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1차전 완승, 요인과 향후 전망


 


 

 


 


 


 



 


 


 


삼성이 한국 법정에서 애플에 ‘완승’을 거뒀다며 신문에서 요란하게 떠든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애플이 미국 법정에서 삼성에 ‘완승’을 거뒀다는 뉴스가 터졌다. 미국 법정에서는 애플의 삼성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삼성의 애플 특허 침해만 인정해서 무려 10억 달러를 물어내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걸 두고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느니, 예상대로의 결과였다느니, 자칭 전문가들마다 입방아를 찧느라 바쁘다. 보통 사람들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애플 편을 드는 사람들은 따라쟁이가 받아야 할 벌을 받게 됐다고 떠들고, 삼성 편을 드는 사람들은 편파적인 판결이라고 떠들고, 안드로이드 팬들은 혁신의 길이 구닥다리 특허법에 막혔다고 아우성을 쳐대고, 표준 특허가 파멸의 위기에 처했노라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 애플이 디자인 특허나 UI/GUI 특허로 삼성을 공격한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삼성에게 “우리 디자인 베끼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때 삼성이 취할 수 있는 길은,


1) 차기 제품부터 독자디자인을 채택하고 이전 제품은 애플과 적당히 타협하거나,


2) 가지고 있는 특허를 총동원해서 애플에 맞서 싸우거나,


둘 중 하나였다.


 


 


잡스 못지 않은 자존심과 패션 감각을 자랑하시는 삼성 제국의 황제 건희제께서는 2)번을 선택하신 거 같다. 그리고 황제 폐하의 명을 받잡아 실무자들이 꺼내든 반격 카드는 표준 특허였다.


 


삼성전자는 오래 전부터 휴대폰을 만들던 회사답게 3G 기술 표준에 이미 자사 기술을 포함시켰다. 해당 기술에 걸린 특허는 표준 특허로 인정받아 삼성전자에 짭짤한 특허 수익을 안겨다 주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아이폰(3G 이후 모델)은 3G 휴대폰답게 당연히 3G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고…… 삼성은 애플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으니 손해를 배상하고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낸 것이다.


 


문제는 이게 자충수였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비표준 특허는 업체별로 로열티를 차별 부과하든, 리베이트를 받든 마음대로다. 하지만 강제성을 가진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확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SRS WOW HD 음장효과가 그렇다. 쓰면 좋지만, 안 써도 별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물론 MP3 처럼 비표준 특허 기술이 사실상의 표준(Standard de facto)이 되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기는 하다)


 


 









 


 


하지만 표준 특허는 다르다.


 


3G, LTE, CDMA, MPEG-1/2/4 등등 기술 표준은 한두 개 회사가 뚝딱 만드는 게 아니다.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컨소시움을 맺고 서로 협력해서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 때 굉장히 많은 기술이 사용되는데, 여기 걸린 특허는 표준 특허로 선정된다.


 


표준 특허가 되면 이젠 다들 잘 알고 있을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조건이 적용된다. 지극히 간단히 말하자면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회사에게서 공평하게 같은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표준이 널리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막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FRAND 조건을 위배하는 경우엔 어느 나라에서나 엄정한 철퇴를 가한다. 예를 들어 2009년, 우리나라 공정위는 퀄컴이 CDMA 로열티를 징수할 때 업체별로 로열티를 차별 부과하고 리베이트까지 지급한 데 대해 2600억원의 과징금을 선고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 ->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 ··· 403.html ).


* 공정위 퀄컴 특집 : http://blog.daum.net/ftc_news/13391649


 


 



 


 


그런데 삼성은 하필이면 표준 특허로 애플을 공격한 것이다. 이 때 애플 법무팀의 심정은 “이게 웬 떡이냐!”라는 것이었으리라.


 


 



표준 특허 침해에 대한 애플의 대항 논리는 두 가지였다.


1) 모뎀 칩 제조사에서 이미 로열티를 지불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특허권 권리는 이미 소진되었다는 특허 소진론


2) 삼성이 FRAND 조건에 위배되는 높은 로열티를 요구했다는 주장이었다.


 


 


애플 아이폰에선 3G 통신 모뎀 칩으로 인피니언 칩을 사용하고 있었다. 도중에 인피니언은 인텔에 인수되었고, 최신 아이폰에서는 모뎀 칩이 퀄컴 제품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칩셋 회사들이 그렇듯이 인피니언과 퀄컴은 삼성에 이미 3G 표준 특허의 로열티를 지불해 왔다. 애플은 자신들이 이미 칩 회사에서 로열티를 지급해 특허권이 소진된 칩셋을 구매했기 때문에 또 다시 로열티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유럽은 물론 한국 법원에서도 퀄컴 칩에 대해선 특허가 소진되었다고 인정해 특허 침해 대상은 인텔(구 인피니언) 칩을 사용한 구형 아이폰으로 정리되었다. 인피니언은 삼성과의 계약이 종료되어 로열티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정황이 인정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여기서 자세한 사항이 공표되진 않았지만, 아마 애플은 삼성에서 요구한 로열티가 다른 회사들이 삼성에 지불하는 로열티와 ‘다르다’는 것을 법원에서 입증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르다’는 거다. 이를테면 삼성이 표준 특허의 로열티로 퀄컴에서 1달러의 로열티를 받는다고 할 때, 애플에게 2달러를 요구해도 안 되지만 0.5달러를 요구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회사에 낮은 로열티를 부과해서 특혜를 주는 것 또한 FRAND 위반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삼성전자의 FRAND 위반이 문제시되어 반독점 위반 예비조사까지 들어가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국 회사에 대한 차별이라느니 어쩌구 하면서 목소리 높일 일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도리어 이번 한국 법원의 판결이 훨씬 더 문제가 많아 보인다. 삼성이 FRAND 조건을 위반했는데도 불구하고 애플 제품의 판매금지를 시행할 수 있다는 판결은 FRAND 조건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이번 미국 법원의 판결에서는 FRAND 위반을 따지기도 전에 특허 소진론이 전적으로 받아들여져 애플의 삼성 특허권 침해가 전혀 인정되지 않기에 이르렀다. 역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인피니언/인텔이 해당 모뎀 칩을 판매하면서 삼성에 정당한 로열티를 지급했다는 증거가 제출됐다면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


 


어쨌든 삼성전자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이미 유럽 등지에서 진행된 재판 결과 때문에 삼성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제품 디자인과 UI를 지속적으로 바꿔야만 했다. 그 결과, 가장 최신 제품인 갤럭시 S3 같은 건 아이폰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애플이 디자인 특허를 라이센스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만큼, 특허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쭉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무기라 믿었던 표준 특허가 발등을 찍은 게 뼈아프다. 이건 순전히 법무팀의 실수다. 공격을 하려면 표준 특허가 아닌 독점적인 비표준 특허를 무기로 삼았어야 했다. 중간 부품 업체가 이미 로열티를 지불했을 가능성이 있는 특허도 피했어야 했다. 실수에 실수가 겹치면서 삼성전자는 별 실익을 챙기지도 못한 채 엄청난 법정 비용만 쏟아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삼성에게 너무 불리하다고 난리법석 떨 건 하나도 없다.


 


어차피 재판은 항소에 재항소를 거듭하면서 앞으로 1, 2년은 더 끌 것이다. 판결이 뒤집어질 수도 있고, 배상금액이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어쩌면 애플과 극적인 합의를 이룰 수도 있다. 게다가 IT 업계에서 1, 2년은 다른 업계의 수십년에 해당된다. 그때쯤 되면 갤럭시 S1, S2, 갤럭시 탭 구형 모델에 대해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뉴스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좀 김 새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특허 소송은 그렇게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업체들이 표준 기술이나 표준 특허에 등을 돌리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역시 필요 없다.


 


세계 각지의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참여한 협의체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차세대 동영상 표준이나 통신 표준 등 각양각색의 표준 기술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각 기업들은 서로 자기네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시키고자 안간힘을 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표준 기술로 선정되어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면 가만히 앉아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렇게 남는 장사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전혀 없을 것이다.


 


특허 분쟁 때문에 혁신이 가로막혀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고 떠드는 건 …… 역시 터무니 없는 소리다.


 


 


 



 


 


 


나라고 해서 모서리가 둥근 네모난 판때기가 딱히 대단한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스크롤 바운스나 밀어서 잠금해제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그게 가장 좋아 보이고, 그 외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보다 더 멋진 디자인이 나올 것이고, 훨씬 독창적이면서도 편리한 UI와 GUI가 나올 것이다. 그런 걸 만드는 게 진짜 혁신이다.


 


삼성전자는 기술적인 면에선 많은 진보를 이뤘지만 디자인과 UI/GUI에선 애플 제품을 안이하게 모방하는 데 안주했다. 좋게 에둘러 말하면 벤치마킹이었겠지만, 툭 까놓고 말하면 대 놓고 베낀 거다. 그게 혁신일 리는 없지 않은가?


 


물론 이번 재판 결과로 가장 크게 웃는 건 애플이다.


 


배상금이나 판매 금지 조치는 별로 중요치 않다. 앞서 말했듯이 그런 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세계 경쟁업체들에게 “우리 디자인 베꼈다간 JOT 될 걸?”이란 메시지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기업끼리의 특허 소송은 길게는 몇 년씩 끌기도 한다. 그동안 쏟아부어야 하는 비용은 장난이 아니다. 완패하기라도 했을 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야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이를테면 HTC(나 그보다 작은 회사) 같은 데 말이다. 이런 회사들은 일찌감치 꼬리를 내리고 적정선에서 타협하거나, 재판까지 가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심하거나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만들 때에는 경쟁업체의 기술 특허뿐만 아니라 디자인 특허, UI 특허까지도 철저하게 검토하는 관행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또한 디자인/UI 특허에 의한 공격이 유효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으니만큼, 다들 독창적인 디자인과 UI를 개발해 특허를 내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이게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지독한 특허 전쟁 시대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뭐가 어찌됐든간에 삼성전자 법무팀 사람들은 지금쯤 좌불안석일 것이다. 애플과의 분쟁으로 덩치도 엄청나게 커지고 입김도 세진 데다가 예산도 빵빵했을 터에 ……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으니까.


 


과연 삼성 제국의 황제 건희제께서는 이들에게 설욕할 기회를 주는 자비를 베풀 것인가, 아니면 패배자를 과감하게 쳐 내는 피의 숙청을 단행할 것인가? 그거야말로 진짜 흥미진진한 볼거리렸다!


 


 


 


영진공 DJ Han


 


 


 


 


 


 


 


 


 


 


 


 


 


 


 


 


 


 


 


 


 


 


 


 


 


 


 


 

플래시의 죽음

 

 


 


 


죽었다, 드디어 플래시가 죽었다. DC 코믹스의 플래시 말고 어도비 모바일 플래시 말이다. 이젠 안드로이드 앱스토에서도 플래시를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모바일 플래시가 왜 죽었는지에 관해선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죽은 잡스가 산 어도비를 엿먹였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어도비가 이미 AIR와 HTML5로 갈아탈 준비를 했기 때문에 당연한 순서였다는 주장도 있고, 그게 죽든 살든 어차피 대한민국이란 나라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거니와 화장실 벽에 걸려 있는 젖은 타올의 곰팡내를 없애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쓸모없는 정보라며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음, 글쎄, 일단 젖은 타올은 세탁기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다음으로 확실한 건, 스티브 잡스가 모바일 플래시의 죽음에 별로 대단한 공헌을 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미 안드로이드 OS 시장은 iOS 시장보다 커졌다. 어도비가 진작에 터치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모바일 플래시를 내놓고, 구글과의 협상을 통해 아예 안드로이드 OS에 기본으로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면, 애플도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도비는 그러지 않았다. 잡스와 멱살잡이를 하며 언론 플레이를 펼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어도비의 수익 모델은 개발 툴이며 이미 어도비가 드림위버에서 HTML5 지원을 하는 데다가 Edge라는 HTML5 디자인 툴을 내놓았기 때문에 모바일 플래시가 죽는 건 당연한 순서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건 한쪽만 본 단견에 불과하다. 플래시 역시 엄연한 어도비의 수익 모델 중 하나였다.


 


물론 최종 사용자들은 플래시 런타임이 무료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웹에서 배포되는 플래시 플러그인이 공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에서 사용할 땐 얘기가 다르다. 기업에서 자기네 기기에 플래시 런타임을 프리인스톨해서 출하하려면 어도비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즉, 모바일 플래시의 개발 중단은 장래유망한 (줄 알았던) 돈벌이 하나를 통채로 포기했다는 뜻이다. 어도비 입장에선 입맛 씁쓸한 일일 수밖에 없다.


 


 




 



어도비는 작년에 모바일 플래시를 포기하는 대신 플래시 개발자들이 어도비 AIR로 (주로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주력할 거라고 발표했다. 플래시 개발자들은 귀가 솔깃할 얘기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AIR는 플래시와 웹킷을 중심으로 벼라별 API를 누더기처럼 덕지덕지 갖다붙인 런타임 엔진이다. AIR앱은 네이티브 개발 툴로 만들어진 앱보다 퍼포먼스 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원 API의 한계로 인해 개발 역시 수월하지 않다. 이게 모바일 앱 개발의 중심이 되길 기대하느니 LG 트윈스가 올 시즌 잔여경기를 전승으로 이끌고 4강에 진출해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하길 바라는 게 낫겠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 플래시는 어째서 미움받는가? 2 ) 어도비는 플래시를 개선하겠다며 공약속을 남발하며 기업 시장에서 불신을 키웠다. AIR 역시 플래시 엔진의 한계를 벗어던지지 못한 무거운 퍼포먼스와 빈약한 API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모바일 플래시의 개발 중단의 여파는 장기적으로 PC브라우저에까지 미칠 것이다. 플래시 플러그인은 점차 사용 빈도가 떨어질 테고 그 자리를 다른 신기술들이 채울 것이다. 그게 HTML5가 될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리고 플래시 개발자가 줄어들게 되면 플래시 엔진을 중추로 하는 AIR 역시 존속을 위협받게 될 게 뻔하다.


 


 





 


어찌 되든간에 어도비에겐 심각한 타격이 아니다. 어도비는 이거 말고도 돈 벌 거리가 많은 회사니까. 하지만 플래시나 AIR에 기대고 있던 개발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탈출하지 않는 사람은 그 배의 선장이거나, 아니면 정신나간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뿐일 테니까 말이다.


 




 



영진공 DJ Han


 


 


 


 


 


 


 


 


 


 


 


 


 


 


 


 


 


 


 


 


 


 


 


 


 


 


 


 


 


 


 


 

여자를 좋아한 화가의 생물학적 발견, [1부]

 


 

 


 


 


 





애벗 핸더슨 세이어(Abbott H. Thayer, 1849~1921)


 


 

일찍부터 그림에 눈을 떠 무려 열여덟 살에 화가생활을 시작한 뉴잉글랜드 출신의 화가 세이어는 여느 남자들이 그렇듯 여자에 참 관심이 많았다. 그는 많은 여학생과 여조교들에 둘러쌓여 있었고 사실주의적인 화풍으로 신비하고 영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여성들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 그리고 1887년 자신의 딸 메리의 초상화를 그리며 천사의 날개를 그려 넣은 것을 계기로 여성의 등에 천사의 날개를 그려 넣기 시작하였다. 

 


 

  




Abbott Handerson Thayer (18491921), Angel.




 


 

그러나 세이어는 자나깨나 머릿속에 여자생각만으로 꽉 차있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여자 말고도 또 하나의 관심사가 있었다. 그것은 술도 아니고, 축구도 아니었다. 바로 ‘자연’이었다.

 

 




Abbott Handerson Thayer (18491921), Monadnock in Winter.




 


 

세이어는 어린 시절 뉴햄프셔의 깡촌에서 자연에 푹 빠져서 지냈으며 오듀본의 [아메리카의 새 Bird of America]를 탐독하는 등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랐다. 그랬기에 그는 여자도 좋아했지만 자연도 즐겨 그리곤 하였다.

 


그런 세이어에겐 언제부턴가 야생동물들을 그리면서 자꾸 뭔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많은 동물들이 등은 짙은 색이고 배는 흰색이나 옅은 색으로 되어있는데, 햇볕 아래서는 등이 무슨 색깔이든 간에 털이 빛을 반사시켜 하얗게 빛나고, 반대로 배는 그늘이 지면서 본래의 보다 더 짙은 색을 띄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동물들은 보다 평평하게 보이며 윤곽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동물들이 평평하게 보인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찌되었든 세이어의 눈에는 이것이 유독 더 효과적으로 발휘되었나 보다. 세이어는 그림을 그리다 말고 동물들의 이러한 배색과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몰두하였고 1896년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정리하여 [오크 The Auk]라는 자연사 잡지에 [보호색의 기본 법칙 The law which underlies protective coloration]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동물들의 배가 밀가루라도 바른 듯 하얗색을 띄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 방어피음 원리


 


 



동물들은 그늘이 지는 배 쪽의 색깔은 밝게 하고, 어두운 색의 등은 빛을 반사시켜 새하얗게 함으로써 빛이 비칠 때 대비효과를 줄인다. 그 결과 배경과 더 구분이 되지 않고 상쇄시키는 배색을 띄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런 동물들의 배색을 방어피음(防禦被陰, countershading)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생물학자는 세이어의 방어피음 개념을 환영했고, 세이어의 이론은 1902년에 [네이처]를 통해 영국 대중에게도 전해졌다.



 


 


 


“자연은 하늘의 빛을 가장 많이 받는 경향이 있는 부위는 가장 검게 하고 그 반대쪽은 가장 희게 하는 식으로 동물을 칠한다.” (Thayer, 1909)


 


 


세이어는 회화와 생물학이라는 은하 두세 개는 너끈히 들어갈 법한 학문 간의 거리를 꿰뚫으며 화가로서 생물학적 성찰을 이룬 것이었다.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평생을 연구에 매달려도 과학법칙을 발견하지 못하고 죽는 것에 비해, 그는 화가의 신분으로 ‘세이어의 은폐색 법칙’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붙어있는 과학법칙을 가지게 되었다.

 


본업이 아닌 이들이 본업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이루는 이런 뭐같은 상황은 정말 마주하기 싫은 현실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상황을 외면하기 위해서 일명 ‘신은 공평하다’라는 회피기제를 보인다. 이쁜 애들은 머리가 나쁘다던가 저 잘생긴 놈은 분명 발냄새가 고약할것이라는 편견을 만들어내어 심신의 안정을 찾으려는 생존본능 말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런 편견들은 일정부분 들어맞는다. 완벽한 사람이란 신조차 용서하기 힘든 존재였던 것이다. 그럼 세이어는 어땠을까? 암내가 심했을까? 성격이 심한 무좀을 가지고 있었을까? 아니면 인정하기 싫지만 그림도 잘그리고 머리도 좋은 외계인이었을까?


 


 


 




연기, 감독, 그림, 노래, 작사, 작곡 등 못하는게 없는 구켈란젤로 구혜선양. 

그녀는 외계인일까? 


 



 


 


다행(?)스럽게도 세이어가 중대한 과학법칙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는 과학자적인 기질과는 매우 동떨어진 사람이었다. 그는 넘치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상주의에 빠져있었고 심각한 열등감에 따른 자기과시와 자만심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자연계의 원리인 ‘방어피음’ 개념에 심취하여 자신이 고고한 식견을 가진 화가라는, 걸리면 약도 없다는 왕자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뿌듯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고 종종 망언을 내뱉고는 했다.


 


 


 


“물론 그런 모방을 판단하는 사람은 예술가이다. 따라서 나는 전문가로서 모방 여부를 판결한다.” (Thayer, 1911)


 


 


 


아들인 제럴드와 함께 쓴 대작 [동물계의 은폐색](1909)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때쯤, 그의 왕자병은 정점에 이르렀고 듣기에도 민망한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우리 책은 이론이 아니라 라듐의 엑스선처럼 명백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계시를 전한다.” (Thayer, 1909)


 


 


 


세이어는 알다시피 화가다. 그는 다른 과학자들이 가지지 못한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내 글에 들어가는 그림을 직접 그려 넣듯이 세이어도 자신의 재능을 썩힐 리가 만무했다.

 


그는 생물들의 무늬는 오로지 은폐색 기능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그런 주장과는 달리 현실에선 그 동물들 대부분은 1킬로미터 밖에서도 뚜렷이 보였지만 말이다.


 


 



-발췌 및 편집-

피터 포브스 저, 이한음 역, [현혹과 기만], 까치, 2012

 




 

 


영진공 self_fish


 


 


 


 


 


 


 


 


 


 


 


 


 


 


 


 


 


 


 


 


 


 


 


 


 


 


 


 


 


 


 


 


 

[근조] 토니 스콧


 


 


 


 


토니 스콧


Tony Scott


(1944. 6. 21. ~ 2012. 8. 19.)


 


 


 


 




 


 


 


 


연출작품: “탑 건”, 트루 로맨스”,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맨 온 파이어”, “펠햄 123” 등 다수


[필모그라피 링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진공 일동


 


 


 


 


 


 


 


 


 


 


 


 


 


 


 


 


 


 


 


 


 


 


 


 


 


 

“락 오브 에이지”, 왜 매운탕에 설탕을 풀었을까?

 



 


 


 


 


 







요건 영화 포스터
이거슨 뮤지컬 포스터



 


 


 


최근 개봉한 영화 “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이 영화는 2006년 처음 무대에 올랐던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다. 그런데 제목과 주요 등장인물이 같기는 해도 극의 전개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달라도 너~어~무! 다르다.


 


이 뮤지컬은 지금도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 계속 성황리에 공연 중인데, 극 중 주요인물인 드류와 셰리, 그리고 스테이시의 행로는 영화와는 매우 다르게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꽤나 비중있는 패트리샤라는 인물도 원작에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뮤지컬과 영화에서 같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Journey의 명곡 “Don’t Stop Believin'”을 통해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도 영화와 뮤지컬이 매우 다른 데다가, 이미 미드 “글리(Glee)”에서 줄창 단물을 빼먹은지라 좀 김이 샌다고나 할까.


 


글리에서 어떻게 단물을 빼먹은 거냐고? …… 이렇게~!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X Factor에서의 초대 공연 영상

 



 


 


그건 그렇다치고, 이 영화 왜 이렇게 됐을까? 떡하니 Rock of Ages라고 마빡에 타이틀 붙여놓고서는 어찌하여 Sugar Pop의 낯간지러운 해피엔딩으로 갈무리 하여야 했을까? 마치 얼큰한 매운탕에 설탕을 대박으로 타 넣은 듯한 입맛을 선사하는 건 왜일까?


 


미국의 드라마 제작자 중에 아론 소킨이라는 사람은 우리에게도 제법 알려져있는 미드 “웨스트윙 (West Wing)”의 제작자이다. 그가 이전에 발표하였다가 대박으로 망한 드라마 – 허나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꽤나 호평을 받았던 –  “Studio 60 on the Sunset Strip”(2006~2007) 에는 아론 소킨이 생각하는, 그리고 미국 민주당 사람들의 생각이라 믿어지는 미국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러니까 미국은 전쟁을 좋아하는 나라가 아니고, 가족을 걱정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 않는. 뭐 그런 나라라는 신념이 듬뿍 배어나오는 작품이다.


 


영국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는 휴 그랜트가 영국 수상으로서 자신의 나라가 미국 보다 훨씬 자긍심이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하며 이런 대사를 친다.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세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너리, 해리포터가 있고, 데이빗 베컴의 오른발도 있죠.”


 


미국은 유럽에 비해 대문호가 많은 것도 아니며 (물론 마크 트웨인이나 존 스타인벡, 펄 S. 벅 등 우리가 아는 많은 문호가 있지만), 전쟁 일으키기 좋아했지만 대놓고 전쟁 영웅을 시대적 자부심으로 가질 정도로 어리석진 않죠.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축구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가 최고지만, 미국인에게 최고는 ‘미식축구’. 그런데 미국 외에 이거 인기 있는 나라 거의 없다고 봐야 할듯.


 


 



Studio 60 … 의 에피소드 중에서

 


 


암튼 Studio 60 … 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유추해보자면 그러니까 … 미국의 정체성은 ‘자유’라는 것. 그래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 언론의 자유를 위해 매카시즘에 대항했던 블랙리스트 이야기도 다루었고,


 


그런데 극 중에서 이 스튜디오는 SNL로 유명한 뉴욕이 아니라 LA의 선셋 스트립에 있다. 그건 그러니까 헐리웃과 그걸 대표하는 정체성은 Sunset Strip에 있다라는, 그래서 이를 이용한 세트를 꾸며 가장 자기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Modern Comedy Show’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한다 (위의 동영상이 그 선언이다).


 


헐리웃의 현대 TV, 영화 산업이야 말로 미국이 자랑하는 자부심일 테니 ……


 


영화 Rock of Ages의 배경 또한 헐리웃의 Sunset Strip 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이 80년대 글램 메탈(Glam Metal)넘버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 뮤지컬의 배경과 제작의도가 80년대의 헐리우드라는 키워드로 집약되니 말이다.


 


여기서 잠깐, Glam Metal은 여러가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헤어 메탈, 팝 메탈, 헐리우드 메탈 등. 왜 헤어 메탈이냐고? 아래를 보시라.


 


 


 


배배꼬인 언니들 (Twisted Sister)



 


 


 


60년대에 유행했던 글램록(대표적인 노래들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많이 나온다.)을 메탈의 영역으로 확장한 게 글램메탈인데,


 


사실 … 반짝이는, 화려한, 말랑말랑한, 섹시한 … 등의 단어가 메탈과 어울릴리가 없잖아! 게다가 노래는 온통 사랑타령! … 그런데 이들은 그런 음악을 했고, 그런 노래를 불렀다. 어디에서? 헐리우드 선셋 스트립에서!


 


그러다보니 아까도 말했듯, 매운탕에 설탕 푼, 홍어찜에 꿀 바른 그런 맛이 나는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뮤지컬과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대부분 당시 어메리칸 락 밴드의 곡으로, Night Ranger, David Lee Roth, Poison, Foreigner, Pat Benatar, Extreme, Warrant, Bon Jovi, Twisted Sister, Quarterflash, REO Speedwagon, Starship, Journey, Guns N’ Roses 등 6~80년대를 호령한 락, 메탈, 헤비메탈 밴드 들의 주옥같은 곡들로 구성되어 즐거움을 선사하긴 하는데 …


 


이게 당장 먹을 땐 달아서 그럴 듯 한데 자꾸 씹고 뜯고 먹고 즐길 수록 그 맛이 그 맛이 아닌 거다 …


 


그럼 왜 이런 맛이 나게 되었을까?


 


 


 



80년대 미국의 TV에서는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시트콤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80년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터, 레이건, 부시로 이어지는 이 시기에 미국은 어쨌거나 ‘호황’이었다. 월남전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표면적이나마 냉전이 종식되었으며 돈이 마구 뿌려졌다.


 


80년대 초반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택한 레이건의 재정팽창정책, 레이거노믹스는 한 마디로 지금의 MB 경제정책의 벤치마킹모델이다. 부자와 기업에게 돈을 몰아주고, 세금은 줄이고, 소비는 장려하고 … 말하자면, 부자와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거다 …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부시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미국은 사상최악의 재정적자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그 유명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정치신인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


 


어쨌든 80년대의 미국은 석유와 군수산업에 쏟아부어지는 국민의 세금과 찍어서 뿌려대는 화폐의 힘으로 흥청망청 돈을 써댔다. 그리고 그런 돈 소나기를 음악 산업이 놓칠리 없었다.


 


 


 




CF나 스포츠 중계 시에 자주 나오는 노래, Van Halen의 “Jump”.


그걸 이렇게 불러버리면 우리보고 어쩌라고 … -.-;;; 




 


이제 고뇌하는 뮤지션은 돈이 되지 않았다. 쓸데없이 사회의 그늘을 읊조리고 고통을 토로하는 음악은 상품이 될 수 없었다. 락도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큰 음량과 강한 드럼 비트, 가슴을 후비는 기타 리프, 절규하는 보컬리스트는 좋은 상품이었지만, 거기에 골치아픈 사회현상을 실어 올리는 건 영업상 매우 손해보는 일이 된 것이다.


 


그러니 락도 팔 수 있어야 노래를 부르게 해 주었다. 팔릴려면 고객의 입맛에 맞춰서 노래를 만들어야 했고 … 그래서 락이라는 의상을 입고 락 비트의 연주를 하면서 팝에서나 들었던 사랑노래가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즐기는 음악, 놀 수 있는 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댄스, 디스코, 보이밴드가 나오게 되었고 금세 음악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산업적 측면을 제껴 놓고 생각해보아도,


선셋 스트립, 사실 이 동네에서 록의 정신을 말하긴 좀 그렇다. 거기에 서면 절로 ”와~ 1년 내내 이렇게 날씨 좋고, 쭉빵 아가씨들이 오락가락하는 여기서 메탈 밴드들이 노래한단 말이지” 소리가 나온다.


 


시애틀이나 뉴욕, 심지어 오스틴에 가도 이렇게 조건 좋은 록클럽은 없다. 본능에 충실한 게 록이라면 … 본능에 충실해도 언니들이 줄 서는 동네와 본능에 충실하게 음악해도 음습한 반응의 동네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뭔가 달라도 많이 달라지는 거다.


 





해질녘의 선셋 스트립의 클럽들에서 내려다본 L.A. 시내는 확실히 있어보인다. 괴롭거나 허탈하거나 음울하지 않는 그냥 멋진 동네가 거기 있는 거다. 그러니 거기에서 절규하고 저항하는 락이 나올 턱이 있나.


 


 




 



내게 설탕을 쏟아부어줘!

 


락은 하고 싶고, 세상은 흥청거리고, 돈을 가진 이들의 마음에 들어야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를 수 있고 … 그러니 삐딱선을 탄 거고 매운탕에 설탕을 확 부어버린 거다. 왜? 그렇게해도 맛있게들 먹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원작 뮤지컬에서는 나름 현실적인 마무리를 보여준다. 거기에서는, 화려함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살아온 젊은 시절, 그때가 지나고 돌아보니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Don’t Stop Believin’ 하자는 거다.


 


그런데 영화는 그러면 안 팔릴 것 같았나보다.


화려함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살다보면 … 더 화려해진다 ~ 베이비!


이렇게 끝나버리니 말이다.


 


암튼 그렇게 락이라는 매운탕에 해피라는 설탕을 대박으로 붓고 또 부어서 설탕죽이 되어도 어쨌든 이건 시작이 락이니까 락이라고 불러도 됨, 님하. 라는 맛이 되었다는 그런 얘기라는 거다.


 


그러니까 앞으로 매운탕엔 설탕말고 고추기름을 넣자! OK?!  


 


 


 


 


영진공 헤비한 규훈이의 함장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