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발생은 쥐며느리도 몰라


문명의 발전으로 첨단화되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그와 비례해 지진의 피해와 여파 또한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발생했던 일본의 지진은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와 더불어 방사능 유출위험과 경제적 파장을 전세계로 퍼트렸다. 이제 지진은 국한된 지역만 쑥대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쥐고 흔드는 위험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해가 갈수록 지진 예측기술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주의 시작과 끝을 논하고 있는 지금에도 정작 우리 발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륙판들이 만나 지진이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을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한다.




현재 우리는 지진이 지각판들 간의 알력으로 일어나며 이러한 잦은 분쟁지역이 어딘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떤 규모로 일어나는지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지진은 하루에도 수십 건 일어난다. 하지만 그중 어떤 놈은 무슨 심보인지 지각을 뒤엎는 거대한 용트림으로 발전한다. 이런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각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만 알아낸다면 이를 이용해 지진을 예측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지진 예측을 위해선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각 변화에 관한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선 지진이 발생하기 전 그 지역에 미리가서 학자들과 관측장치들을 설치해야 한다. 즉 어느 지역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 몰라서 이 연구를 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 연구를 위해선 지진이 일어날 지역을 미리 파악해서 출동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신출귀몰한 지진을 콧털부터 빤스까지 찬찬히 뜯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였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예전에 지진으로 피눈물을 흘렸던 동네였다. 1906년 4월 18일 7.9의 강진이 캘리포니아를 강타하였고 이 지진으로 불길에 휩싸인 도시는 약 98%가 잿더미로 변했다. 더구나 이를 틈타 약탈이 벌어졌고 군대가 주둔하면서 약탈자 500명이 사살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는 지진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는데 일본에 지진계 구매를 문의하긴 했지만 2,000달러하던 지진계를 구입하지는 않았다는 영화와 같은 뒷담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후 분기탱천한 캘리포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내진설계가 된 도시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지진이란 놈과의 한판 승부를 위해 지진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여 지진연구의 메카가 되었다. 그 결과로 현재 캘리포니아는 완벽한 단층지도를 구비하고 있으며 그러한 지대를 피해 주택을 짓는 등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노심초사 지진이란 녀석에게 한방 먹일 기회만 엿보던 지질학의 용사들은 중요한 정보를 찾게 된다. 자료를 조사해보니 산안드레아스 단층 위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파크필드Parkfield란 동네에 6.0 규모의 지진이 대략 20년의 주기로 방문한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올레! 즉시 이 마을은 지진 해결의 열쇠를 쥔 곳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지진을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파크필드의 기개

다음 지진이 발생할 예상 년도는 93년~96년이었다. 20여명의 지진학자들이 투입되었고 200~300여개의 지진 감지장치를 설치하여 지진이 발생하기 전 땅의 변화를 살피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지진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졌고 이제 지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93년도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94년에도 지진은 없었다.
95년 역시 지진은 없었다.
하지만 96년이 되자 …… 그래도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지진은 2004년이 되어서야 발생하였다.

학자들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 순차적으로 어떠한 징후들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였다. 이런 징후들을 관찰하기 위해 그들은 캘리포니아의 구석진 동네에서 몇 년을 죽치고 지진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진은 이를 비웃듯 아무런 전조도 없이 순식간에 발생하였다.

결국 25년을 기다렸고 175페이지 상당의 보고서를 냈지만 지진예측에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는 거의 건지지 못했다 … -_-;;;

지진발생은 여러모로 예보 자체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지진 경보 시스템이다. 한 곳에서 발생한 지진은 그 여파로 여진이나 해일이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데, 여파가 어디에 몇 시간 내 도달할 지를 파악해 그 지역에 미리 경보를 하는 시스템이 지금으로서는 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 참고: Why can’t we predict earthquakes?, BBC 다큐멘터리


영진공 self_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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