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수다떨기 (4), 반전에 대하여



Q. 금요일 밤에는 뭐하고 보내시나요?

금요일날 … 뭐 영화를 볼 때도 있고, 게임을 할 때도 있는데
요즘은 미국드라마에 빠져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Q. 음 … 뭔가 박사님 이미지와는 다른 광란의 밤이 있으면, 반전일텐데 별로 그렇지 않군요.

제가 점잖고 차분해보이시나 보죠. 사람들은 이상하게 제가 생각이 깊을거라고 오해를 하더라고요.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거나 햄버거나 순대국밥 사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 순대국밥…. 돼지국밥도 좋아함

Q. (먹는 얘기는 그만 닥치고) 오늘 주제는 반전 영화…그 묘미와 강박이에요. 고전 영화가 처음에 만들어질 때요, 마술사들이 감독인 경우도 꽤 있더라구요, 뭔가 속임수를 써서, 색다른 것을 이끌어내는 것, 관객을 속이면서 놀라게 하는 것, 모든 감독들의 꿈 중 하나라고 하던데요?

잘 말씀하셨습니다. 멜리에스라는 프랑스 마술사가 <달세계 여행>이라는 최초의 SF영화를 만들었죠. 자기 마술기법을 사용해서 달나라로 떠나는 우주여행 이야기를 영화로 찍었는데요. 최초의 특수효과가 사용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말 영화는 마술과 비슷한 면이 많네요. 속이고 놀라게 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다 그렇긴 하지만, 요즘 마술들도 거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되어가고 있죠.


멜리에르가 만든 세계최초의 SF영화 <달세계 여행>,

이 영화에는 에디슨이 엮인 슬픈 전설이 있다는…
그 전설이 알고싶으시면 이 링크를 =>
http://enterfactory.net/206?category=0

Q. 잘 만든 반전 영화, 보고 나면 괜히 입이 간질간질, 그 반전을 말해주고 싶은 경우도 있어요.

네, 물론 그런 행동은 남의 재미를 빼앗는 행동이라 재미를 망쳤다는 뜻으로 스포일러라고 불립니다만, 그래도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알고 있는게 있다는 건 간질간질하고 재미있는 일이죠.

Q. 요즘, 특히나 스릴러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스릴러 영화 속에서 반전 빼놓을 수 없죠. 아카데미가 선택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액션 영화 <밴티지 포인트>, <마이 뉴 파트너> 등이 그러하구요,

뭐 반전 영화 중에 대명사라면 <식스 센스>-‘내 눈에 귀신이 보여요’라든가 <유주얼 서스펙트>-‘절름발이가 범인이다’ … 가 기억나기도 하는데요, 박사님이 기억하시는 반전 영화, 어떤 것이 있나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너무 결말이 너무 황당해서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역시 지난 번에 말씀드린 <행복했던 여자>도 인상 깊었고요. 아마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유주얼 서스펙트>하고 <식스센스> 가 최고죠. 근데 두 영화의 반전 포인트가 달라요.

<유주얼서스펙트>는 주인공이 속이는 영화지만, <식스센스>는 주인공이 속는 영화죠. 저는 그래서 첫 번째를 제1종 반전, 두 번째를 제2종 반전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두 번째 유형은 최근에 많아졌어요.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몰랐어. 종류의 영화인데, 아마도 사회가 급변하면서 생긴 가치관의 혼란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어요.


<유주얼 서스펙트> 반전 영화의 유행을 만들다



새로운 유형의 반전 영화 붐을 연 <식스센스>

Q. 보면, 어느 정도 반전 영화의 공식이나 소재가 있어요. <아이덴티티>의 다중인격이라든가, <싸인>의 범인이 외계인이라든가, <식스센스><디 아더스>의 귀신, <범죄의 재구성>의 쌍둥이, <오픈 유어 아이즈>나 <바닐라 스카이>의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올드 보이>나 의 최면 등, 소재가 점점 다양해져요.

반전이란 게 결국은 관객들에게 예상밖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관객이 어떤 것을 예상하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그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을 만들 수 있는거죠. 그런데 갈수록 많은 기법들이 사용되니까 그만큼 새로운 것 낯선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더 다양한 소재들이 사용되는 거죠.

이렇게 그 결말로 이끌어가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결국 반전의 내용은 결국 둘 중에 하나에요. 알고 보니 주인공이 거짓말한 거였다. 아니면 주인공 자신도 자기가 누구인지 몰랐었다.

Q. 관객들도 점점 영화를 보는 눈이 높아져서, 다양한 소재와 공식이 있어도 제대로 반전의 재미를 주기란 어려울텐데요….

반전영화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반드시 두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복선이예요. 결말을 어떻게든 암시하는 내용이죠. 이런 게 영화 중간에 들어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관객과 공평한 게임이 되거든요.

두 번째는 당연하지만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 결말입니다. 이 둘이 다 있어야 성공한 반전영화가 되요. 만약 복선없이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 결말만 제공하면 영화 전체가 황당해져버립니다. 이게 뭐야. 이런 상태가 되는거죠. 그리고 물론 복선을 너무 충실하게 주는 바람에 관객들이 이미 결말을 다 예상해버리면 영화는 그냥 시시한 영화가 되고 말죠. 니가 뭔 얘기 하려는지 이미 다 알지롱. 고작 그거야? 뭐 이렇게 되는거죠.


왜 저 아일랜드 아저씨 이름이 뜬금없이 ‘고바야시’ 지? 이것이 알고보면 복선 …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이건 복선이랄 건 없는데,

배역에 어울리지 않게 지명도 높은 배우가 출연하면 대개 그 인간이 범인

Q. 박사님! 강박증은 어떤 심리일까요? 현대인들 누구나 하나쯤의 강박증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하는데요, 특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반전 강박증에 시달리기도 할 것 같아요.

강박증이란 우리 모두에게 있는 심리입니다. 정상적이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간의 강박증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다음이나 외출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는 것 같은 행동도 강박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면 병에 잘 안걸리거든요. 사실 제가 예전에는 잘 안씻었는데, 몇 년 전부터 손 씻는 습관을 들였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감기에 안걸리더라구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반전 강박에 빠지는 것도 똑같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야 관객이 재미있어하고 그래야 영화가 흥행될거라고 믿으니까요.


그는 빈틈을 참지못하는 강박증 환자였다 …

 



Q. 그렇다보니, 실패한 반전 영화들도 꽤 많이 나와요. 반전이 한 번에 제대로 충격적으로 이루어져야지 꽤 성공한건데,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라든가, 마구잡이로 풀어놓은 반전 암시용 인물들이나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끝내버리는 영화라든가요…

아까 손씻는것에 비유하자면, 적당히 위생을 유지할 만큼 손을 자주 씻는건 좋은 일이예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손을 안 씻으면 불안해서 참지를 못해요. 이렇게 불안감 때문에 억지로 손을 계속 씻으면 위생에도 도움이 안되고 생활하는데 오히려 큰 불편이 생기죠. 그게 강박증이거든요. 반전도 강박증으로만 만들면 진짜 중요한 알맹이는 빠지고 반전만 남는 영화가 되겠죠.

사실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들이 성공한 이유는 반전 때문만은 아니거든요. <유주얼 서스펙트>는 이야기 자체가 꽤나 쿨하고 재미있어요. <식스센스>같은 경우는 반전에 놀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고요. 저는 그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하고 엄마하고 차안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늘 코끝이 찡해요.

Q. 또 이 반전이요, 억지스럽지는 않지만, 너무 고난이도면 관객이 논란이 많이 이는 것 같아요. 똑똑해야하는데, 적당히 똑똑한 반전, 참 반전 영화 제작은 어렵고, 그래서 매력적인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반전 영화에 끊임 없이 매료되는 이유,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 세상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세상이 좀 반전 스럽쟎아요.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더라. 믿는 도끼가 발등을 찍고 … 진실은 저 너머에 있고 … 그게 또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세상의 모습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혈의 누>하고 <박수칠 때 떠나라>는 시대는 다른데 이야기 내용이 비슷해요. 둘다 차승원이 주연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그 차승원의 역할이 뒤늦게 숨겨진 진실을 알았는데 미처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하고 박수칠 때 떠나는 역할이거든요.



차승원 주연의 두 반전영화

Q. 앎에 대한 강한 욕구, 때로는 그것이 정말 뒷통수를 제대로 맞는 수가 있는 반전인데도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고 해요. 그런데, 또 요즘 세상은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사람도 많은데, 모르는 게 약, 모르는 척 하는 게 상책이라면서도 사람들의 이런 욕구나 심리, 어떻게 해석하고 계시나요?

아는 게 힘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통하는 원칙이죠.
학습된 무기력이라는게 있습니다. 내가 뭔 짓을 해도 세상은 변치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무기력을 학습하게 되죠. 이런 세상에서는 모르는게 약이예요.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알기만 하면 복장만 터질테니까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아는게 힘이 되겠죠. 뭘 알아야 어떻게 할지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특히, 너무 알려고 하면 다친다는 …

Q. 네, 오늘 이런저런 영화 속 심리학, 반전의 묘미와 반전의 강박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많이 되었네요. 반전이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노는 것이기 때문에, 박사님이 보기에 이런 반전, 요즘 먹힐 것이다 … 싶은 반전이 있다면요?

글쎄요.. 그런 게 있으면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텐데 …

최근 우리나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전문가들이 바보짓을 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그걸 막는 이야기예요. 요즘 세상이 정말 그렇기 때문이겠죠. 이런 이야기와 반전을 섞으면 뭐가 나올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어요.


사실 <괴물>이 이미 그 얘기를 했고 … 요즘 우리나라가 뭐 영화 자체고 …

Q. 급변하는 세상도 반전이면 반전이죠?

네. 인생 자체가 반전의 연속이죠. 그래서 사는 재미도 있는거고요.
모든 게 예측대로 되어가는 인생처럼 재미없는 인생도 아마 없을겁니다.

Q. 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구요, 다음에는 어떤 내용으로 만나볼까요?

다중인격이 어떨까요? 영화에서 종종 사용된 소재이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


영진공 짱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