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는 지금의 한국과 싱크로율이 99.9%



경제학자가 쓴데다가 제목이 “미래를 말하다”여서 경제 관련 내용일 줄 알았건만 오히려 미국 정치 분석에 가깝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의 연구는 이 책의 내용과는 거의 무관하다.)

크루그먼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의문은 바로 이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에게 아무 도움이 안되는 세금 감면과 복지 혜택 축소를 주장하는 공화당. 그들은 왜 매번 선거에서 이기는가?”  여기서 공화당을 한나라당으로 대체하면 이 질문은 우리에게 싱크로율 99.9%다.

이 의문에 답을 제시하기 위해 크루그먼은 대공황 이전 시절부터 얘기를 시작한다.

대공황 시절 이전 미국은 소득 불균형이 심각했다. 대공황이 발생하고 뉴딜을 실시한 이후 미국 경제의 황금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레이건 출현 이후부터 소득 불균형이 점점 심각해지더니 현재는 아주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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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시절의 미국

뉴딜정책 이후 소득의 재분배가 골고루 이어지는 중산층의 황금기이자 미국 경제의 황금기가 찾아왔었다는 얘긴데, 그 이유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적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 연합이 그랬고 과도기적 대통령인 공화당 닉슨조차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을 정도로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책에서 좌우 스펙트럼이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다시피 전국민 의료보험은 후에 클린턴이 관철시키고자 했으나 당시 공화당 하원의장인 깅리치에 의해 좌절된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이만큼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두 정당의 노선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70년대 들어서면서 공화당이 다시 세금감면과 복지 축소와 자유 시장을 내세우며 극우화됐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그 이유를 미국의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이 공화당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도 우리와 싱크로율 99.9%다. 우리도 있다. 뉴라이트.

이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은 사실 민주주의자들인지도 의심스럽다는 게 크루그먼의 얘기다. 그들은 프랑코 정권을 존경한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어댔다. 또한 그들은 정부 규제가 없는 자유 시장과 세금 감면을 원하는 기업의 든든한 후원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또한 공화당은 기독교 민족주의자들, 그러니까 공화당 당대회에서 “정교일치를 하면 왜 안되느냐”고 연설하는 자들의 지지까지 얻는다. 이 역시 우리와 싱크로율이 높다.

게다가 미국은 원초적인 인종 문제가 결부돼 있다. 복지 혜택을 늘렸을 때 그 이득이 유색인종에게 돌아가는 것을 질색하는 남부 여러 주의 인종적 혐오를 공화당은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는 거다. 이 또한 우리와 싱크한다. 우리도 있다. ‘흑인’ 대신 ‘빨갱이’. 민주당이 싫은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북한에 퍼주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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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라이트라 할 수 있는 "Compassionate Conservatism(인정 많은 보수)"를 비꼰 카툰 - 뉴올리언즈의 재해복구에는 예산배정을 안 하고 이스라엘의 군비지원에는 3백억달러를 책정했다는 내용.

이들의 지지를 얻은 골드워터는 하지만 패배한다. 그러나 똑같이 이들의 지지를 받는 레이건은 정권 획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레이건이 이같은 ‘새로운 보수주의의 정서’를 포장해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레이건은 유세 중 “복지의 여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니까 복지 혜택만으로 여왕처럼 사는 어떤 여성, 그것도 유색 인종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어떤 여성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복지의 여왕”이라는 단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세금을 악용하는 것에 반감을 갖게 만드고, 더불어 높은 세금과 큰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레이건이 약속하는 세금 감면과 작은 정부에 동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주의 어떤 여성이 ‘복지의 여왕’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 ‘복지의 여왕’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레이건은 증명할 수도 없는 사실을 가지고 정서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이런 언어는 이명박 대통령도 사용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톨게이트. 대체 어떤 톨게이트가 하루 200대가 통과하는데 직원이 20명인지 정부조차 찾지 못했다. 그도 그저 큰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하는 데 존재하지 않는 톨게이트를 갖다 붙였을 뿐이다.

이명박의 출현은 레이건의 출현과 비견된다. 그는 뉴라이트의 지지를 받았고 세금 감면과 민영화를 통한 작은 정부, 자유 시장을 내걸고 있으며 기독교 장로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아직도 ‘빨갱이’를 대신해 ‘좌파’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사용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좌파’라는 단어는 ‘좌파 정책’, ‘좌파 코드’와 같이 대상이 굉장히 모호할 때가 대부분이다. 이성적인 단어가 아니라 감성적인 단어라는 증명이고, 논리가 아닌 감정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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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뉴라이트는 미국의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을 벤치마킹했음이 분명하다. 레이건처럼 이명박이 집권했으니 그들은 장기 집권을 꿈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노령화로 자신들의 지지층이 많아진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어린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이다. 그들에게 투표권이 생기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고쳐야 한다. 무엇을? 교과서를.

역사 교과서 개정 논란은 그래서 나오는 것일 게다.

젊은 대학생들도 문제다. 미국의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이 대학 공화당 연합회를 조직했듯이 뉴라이트 또한 대학 학생회를 조직해 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방송. 아마도 방송, 그것도 예능/오락 쪽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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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뉴라이트의 시각

레이건이 집권한 게 1980년. 거의 30년이 지나서야 미국은 오바마를 당선시키며 레이거노믹스를 걷어치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야 이명박을 갖게 됐다. 이것을 걷어치우려면 우리에게도 30년이 필요한 것일까?

끝으로 폴 크루그먼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되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 한 가지 커다란 전제를 깔고 있다. 그것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에게 속았다’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공화당은 어떻게 해서 유권자들을 속일 수 있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다면 좀 더 원초적인 의문을 가져보자. 유권자는 왜 속을까?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내놓을 뿐 아니라, 국정원을 과거 안기부로 되돌리려고 하고, 언론장악을 획책하고, 검찰과 감사원 심지어 ‘헌재까지 접촉’하고 다니는 정권에게 왜 속으며, 아직도 모든 당 중에 압도적 1등으로 왜 지지할까?

김근태 씨야 정치인이니까 이 말 해놓고 무지 욕먹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정답같다.
국민이 노망났다. 그것도 단단히 노망났다.


영진공 철구

1997년 11월 21일 그리고 오늘 …


1997년 11월 21일

  * 한국 IMF 구제금융체제 돌입

2008년 11월 21일

  * 10시 53분의 외환시장

그리고,

  * 엔화 1,600원대 돌파

그런데 …

“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환율불안과 관련, “외환은 건드리면 안 된다. 가만 놔둬야 한다”며 외환시장 불개입 입장을 밝혔다.”

뭘 어쩌자는 건지 …

영진공 이규훈

금융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보아야 할 영화 다섯 편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 전체에 먹구름이 덮히고 있다.  빚장사치(Debt Trader)들이 대출금 하나에 새끼를 낳고 낳아 이리 넘기고 저리 넘기면서 장부 상의 이익으로 돈 잔치를 벌이다가 급기야는 빵꾸가 나게 된 게 요번 사태의 요약되겠다.

이를 급하게나마 수습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이 물경 840,000,000,000,000 (8 백 4 십 조)원 이란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액수도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사태가 어찌 전개될지 지금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그 폭발력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여 안절부절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화폐유동성의 위기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실물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리만브라더스는, 한국 경제는 튼튼하며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타령만 늘어놓으며, 가장 위험하달 수 있는 시기에 ‘종부세 폐지’에 올인 중이다.

자, 여기에서 문제.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달러 가격은 어찌될까?  당연히 약세로 가고 현재 세계 화폐 시장에서도 그렇게 거래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달러 환율은 오르는 게 정상일까, 내려가는 게 정상일까?

한국 경제와 금융이 튼튼하다면 당연히 내려가야지만 지금 환율은 연일 힘차게 산악등반 중이다.  그리고 지난 3개월 간 국제적으로 달러 환율이 오른 나라는 태국과 한국 뿐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로 인한 이익이 늘어난다고?  원료비는 어떡할 건데? … 유가가 내려갔다고?  석유의 가격은 달러로 매겨지는데 뭔 소리래?

경제와 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서민들, 작금의 상황이 그저 강 건너 불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몇 번 보지 못했던 위기를 맞고 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다가오는 삭풍을 견뎌내야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다섯 편을 골라 소개하오니, 끌리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시면서 현 상황에 대해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히시기를 바라며 또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시기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 겜블 (Rogue Trader, 1999)
   * 감독: 존 디어든 (John Dearden)
   * 주연: 이완 맥그리거

닉 니슨(Nick Neeson)은 영국의 거대은행 베어링의 직원이었다.  그는 싱가폴 증시(SIMEX) 선물(Futures) 부문에 파견되어 일하면서, 장부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선물투자 실패를 숨기고 마치 커다란 이익을 올린 것 처럼 꾸미는 수법으로 막대한 보너스를 챙겼다.

이런 그의 행각으로 인한 손실은 최초에 약 2 백만 파운드 정도였으나, 이 년 만에 2 억 8 백 만 파운드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1995년에 일본 증시에 대한 예측 실패로 그는 무려 8 억 2 천 7 백만 파운드의 손실을 끼치고 도피해 버린다.  이 손실로 베어링 은행은 결국 지불불능을 선언하고 파산해 버렸다.

말레이시아, 태국, 독일 등을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하던 그는 추후 검거되어 재판을 받았고, 6년 반의 형기를 선고 받았지만 1999년에 암 진단을 받고 풀려났다.  현재 그는 재혼을 하여 아일랜드의 한 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의 자서전 “Rogue Trader”를 영화화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극 중에서 닉 니슨을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
사실 베어링 은행의 파산이 온전히 그의 행각 만으로 초래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부 인사들의 여러가지 이해관계와 적절한 감시가 이루어지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가 결합하여 재앙을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보너스의 달콤함에 취해, 뻔히 닥쳐 올 엄청난 불행을 더욱 크게 부풀리기에 분주했던 그를 그저 철부지라고만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 2007)

   * 감독: 토니 길로이
   * 주연: 조지 클루니, 틸다 스윈튼

어느 시골 마을의 주민들은 세계 굴지의 농업회사 uNorth (극 중 명칭)를 상대로 6 년간에 걸쳐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uNorth의 제품이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마을의 주민들이 중독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나타난다.

이에 uNorth의 신임 법무팀장 카렌과 회사측 소송대리인의 해결사인 마이클 클레이튼이 해당 사건 속으로 휘말려들게 되는데 …


사용자 삽입 이미지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카렌.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불행한 사태 뒤에는 꼭 이런 사람이 있다.
사실 그녀는 이 사건에 있어서 메인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녀에게 돌아올 이익이라곤 경영진의 칭찬과 이후 혹시나 주어질지도 모르는 파트너 자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몇몇 경영진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주저없이 실행에 옮긴다.

요새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작년까지만 해도 “종부세”의 당위성을 역설하기에 바쁘다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종부세”가 징벌적 세금이라는 논리를 만들어내느라 바쁘신 공무원분들.
밥줄 때문에, 애들 교육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 과연 아이들이 그런 부모들에게서 뭘 보고 배울지 …


사용자 삽입 이미지3. 인사이더 (The Insider, 1999)
   * 감독: 마이클 만
   * 주연: 러셀 크로우, 알 파치노

1996년에 미국의 “60minutes”(한국의 “PD수첩”과 비슷한 성격의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던 어느 전직 담배회사 중역의 인터뷰로 인해 촉발된 대규모 소송에 대한 실화를 극화한 영화.

담배회사 Brown&Williamson의 연구개발분야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제프리 위간드(실명)는 어느 날 갑자기 해고를 당한다.  그에 의하면 해고사유는 담배의 유해성을 줄이고자 했던 그의 연구 때문이었다 한다.  즉, 암모니아 공법을 적용해 니코틴이 보다 빠르게 인체에 흡수되게하여 담배의 중독성을 심화시키려했던 경영진의 의도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당시 담배와 화재의 연관성을 취재하던 유명 기자 로웰 버그만(실명)이 기술적인 문제로 조언을 구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인연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이용하여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담배회사들의 비리에 대해 파고 들어가는 단계로까지 진행된다.

여러가지 어려움과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프리 위간드의 인터뷰는 방송을 타게 되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에서 2,460 억 달러의 합의금이 도출된 소송이 벌어지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제프리 위간드와 알 파치노가 연기한 로웰 버그만.

우리는 제프리와 같은 사람을 “내부고발자”라 부르고, 영어로는 “Whistle Blower”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건전한 사회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에 조직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나 나쁜 의도를 가진 배신자로 치부된다.
 
로웰 버그만 같은 이는 “외부고발자”라고 할 수 있겠다.  조직의 바깥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Whistle Blower가 바로 기자의 모습 중 하나 아닌가.

그런데 최근의 우리 사회는 호루라기를 불면 너무 시끄럽다고 불순하다며 꾸짖고 처벌을 들먹인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다.


4. 어 퓨 굿맨
   (A Few Good Men, 1992)

   * 감독: 롭 라이너
   * 주연: 톰 크루즈, 데미 무어, 잭 니콜슨

풋내기 군법무관 대니얼 키프는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 주둔 중인 해병대 병영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두 피고인에 대한 변론을 맡게 된다.  살해 당한 이는 평소 불만이 많고 전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병사였는데, 사건이 있던 무렵에 그는 배치 부대를 변경시켜 달라고 요구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하던 중이었다.

해군 수사관 조앤 갤로웨이와 함께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던 대니얼은, 이 건이 단지 동료 병사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고위급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소위 “코드 레드” 사건 임을 파악하게 된다.

결국 그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코 부대 지휘관인 네이선 제습 대령을 증언대에 세우게 되는데 …


잭 니콜슨이 연기한 네이선 제습 대령.

그가 남긴 명대사가 있었으니 … “너는 진실을 알 자격이 없어! (You cannot handle the truth)”

그의 말인즉슨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직업군인들에게 일반의 기준을 적용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자신들 덕분에 후방에서 편하게 사는 나약한 국민들은 자신들을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그가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하는 게 과연 나라와 국민일까?  그가 지키고자 한 것은 결국 제 손에 쥐어진 권력일 뿐이다.  나라와 국민이 있어 그에게 권력이 위임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거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 요새 너무 많이 본다.  잠시 주어진 권력을 이용해 그간 자신들이 받았다고 생각한 설움(?)에 대한 한풀이를 하는 모양인가 본데 … 아서라, 그러다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너희들은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You cannot handle the power)


5. 땡큐 포 스모킹
(Thank You For Smoking, 2006)

   *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
   * 주연: 아아론 엑크하트

닉 네일러는 담배 관련 연구기관의 부사장이다.  이 연구기관의 목적은 흡연과 폐암의 연관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이 단체는 담배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며 흡연과 폐암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다는 데이타를 만들어내 담배회사를 지원하는 로비단체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알리고 흡연의 권리를 옹호하는 일을 맡고있는 닉 네일러는 주류업계의 로비스트인 폴리와 무기산업의 로비스트인 제이와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세 사람은 그들의 직업이 그리 자랑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스스로 “죽음의 상인 (the Merchants Of Death squad)”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담배갑에 해골 표시를 해야 한다는 법안이 상정되자 닉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렇게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악착같이 행하던 닉에게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는데 …


극 중에서 투 페이스 … 아니, 닉 네일러를 연기한 아아론 에크하트

그에게는 흡연권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담배회사로부터 커다란 이익을 보장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윤리, 사명감, 역사적 의무 … 이런 거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일하느라 바쁘고 피곤한 사람인 것이다.

그의 모습이 왠지 친숙하지 않은가.  그대와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런 그를 비겁하다고, 어리석다고 맘껏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할까.

조금 서글프지려 한다.


끗.


영진공 이규훈


 

리만 브라더스, 오늘의 만담 쑈!!!

1.
특히 이 대통령은 “기내 면세점에서 신용카드로 작은 선물을 샀는데 환율때문에 걱정”이라는 한 기자의 말을 받아 “카드결제를 했다니까 카드 결제를 좀 천천히 하라. 그러면 아마 좀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농담을 곁들이는 여유까지 보여 줬다.
                                                                                     
<프레시안 기사에서 발췌, 바로 가기>

이게 정녕 대기업 CEO 출신에 서울시장까지 지냈다는 분의 “농담”이란 말인가?
다른 자리도 아니고 환율폭등과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열린 기자간담회였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분이 신용경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신용카드와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외환의 결제에 대해서 어찌 이리도 모를 수 있을까?
     

2.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질의답변에서 `2008 예산안 편성에서 내년 물가상승률을 2.4%로 잡았는데 달성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물가 상승률을 2.4%로 달성(제한)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데일리TV 기사에서 발췌, 바로 가기>

차라리 농담이라면 좋겠다.
초등학생이 숙제로 작성하는 “생활계획표”도 이러지는 않는다.
나라의 1 년간 예산을 과학적 데이타가 아닌 담당자의 희망사항으로 채워 넣었다는 말인가?
국정을 기획하고 나라의 살림을 관장하는 장관 님께서 자신의 책임 하에 작성된 국정자료가 허위일 수도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는 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영진공 이규훈

페일린(Sarah Palin)을 똑 닮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

 

사라 페일린 (Sarah Palin),
이번 미국 대선전에서 그야말로 깜짝 등장하여 예상치 못했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자이다.

사실 매케인 진영에서 그녀를 부통령 후보로 발표하였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는 드디어 매케인이 노망이 났다고 전망할 정도였다.  그런데 웬걸, 전당대회 당일 그녀는 대박을 쳤다.

골수 공화당원들(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한나라당 열성 지지자들)은 그녀의 외골수 보수 논리에 열광하였고, 여성유권자들은 시장에 이어 알라스카 주지사의 중책을 수행하며 다섯 자녀를 훌륭히 키우는 그녀의 모습에 즐거워하였다.  아, 물론 그녀의 외모도 한 몫 단단히 거들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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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페일린>
   
그러나 나중에 하나씩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녀의 이미지는 선거참모들이 공화당 지지자들과 여성표를 겨냥하여 포장하고 연출한 것이 많고 사실 대통령 후보인 매케인 조차도 공적이나 사적으로 그녀와 그녀의 능력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력한 보수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일부의 정서와 힐러리의 공백에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여성유권자들, 그리고 New Face에 대한 호기심의 틈새를 파고들고자 선택한 선거전략이 뜻밖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여러 신문기사와 TV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모습은 많은 미국민들에게 그녀의 실상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ABC를 통해 방송 된 챨리 깁슨 (Charlie Gibson)과의 인터뷰는 일부의 표현에 따르면 ‘충격적’일 정도였다.  거기에서의 페일린은 정치, 외교, 행정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던 것이다.(http://www.huffingtonpost.com/2008/09/11/sarah-palins-charlie-gibs_n_125772.html)

그래서인지 매케인 진영은 그녀가 언론과 접촉하는 걸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녀와 너무도 닮은 미국 연예인이 있어서 또한 화제다.  그녀의 이름은 티나 페이(Tina F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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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페이>

미국의 TV방송을 접해보신 분들은 <Saturday Night Live>에서 활약했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실테고, 미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30 Rock>의 리즈 레몬양을 떠올리시면 된다.  아, 영화에도 나왔는데 2004년 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에서 각색과 함께 노버리 선생님으로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런 호재를 놓칠 미국애들이 아니잖은가?

그래서 지난 9월 15일 SNL에서는 티나 페이가 페일린을 연기하는 코너를 방송하였다.  그리고 이 코너는 예상대로 대박이 나서 지난 6 년간에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하였다.


<티나 페이가 페일린을 연기한 SNL 코너>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런 페일린을 닮은 사람이 한국에도 있다.
정말이다.  인종과 성별을 초월하여 너무도 닮은 사람이 있다.

누구냐고?
그 사람이 누군지 밝히기 전에 일단 닮은 점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 주농무부장관 자리에 고등학교 동창을 앉히다전직 부동산 중개업자이던 그 동창은 단지 어린 시절에 워낙 젖소를 좋아했기에 농무부장관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 의회에서 올린 예산안의 특정분야 예산을 멋대로 삭감하다그녀는 의회를 거치지 않는다.  다만 예산감독관(바로 그녀의 남편)에게 찾아가 도장을 찍게 한다.

* 비밀을 좋아하는 그녀소환이나 제출명령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참모들과 개인 메일로 공무를 처리한다.

* 전도사 그녀목사를 공직에 앉히고 이라크전이 신의 뜻이라고 일갈하다.

*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녀
   – 자기가 해고한 인물을 다른 이가 고용하자 전화를 걸어 자르라고 종용하다.
   – 그녀에게 비판적인 블로거에게 비서가 전화를 걸어 협박을 하다.

* 직계와 가신을 좋아라 하는 그녀
   – 개혁과 변화라는 명분 하에 고참 공무원과 기관장을 무리하게 해고하고 그 자리에 동창이나 교회인사들을 앉혔다.
   – 진보적이었던 시립 박물관장을 해고하고 보수적인 인사로 대체했다.
   – 자신의 후원자인 인사가 건축 중인 건물에 건설중지 명령을 내린 시검찰장의 해임을 유도하고 그 자리에 공화당원을 앉혔다.

* 이분법을 좋아하는 그녀한 때의 동지나 후원자도 그녀에게 밉보이면 당장 “불평분자”로 낙인찍히고 관리된다.

* 소통을 싫어라하는 그녀
  
– 주공무원들에게 언론과의 접촉을 금하도록 하고, 친지나 친구들에게 언론과의 대화를 일일이 보고하게 한다.
   – 각 시의 시장이나 관리들 중 주지사인 그녀와 담화를 나눠 본 이가 몇 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즈 9월 14일 기사를 참고.
“Once Elected, Palin Hired Friends and Lashed Foes”
http://www.nytimes.com/2008/09/14/us/politics/14palin.html?em

자, 이정도면 그녀가 누구와 닮았는지 다들 눈치 채셨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는다.

***

남의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우리가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은 우리, 아니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좋든 싫든 미국은 현재 군사력으로 최강이고 경제에 있어서도 기축통화국으로 대우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인물인 사라 페일린에 대해서 가볍게 건드려보았다.
올 미국 대선을 이해 또는 관전하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