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수다떨기 (2), 잔인성에 대하여



Q. 지난 주에는 영화로 보는 ‘사랑’에 대한 심리, 다각도로 알아보면서 재미있는 시간 가졌는데요, 이번 주 주제는 ‘연쇄살인범의 초상’입니다. 그냥 살인범이 아니라 연쇄 살인범, 꼭 하나씩 하나씩 죽이는 게 더 잔인한데요?

– 많은 사람을 죽이는 살인에는 크게 대량살인과 연쇄살인이 있습니다.
대량살인은 미국에서 종종 벌어지는 총기난사 같은 경우입니다. 단 한 번에 많이 죽이는 거죠. 이런 대량살인은 극단적인 좌절과 분노가 폭발한 결과입니다. 자기감정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살인이라서 미리 예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 사람들이 그 감정을 알아주지 않으면 결국 터지는 거죠. 대량살인은 대개 한번으로 끝납니다. 사건과 함께 범인도 자살하는 경우가 많고요. 이건 비록 끔찍한 살인 범죄지만 어느 정도는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죠. 우리도 가끔 확 다 뒤집어엎고 싶을 때가 있쟎아요.

근데 연쇄살인은 대량살인과는 전혀 달라요. 연쇄살인자에게는 살인이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예요. 흡연자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처럼 살인을 끊지 못하는 거죠. 살인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고, 초기에 잡지 못하면 은폐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지능적인 연쇄살인자로 발전하죠. 물론 절대 자살하지 않지만, 누군가 자기를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듯 단서를 남겨두거나 자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와는 아예 다른 종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단히 말해 사람처럼 보이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 아니예요.

Q. 참 끊임없이 매력적인 영화 소재에요. 언제 어디서 어떤 이웃이 그 그물망에 들어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공포감과 함께 스릴도 있는, 그리고 주로 실화여서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그런 이야기라 영화의 소재가 되지 않나..하는데요, 끊임없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이유, 뭐라고 보시나요?

–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 함께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연쇄살인자들이 포악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겁도 많고 차분하고 조심스러운데 사람 죽일 때만 무자비하거나, 명랑하고 쾌활한데 바로 그런 쾌활함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 왜 <추격자>에서도 살인자가 피해자에게 정과 망치를 들이대면서도 “괜찮아 괜찮아 …” 이러면서 달래잖아요. 전혀 살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인거죠.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도 그래요. 그는 무자비한 식인 살인마이면서도 동시에 아주 교양있는 사람이라는 양면성 때문에 인기를 얻었죠. 실제로 테드번디라는 미국의 어떤 유명한 연쇄살인자는 팬클럽까지 있었고 결혼하겠다는 여자들도 몇 명 있었어요.

Q. 연쇄 살인범에 관한 이야기, 저는 지금 떠오르는 건 <살인의 추억>과, <양들의 침묵>, <공공의 적> 등이 떠오르는데, 장박사님은 어떤 영화들 기억나나요?

저는 <행복했던 여자> 라는 영화가 기억납니다. 91년도 영화인데 코미디 배우로 유명한 골디 혼과 <나홀로 집에>의 자상한 아버지로 익숙한 존 허드라는 배우가 주연인데, 처음에는 이 남자가 정말 흠잡을데 없이 좋은 남편으로 나와요. 그러다가 갑자기 사고로 죽죠. 그래서 전 이 영화를 행복했던 여자가 남편을 잃고 고생하는 이야기인줄 알았거든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죽은줄 알았던 그 자상하던 남편이 사실은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사회병질자였던거예요. 그런 줄 모르고 봐서 더 무서웠어요.


골디혼만 보고 방심하고 들어갔다가 벌벌 떨며 봤던 영화, “행복했던 여자”

Q. 연쇄살인범, 악취미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심리학적 관점에서 연쇄살인자의 심리,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 그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요. 존 더글라스 라고 프로파일링 기법을 창시한 FBI의 심리분석관이 쓴 <마인드 헌터>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 보면 연쇄살인자들은 공통적으로 어릴 적에 야뇨증, 동물학대, 방화 중 한 가지를 꼭 저질렀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이런 경험이 있다고 전부 연쇄살인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이나 감정이 상식을 벗어나는 것은 분명해요.

<텍사스 전기톱 살인>의 모티브가 되었던 실제 연쇄살인자 에디 게인은 자기가 살해한 시신들을 마치 짐승 사냥한 것 처럼 해체해서 집안에 여기저기 걸어두었대요. 마치 사냥한 사슴이나 호랑이 머리를 벽에 걸어두는 것처럼 사람 얼굴을 걸어둔 거죠. 근데 또 그 사람이 붙잡혀서 감옥에 있을 때는 아주 착한 모범수였다고 하더라구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존재인거죠.


더글러스의 책을 기초로 만들어진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Q. 생각만해도 정말 끔찍한데요, 이미 그들에겐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는 것이겠죠? 연쇄살인자의 동기도 그러고보면 딱히 원한이나 복수가 아닐 때가 많아요?

대부분의 상식적인 살인은 동기가 있죠. 원한이나 치정 같은 거요. 그래서 살인범죄의 7-80프로는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해요. 이런 살인범은 정황증거나 원한관계를 뒤지다 보면 결국 잡혀요.. <살인의 추억>에서도 송강호가 그러쟎아요. 대한민국은 땅이 좁아서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다 보면 결국 잡힌다고. 근데 연쇄살인범은 달라요. 이 작자들은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거든요. 원한 같은 게 원인도 아니고요.

Q.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것에 비롯된 난국 영화 <추격자>에서도 잘 나타나죠. 이미, 범인은 밝혀졌는데, 여러 가지 정치적인 타이밍과 정확한 물증 확보 지연으로 피해자가 더 생겨요. 아주 안타까운 경우였어요.

관객들도 손에 땀을 쥐고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설정이죠. 따지고 보면 그런 설정이니까 영화가 성공한 거 아니겠어요? 초반에 딱 잡혀버리면 단편영화 되고 말쟎아요. 재미도 없고.

Q. 이런 류의 영화를 보다보면요, 물론 끝까지 살아남아야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영화 속 범인들, 머리가 아주 비상하거나 운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쇄살인범의 기질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초기에 잡힐 겁니다. 덕분에 그들은 연쇄살인자가 되지 못하는 거죠. 잡혔으니까.

근데 가끔 초기에 안 잡히는 인간들이 나와요. 머리가 좋거나, 운이 좋거나, 너무 외모가 멀끔해서 의심을 안 받거나… 등등의 이유 때문이죠. 이렇게 수사망을 빠져나간 인간들이 범죄를 반복할수록 기술이 늘고, 그러다 보면 갈수록 더 잡기 어려운 존재가 되는 거죠. 소질도 있고 기술도 늘었으니 당연한 일이죠. 게다가 이들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존재들이라 상식에 의존한 수사로는 오히려 잡기가 힘들어요.

영화 <추격자>에서도 설마 집 마당에 시체를 파묻으랴 했지만, 정말로 집 마당에다 파 묻었잖아요. 머리가 대단히 좋아서가 아니라 상식을 벗어나니까 의도하지 않게 허를 찌르는 셈이죠.

Q. 영화 <추격자>의 독특함! 아마, 살인마 영민에게 관객의 연민을 부추길 만한 어떠한 살해동기도 부여하지 않는 데에서 찾을 수 있지 않나…해요. 보통은 살인범에게도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편들지 않더라구요?

그렇죠. 영화를 보면 이 영화 감독이 연쇄살인범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요. 영화에서 보면 경찰 조서에 범행동기가 없으니까 서장이 채워넣으라고 하잖아요. 근데 아까 말씀드렸듯 연쇄살인자들은 특별히 동기랄 게 없거든요. 동기 없는 범죄에 동기를 묻는 불합리를 지적한 거죠.

이렇게 억지로 동기가 뭐냐고 묻다 보면 “컴퓨터 게임 때문 이예요 … 호환마마처럼 나쁜 영화를 봐서요 … 어린 시절의 심리적인 충격 어쩌고 하는 식의 변명들이 나오는 거죠. 그럼 괜히 게임회사 폭탄 맞고 … 사람 죽인 걸로도 모자라 두루두루 폐를 끼치죠.


프라이멀 피어 …

Q. 그리고 보통, 형사들이 더 험악하고, 이들은 참 꽃미남인 경우가 많아요.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 씨나, <추격자>의 하정우 씨,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 모두 전혀 험악한 인상이 아니죠?

영화에서야 대비효과나 관객을 헷갈리게 하려는 의도로 그런 캐스팅을 할테지만, 실제 세상도 그런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얼굴 험악한 사람들이 의외로 순하고 착해요. 그 사람들은 얼굴만으로 이미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니까 성격까지 험해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연쇄살인자들은 정 반대죠. 실제로도 연쇄살인자들이 순하고 연약해보이거나 잘생긴 경우가 많아요. 피해자가 경계할 만큼 무서운 인상이면 오히려 연쇄살인을 저지르기 힘들쟎아요. 게다가 이 사람들은 양심이 없어서 죄책감도 없고, 그러니까 표정에 구김살이 없어요. 그래서 모르고 보면 좋은 집에서 고생 없이 자란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요.


그러니 꽃미남을 조심하라 …

Q. 그러면 이런 연쇄살인자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봐야 할까요?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뇌의 작동방식 부터 조금 다르죠.

하지만 그들이 우리와 완전히 다른 존재냐 하면,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인류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념이나 국가나 종족, 혹은 신의 이름으로 수없이 많은 대량살인이 저질러져왔거든요. 즉, 우리의 마음 속에는 살인자의 본능이 있는 셈입니다. 그 본능은 언제 눈을 뜨냐 하면 우리와 그들을 구분할 때입니다. 따지고 보면 연쇄살인자도 그렇잖아요. 연쇄살인자들은 공감능력이 없습니다. 남들과 자신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보는 거예요. 사람도 짐승취급 하는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도 공감능력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연쇄살인자와 크게 차이 없는 존재가 됩니다. 반대로 공감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의 인간성 역시 확장될 겁니다.

불교를 아시는 분이라면 이걸 충분히 이해하실 거예요. 부처님은 세상 만물의 생명을 자신의 생명처럼 귀중하게 여겼죠. 즉 그분이 위대한 것은 날벌레 한마리와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도 종종 그런 마음을 가지곤 해요. 집에서 키우는 개와도 공감하고, 고양이나 새와도 공감할 수 있죠. TV나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인간인 겁니다.


이때 이야기를 기초로 쓴 추격자 평 -> http://kr.blog.yahoo.com/psy_jjanga/1460810

Q. 네, 오늘 이런저런 영화 속 심리학, 연쇄살인범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많이 되었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구요, 다음에는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기다려볼까요?

초능력이 어떨까요? 최근에 개봉한 <점퍼> 라는 영화나 <데스 노트> 시리즈도 모두 초능력에 대한 것들인데, 이것도 우리의 심리를 드러내는 재미있는 주제거든요.



영진공 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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