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의 예상궤도가 산으로 간 까닭은?

 

 

 

 

 

 

내 군생활 동안 함께 했던 81m똥포. 
하지만 다행히 관측병이라 이 똥포를 들 일이 별로 없었다는~

 

 

 

군 시절 난 81미리 곡사포의 관측병으로 복무하였다. 포대에서 보자면 그것도 포냐며 비웃겠지만 차에 싣기도 애매해서 주구장창 들고다녀야 하는 애물단지 81미리는 사실 보병 대대의 가장 큰 화력중 하나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한국전쟁때 운용하던 것이라 포가 완전히 고정되지 않아 사격하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이 꽃이 폈다.

 

흔들거리는 포의 작은 오차는 최대 사거리가 5km정도인 이 포에서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 정도 거리라면 작게는 몇 십 미터에서 크게는 몇 백 미터까지 오차가 벌어진다. 그럼에도 간부들은 이 똥포를 가지고 점표적을 초탄명중 시키라고 요구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대장의 왜 초탄을 명중시키지 못하냐는 말에 답답해진 난 과감히 손을 들고 포의 유동이 심해 아무리 좌표를 정확하게 찍어도(1997년도에 1960~70년대 지도를 주고선 좌표를 찍으라는 것도 넌센스!) 초탄 명중은 복불복이라고 말대꾸했다가 여럿 긴장시켰던 적도 있었다.

 

이처럼 고작 4~5킬로 거리의 사격에서도 작은 오차가 큰 변화를 초래하는데, 우주에서처럼 어마어마한 거리를 이동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는 아주 작은 오차라도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빛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양자이다. 그래서 물체에 압력을 가해 움직일 수 있다. 물론 그 힘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지구상에선 느낄 수가 없다. 그러나 마찰이나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막대한 빛의 덩어리인 태양이 내뿜는 빛은 주변의 물체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는 혜성의 꼬리이다. 지구에서는 움직이는 물체의 반대방향으로 꼬리가 끌리지만 우주에서는 태양광에 밀려 혜성의 꼬리는 태양에서 먼 방향으로 기다랗게 끌린다.

 

근래에는 미국과 일본 등의 국가에서 빛의 압력을 추진력으로 이용하는 우주선을 개발하는데 한창이기도 하다.  

 

그런데 태양광이 물체를 움직이는 작용에는 빛의 압력 말고도 또 하나가 있다. 그것은 야르콥스키 효과(Yarkovsky effect)라는 것이다.

 

 

 

 

 

 

야르콥스키 효과는 태양광으로 데워진 소행성 같은 소천체가 적외선을 방출함으로써 그 궤도가 변하는 현상이다.

 

소천체에서는 태양광이 비치는 부분과 비치지 않는 부분 사이에 엄청난 온도차가 생긴다. 온도가 높은 부분에서는 적외선이 많이 방출되는데 그 반동으로 천체는 적외선이 많이 나오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게 된다.

 

 

 

실제로는 소행성의 회전 때문에,

야르코브스키 효과는 좀 더 복잡하게 일어나는 듯 하다.

 

 

야르콥스키 효과를 발견한 러시아의 토목기사,

이반 야르콥스키Ivan Yarkovsky(1844~1902)

20년간 철도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여러 과학 분야에서 활동하였으며
행성의 움직임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뭔지는 모르지만 말만 듣고서도 뭔가 엄청 있으나마나한 힘인지 감이 올 것이다. 아무리 우주 공간이라지만 이러한 힘이 물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미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소행성의 궤도가 야코프스키 효과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학계는 충격의 구렁텅이에 빠졌다고 한다.

 

이 연구성과의 발단은 지구를 위협하는 우주 돌덩어리 ‘1999RQ36’의 등장 때문이었다.

 

 

 

생긴 것 부터 흉악한 우주 돌덩어리’1999RQ36′

 

요놈이 날아다니는 행색을 보니 백 년 후에 지구랑 대충돌의 랑데부를 일으킬 싹수가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사에서는 요놈을 블랙 리스트에 올리고 예의주시하기 시작하였고 1999년과 2005년, 2011년의 3회에 걸쳐 소행성의 위치를 측정했다.

 

그런데 머리좋은 과학자 형님들이 계산한 궤도와 실제 관측궤도가 12년 동안 약 160km정도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식겁한 형님들이 이래저래 고민 끝에 부랴부랴 야르콥스키 효과를 고려하여 계산해보니 그 결과와 관측결과가 일치하였고 그 뒤로 맘편히 잠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근데 이 야르콥스키 효과는 ‘1999RQ36’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울 때 조차 약 14g 정도라고 한다. ‘1999RQ36’는 직경 560미터에 질량이 6800만톤으로 추정되니 14g의 힘 따위가 뭘 어쩌겠어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우주 돌덩어리들이 날아다니는 거리가 서울~부산 거리도 아니고 수천천천만만만 킬로미터이니 아주 작은 각도의 변화가 이처럼 큰 결과의 오차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야르콥스키 효과를 고려하여 계산한 결과 2135년에는 소행성이 지구에서 22만마일(약 35만km) 정도 떨어진 지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인 24만마일보다 가까운 지점이지만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고 과학자 형님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야르콥스키 효과의 입증은 소행성의 궤도 예측에서 뿐만 아니라 소행성 탐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성과였다. 왜냐하면 소행성의 궤도 변화는 소행성의 질량을 계산할 때 있어서 오차를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행성의 질량을 추정하는 일은 탐사선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양을 짐작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소행성이 무거우면 중력이 강해지므로 탐사선이 사용하는 연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사는 우리를 위협하는 돌덩어리 ‘1999RQ36’의 정체를 좀더 명확히 밝히기 위해 2016년 우주선을 날려 샘플을 채취하여 들고 올 생각으로 ‘오시리스-렉스’계획을 진행 중이다.

 

 

 

 

 

 

야르콥스키 효과의 성과는 2012년 5월 19일에 일본 니가타 현에서 개최된 ‘소행성, 혜성, 유성 2012(ACM 2012)’ 국제회의에서 발표되었다.

 

영진공 self_fish

 

 

 

 

 

 

 

 

 

 

 

 

 

 

 

 

 

 

 

 

 

 

 

 

 

 

 

 

“힉스입자”가 뭐임? 먹는 거임??

 

 

 

 

 

 

 

세상은 뭘로 만들어졌을까를 풀어내면 세상의 법칙을 알 수 있을까요?
말하자면 신의 법칙, 그걸 알 수 있을까요?

 

뉴튼이 고전 물리학을 만들었을 때 인간은 미래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죠.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현재 속도를 측정하면 몇 분 후에 어느 위치에 도달한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하지만 뉴튼의 고전물리학이 우리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는 딱 들어맞지만,

우주적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때, 짜쟌, 아인슈타인이 나와서 상대성 이론으로 우주적 차원을 설명하지요.

 

 

 

 

근데 또 문제가 생깁니다.

 

실험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자 단위까지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자,
상대성 이론이 미시 세계에서는 들어맞지 않는 거지요.

예를 들어, 아래의 이중 슬릿 실험 같은 거지요.

 

 

 

 

 

위 영상은  “What the Bleep Do We Know!?: Down the Rabbit Hole”(2004) 

 http://youtu.be/ktE_BaTVyiQ  이라는 다큐에서 잘라낸 부분인데,

그 다큐는 결말이 좀 어처구니 없다는 …

암튼 이런 때 양자 역학이 나타나서 이 미시 세계를 설명하지요.
양자 역학은 정말 너무 오묘하고 이해불가능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게 그 예지요.

 

 

양자역학에 의하면, 미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그 사건이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률적으로밖에 계산할 수가 없으며 가능한 서로 다른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슈뢰딩거가 제안한 이 사고 실험은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미시적인 사건이 거시적 세계에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하나의 패러독스로서 거론된다.

 

이 사고 실험에는 알파입자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고양이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자 속에 들어있고, 이 상자는 독가스가 들어있는 통과 연결되어 있다. 독가스는 벨브에 가로막혀 상자 속으로 들어갈 수 없으며, 독가스가 든 통 역시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되어 벨브가 열리는지 볼 수 없다. 이 벨브는 방사능을 검출하는 기계 장치와 연결되어 있는데, 그 기계 장치는 라듐 등이 붕괴하며 방출한 알파입자를 검출하여 벨브를 연다.

 

벨브가 열린다면 고양이는 독가스를 마셔 죽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 라듐은 단위 시간 당 50%의 확률로 알파붕괴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단위 시간이 흐른 후에 고양이는 50%의 확률로 살아 있거나 죽어 있을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근데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이렇게 여러가지여도 될까요?

게다가 이전에 확인되지 않던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가 과학자들에 의해 속속 발견되고 있는데 말입니다.

분자, 원자, 전자, 핵 … 뭐 이 정도였는데,

핵을 쪼개니까 양성자, 중성자 … 요걸 또 쪼개니까 쿼크가 나오고,
또 쿼크들을 묶어주는 중간자들이 나오고 … 쿼크도 종류가 다양하고,
뭐 이것저것 많더란 말이죠.

 

그런데 과학자들은 얘네를 본 적이 있느냐?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실험 결과 수치상으로 나올 뿐이죠.

 

암튼 이 정도까지 가다 보니 새로운 힘들이 발견됩니다.
그 전에는 중력과 전자기력 뿐이었는데 미시 세계로 내려가니까
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거나 밀어내는 힘들이 있단 말이죠.

 

 

 

 

그걸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라고 부른대요.
핵폭탄 만드는 원리입니다.

 

여튼 그래서 세상에는 네 가지 힘이 존재합니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핵력.

근데 이 힘들에는 공통점이 없어요.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도 다 다르고
세상에 존재하는 힘들도 다 다르면 이게 뭐 일케 복잡해!

 

오캄의 면도날. 단순한 게 정답이다!!!
… 라는 취지로 아인슈타인이 이 모든 이론과 힘들을 하나의 이론 안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일명 통일장 이론이지요.

 

그래서 이 취지 아래 과학자들이 연구를 합니다.

하다보니 물질의 구성요소는 총 17가지.

중성미자, 경입자, 업 쿼크, 다운 쿼크 등등등 많고
네 가지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이 다 있더라 … 뭐 그런 것이죠.

 

게다가 우리는 4차원의 공간에 살고 있는데(3차원+시간),
위의 여러가지 이론을 하나로 합치려고 하니 4차원으로는 해결이 안 돼요.

그래서 수학적인 해결을 위해 차원을 하나씩 늘리다 보니,
이 통일장 이론에서는 11차원이 등장합니다.

 

 

 

 

결국 세상은 17가지 기본 입자와 11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졌다!!!!
… 는 게 바로 이 이론이고 이 모델을 표준 모형이라고 부른다네요.

 

문제는 17가지 기본 입자 중에 마지막 하나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입니다.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라는데,
과학자들이 여러가지 방정식을 만들고 실험을 했는데,
저 입자들에는 질량이 없어야 계산이 떨어지는데,

실제로는 질량이 관측된단 말이죠.

 

그래서 그럼 질량을 매개하는 입자도 있지 않겠느냐 상정하고,
계산기 두드리니까 이론적으로 맞는 겁니다.
근데 발견되질 않는 거죠.

 

그래서 노벨상 받은 어떤 과학자가 십여년 전에 이 과정을 책으로 썼는데요.
책 제목이 갓뎀 파티클. 좆같은 입자였던 거지요.
하도 안 나타나니까 갓뎀이라서.

 

근데 출판사에서 이 갓뎀을 갓으로 바꿔서 갓 파티클로 출판합니다.
그래서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갖게 됐지요.

 

 

 

 

문제는 이제 완벽한 표준 모형을 만들었으니 신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냐?

근데 최초 이 표준 모형의 기획은 단순하게!였거든요.
하지만 이 결과가 과연 단순한가?
그리고 이 모형 안에서는 중력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ㅆ ㅂ 그럼 이게 뭐야.

세상을 단순하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는 노력이,
이것저것 갖다붙인 누더기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비슷한 발표를 자꾸하는 CERN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들이 있더군요.
* CERN (Conseil Europeen pour la Recherche Nucleaire, 유럽 입자물리학 연구소 )

 

작년에도 힉스 발견했다 어쨌다 떠들었는데, 또 하는 걸 보니,

이게 유럽 경제 위기 오니까 연구비 받아내려는 목적 아니냐는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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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아직은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신의 입자는 커녕 신의 비듬도 아직 못 봤거든요.

요번에 발견된 입자가 힉스인지 아닌지는,
CERN에서 좀더 분석해보고 연말에나 발표한다네요.

 

그나저나 어서 빨리 발견되었으면 하는 입자가 있는데 말이죠,

유명모델이나 제수씨 등 가릴 것 없이 발휘되는 바람기의 근원인,

긱스 입자 말입니다.

 

이름도 비슷한데 … 힉스, 긱스 … Giggs, Higgs … 흠,,,

 

 

 

영진공 긱스워너비

inspired by 철구’s memo

 

 

 

 

 

 

 

 

 

 

 

 

 

 

 

 

 

 

 

 

 

 

 

 

 

 

 

 

 

 

 

투구게 님의 살신성인 (1/2)


인류는 지가 제일 잘난 줄 알지만 사실 수많은 생물들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생존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자 민폐 종결자라 할 수 있다. 생태계를 무상지원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신약, 화장품, 신기술 개발 등을 위해 토끼, , 원숭이 등 무수히 많은 동물들이 아무런 친분도 없는 인류를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살생부에는 비록 우리 동네에 거주하지 않아서 대면한 적은 없지만 익히 살아있는 화석으로서 현 지구상의 최대 짬밥을 자랑하는 투구게
horseshoe crab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랜 시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인해,
 진화론을 공격하는 창조론자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고 있는 투구게

공룡보다도 더 오래된 연식으로 현존하는 생물들이 알아서 기어도 시원찮을 판에 투구게는 어쩌다가 새까만 후배인 인류의 손에 놀아나게 되었을까. 그건 아이러니 하게도 그 오랜 세월을 살아남게 해준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투구게의 면역체계 때문이다.

생긴 건 게처럼 생겼지만 오히려 거미나 전갈 같은 애들과 머나먼 친척관계인, 절지동물에 속하는 투구게는 피가 섹시하게도 파란색이다. 이것은 투구게의 고향이 안드로메다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투구게의 혈액 내에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헤모시아닌)에 구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
(헤모글로빈)에 철을 포함하고 있어서 붉은 색이다. 춥고 산소가 낮은 곳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에게는 헤모글로빈hemoglobin의 산소 수송보다는 헤모시아닌hemocyanin의 산소 수송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투구게는 파란 피를 택한 것이다.

투구게의 섹시한 파란 피는 그 영롱한 색 말고도 또 하나 매력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바로 세균과 접촉하면 바로 굳어버리는 원시적인 면역체계이다
. 그리고 이런 훌륭한 면역체계로 인해 투구게님은 팔자에도 없는 인간과 세균(박테리아)와의 전쟁에서 일선에 나서는 처지가 되었다.


폐렴으로 죽은 환자의 폐조직을 검사하다가 그람 염색을 개발하게 된,

한스 크리스티안 그람


인류는 백신을 개발하여 수 천 년 동안 세균에게 넋 놓고 린치 당하던 상황을 역전시키고 세균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백신의 원리는 간단하다
. 우리의 면역체계를 미리 해당 세균에 노출시켜 기억시킨 후 다음에 같은 놈이 찾아오면 신속하게 걷어 차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쌩쌩한 세균을 몸에 직접 주입 했다가는 스파링 뛰려고 했다가 재기불능으로 망가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백신은 독성을 낮추거나 제거한 세균(생백신)이나 아니면 아예 죽인 세균(사백신)을 이용한다.

그런데 초창기 백신을 연구하던 중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 죽은 세균으로 만든 백신을 맞은 환자 중 일부에게서 열이 나거나 심지어 쇼크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죽은 세균이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는지 의사들은 난감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 문제를 풀기위해 머리를 싸맨 끝에 결국 그 원인을 밝혀내었는데, 그건 바로 일부 세균들의 세포벽 때문이었다.



이쁘게 그람 염색을 한 세균들
왼쪽이 그람양성 세균, 오른쪽이 그람음성 세균이다.

세균을 분류하는 여러 방법들 중 하나로 염색에 의한 방법이 있다. 이것을 그람 염색 Gram stein이라고 하는데 덴마크 출신의 의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그람 Hans Christian Gram이 개발한 염색법이다. 이 염색법을 이용하면 세균의 특성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그람 염색을 하면 자주색을 띄는 그람 양성 세균
(G+)들로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폐렴균, 나병균, 파상풍균 등과 같은 놈들이 여기에 속한다. 요녀석들은 두꺼운 세포벽이 특징인데 왜냐하면 이들의 나와바리가 육지이기 때문이다. 거친 육지생활을 위해선 아무래도 단단한 세포벽이 필요했을 것이다.

반면 붉게 염색되는 세균들이 있는데 이들은 그람 음성 세균
(G-)이라고 한다. 살모네라균, 이질균, 티푸스균, 대장균, 콜레라균, 페스트균 등이 여기에 속하며 요녀석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의 나와바리는 물이다. 그래서 보다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얇은 세포벽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그람음성 세균들의 세포벽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그람음성 세균의 세포벽은
LPS(lipopolysaccharide)라는 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의 면역체계는 세균의 LPS를 감지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죽은 세균으로 만든 백신이었지만 인체는 죽은 세균의 LPS를 감지하고 면역반응을 일으켜 몸에 열이 나는 것이다. 이처럼 그람음성 균의 LPS를 내독소 endotoxin라고 한다.

그람음성균들은 자라면서 세포벽에서 지속적으로 내독소를 방출한다
. 또한 그람음성 균은 세포벽이 얇아서 물에서 꺼내면 쉽게 죽거나 뭉개지며 이 과정에서도 내독소를 방출한다. 즉 우리는 언제나 내독소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살벌하게 생긴 세균의 자태

그래서 우리 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독소에 반응하는 면역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며, 몸에 열이 나는 것은 체온을 올려 세균을 태워 죽이려는 포유류들의 자연스러운 면역반응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인체의 면역 시스템은 점점 강해지는 것이며 대부분 내독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양의 내독소가 인체로 쳐들어와서 너무 많은 열을 발생시키면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 특히 백신이나 정맥주사액 같은 생의학 제품과 의료장비의 경우 그 대상이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의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내독소의 제거는 중요하다. 내독소를 효율적으로 파괴하기 위해서는 200도 이상의 고온이나 강산, 강염기에 장시간을 노출시켜야 한다.

그래도 장담할 수 없다
. 주위에는 내독소가 널려 있어서 다른 과정에서 묻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내독소에 민감한 토끼를 주로 애용하였다. 오염이 의심되는 샘플을 토끼에게 주사하고 토끼가 열이 나는지를 통해 오염유무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런 시험을 위해선 많은 토끼를 길러야 했기 때문에 넓은 공간과 많은 유지비가 들었으며 윤리적인 문제도 대두되었다. 게다가 실험 결과를 얻기까지 무려 48시간이나 걸렸다.

이렇게 인류가 예상치 못한 세균의 내독소에 전전긍긍하던 중 투구게의 영롱한 푸른 피가 한줄기 빛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물론 투구게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백신에서 내독소를 제거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단백질의 변성으로 인해 고온을 이용해서,
내독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
물론 여러 정제과정을 통해 내독소의 대부분이 제거되지만,
기준치 이하로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
.
그래서 보다 경제적으로 내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2부로 이어집니다.





영진공 self_fish



니콜라우스 스테노는 어디서 튀어나온 듣보잡일까? (2/2)





17
세기 과학혁명의 물결은 지구과학으로도 흘러들었다. 그리하여 이제 지구 자체도 연구 대상이 되었고 지구의 기원은 풀어야할 스도쿠 문제였다. 하지만 제아무리 셜록 홈즈라도 사건을 조사하려면 단서가 있어야 하듯이 지구의 기원을 연구하려면 바탕이 되는 어떤 단서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자료라고 해봐야 성경의 창세기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 당연히 초창기 지구 기원에 관한 연구와 가설은 창세기라는 앞마당 안에서만 뛰어놀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연구를 시작한 자연학자들의 눈에 점차 곤혹스러운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조개나 고대 생물처럼 생긴 돌들이 발견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현재에는 볼 수 없는 생물이었고 바다생물처럼 생긴 돌들이 쌩뚱맞게도 산꼭대기나 내륙 깊은 곳에서 발견되기도 하는게 아닌가.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창세기가 말하고 있는 노아의 홍수 밖에는 없었다
. 옳거니!

그러나 대홍수는 어떻게 조개나 생물의 뼈 들을 돌처럼 만들며
, 또 이것들이 어떻게 깊은 땅속에 묻히게 되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더구나 일부지역에서 엄청나게 많은 조가비들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한차례의 노아의 홍수로는 이런 결과는 만들어 낼 수 없어보였다.

당시엔 지구의 창조는 당연히
6,000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토록 짧은 기간에 산이 불쑥 생기고 바닷물이 바짝 말랐다는 이야기는 SF소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화석에 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은 바다 생물과 비슷하게는 생겼지만 그건 그냥 땅속에서 자란 특별한 돌이라고 했던 것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던 스테노 형님은 피렌체 메디치가의 페르디난도
2세가 해안에서 잡은 상어를 해부하게 되었다. 스테노는 해부를 통해 상어의 이빨이 당시 약물로 쓰이던 혀돌(tongue stone)이라는 돌과 너무도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연히 그 혀돌은 땅속에서 자라거나 폭풍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이 혀돌

그러나 스테노 형님은 이런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해부학자로서 사람과 동물의 몸을 통해 몸 속에 있는 기관이나 조직은 제각기 맡은 기능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연하게 완전히 똑같은 이빨이나 조가비가 만들어질 순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들이 단단한 암석 속에 묻히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 결국 스테노는 쿨하게 해부학 연구를 접고 화석을 연구하는데 온 시간을 바친다. 흥미를 느낀 갑부 페르디난도 2세 역시 스테노의 연구 비용 전액을 지원해 주었다. 그리하여 노력 끝에 상어 이빨과 내륙 깊숙한 암석층에서 발견된 화석 잔해물에서 드러난 특징들을 비교해 그 잔해물이 상어의 이빨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1667년 출판한 [해부한 상어의 머리]에 실린 삽화…

스테노 형님이 해부한 것이 정말 상어였을까?! -_-


이후 스테노는 지질학의 기초가 담겨있는 그의 걸작 [자연적으로 고체에 파묻힌 고체에 관한 논문의 서문]을 발표하였다. 이 책에서 스테노는 수정과 같은 무기물 고체와 조개나 뼈와 같은 유기물 고체의 생성이 다르다는 데 주목했다.

그래서 화석이 묻혀 있는 암석이 본래 연한 퇴적물이었으나 조개나 뼈가 묻힌 뒤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지면서 단단한 암석이 되었음을 알아냈다
.

스테노가 제기한 퇴적암 개념은 지질학 발전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699년 출판된 [자연적으로 고체에 파묻힌 고체에 관한 논문의 서문],

연구비를 대준 페르디난도 2세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스테노는 이러한 퇴적암 개념을 훨씬 규모가 큰 지층에도 똑같이 적용했다. 그리하여 지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층층이 연속적으로 퇴적된 것임을 알아냈다. 맨 아래 있는 지층이 가장 오래된 지층이며, 퇴적물은 평평하게 쌓여 수평층을 이루고, 퇴적물은 옆으로 넓게 퍼져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울거나 절단되고 겹친 암석층은 지각이 움직였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자연적으로 파묻힌….]에 실려있는,
토스카나 지역의 지층이 쌓이고 지형이 

형성된 단계를 보여주고 있는 다이어그램


그러나 스테노 형님 역시도 한낱 인간이었다
. 시대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성경의 그늘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는 토스카나의 지층을 관찰해 육지가 바닷물로 뒤덮인 적이 최소 두 번이고, 그 중 적어도 한번은 지층이 기울면서 바뀌었으리라는 결론에서 그의 연구는 끝을 맺는다.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스테노는 자신이 연구한 과학은 창세기의 부족한 기록을 메우는 길이라 여겼다
. 스테노 뿐만이 아니었다. 당시는 모두 그랬다. 우리가 현재 본좌라 일컫는 대부분의 자연과학자들은 종교인이었고 그래서 그들이 발표한 자연과학서는 성경의 내용을 보완하고 있었다. 둘 다 신학자들이 쓴 저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론이 창세기를 보완하는데 쓰였다고 해서 창조학자라고 부르는 것은 한마디로 가당찮은 이야기다
. 그렇게 치면 19세기 전까지 대부분의 생물학자, 지질학자들은 창조학자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이후 린네니 뷔퐁이니 퀴비에 등과 같은 생물학자와 지질학의 본좌들이 서로의 머리채를 붙잡고 지구의 나이와 기원에 대해
, 자연사에 대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스테노의 이러한 업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8세기에 들어서며 현존하는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도 화석이 있다는 것과, 이것이 한 때 살아 있었던 생물체의 잔해라는 것은 폭넓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형님은 학자로서 한창 이름을 떨치던 때에 일부 동료 과학자들에게 크게 낙담을 하고
, 1667년 과학자의 길을 스스로 그만두고 성직자가 되었다. 그리곤 사제로서 독일 북부의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다 1686년에 48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해부학자로서 해부학 연구를 통해 근육
, 심장, 뇌에 관한 통설을 뒤엎었으며, 지질학의 창시자로서 암석층을 살펴서 지구의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과학적 원리들을 처음으로 주장한 니콜라우스 스테노 형님은,

결코 듣보잡이 아니다
.




* 참고 및 발췌 *

로버트 헉슬리 저
곽명단 역, [위대한 박물학자], 21세기 북스, 2009.
졸 쉐켈포드 저강윤재 역, [현대 의학의 선구자 하비], 바다출판사, 2006.
[현대 과학의 풍경], 궁리, 2008.
존 그리빈 저강윤재김옥빈 역, [과학], 들녘, 2004.
 http://www.ucmp.berkeley.edu/history/sten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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