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영화감독 벤 애플렉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벤 애플렉의 두번째 장편 연출작입니다. 첫번째 장편은 2007년작 <곤 베이비 곤>이었는데 아쉽게도 국내 개봉이 이루어지지 않았었죠. 벤 애플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맷 데이먼과 함께 각본을 쓰고 – 그리하여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 – 출연까지 했던 출세작 <굿 윌 헌팅>(1997)이 있겠고, 그외 출연작들 가운데 상업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했던 작품으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진주만>(2001)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무명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케빈 스미스 감독과의 관계나 연인이었던 기네스 팰트로를 떠올릴 수도 있겠고요.

그 이후 제니퍼 로페즈와의 약혼을 갑작스럽게 발표했던 것이 2002년이었는데 –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맷 데이먼은 제 2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본 아이덴티티>에 출연했지요 – 이때부터 배우로서 벤 애플렉의 커리어는 완연한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제니퍼 가너와의 결혼은 2005년이었고 그로부터 2년 뒤에 감독 데뷔작을 발표했으니 안정된 사생활을 기반으로 영화 연출에 도전할 수 있게 되고, 다시 영화 연출을 통해 배우로서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해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타운>을 통해 확인해본 영화 감독으로서 벤 애플렉의 재능은 아예 배우 그만 두고 영화감독으로 전업을 해도 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괜찮더군요. 오직 연출에만 전념했던 데뷔작과 달리 이번 두번째 작품에서는 벤 애플렉 본인이 직접 주연으로 출연까지 하면서, 그와 동일한방식으로 무척 오랜 기간 동안 영화팬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아니 뭐 고작 이런 정도를 가지고 감히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야 마땅할 대선배의 이름을 들먹이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어디까지나 밑져야 본전입니다 – 저는 벤 애플렉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만큼이나 훌륭한 배우 출신, 또는 겸업 영화 감독으로 자리를 잡게 되리라는 기대를 한번 가져보고 싶습니다. 연출 스타일 면에서 유난한 개성을 찾아볼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 유일한 특이점은 씨퀀스에서 다음 씨퀀스로 넘어갈 때 일반적인 편집 속도 보다 0.5초 정도 빨리 끊어버린다는 정도 – 작품성과 대중적인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아내고 있는 이런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냥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지경이라 하겠습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타운>은 보스턴의 젊은 무장 강도들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은행 강도 등의 강력범죄 발생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보스턴이고 – 유명한 대학 도시라고도 알려져 있긴 합니다만 – 그 범죄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사는 지역이 찰스타운이라는 곳이라는군요. 그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아버지로부터 대를 이어가며 강도질을 하는 집안도 있는 모양인데요, 척 호건 원작의 <Prince of Thieves>를 각색한 <타운>에서 주인공 덕 맥레이(벤 애플렉)가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젊은 4인조 강도들의 수준이 꽤나 높은 편인지라 FBI가 애를 먹습니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는 완전 범죄를 추구하며 신속하게 현금을 털어가기 때문이죠.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 사건 현장에 빠르게 출동해온 경찰들을 상대로 총기 액션과 추격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우발적인 성공이 아니라 꽤나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강도 행각을 보여주는 면모가 마이클 만 감독의 1995년작 <히트>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 <타운>이기도 한데요, <히트>가 완숙함의 경지에 접어든 중년의 강도와 경찰의 대결 구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다면 <타운>은 그 중에서도 강도들의 세계에 깊숙히 침투하며 드라마를 끄집어 올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 드라마의 축이 되는 것은 강력 범죄를 대물림 해가며 자랑스럽게 생각하기까지 하는 찰스타운 출신들로서 그 세계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주인공과 그를 보내지 않겠다는 사람들 간의 갈등입니다. 한 편의 드라마로서 <타운>의 주제는 다름아닌 갱생입니다.








<타운>은 표면적으로 보면 주인공 일당이 잠시 인질로 잡아두었다가 풀어준 은행 부지점장 클레어(레베카 홀)와 덕 맥레이의 불안한 연애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클레어는 덕 맥레이가 은행 강도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크게 분노하고, 자신을 은행 강도의 협력자로 지목하는 FBI에게 협조까지 하게 되지만 마지막 순간 덕 맥레이에게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대사를 통해 암시를 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위안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타운>은 덕 맥레이의 가정사를 중심으로 그 보다 좀 더 심층적인 드라마를 이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술도 마시지 않고 있는 덕 맥레이는 복역 중인 아버지와의 면회를 통해 어린 시절에 집을 나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냅니다. 덕 맥레이에게 클레어의 존재는 곧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가져보지 못했던 정상적인 가정 생활에 대한 열망의 투영이라고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줄로만 알고 있었던 어머니가 사실은 찰스타운을 지배하는 범죄의 울타리 속에서 희생되었다는 감당하기 힘든 진실을 알게 되면서 – 이 부분이 <타운>의 내면적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의 주인공은 완전히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어찌보면 아주 전형적인 범죄 드라마라고 볼 수 있겠고, 만약 각색과 연출, 주연을 아우르며 활약한 벤 애플렉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있다면 그저 봐줄 만한 정도의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십 수 년간 줄기차게 메가폰을 잡아왔으면서도 그닥 매력적이지 못한 작품들만 양산해내는 감독들이 즐비한 현실을 고려할 때 <타운>을 통해 드러나는 벤 애플렉의 영화적인 재능은 칭찬을 아끼기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타운>에는 주인공 덕 맥레이를 중심으로 적정한 수라고 생각되는 만큼의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피트 포스틀스웨이트와 크리스 쿠퍼와 같은 노익장에서부터 존 햄, 제레미 레너, 레베카 홀,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이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핏 쌈마이 액션 영화처럼 보이는 포스터에 비해 실제 영화는 지난 수 십 년에 걸쳐 이어져내려온 아메리칸 무비의 전통성에 근접해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영진공 신어지




 

““타운”, 영화감독 벤 애플렉을 앞으로도 기대한다”의 1개의 생각

  1. 벤 애플렉 앞으로가 기대되는 유망주 감독이죠.

    ‘타운’은 오랜만에 나온 범죄스릴러 장르의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히트’에 못미치지만 여러모로 닮아 있죠. 보스턴 범죄 소재의 영화로 스콜세지의 ‘디파티드’가 대표적인데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르더군요. 타운을 보며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늘 이런 장르의 영화를 보면 출연하는 배우들이 복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그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영화는 데이빗 핀처의 영화지만요) 고전적인 하드보일드 풍의 캐릭터들이 세련된 현대 연출의 스타일 방법론으로 멋지게 표현되죠.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도 모두 좋았습니다. 남자 배우들 뿐 아니라 레베카 홀, 블레이크 라이블리 같은 여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가진 힘도 상당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는 ‘히트’보다 윗급이라고 봤습니다.

    벤 애플렉 감독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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