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종신형과 같은 사랑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치고 크게 실망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믿음을 재삼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스페인 합작으로 만들어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에 대해서까지 한국의 일개 영화관객이 미리 알고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을 리가 없으니 이런 경우 어디서 상을 받았다는 타이틀은 확실히 관람할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 – 이런 사정은 수입/배급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 적잖이 도움이 된다.



오직 영미권 영화들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외국어’ 영화상이란 것이 본래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비영어권 영화들 가운데에서 한 작품을 선정하여 수여하는 작품상에 값하는 상인 것이니 적당히 대중적이면서도 내용도 좋고 무엇보다 만듦새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만족스러운 수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우리 유료 관객들이 원하는 미지의 영화들이란 도대체 무슨 얘길하고 싶은 것인지 도통 파악부터가 안되는 영화 역사 박물관 직행 영화가 아니라 조금은 색다른 스타일과 주제 의식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관객들과 소통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바로 이런 정도의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1980년대 초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격변기를 간접적인 배경으로 하는 회상체 미스테리 드라마다. 그러나 그 미스테리의 중심에는 인간의 남은 여생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버리는 강렬한 사랑의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마디로 러브 스토리를 가슴에 품은 미스테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의 실질적인 시작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법부 검사보로 근무하던 벤자민(리카르도 다린)이 젊은 여성의 간강 살인 사건을 맡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상관인 해외 유학파 검사 이렌느(솔레다드 빌라밀)을 짝사랑하던 와중에 사건을 맡게된 벤자민은 이 사건에 깊이 몰입하게 되는데 특히 죽은 여성의 남편 리카르도(파블로 라고)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면서 결국 스스로의 사랑과 인생마저 위험해지는 처지가 되고 만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에서 강간 살인범을 찾아내고 또 체포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주인공이 그 사건을 소설로 쓰게 되고 사건의 당사자들이 어떤 처지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그 모든 상황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바로 사랑이다. 그것도 등장인물들의 인생 전체를 정의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사랑이 영화 속 모든 미스테리의 열쇠 역할을 하게 된다.

말로는 잊어야만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숨을 멈추는 그 순간까지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종신형과 같은 사랑을 부둥켜 안고 있는 영화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라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미국, 영화와 TV 시리즈를 오가며 역량을 발휘해온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의 연출은 미스테리 자체나 스릴러의 창출 보다는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자신의 열정(Passion) 만큼은 바꿀 수 없다”는 대사가 작품을 통해 각인된다.



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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