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타임즈 4






전국의 모든 중장비가 서해로 몰려들었다. 배가 근접만 하면 그 지역부터 신속하게 운하를 파서 가장 가까운 강으로 대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얄궂게도 배는 더 이상 뭍으로 접근하지 않고 연평도 북서쪽 해상에 멈춰버렸다. 더욱 얄궂게도 그곳은, 북한과 한국이 서로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딱 NLL 선상이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의 호방한 여성 아나운서는 연일 방송을 날렸다. 제 아무리 미제의 좀비라고 하더라도 조선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주체사상의 단매를 맞으면 투철한 혁명 역군으로 갱생될 것이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도 다시 회의가 열렸다.


– 사태가 긴박합니다.
– 그래도 미국 배를 우리가 격침할 수는 없는 일 아니오?
– 북이 격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이야 북의 불구대천 원수니까요.
– 그래주면 좋으련만.
– 북한 원조를 약속하고 부탁을 해보지요.
– 북한 퍼주기다 뭐다 여론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 북은 그래도 우리 동포이자 형제 아니겠소. 어려울 때 형제끼리 돕는 게 인지상정이지요.
– 그거야 뭐 PJ의 햇살 정책 당시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 아니었습니까? 그때는 퍼주기라고 욕해놓고 이제 와서 우리가 또 그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참 이 사람 답답하네. PJ는 빨갱이 아니오? 빨갱이가 빨갱이를 도우니까 문제였던 거지요. 대북 원조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문제인 거요. 아직도 그걸 모르오?

그리하여 회의는 북한의 도움을 구하는 쪽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팍팍한 시절이라 북측과 연락할 모든 핫라인이 단절되고 없다는 게 문제였다. 대통령은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라인을 뚫으라고 국정원장에게 지시했다. 국정원장은 중국 지린성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대북관계팀장 작전명 영산강에게 다시 지시했고, 영산강은 북한과 교통하는 조선족 김팔봉에게 부탁했다. 며칠 후 김팔봉은 북한으로 들어가 함북도 샛별 지역 보위부 상위 박달곤에게 남측의 메시지를 전했고, 박달곤은 평양 당 중앙위원회로 연락을 넣었으며, 중앙위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국방위원장에게 최종 전달했는데 그가 받은 남측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 할 얘기가 있다.

국방위원장은 그 메시지에 대한 자신의 답을 다시 남측에 보내라고 명령했고, 중앙위는 박달곤 상위에게 전달했으며, 박달곤 상위는 김팔봉에게 전달하고, 김팔봉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 지린성으로 나와 작전명 영산강에게 전달하고, 영산강은 국정원장에게 전달했으며, 국정원장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전달했는데 그 내용은 또 다음과 같았다.

– 할 얘기가 뭐냐?

남북의 메시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여러 차례 왕래했는데 마치 내외하는 고관댁 도령과 규수처럼 먼저 핵심을 얘기하지 않고 변죽만 울려대니 그 사이를 잇는 연락책들이 죽을 맛이었다. 특히 북한 샛별군 보위부 상위 박달곤은 가랑이 사이에서 방울 소리가 날 지경이었는데 그날도 마침 조선족 김팔봉이 국경을 넘어 군내로 들어와 봉투를 내밀었다.

– 남에서 온 문서야요.

당시는 그나마 남북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진전시킨 상태였고 구체적인 원조 날짜와 격침 시기를 저울질하는 문서가 오고갈 때였다. 그날 김팔봉이 박달곤에게 전한 문서에도 남측이 원하는 격침 시기가 적혀 있었다. 박달곤은 평양으로 전화를 넣었다.

– 남에서 문서가 도착했습니다.
– 아, 그거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 오늘 내로 보내라.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곤란하게도 박달곤은 똥이 마려웠다. 문제는 그가 심각한 변비 환자라는 사실이었다. 평소에는 길어도 삼십 분 안에 해결되던 일이 두 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시라도 지체했다가는 교화소행이 될 터였다. 마음이 급박해진 박달곤은 아내를 불렀다.

– 여보, 똥이 안 나와.

안 그래도 찢어지게 가난한 애옥살이에 불만이 많던 아내가 답했다.

– 잘됐네요. 밑 닦을 필요도 없이 일어나면 되겠네요.

하지만 그건 박달곤의 처지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 아니, 아니.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고 시작하는 대가리는 나왔는데 끄트머리가 나오질 않는다고.
– 아, 그냥 자르고 나와요.
– 안 잘리니까 문제지.
– 이녁 식구는 먹지 못해서 똥이라고는 피식 방구도 안 나오는데 누군 똥이 잘리지도 않을 정도로 잘 자시고 다녔구려.

박달곤은 아내를 변소 문 앞으로 불러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낯빛이 바뀐 아내가 뒷곁으로 가 삽을 들고 왔고 변소 문을 화들짝 열어 제쳤다.

– 궁둥이 좀 들어보시라요. 내 확 끊어드리갔소.

하지만 몇 번이나 삽으로 내려쳐도 똥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삽날에 이가 나갈 정도로 박달곤의 똥은 단단하고 강했다. 그러자 아내는 삽을 내 던지고 대가리를 길게 내민 박달곤의 똥을 덥썩 잡았다.

– 안 끊기면 뽑겠시오.

아내는 화장실 문턱에 다리를 개고 뒤로 몸을 눕히며 박달곤의 똥을 당겼다. 하지만 박달곤의 비명과 함께 그의 항문에서 피가 날 뿐 똥은 뽑히지 않았다. 오기가 생긴 아내는 인근 마을에서 가장 오랜 그리고 가장 탁월한 솜씨를 자랑하는 산파, 끝년네 할매를 데려왔다.

– 누구여? 누가 애를 낳는단디?

투덜대며 끌려온 끝년네 할매는 박달곤네 변소 앞에서 그만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 나 보고 지금 똥을 받으라고?

하지만 딱한 사정을 들은 할매는 소매를 걷어 붙였다.

– 달곤이, 배에 힘을 주지 말고 허리에 힘을 줘야 돼. 숨을 한 번에 크게 들이 마신 다음에 잘게 쪼개서 내뱉고.

그로써 끝년네 할매와 박달곤 똥과의 사투가 벌어졌다. 네 쌍둥이, 다섯 쌍둥이, 아홉 쌍둥이는 물론이요 거꾸로 선 애, 옆으로 선 애, 서다 만 애, 다 서고 안 나오는 애까지 받아 본 데다가 심지어는 자기 애를 자기가 받은 적도 있는 사십오 년 경력의 베테랑 산파는 역시 남달랐다. 장돌뱅이 발바닥 티눈처럼 박혀서 안 나오던 똥이 아주 조금씩 미끄러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박달곤의 똥도 결코 만만한 똥은 아니라서 나오기는 나오는데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길었다. 그리하여 배설도 아니고 출산도 아닌 이 이상한 광경은 그 후로도 장장 삼박사일 동안 계속 됐다. 더럽다며 계속 구토를 해대던 박달곤의 아내가 끝내 못 견디고 친정으로 도망가 버린 게 첫째 날 밤이었고, 청국장 얻어먹겠다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침만 뱉고 돌아간 게 둘째 날 밤이었고, 박달곤이 탈진해 쓰러진 게 셋째 날 밤이었다. 그러나 할매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건 명인의 자존심과 관련한 문제였다. 할매는 똥을 고쳐 잡고 다시 한 번 용을 썼다. 그리고 마침내 나흘 째 되는 날, 홀로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던 끝년네 할매의 손에 직경 팔 센티, 길이 이십팔 미터짜리 거대한 똥이 온전히 뽑혀져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 기쁨의 순간, 안타깝게도 박달곤은 이미 절명해 있었다. 박달곤의 비극적인 죽음에 끝년네 할매는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내뱉었다.

– 인생은 짧고 똥은 길구먼.

그리고 박달곤이 싼 똥을 구리라고 속여서 내다팔아 끝년네 할매는 부자가 되었다.

한편 사일 전 박달곤이 남한의 문서를 받았다는 내용의 전화를 넣은 그 시점부터 평양은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영진공 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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