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슈퍼 히어로는 필요한 것일까?

 


슈퍼히어로를 보면 나는 언제나 미국을 떠올린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자본주의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빨갱이 베트콩이여,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라 일갈하며 그들과 전쟁에 나선 미국.
이런 미국의 영화 속 분신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슈퍼맨이었다.

당시에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당시가 아니라 아직도 많다. 광복절날 시청 앞에서 성조기 흔드는 영감들은 여전히 지구를 지키는 슈퍼 미국을 신념으로 받들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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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미국이 슈퍼맨처럼 순수하게 의로운 목적만을 가지고 그 많은 전쟁을 벌였던 것일까? 단지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베트콩들은 정말 지구의 평화를 파괴하는 악의 무리고, 종교 근본주의자들과 아프가니스탄, 후세인과 이라크는 정말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우주 몬스터일까?

그러나 미국이 물리치지 못한 베트남은 여지껏 지구를 정복하려는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악의 무리 이라크는 지구 평화를 파괴한다는 대량살상무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라크는 배럴당 석유생산비용이 가장 적다는 다이아몬드를 갖고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슈퍼맨으로 상징되는 슈퍼히어로 미국은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는 순수한 의도 따윈 없었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신의 슈퍼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우주 악당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우주 악당들은 사라졌지만 지구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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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 정도까지 와버렸다. 부시 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바닥을 치고 있고 사람들은 의심하고 있다. 과연 슈퍼한 히어로라는 존재가 정녕 우리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필요한 것일까?

그래서 <스파이더맨2>가 나온다. 슈퍼 파워를 지니고 있는 피터는 집세도 못 내고 있다.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공립학교 지원금은 줄어들고, 복지예산은 삭감되고, 각종 보조금은 폐지되고, 길거리엔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피터는 그래서 슈퍼 히어로 미국의 내부를 돌아보는 최초의 히어로였다. <스파이더맨3>에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슈퍼 파워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드러나려나? 하지만 피터는 역시 슈퍼 미국의 피를 물려받은 히어로답게 성조기를 휘날리며 악의 무리 샌드맨을 두드려 팼다.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젊은 시절 잠깐 방황이야말로 슈퍼한 인간의 매력이지’라는 뉘앙스로 포장하며 끝내 히어로 본연의 모습으로 리턴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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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 우리의 질문도 바뀌지 않았다. 과연 슈퍼 히어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이때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줄 흑기사를 자처하며 브루스 웨인이 홀연히 나타났다. <다크 나이트>.

어쩌면 고담시와 배트맨으로 상징되는 미국이야말로 현실의 미국과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시민들은 의료보험이 없어서 손가락이 날아가고 있는데, 정부는 최신 무기로 돈지랄 중이다. 그리고 이 시민들을 지켜야 하는 법은 투페이스 번트처럼 자본에 좌지우지되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기존 배트맨의 만화 같은 영상을 벗고 고담의 리얼리티를 살려놨다. 현실 같은 고담은 미국의 현실이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면 물론,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도 있어야 한다. 처음 등장하는 악당은 갱들. 이들의 무기는 돈줄, 바로 현금이다. 배트맨과 경찰은 이 대량살상무기 현금을 찾아내려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량살상무기 현금을 찾아내 없애버리는 사람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슈퍼 악당 ‘조커’다.

그렇게 조커는 말한다.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악당을 찾아 없애면 지구의 평화가 올 거라고 생각해? 후세인이 사라졌지만 지구에 평화는 오지 않았어. 그루지아와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했고, 중국은 티베트를 유혈 진압했으며,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아닌 소수민족이 중국에서 테러를 일으켰어. 끊임없이 우주 악당을 만들어내 자신의 슈퍼함을 과시하는 것으로 지구의 권력을 장악한 네가 까먹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지. 우주 악당이 없다 해도 지구는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야. 혼란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 바로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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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구는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다. 슈퍼 악당이 있건 없건 간에 혼란은 있기 마련이다. 조커는 지구 정복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에게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슬프지만 혼란이란 그런 거고 우리 사는 삶이 그런 거다. 그런데도 슈퍼 히어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슈퍼 악당을 찾아내 평화를 지키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혼란을 슈퍼 악당이라고 부추기며 전세계에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 그리고 덤으로 배럴당 생산비용이 가장 싼 석유까지 챙겨가는 미국. 그렇다면 과연 누가 슈퍼 히어로고, 누가 슈퍼 악당일까? 과연 슈퍼 히어로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조커는 그래서 배트맨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너의 정체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고담시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다. 미국이 슈퍼 히어로라는 가면 속 정체를 밝히지 않고 슈퍼 악당을 찾는 전쟁을 계속하는 한 지구촌 역시 혼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리고 배트맨은 이제 고민해야 한다. 정체를 밝힐 것인가, 말 것인가.

배트맨은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상식적인 답을 한다. 이제 혼란을 바로잡는 일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법을 지키는 검사 하비 덴트가 맡아야 된다는 답. 비록 그 법이라는 것이 고담시에서는, 그리고 고담 같은 미국에서는 ‘투페이스 던트’처럼 두 얼굴의 법이지만 그래도 혼란을 바로잡는 일은 슈퍼 파워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법이 맡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답. 자신의 슈퍼 파워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게 도울 뿐, 진정한 슈퍼 히어로는 배트맨이 아니라 ‘법’이여야 한다는 답. 상식을 뛰어넘는 슈퍼한 놈들만 판치는 히어로의 세상에서 만나는 상식적인 답이란 그래서 놀라운 것이다.

“슈퍼 히어로는 과연 필요한 것일까?”

결국 우리의 질문에 대한 배트맨의 답은 이런 것이다.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배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처럼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가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과 일반인의 정서를 담은 이 시대의 법이 바로 슈퍼 히어로가 돼야 한다.”

그래서 <다크나이트>는 슈퍼 히어로 미국을 부정하는 가장 진보한 슈퍼 히어로다.

*

미국은 이처럼 영화가 정치를 앞서간다. 이라크 전이 한창일 때는 남의 집구석 걱정하지 말고 우리 집구석이나 잘 챙기라며 집세를 걱정하는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2>가 나오더니, 맥케인과 오바마의 대선을 앞두고는 미국은 슈퍼 히어로가 되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질문을 던지는 <다크나이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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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게 있다면 그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이런 것 아닐까? 시대를 앞서 먼저 상상하고 창조하는 이정표의 역할. 게다가 이 영화는 진지하게 각잡고 사색하는 영화가 아니라 남녀노소 단체관람에 무리없는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를 앞서는 영화를 만나기 어렵다. 밤 12시까지 보습학원 보내고 입시학원 보낸다고 인간의 창의력이 늘어나진 않는다. 놀란 감독은 7살 때부터 영화를 찍었고, 문학을 전공했다.


영진공 철구

아이언맨 유감, 시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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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앞서 아이언맨에 대해서 투덜거린 바(http://0jin0.com/1350) 있는 짱가 입니다.
여러분의 좋은 지적 잘 봤습니다.  그래서 앞서 글의 2번째 버젼을 올립니다.  

지난 번 포스트에서 투덜거리긴 했어도, 영화 <아이언 맨>은 분명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일단 CG를 적절히 사용한 화면빨이 끝내주고, 말 그대로 업그레이드 해가는 과정을 그럴듯하게 보여준데다, 카리스마 지수 매우 높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씨가 주연을 맡고 기네스 펠트로양이 조연으로 활약해준 덕분에 그 만화같은 설정들이 정말 진짜 처럼 보여지기도 했지요. 그 덕분에 아직도 전세계 극장가에서 훌륭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이 영화의 미덕들에 많은 관객이 공감했다는 뜻일 겁니다.



다우니 주니어씨…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이 영화에서 씁쓸한 뒷맛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워지기는 커녕, 씁쓸함은 갈수록 더 커집니다.
그것은 아마도 오지랖과 주제파악에 관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제가 보기에 <아이언맨>은 지나치게 넓은 오지랖을 자랑하면서 자기 주제파악에는 어설픈 존재입니다. 그는 영웅이라기 보다는 천덕꾸러기이고 문제아입니다.

무슨 만화원작 영화를 가지고 그렇게 따지냐고요?
게다가 수퍼 히어로물들이 대개 그렇지 않냐고요?

음, 몇 명의 다른 수퍼 히어로들의 오지랖과 주제파악을 분석해보죠.

1. 배트맨
우선 배트맨이 있습니다. ‘첨단테크닉으로 떡칠한 부자 수퍼히어로’라는 점에서 아이언맨과 매우 비슷한 컨셉을 가진 수퍼 히어로죠. 하지만 배트맨의 행동은 아이언맨과 많이 다릅니다. 그는 우선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춥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저지르는 짓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충분히 정당화되지 못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죠. 그는 범죄자들을 체포하기 보다는 직접 처단하니까요. 배트맨 자신도 그게 별로 타당하지 않은 행동임을 알면서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자신이 범죄자에 대한 복수심에서 탄생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덜떨어진 경찰들만 가득한 도시 고담은 그런 배트맨에게 의지하니 둘은 짝짝궁이 잘 맞습니다. 그래서 배트맨은 자신의 도시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영역은 고담 뿐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뭘 하는지 안다는 점에서 주제파악이 분명하고 자신의 한계를 지킨다는 점에서 오지랖도 적당합니다.


어둠의 간지 배트맨…

2. 스파이더맨
그럼 스파이더맨은 어떨까요? 그는 좀 오지랖이 넒은 것이 사실입니다. 단칸방 월세도 못내 쫒겨날 위기에 처해있으면서 뉴욕을 지키기 위해 맨날 거미줄을 쏘아대니까요. 하지만 그 역시 자기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자꾸 악당들이 그를 찾아오거든요. 그는 단지 삼촌이 죽어가며 남긴 유언이 자신의 좌우명이 되어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뿐이죠. 오지랖은 약간 범위를 초과해도 워낙 주제파악이 겸손합니다. 그게 그의 매력이고, 덕분에 스파이더맨은 가장 서민적인 히어로로 공감을 얻습니다. 그 겸손함이 사라지자 얼마나 찌질스러워지는 지는 모두들 3편에서 보셨을 겁니다.


피터가 춤추는 장면 움짤을 못찾아서…

3. 수퍼맨
그럼 수퍼맨은 어떤가요? 음… 그는 맨 중의 맨입니다. 그는 애초에 인간이 아닙니다. 저 먼 별나라에서 내려오셔서 우리를 굽어 살피시는 천사의 상징이죠. 그가 아무리 엄청난 오지랖을 자랑하셔도 우리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는 지구의 수호자이니까요. 물론 영화 속에서는 주로 미국 그것도 뉴욕에서만 그것도 자기 여친 주변만 돌아다니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산타 할아버지가 단 24시간 만에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시는(그것도 우는 아이는 빼고) 기적을 행하시듯, 수퍼맨 님 역시 그러실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분의 오지랖은 애초부터 무한하며, 주제파악 역시 본인의 신분에 딱 맞습니다.


맨 중의 맨…

4. 아이언맨
이제 아이언맨의 순서입니다.
아이언 맨님의 직업은 방위산업체 사장입니다. 그것도 영화에서보니 소총에서부터 전투기를 거쳐 최첨단 미사일까지 안건드리는 게 없는 초거대 문어발 재벌 방위산업체 사장이죠. 그는 처음부터 최고의 테크놀러지를 집안 전체에 떡칠해 놓고 사시는 매우 럭셔리한 분입니다. 그런 그가 생사를 가르는 체험을 계기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원래 하던 짓을 계속 하십니다. 지금까지 만든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낸 것이죠. 바로 아이언맨 자신입니다. 그는 이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악당들을 찾아 부십니다…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분탕질을 치는 미군에 대해서는 손끝하나 건드릴 생각이 없으십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도 바로 미군 장교인데다 그는 애초에 뼛속까지 미국인이거든요. 자 이제 문제입니다. 그런 그가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저는 그가 미국 내에서 난장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원래 모든 맨들이 자기 동네를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가 세계로 나가면 정치적인 공평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미제 무기를 수입해 나쁜 짓을 하는 아프간 군벌은 작살내면서 왜 똑같이 미국 무기를 수입해서 팔레스타인을 들쑤시는 이스라엘은 건들지 않나요? 그는 과연 정의라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더 쎈 미군에 불과할까요?

더욱 큰 문제는 그의 주제파악 부분입니다. 그는 자기 하나를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놓고는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냥 들러리가 되고 말죠. 그가 단순히 돈 좀 있는 엔지니어였다면, 그런 행동을 이해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초거대 군산복합체의 사장입니다. 정말로 그러길 원한다면, 세상을 정의롭게 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어도 혼자서 수트입고 깝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을 겁니다. 그에겐 엄청난 조직과 시스템이 있으니까요. 가슴에 달린 에너지원만 해도 그렇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겠냐고요… 하지만 그는 그걸 전부 자기를 돋보이게 하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아프간의 동굴에서 그를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친 홀애비 과학자 양반(제가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던 인물)이 과연 그가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걸 알면 참 좋아 하시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의 모든 것은 저에겐 낭비로 보였습니다. 간단히 말해 그는 여전히 치기어린 어린애이고 자신의 장난감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나갈 뿐입니다.


뭘.. 앞으로도 계속 업그레이드만 할거면서..

물론 바로 그런 모습이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기는 합니다.
게다가 원래 만화 주인공들이란 다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이 아이언맨이 자꾸 요즘 눈에 밟히는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거든요.

5. 시대유감
그 분은 경제규모 13위 국가의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그 분이 대통령이 된 후 제일 처음 한 일은 전봇대를 하나 뽑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밀가루 대신 쌀로 국수를 만들어먹으라는 지시를 내리셨고, 그냥 마늘과 깐 마늘값의 차이를 모른다고 직원들에게 쿠사리를 먹이셨으며, 서민 물가품목 50개를 만들어놓으라는 교시를 내리셨죠. 뭐 그 중간에 자동차가 몇 대 안다니는 낭비성 톨게이트가 있다고 부득부득 우기셔서 결국 어떤 톨게이트의 직원들이 해고되는 일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직접 일선 경찰서까지 달려가서 범인을 잡아내라고 야단 치셨을 때는 사람들이 꽤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만… 부지런한 거는 좋지만 대통령이 할 일과 동사무소 직원이 할 일은 따로 있는데 대통령이 그런 것을 하나 하나 다 챙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권한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 결과 졸지에 한 국가의 운영패턴이 중소기업의 그것과 같아져 버리고요. 물론 그 분은 국내에서와는 달리 해외에 나가시자 통이 갑자기 커져서는 카트라이더 한판 땡긴 기분으로 미제소고기를 죄다 수입해주기로 하셨고, 갑자기 북한에게 말 몇 마디로 시비를 걸어서 통미봉남이니 뭐니 하는 국제정치 상황도 만들어내셨습니다. 게다가 토건업을 하시던 분이라 그런지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꾸 나라 전체를 토건업장으로 만들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운하도 파고 싶고, 공항도 옮기고 싶고, 뭐 그렇대요.

저는 이런 모습이 자꾸 <아이언 맨> 같습니다.


가운데 수줍게 앉아계시는 그 분….

뭐 아이들이 어떤 영화를 본다고 해서 그 영화에서 본대로 행동한다는 주장을 저는 별로 믿지 않습니다만, 이 분에 대해서만은 어릴 적에 너무 아이언맨 같은 소영웅주의 만화를 엄청 많이 보신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라도 그 분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할 수도 있고…

여튼 <아이언맨> 은 절라 싫군요.


영진공 짱가

9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 오프닝 모음


1. 엑스맨 X-Men (1992년)




설명이 필요없는 90년대 미국 TV 애니메이션의 최대 히트작.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5시즌 76 에피소드가 제작되어, 마블 코믹스 기반의 TV 시리즈 중에선 최장 시리즈 물이라고 한다(2번째는 스파이더맨 TV 시리즈). 한국에선 정식으로 방영한 적이 없지만, AFKN을 통해서 시청한 사람은 꽤 있을 것이다.

미국 오리지날 오프닝은 사이클롭스, 울버린, 로그, 스톰, 비스트, 갬빗,쥬빌리, 진 그레이, 마지막으로 프로페서 엑스 – 챨스 익재비어까지 차례로 보여주는 친절을 베푼다.






그런데 일본판 엑스맨 오프닝은 캐릭터들이 환골탈태의 차원을 넘어 아예 변신을 해 버렸다. 이걸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뿐.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2. 엑조 스쿼드 ExoSquad (1993년)


미국 애니메이션에선 보기 드물게 ‘전쟁’이란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운 밀리터리 SF 애니메이션. 하지만 인기는 별로 끌지 못했는지, 2시즌만에 종료되고 말았다. 아무튼 장중한 음악과 나레이션이 깔린 오프닝은 상당한 볼거리. 한국에서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오프닝 나레이션만 한국어로 바꿔서 더빙했다.



 



3. 배트맨 Batman the animated series (1992~1994)


1989년, 모든 슈퍼 히어로물의 공식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바꿔버린 영화가 나왔다. 그것은 팀 버튼의 [배트맨].
그리고 90년대를 장식한 [배트맨]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분명히 팀 버튼판 [배트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단순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캐릭터를 디자인한 브루스 팀의 역량과, 클리셰를 걷어내고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낸 각본가들의 열정에 힘입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 결과 총 85개 에피소드가 제작되고 에미상까지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오프닝은 영화판 [배트맨]의 오프닝 뮤직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방영할 당시에는 황당하게도 60년대 실사판 TV 시리즈의 오프닝에 가사만 같다 붙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체 왜 그랬을까?



만화책이나 기존 TV 시리즈에선 단순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불과했던 미스터 프리즈에게 ‘비련의 과학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 [Heart of Ice], 어릴 적 브루스 웨인의 우상이었던 [회색 유령]이 등장하는 [Beware the Gray Ghost] 등이 추천 에피소드.


4. 모험가 코난 Conan the adventurer (1992~1994)



로버트 하워드의 [야만인 코난]의 TV 애니메이션판.
한국에서 방영할 땐 별 인기가 없었지만 미국에선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는지 총 65편까지 방영되었다. 한국판에선 김국환씨가 70년대 삘이 풍기는 맥빠지는 주제가를 불렀지만, 미국판 주제가는 남성미가 물씬 넘쳐 흐른다. 한 번 들어볼만한 가치는 있다.





5. 스파이더맨 Spider-Man: The Animated Series (1994)



원작자 스탠 리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스파이더맨의 TV판 애니메이션. 놀랍게도 마블 코믹스의 다른 슈퍼 히어로들 – 데어데빌, 엑스맨, 아이언맨, 닉 퓨어리(그리고 쉴드), 블레이드, 닥터 스트레인지, 퍼니셔,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등등이 출동해 [마블 월드]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시대의 다른 미국 애니메이션들 – 배트맨이나 엑스맨 등은 각각의 에피소드 1편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이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TV 시리즈는 전체 시리즈를 관통하는 거대한 줄기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일관된 흐름을 잃지 않았다.

한국 방영시엔 따로 주제가를 만들었지만, 미국 오리지날 오프닝은 옛날 실사판 TV 시리즈의 주제가를 어렌지한 곡을 쓰고 있다. 무척 신나는 오프닝이니 한 번 보시길.


영진공 DJ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