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화장실용 워크스테이션, Macbook Air 11.6







2003년말 파워북 G4를 구입한 이후 7년만에 나의 맥 노트북을 새로 샀다. 그 사이 맥미니와 아내의 맥북을 사긴했지만 내가 쓰진 않고, 난 파워북이 2008년 사망한 후 회사에서 준 맥북프로와 맥프로를 주로 써왔으니 정말 오랫만에 맥포터블을 사게 된것이다. 그것도 사게 될거라 생각 못했던 맥북 에어 시리즈다.

지난달말 애플이 발표한 새 맥북에어중 11.6인치형. 메모리4GB, SSD 128GB, CPU 1.6GHz로 사양을 최대한 올려서 주문했다. 그래봐야 코어2듀오 1.6GHz이니 장난스럽긴 하지만, 많은 리뷰에서 말하듯 SSD의 속도 덕분에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 CPU가 혼자 힘써야하는 작업 (3D 렌더링, 비디오 인코딩등)만 아니면 맥북프로가 부럽지 않은 쾌적함을 보여주어 아주 만족스럽고, 마치 쇠판때기 하나를 접어놓은것 같은 얇고 가벼움덕에 휴대성이 최고다. 항상 찾아왔던 화장실용 컴퓨터를 드디어 만났다. (농담. 화장실용을 찾진 않았음…T_T) 


















화장실용으로는 사실 아이패드가 최고이겠지만 컨텐츠소비뿐 아니라 생산도 하고 싶은 욕심에는 비슷한 사이즈이면서도 완전한 컴퓨터인 맥북에어가 적격인것 같다. 그래서 기왕 얼마나 힘을 쓸수 있나해서 Maxon사의 Cinebench 11.5로 테스트해 봤다. 




씨네벤치는 3D 애니메이션 용도로서의 기기의 성능을 테스트하는데 특화돼있고 GPU의 OpenGL의 성능과 CPU의 소프트웨어렌더링 성능을 측정한다. 맥북에는 OpenGL테스트에서 초당 11.8프레임을 재생할수 있었다.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인것이, 아래에 있는 맥프로 (Xeon 3GHz 8코어, Nvidia QuadroFX 5600)의 OpenGL이 24fps 정도가 나왔다. (사실은 맥프로의 성능에 실망했다는게 더 맞는 말이지만 아무튼..흠흠) 



CPU는 역시 생각한대로 뭐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맥북에어를 렌더링 머신으로 쓸일은 없을테니 별 상관없다. 



오른쪽의 윈도XP상의 성능이란건 오라클사의 무료가상화툴인 VirtualBox상에 윈도XP를 깔고 씨네벤치를 돌린것. OpenGL은 하드웨어가 받쳐주질 않아 아예 테스트 못하고 대신 CPU는 나쁘지 않다. 코어를 하나밖에 인식 못한 정직한 수치인듯. 


 










이번엔 맥북에어와 짝을 이뤄 힘든 일은 도맡아 하는 맥프로(2008년형. 그래도 아직 듬직하다)에서 돌린 결과. 앞서 말한대로 OpenGL 성능은 생각외로 실망스럽다. FX5600이 나온지 좀 되긴했어도 45fps를 내는 FX5800보다 원래 이렇게나 느린건가, 아니면 Mac OS가 그 성능을 다 발휘 못시키는건가 좀 의문스러움. 




가상화시킨 XP에서는 보다시피 맥북에어와 필적한 점수가 나왔다. 역시 클럭스피드의 정직한 힘이다. 



맥북에어의 0.91과 맥프로의 7.04는 거의 정확히 클럭스피드x코어갯수의 차이만큼이다. 이렇듯 CPU의 파워가 그대로 반영되는 측정분야도 그리 많지 않을듯. 역시 3D 랜더링을 위해서는 힘쎈 머신이 많이 필요하다. 









에어가 나의 워크스테이션이 되진 않는다고 해도 아이패드와는 달리 급할땐 그 역할을 할수도 있다.(그리고 그점이 중요했다)

실제로 예전에 일했던 마야 작업파일을 맥북에어에 설치한 마야2010에서 열어보았다. 6년전에 했던것이니 그때 하드웨어의 인플레이션을 생각해야겠지만 당시 AMD 옵테론 4코어 머신에서 작업하기에도 만만치 않았던 200MB짜리 파일인데 실제 작업에 쓸만한 쾌적함을 보여준다. (물론 작업내용에 따라 금새 버거워질수는 있지만 그건 맥프로에서도 마찬가지)

역시 ‘계산력’중심이 아닌 작업은 오히려 저장공간의 입출력효율이 더 중요해서인지 SSD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듯 하다. 




유일하게 답답한 면은 1366×768의 좁은 스크린이지만 1920×1200 스크린도 붙일수 있고 듀얼링크dvi 어댑터를 쓰면 2560×1600 사이즈의 세컨드 모니터도 운용이 가능하니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철판때기처럼 생긴게 참 알찬 성능을 보여주어 아주 만족스럽고, 앞으로 계속 맥북 에어 시리즈의 진화가 더 기대된다.

영진공 플라팬

 

애플 TV의 현재, 스마트 TV의 미래


지금, 스마트폰의 뒤를 이은 화두는 스마트 TV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구글이다. 크롬 OS를 기반으로 한 구글 TV 플랫폼을 앞세워 많은 제조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소니는 필사적이다. 삼성이나 LG에게 두들겨맞아서 만신창이가 된 TV 사업의 부활을 구글 스마트 TV에 걸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은 자사의 바다 OS를 내세워 스마트 TV 플랫폼을 구축하겠노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때 노키아의 심비안이 그랬듯이,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다른 데서 당해낼 도리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애플의 행보는 어떠한가.
애플은 이미 3년 전에 애플 TV라는 제품을 발표해 스마트 TV 사업에서도 앞서나갈 거란 관측이 유력했다. 더군다나 올해 초부터 신형 애플 TV가 나올 거란 소문이 떠도는 바람에 많은 TV 제조사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에 발표된 신형 애플 TV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기존 제품은 인텔 CPU에 MacOS 플랫폼이었지만, 신형은 ARM CPU에 iOS 플랫폼으로 바뀌었다. 가격은99달러로 떨어지고, 동영상을 구매하는 대신 99센트에 빌려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딜 어떻게 뜯어봐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케이블 TV 셋톱박스보다 나은 점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건 애플이 아니라 하이얼도 만들 수 있겠네!

하다못해 자사 제품이라면 당장 혀로 쪽쪽 핥아먹을 것처럼 칭찬 일색으로 도배하는 잡스조차도 신형 애플 TV는 “취미(Hobby)”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는 듯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뭐야, 이거?

요컨대, 현재 애플 TV는 대단히 비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쓴 맛을 본 제조사들이 또다시 애플에게 당하지 않을 거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예약 판매 실적도 별 기대가 안 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툭 까놓고 말해 “넌 이미 망해있다!”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스마트 TV의 정의는 비교적 간결하다. 스마트폰처럼 똑똑한 TV, 그게 스마트 TV다. OS는 iOS가 될 수도 있고 바다 OS가 될 수도 있고 크롬 OS가 될 수도 있다. 핵심 부분만 따로 셋톱 박스로 팔 수도 있고, TV에 내장시킬 수도 있다. 웹브라우징도 할 수 있고 날씨도 확인할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거저거 다 되는 꿈의 TV다.

하지만 내가 문제시삼고 싶은 건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물리적인 형태다.

스마트 TV에 관한 대부분의 예상과 전망은, 그 모양새나 생김새가 기존 TV와 대동소이할 거란 전제 하에 이뤄지고 있다. 화면? 크면 클수록 좋겠지. 그래야 거실에 갖다놨을 때 뽀대나니까. 두께? 당연히 얇으면 얇을수록 아름답겠지. 리모콘? 멀리 떨어져서 조작해야 하니까 혁신적이면서 편리한 UI를 탑재한 리모콘은 필수겠지!

실제로 LG나 소니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각종 전시회에서 내놓은 스마트 TV의 프로토타입은 대화면 TV와 셋톱 박스, 무지막지한 키보드가 달린 리모콘이 결합된 형태로 이뤄져 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그러나 조금 삐딱하게,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실에 모셔놓는 대화면의 스마트 TV는 얼핏 생각하기엔 이상적인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TV를 보다가 지루해지면 웹브라우징을 할 수도 있고, VOD를 받아볼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서 TV를 볼 때나 가능하다. ‘온가족’이 봐야 하는 거실 TV에서 느긋하게 웹브라우징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막장 드라마 방영 시간이 다가오면 마누라가 당장 리모콘을 뺏아들고 채널을 돌릴 테니까.

그렇다면 방마다 스마트 TV를 놔 두면 어떨까? 아니 …… 요즘은 방마다 컴퓨터가 있는데 그게 무슨 필요야? 차라리 컴퓨터에서 웹브라우징하면서 실시간 TV를 보는 게 낫지. 아예 이번 기회에 노트북으로 바꿀까? 침대에 누워서 갖고 놀게.

여기서 스마트 TV의 물리적인 진화 형태가 쉽게 떠오를 것이다. 그건 바로 타블렛이다.
온가족이 집적대는 40인치대 거실 TV는 아무리 스마트해진들 개인화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그보다는 7인치나 9인치의 화면에서 언제 어디서든 TV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다른 사람에게 시청권을 빼앗기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다는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역으로 혼자만 즐길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TV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보는 게 중요하잖아? 안 그래?

그래서 애플에서 airplay 를 만든 거 아니겠냐. 필요할 땐 타블렛의 콘텐츠를 거실 TV에서도 볼 수 있도록.

아마 애플 TV 하드웨어 자체는 잡스의 말마따나 ‘취미’일 것이다. 진짜배기는 거기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서비스다. 만일 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아이패드와 결합하게 된다면, 그 순간 아이패드는 휴대성과 앱, 콘텐츠를 두루 갖춘 스마트 TV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또는 지하철에서, 또는 버스 안에서 맹렬하게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리라.

스마트 TV 플랫폼의 개념을 흡수한 타블렛,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스마트 TV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애플TV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패드와 사실상 동일한 하드웨어와 OS를 갖췄다는 것은, 애플 TV용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언제든지 아이패드용으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만 먹으면 몇 달은커녕 몇 주 걸리지도 않을 거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지금 당장 형편없다고 애플 TV를 비웃고만 있을 게 아니다. 철저하게 고민하고,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크게 한 방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아이폰으로 당한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허나 어쩌랴, 우리나라 제조업체는 비웃느라 바쁜 것을. 천하에 둘도 없는 멍텅구리들 같으니라고, 된장!

영진공 DJ Han

 

아이패드,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아이패드, 그걸 손에 넣기까지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오만방정을 떨어댔다.

미국에 여행가는 사람에게 부탁했지만, 애플스토어에 재고가 없다고 해서 실패했다.

미국 유학가 있는 사람에게 부탁했지만, 역시 애플스토어에 재고가 없다고 해서 실패했다.


그러다 결국 미국에 지사를 둔 회사에 이사로 재직 중인 지인이 아이패드를 산다기에 같이 얹혀서 성공했다. 결국 손에 넣기까지 한 달 이상 걸렸다. 빌어먹을 애플 같으니라고, 재고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아, 하긴, 그렇게 불티나게 팔리니 별 수 없겠지. 부러워 죽겠다, 젠장.


일전에 [애플 타블렛, 전망이 아닌 잡상]이란 포스트에서 아무리 애플이라도 타블렛 시장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지적한 타블렛의 약점은 1) 키보드의 부재 2) 필기인식의 부정확성이었다.



MS의 타블렛 PC는 윈도우 PC 플랫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와컴 전자기유도식 펜으로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윈도우 PC와 동일한 물건이었다.



“내 이름은 타블렛, 별종 중의 별종이로다, 나의 위엄을 보라, 너희 얼빵한 유저들아, 그리고 절망할지어다!” (BGM : 베토벤 교향곡 운명 제 1악장)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절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좋건, 싫건, 많은 사람들은 PC를 업무용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키보드가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마우스가 없으면 일하기가 무척 불편하다. 펜으로 찍찍 글씨를 써갈기는 건 보험회사 아줌마들한테나 어울려 보인다. 아, 물론 실제로도 많은 보험회사 외판원들에게 타블렛 PC가 지급되었다(덤으로 제약회사 영업 사원들에게도).



그러나 아이패드는 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
그야….. 이건 업무용이 아니니까…..



애플의 아이패드는 그냥 가지고 노는 기계다. 이걸로 뭔가 창의적인 작업을 하겠다고? 그러지 마세요.

이건 그냥 사진 보고, 동영상 보고, 이북 보고, 만화책 보면서 노는 데 딱 좋은 물건이에요. 보세요, 쓱쓱 벗기고, 쭉쭉 벌리고, 얼마나 좋아요? (어머, 왠지 야하네요) 아무튼 괜한 뻘짓 하겠다고 깝치지 마시라고요, 손님.



그래도 아이웍스 같은 게 있지 않냐고? 아, 물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걸로 문서 작업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당장은 한글 입력도 안 되니까. 설령 한글 입력이 된다 할지라도, 24인치 모니터를 피봇시켜 놓고 리얼포스 키보드로 글을 입력하는 것보다 감동적인 경험이 될 리는 없고, 그보다 편리할 리도 없다.




그러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쓰기엔 최고다.

홈 버튼이나 전원 버튼을 누르면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화면이 켜진다. 로딩 시간 같은 거 없다. 말 그대로 즉석 컴퓨팅(Instant computing) 환경이다. 지하철에선 아이북스로 epub 파일을 읽고, 집에 와서 코믹글라스(ComicGlass)로 만화책을 읽고, 침대에 누워 굿리더(GoodReader)로 최근에 스캔한 PDF 파일을 보고, 에어비디오(AirVideo)로 엊그제 다운받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팍팍 지나가 버린다.

야구 좋아해?! iPad로 해!!


일전에 잡스가 PC를 트럭에 비교한 적이 있다. MS의 스티브 발머는 그 발언에 발끈했다. 많은 사람들도 거기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PC가 예전의 웍스테이션처럼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값이 비싼만큼 성능도 훌륭하지만, 이걸 집에다 갖다놓긴 어쩐지 부담스러운 물건 말이다. 그런 걸 계륵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라고 하던가 …


그렇다면 승용차의 역할은 뭐가 차지할까? 타블렛? 아니, 그럴리 없다. 앞으로 개인 컴퓨팅 환경의 중심은 스마트폰이 될 게 뻔하다.



넓고 미려한 디스플레이, 상당히 쾌적한 CPU 성능, 게임을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은 GPU 등, 아이패드는 순전히 콘텐츠를 편하게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부족하고, 휴대성도 딸린다. 스마트폰에 비하면 범용성이 떨어지고, PC에 비하면 기능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잘 봐줘도 중대형 승용차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자전거? 아니면 퀵보드? 롤러 스케이트? 글쎄, 최소한도 경차 정도는 될 것 같다.



어려운 조작은 싫다, 최신 콘텐츠를 넓은 화면으로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휴대성도 담보했으면 좋겠다 – 는 요구는 꽤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이제야 그걸 현실화시킬 수 있을만큼 기술이 성숙된 것이고, 아이패드는 그 결과물 중의 하나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처음에는 아이패드를 보면서 뻥튀기한 아이폰 아니냐면서 비웃던 사람들은 표정이 싹 바뀌고 말았다(애플 타블렛에 비관적 전망을 내 놓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종류의 시장 – Nerd도, Geek도, 오타쿠도, 오덕도 아닌 평범한 게으름뱅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졸라 단순하면서도 졸라 시크한 타블렛”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업체들은 서둘러 “졸라 캐단순한데 애플보단 조금 덜 시크한 타블렛”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 … 인정할 건 인정하자. 애플보다 시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B&O 정도밖에 없을 텐데, 거긴 타블렛을 안 만들잖냐.



문제는 그 시장이 과연 1년에 1천만대 수준일지, 1억대 수준일지, 아니면 5백만대 수준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후발주자들은 – 삼성을 포함해 – 애플의 성공에 자극받아
종업원들을 다그치며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속도전을 방불케하는 속도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별 거 있냐, 대충 안드로이드 OS 얹고, 최신 CPU 넣고, 새끈하게 AMOLED 박아넣고, 이러면 애플보다 좀 더 잘 팔리지 않겠어? 잠깐만 … 근데 그거 아이폰을 상대로 맞짱 떴을 때의 전술을 되풀이하는 거 같은데?


아무튼 시장이 크다면 별 문제 없다. 대충대충 만들어진 제품이라도 팔릴 테니까. 하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작다면? 타블렛 업체들은 일찌감치 공멸의 길로 접어들고, “타블렛은 MS가 하든 애플이 하든, 똑 같이 대책없는 제품”이란 개념이 굳어지게 될 것이다.



과연 앞으로의 세상에서 타블렛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 아무래도 단정짓긴 어렵다. 좀 더 두고 볼 수밖에.


분명한 건, 지금 당장은 애플이 장사를 정말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이랄까. 아아, 그래 … 아이패드, 이놈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지상 최강의 야만화 뷰어렸다!



영진공 DJ Han


 

Flash는 어째서 미움받는가 (외국 칼럼 번역)

잡스가 비공식석상에서 어도비 플래쉬를 아이폰/아이패드의 사파리에 탑재할 뜻이 없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플래쉬가
HTML5로 대체될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플래쉬는 영원할 거라 믿는 사람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여기저기서
격렬한 논쟁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논쟁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을지는 오직 시간만이 증명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2008년 9월, 일본의 웹 사용성 지원 사이트 http://website-usability.info/  의 운영자 kaz 씨가 ThknkIT에 [플래쉬는 어째서 미움받는가?(원문 링크)]라는 칼럼을 올린 바 있다. 꽤 흥미로운 칼럼이라서 당시에 재빨리 번역해 지인들과 공유해 봤었다.

플래쉬의 존속 여부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지금, 한 번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당시 번역한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Flash는 어째서 미움받는가?>>
엔드유저의 인터넷 접속환경이 고속화된 현재, 동영상이나 사운드 요소를 포함한 웹 콘텐츠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플랫폼
의존적이지 않으면서, 플레이어 보급율도 높은 Flash는 (웹 콘텐츠 열람을 위해) 스탠다드한 수단으로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어도비 사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서의 Flash 플레이어 보급율은 99%가까이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Flash는 폭넓게,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되고 있지만, 사용성(Usability)란 관점에서 다시 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앞서 먼저 “사용성(Usability)라는 건 뭐냐”는 것부터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많은 사람들은 [사용성]이란 단어의 의미를 “(대다수 사용자들이) 쓰기 쉬운 것”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그런데 사용성, 즉
usability란 단어는 Use + able(명사형) 으로 이뤄진 단어다. 즉 웹 사용성은, “접근하고자 하는 웹 사이트가
실제로 쓸만한 거냐?”라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ISO9241-11이란 국제규격에선 사용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Extent to which a product can be used by specified
users to achieve specified goals with effectiveness, efficiency and
satisfaction in a specified context of use(특정한 이용상황에서, 어떤 제품을 특정한 사용자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용할 때, 유효성, 효율성, 만족도의 정도)
라는 것이다.

즉, 사용성을 평가할 때에는 “특정”한 사용자, “특정”한 목표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다수 유저들이) 쓰기 쉬운 것”이 되도록 개선하면 OK – 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쓰기 쉬운 것(Easy to use)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용성이란 개념의 전부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사용성의 향상이나 달성 정도에 관해서 논의할 때에는 “(그 웹사이트에서 타겟으로 하고 있는)
사용자가 문제 없이 사이트에 접근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지”를 평가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통해서 뭔가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웹 사이트 자체는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다. 이것을 또 한 번 강조해 두고 싶은 이유는, Flash 제작자들은 때때로
“멋지고 아름다운” Flash 어플리케이션을 “작품으로써” 만드는 일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적(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받고, 물건을 사는 등)을 부드럽게 달성하는 게 최우선사항이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Flash 어플리케이션이건 뭐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플래쉬 제작자들에겐 좀 충격적일지도 모를 사실인데 – 필자 자신이 여태까지 관련되어 왔던 수많은 사용성 개선 프로젝트 중에서 실시한 유저 테스트로 얻은 [사용자 행동 사례]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Flash “이기 때문에” 좋았다, 만족했다는 사용자는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다. 물론 Flash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는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Flash를 썼다는 이유만으로는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리고, Flash “이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고, 곧 건너뛰기(Skip) 버튼을 누르는 유저는 뜻밖에도 매우 많았다. 건너뛰기를 위한 클릭 버튼이 보이지 않는 경우, 사용자들은 짜증을 냈다.
[보충설명을 해 두지만, 사용자 테스트는 사용성 평가 수법의 하나다. 사용자에게 평가 대상이 되는 웹사이트를 쓰게 하고, 그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통해 얻은 체험이
유의미했는지(잘 됐다, 재미있었다, 열중했다 등등)을 평가하는 가치기준이다.]
상기와 같은 사용자 행동 사례가 있는 한편, 웹 사이트를 새로 만들 거나 리뉴얼할 때 웹사이트 운영자(클라이언트)가 웹에이전시로부터 샘플을 받을 때에는 Flash를 쓴 웹 디자인 쪽이 높은 평가를 받는 케이스가 자주 있다.

일을 의뢰하는 기업 입장에선 플래쉬를 쓴 웹사이트 쪽이 멋지고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경영자들에게는 “웹사이트를 마케팅 툴로 보는 안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위에서 거론한 사용자 행동과의 갭이 크게 벌어지게 된다. 덕분에 큰 돈을 들여 Flash로 멋진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도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케이스가 끊이질 않는다.

지금까진 이런 클라이언트 기업측의 “무지함”을 이용해서 일을 수주받아온 Flash 제작자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프로페셔널한 제작자들에게 “웹사이트란 것은 최종적으로 누굴 위한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 웹사이트가 사용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당연히 유저(클라이언트 기업에게 있어선 손님)의 편의성을 제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빠르건 늦건 – 언젠가는 웹사이트의 비용대비 효과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클라이언트 기업측의 의식도 변하게 될 것이다. 여태껏 팔짱만 낀 채 클라이언트 기업의 “무지함”을 이용해
먹던 Flash 제작자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실제 Flash가 유저에게 미움받는 사례를 5가지 소개한다. 이것들이 “미움받는 이유”는 전부 사용자 자신의 목적달성에 크건 적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즉, 사용성이 손상받기 때문이다.
첫째는 “무의미한 스플래쉬 페이지”다. 예를 들어 언어 선택이나 제품 선택 등의 선택 페이지만 있으면 충분할 것을, 일부러
1페이지 독립된 스플래쉬 페이지를 만들어 넣는 것이다. 이것은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스텝을 강요하게 될 뿐이다.

둘째는 “클릭 후 피드백에 쓸데없이 시간이 걸리는 것(Now Loading을 포함하여))이다”. 일부러 사용자를 안달나게 하려고
이런 효과를 연출하는 경우도 있는데, 웹사이트는 TV하곤 달라서 사용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사용자를 안달나게 하긴커녕 짜증만 나게 만든다.

셋째는 “텍스트가 TV 광고처럼 조금씩 나타나는
연출”이다.
웹사이트에서, 사용자는 텍스트를 빠르게 읽으며 자신이 찾는 “키워드”에 부합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런 연출은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그 텍스트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메시지일 경우, 기껏 기다리고 있던
사용자에게 최악의 인상을 심어줄 뿐이다.

네 번째는 “마우스의 의도치않은 이동으로 어떤 장소에 우연히
마우스오버를 하면 사용자가 예기치못했던 행동을 일으켜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우스를 움직였더니 멋대로 메뉴가 열린다거나
해서, 사용자가 보려고 했던 부분을 감춰버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섯 번째는, “사용자의 관습을 무시한,
지나치게 참신한 유저 인터페이스”다.
예를 들어 클릭하지 않고 마우스오버를 하는 것만으로 콘텐츠 내용이 바뀐다거나, 또는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건 대부분 사용자들에게 있어선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반응인 것이다. 따라서 깜짝 놀라는
동시에 상황파악을 할 때까지 잠시 동안 패닉 상태에 빠지곤 한다.
웹 사용성의 제
1인자, 야콥 닐센 씨는 2000년에 발표한 컬럼에서 “플래쉬는 99%유해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99%는 역시 너무 지나친 숫자라고 생각되지만, 위에서 거론한 사용자에의 배려를 무시한 제작자(운영자)의 자기만족이
아직도 많은 Flash 어플리케이션에 존재하고 있다. 덕분에 이렇게 사용자와의 사이에 많은 갭이 생겨나고 말았다. Flash
제작자와 사이트는 운영자는 이러한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음 연재분 예고는 생략하였다. 이후 연재분에선 이렇게 저렇게 해서 플래쉬의 특성을 살리고 어찌저찌 해서 높은 사용성을 얻을 수 있다는 칼럼이 이어지지만, 거기까지 번역하진 않았다.)

영진공 DJ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