P.호건은 한 손이 아닌 두 손을 뒤로 묶은 채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다.


영진공 self_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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