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입자”가 뭐임? 먹는 거임??

 

 

 

 

 

 

 

세상은 뭘로 만들어졌을까를 풀어내면 세상의 법칙을 알 수 있을까요?
말하자면 신의 법칙, 그걸 알 수 있을까요?

 

뉴튼이 고전 물리학을 만들었을 때 인간은 미래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죠.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현재 속도를 측정하면 몇 분 후에 어느 위치에 도달한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하지만 뉴튼의 고전물리학이 우리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는 딱 들어맞지만,

우주적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때, 짜쟌, 아인슈타인이 나와서 상대성 이론으로 우주적 차원을 설명하지요.

 

 

 

 

근데 또 문제가 생깁니다.

 

실험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자 단위까지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자,
상대성 이론이 미시 세계에서는 들어맞지 않는 거지요.

예를 들어, 아래의 이중 슬릿 실험 같은 거지요.

 

 

 

 

 

위 영상은  “What the Bleep Do We Know!?: Down the Rabbit Hole”(2004) 

 http://youtu.be/ktE_BaTVyiQ  이라는 다큐에서 잘라낸 부분인데,

그 다큐는 결말이 좀 어처구니 없다는 …

암튼 이런 때 양자 역학이 나타나서 이 미시 세계를 설명하지요.
양자 역학은 정말 너무 오묘하고 이해불가능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게 그 예지요.

 

 

양자역학에 의하면, 미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그 사건이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률적으로밖에 계산할 수가 없으며 가능한 서로 다른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슈뢰딩거가 제안한 이 사고 실험은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미시적인 사건이 거시적 세계에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하나의 패러독스로서 거론된다.

 

이 사고 실험에는 알파입자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고양이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자 속에 들어있고, 이 상자는 독가스가 들어있는 통과 연결되어 있다. 독가스는 벨브에 가로막혀 상자 속으로 들어갈 수 없으며, 독가스가 든 통 역시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되어 벨브가 열리는지 볼 수 없다. 이 벨브는 방사능을 검출하는 기계 장치와 연결되어 있는데, 그 기계 장치는 라듐 등이 붕괴하며 방출한 알파입자를 검출하여 벨브를 연다.

 

벨브가 열린다면 고양이는 독가스를 마셔 죽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 라듐은 단위 시간 당 50%의 확률로 알파붕괴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단위 시간이 흐른 후에 고양이는 50%의 확률로 살아 있거나 죽어 있을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근데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이렇게 여러가지여도 될까요?

게다가 이전에 확인되지 않던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가 과학자들에 의해 속속 발견되고 있는데 말입니다.

분자, 원자, 전자, 핵 … 뭐 이 정도였는데,

핵을 쪼개니까 양성자, 중성자 … 요걸 또 쪼개니까 쿼크가 나오고,
또 쿼크들을 묶어주는 중간자들이 나오고 … 쿼크도 종류가 다양하고,
뭐 이것저것 많더란 말이죠.

 

그런데 과학자들은 얘네를 본 적이 있느냐?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실험 결과 수치상으로 나올 뿐이죠.

 

암튼 이 정도까지 가다 보니 새로운 힘들이 발견됩니다.
그 전에는 중력과 전자기력 뿐이었는데 미시 세계로 내려가니까
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거나 밀어내는 힘들이 있단 말이죠.

 

 

 

 

그걸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라고 부른대요.
핵폭탄 만드는 원리입니다.

 

여튼 그래서 세상에는 네 가지 힘이 존재합니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핵력.

근데 이 힘들에는 공통점이 없어요.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도 다 다르고
세상에 존재하는 힘들도 다 다르면 이게 뭐 일케 복잡해!

 

오캄의 면도날. 단순한 게 정답이다!!!
… 라는 취지로 아인슈타인이 이 모든 이론과 힘들을 하나의 이론 안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일명 통일장 이론이지요.

 

그래서 이 취지 아래 과학자들이 연구를 합니다.

하다보니 물질의 구성요소는 총 17가지.

중성미자, 경입자, 업 쿼크, 다운 쿼크 등등등 많고
네 가지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이 다 있더라 … 뭐 그런 것이죠.

 

게다가 우리는 4차원의 공간에 살고 있는데(3차원+시간),
위의 여러가지 이론을 하나로 합치려고 하니 4차원으로는 해결이 안 돼요.

그래서 수학적인 해결을 위해 차원을 하나씩 늘리다 보니,
이 통일장 이론에서는 11차원이 등장합니다.

 

 

 

 

결국 세상은 17가지 기본 입자와 11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졌다!!!!
… 는 게 바로 이 이론이고 이 모델을 표준 모형이라고 부른다네요.

 

문제는 17가지 기본 입자 중에 마지막 하나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입니다.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라는데,
과학자들이 여러가지 방정식을 만들고 실험을 했는데,
저 입자들에는 질량이 없어야 계산이 떨어지는데,

실제로는 질량이 관측된단 말이죠.

 

그래서 그럼 질량을 매개하는 입자도 있지 않겠느냐 상정하고,
계산기 두드리니까 이론적으로 맞는 겁니다.
근데 발견되질 않는 거죠.

 

그래서 노벨상 받은 어떤 과학자가 십여년 전에 이 과정을 책으로 썼는데요.
책 제목이 갓뎀 파티클. 좆같은 입자였던 거지요.
하도 안 나타나니까 갓뎀이라서.

 

근데 출판사에서 이 갓뎀을 갓으로 바꿔서 갓 파티클로 출판합니다.
그래서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갖게 됐지요.

 

 

 

 

문제는 이제 완벽한 표준 모형을 만들었으니 신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냐?

근데 최초 이 표준 모형의 기획은 단순하게!였거든요.
하지만 이 결과가 과연 단순한가?
그리고 이 모형 안에서는 중력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ㅆ ㅂ 그럼 이게 뭐야.

세상을 단순하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는 노력이,
이것저것 갖다붙인 누더기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비슷한 발표를 자꾸하는 CERN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들이 있더군요.
* CERN (Conseil Europeen pour la Recherche Nucleaire, 유럽 입자물리학 연구소 )

 

작년에도 힉스 발견했다 어쨌다 떠들었는데, 또 하는 걸 보니,

이게 유럽 경제 위기 오니까 연구비 받아내려는 목적 아니냐는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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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아직은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신의 입자는 커녕 신의 비듬도 아직 못 봤거든요.

요번에 발견된 입자가 힉스인지 아닌지는,
CERN에서 좀더 분석해보고 연말에나 발표한다네요.

 

그나저나 어서 빨리 발견되었으면 하는 입자가 있는데 말이죠,

유명모델이나 제수씨 등 가릴 것 없이 발휘되는 바람기의 근원인,

긱스 입자 말입니다.

 

이름도 비슷한데 … 힉스, 긱스 … Giggs, Higgs … 흠,,,

 

 

 

영진공 긱스워너비

inspired by 철구’s memo

 

 

 

 

 

 

 

 

 

 

 

 

 

 

 

 

 

 

 

 

 

 

 

 

 

 

 

 

 

 

 

When We Two Parted (1)




김씨는 경찰서 유치장에 있었다. 박기호 기자는 김씨의 이야기를 ‘정보 보고’ 했다.


 


<16일 오후 서대문구 파출소에서 김모씨(남,34) 난동 피움. 무단으로 경찰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하려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을 구타함. 한 달 전 애인이 사라졌는데 주변 사람 누구도 자신의 애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여자를 사귀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 사라진 애인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이 같은 일을 저지렀다는 경찰 설명. “나는 귀신과 사귄 게 아니다”라며 소리쳤다 함. 현재 공무집행 방해로 조사 중.> 



 


하지만 데스크는 관심이 없었다. 김씨의 이야기에 사실 박기호는 첫사랑을 생각했다. 박기호는 첫사랑과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이별하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굳이 기억하려 한다면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냥 바래지게 놔두고 살았다. 바래지자 첫사랑인지 뭔지도 희미해졌다. 그저 기억의 느낌만 남았다. 5월의 햇살이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거리 위에 벚꽃잎 몇 장이 나뒹굴었다. 분홍빛으로 만발해 지천을 물들이던 꽃이 이젠 얼룩처럼 몇 점 보도블럭 위에서 부대꼈다. 박기호에게 남은 첫사랑의 기억은 그런 것이었다. 박기호에게는 김씨의 이야기도 그런 것이었다. 김씨는 감성이 짙은 단어를 사용해 이야기했다.


 


여자는 외국에서 공부했어요. 영어 뿐 아니라 불어, 독어도 능통했어요. 하얀 팔뚝은 달빛 내린 뒷산마냥 눈부셨는데 그 팔에 들린 책들의 저자는 벤야민이나 들뤼즈 혹은 이정우였어요. 물론 저는 그들이 누군지 모르죠. 술을 먹고 돌아오는 새벽 길에서는 영어로 된 시를 읊어주기도 했어요. When we two parted in silence and tears, Half broken-hearted to sever for years. 물론 저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것이 사랑에 관한 시라는 사실은 단박에 알 수 있었어요. 술 기운이 도는 여자의 입술은 그녀의 속살처럼 부끄러워 했고,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싯구는 인적 드문 거리에 안개 젖은 강을 펼쳤으니까요. 저는 그 강을 군 시절에 봤어요. 강 건너편은 키 큰 억새가 넘실대고 그 위로 별들이 쏟아졌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 위에 쌓였던 별들이 사방으로 튕기며 복작거렸죠. 적은 그곳에서 온다고 중대장은 항상 말했어요. 그 억새가 소리를 내며 휘청일 때마다 적들의 발자국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것이라고 중대장은 항상 말했어요. 별을 뿜어대는 억새밭을 바라보며 적의 모습을 찾는 것이 저의 임무였지요. 그래서 저는 별이 쏟아지지 않는 흐린 날과 강 너머가 보이지 않는 안개 낀 날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여자의 시가 우리가 걷는 길 앞에 바로 그 강을, 안개 낀 그 강을 펼치곤 했지요. 저는 편안했어요. 그리고 언젠가 싯구의 뜻을 알고, 그 안개를 걷어내면 멀리 다시 별을 뿜어대는 억새가 찬란하게 넘실댈 것 같았지요.
 




그래서 영어를 공부했어요. 아침 일곱시 반에 현장에 나가면 오야지는 공구리 판넬 좀 옮기라고 말했어요. 밤새 영어책을 들췄던 제가 판넬이 아니라 패널이라고 대답하면 오야지는 데모도 자리도 못 구해서 데마찌 하고 싶냐고 되물었어요. 기리빠리와 사보로꾸와 시하찌와 각종 세끼다를 옮기다 보면 전날 공부한 영어 단어들은 머릿속에서 흩어지곤 했지요. 저는 데마찡으로 먹고사는 하루살이 노가다였어요. 일을 끝내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죠. 허름한 다세대 주택의 페인트 떨어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늦은 저녁을 혼자 차려 먹고, 아무렇게나 설거지를 팽개치고, TV를 켠 채로 담배를 피우다, 무거운 엉덩이를 떼 욕실에 들어, 땀에 절은 몸을 씻고, 벌써 서너 번은 썼을 법한 수건을 빨래통에 던지고, 느릿느릿 방에 들어오면 여자는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빛을 받으며 창가 의자에 앉아 있곤 했어요. 봉지 커피를 나눠 마시며 오늘 하루 일을 이야기하고, 어제 일을 다시 이야기하고, 지난 달 일을 재차 이야기하고, 이번 달 여자의 벌이와 저의 벌이를 합쳐 생활비를 계산하다 보면 여자는 갓 따온 복숭아처럼 붉어졌지요. 여자의 솜털 사이로 바람이 불고 입 안에서는 향기가 났어요. 목울대 너머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는데 그때마다 여자의 눈동자 아래로 깊은 우물이 생겼어요. 그 어떤 빛도 탈출하지 못할 만큼 우물은 안으로 안으로 어둠이었고, 그 어둠의 끝은 알 수도 없지만 알아도 제가 이해하지 못할 수많은 것들로 고요했어요. 여자의 울대 안에서 요동치는 말발굽 소리와 여자의 눈동자 안으로 가라앉는 고요에 안겨 저는 매일 잠들었어요. 그때 여자는 또 시를 읊곤 했지요. A shudder comes o’er me, Why wert thou so dear? They know not I knew thee, Who knew thee too well. Long, long shall I rue thee, Too deeply to tell. 물론 저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육 개월을 들었으면 외울 만하잖아요. 







<계속>



영진공 철구


좀비 타임즈 4






전국의 모든 중장비가 서해로 몰려들었다. 배가 근접만 하면 그 지역부터 신속하게 운하를 파서 가장 가까운 강으로 대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얄궂게도 배는 더 이상 뭍으로 접근하지 않고 연평도 북서쪽 해상에 멈춰버렸다. 더욱 얄궂게도 그곳은, 북한과 한국이 서로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딱 NLL 선상이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의 호방한 여성 아나운서는 연일 방송을 날렸다. 제 아무리 미제의 좀비라고 하더라도 조선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주체사상의 단매를 맞으면 투철한 혁명 역군으로 갱생될 것이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도 다시 회의가 열렸다.


– 사태가 긴박합니다.
– 그래도 미국 배를 우리가 격침할 수는 없는 일 아니오?
– 북이 격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이야 북의 불구대천 원수니까요.
– 그래주면 좋으련만.
– 북한 원조를 약속하고 부탁을 해보지요.
– 북한 퍼주기다 뭐다 여론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 북은 그래도 우리 동포이자 형제 아니겠소. 어려울 때 형제끼리 돕는 게 인지상정이지요.
– 그거야 뭐 PJ의 햇살 정책 당시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 아니었습니까? 그때는 퍼주기라고 욕해놓고 이제 와서 우리가 또 그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참 이 사람 답답하네. PJ는 빨갱이 아니오? 빨갱이가 빨갱이를 도우니까 문제였던 거지요. 대북 원조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문제인 거요. 아직도 그걸 모르오?

그리하여 회의는 북한의 도움을 구하는 쪽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팍팍한 시절이라 북측과 연락할 모든 핫라인이 단절되고 없다는 게 문제였다. 대통령은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라인을 뚫으라고 국정원장에게 지시했다. 국정원장은 중국 지린성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대북관계팀장 작전명 영산강에게 다시 지시했고, 영산강은 북한과 교통하는 조선족 김팔봉에게 부탁했다. 며칠 후 김팔봉은 북한으로 들어가 함북도 샛별 지역 보위부 상위 박달곤에게 남측의 메시지를 전했고, 박달곤은 평양 당 중앙위원회로 연락을 넣었으며, 중앙위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국방위원장에게 최종 전달했는데 그가 받은 남측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 할 얘기가 있다.

국방위원장은 그 메시지에 대한 자신의 답을 다시 남측에 보내라고 명령했고, 중앙위는 박달곤 상위에게 전달했으며, 박달곤 상위는 김팔봉에게 전달하고, 김팔봉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 지린성으로 나와 작전명 영산강에게 전달하고, 영산강은 국정원장에게 전달했으며, 국정원장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전달했는데 그 내용은 또 다음과 같았다.

– 할 얘기가 뭐냐?

남북의 메시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여러 차례 왕래했는데 마치 내외하는 고관댁 도령과 규수처럼 먼저 핵심을 얘기하지 않고 변죽만 울려대니 그 사이를 잇는 연락책들이 죽을 맛이었다. 특히 북한 샛별군 보위부 상위 박달곤은 가랑이 사이에서 방울 소리가 날 지경이었는데 그날도 마침 조선족 김팔봉이 국경을 넘어 군내로 들어와 봉투를 내밀었다.

– 남에서 온 문서야요.

당시는 그나마 남북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진전시킨 상태였고 구체적인 원조 날짜와 격침 시기를 저울질하는 문서가 오고갈 때였다. 그날 김팔봉이 박달곤에게 전한 문서에도 남측이 원하는 격침 시기가 적혀 있었다. 박달곤은 평양으로 전화를 넣었다.

– 남에서 문서가 도착했습니다.
– 아, 그거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 오늘 내로 보내라.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곤란하게도 박달곤은 똥이 마려웠다. 문제는 그가 심각한 변비 환자라는 사실이었다. 평소에는 길어도 삼십 분 안에 해결되던 일이 두 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시라도 지체했다가는 교화소행이 될 터였다. 마음이 급박해진 박달곤은 아내를 불렀다.

– 여보, 똥이 안 나와.

안 그래도 찢어지게 가난한 애옥살이에 불만이 많던 아내가 답했다.

– 잘됐네요. 밑 닦을 필요도 없이 일어나면 되겠네요.

하지만 그건 박달곤의 처지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 아니, 아니.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고 시작하는 대가리는 나왔는데 끄트머리가 나오질 않는다고.
– 아, 그냥 자르고 나와요.
– 안 잘리니까 문제지.
– 이녁 식구는 먹지 못해서 똥이라고는 피식 방구도 안 나오는데 누군 똥이 잘리지도 않을 정도로 잘 자시고 다녔구려.

박달곤은 아내를 변소 문 앞으로 불러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낯빛이 바뀐 아내가 뒷곁으로 가 삽을 들고 왔고 변소 문을 화들짝 열어 제쳤다.

– 궁둥이 좀 들어보시라요. 내 확 끊어드리갔소.

하지만 몇 번이나 삽으로 내려쳐도 똥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삽날에 이가 나갈 정도로 박달곤의 똥은 단단하고 강했다. 그러자 아내는 삽을 내 던지고 대가리를 길게 내민 박달곤의 똥을 덥썩 잡았다.

– 안 끊기면 뽑겠시오.

아내는 화장실 문턱에 다리를 개고 뒤로 몸을 눕히며 박달곤의 똥을 당겼다. 하지만 박달곤의 비명과 함께 그의 항문에서 피가 날 뿐 똥은 뽑히지 않았다. 오기가 생긴 아내는 인근 마을에서 가장 오랜 그리고 가장 탁월한 솜씨를 자랑하는 산파, 끝년네 할매를 데려왔다.

– 누구여? 누가 애를 낳는단디?

투덜대며 끌려온 끝년네 할매는 박달곤네 변소 앞에서 그만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 나 보고 지금 똥을 받으라고?

하지만 딱한 사정을 들은 할매는 소매를 걷어 붙였다.

– 달곤이, 배에 힘을 주지 말고 허리에 힘을 줘야 돼. 숨을 한 번에 크게 들이 마신 다음에 잘게 쪼개서 내뱉고.

그로써 끝년네 할매와 박달곤 똥과의 사투가 벌어졌다. 네 쌍둥이, 다섯 쌍둥이, 아홉 쌍둥이는 물론이요 거꾸로 선 애, 옆으로 선 애, 서다 만 애, 다 서고 안 나오는 애까지 받아 본 데다가 심지어는 자기 애를 자기가 받은 적도 있는 사십오 년 경력의 베테랑 산파는 역시 남달랐다. 장돌뱅이 발바닥 티눈처럼 박혀서 안 나오던 똥이 아주 조금씩 미끄러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박달곤의 똥도 결코 만만한 똥은 아니라서 나오기는 나오는데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길었다. 그리하여 배설도 아니고 출산도 아닌 이 이상한 광경은 그 후로도 장장 삼박사일 동안 계속 됐다. 더럽다며 계속 구토를 해대던 박달곤의 아내가 끝내 못 견디고 친정으로 도망가 버린 게 첫째 날 밤이었고, 청국장 얻어먹겠다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침만 뱉고 돌아간 게 둘째 날 밤이었고, 박달곤이 탈진해 쓰러진 게 셋째 날 밤이었다. 그러나 할매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건 명인의 자존심과 관련한 문제였다. 할매는 똥을 고쳐 잡고 다시 한 번 용을 썼다. 그리고 마침내 나흘 째 되는 날, 홀로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던 끝년네 할매의 손에 직경 팔 센티, 길이 이십팔 미터짜리 거대한 똥이 온전히 뽑혀져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 기쁨의 순간, 안타깝게도 박달곤은 이미 절명해 있었다. 박달곤의 비극적인 죽음에 끝년네 할매는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내뱉었다.

– 인생은 짧고 똥은 길구먼.

그리고 박달곤이 싼 똥을 구리라고 속여서 내다팔아 끝년네 할매는 부자가 되었다.

한편 사일 전 박달곤이 남한의 문서를 받았다는 내용의 전화를 넣은 그 시점부터 평양은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영진공 철구


 

좀비 타임즈 1+2+3


1.

멕시코 국경 도시인 레돈도에서 67년째 살고 있는 곤잘레스 영감은 그것을 처음 봤을 때 죽은 아들 벨라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다. 벨라는 전에도 그런 모습으로 문을 두드린 적이 있었다. 미국으로 밀입국 해 돈 많이 벌어서 돌아오겠다던 벨라는 돈은커녕 결핵이니 영양실조니 옴이니 하는 구질한 병만 안고 돌아왔다. 나이 마흔이 넘어 벨라는 아홉 번째로 미국행에 나섰고 일 년간 소식이 없었다. 드디어 미국에 자리를 잡았나 싶었을 때, 그러니까 모든 불행한 사연의 배경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어느 비 내리는 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곤잘레스 영감은 미국 정착에 실패한 벨라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직감하고 따뜻한 아버지의 미소를 머금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문 앞에 서 있는 건 산송장이었다.




비와 흙과 피에 엉킨 머리칼이 목까지 늘어져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피를 철철 흘리는 오른쪽 손목은 썩어 문드러졌는지 떨어져 없었고, 옆구리에서 꾸물꾸물 새어 나오는 창자를 남은 한 손이 계속 밀어 넣고 있는 그것은 무덤에서 기어 나온 송장이 틀림없었다. 영감은 주방으로 뛰어가 칼을 찾았다. 그런데 그 송장이 비칠비칠 집 안으로 다리를 끌며 들어왔다. 아버지. 곤잘레스 영감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디오스 미오. 디오스 미오. 산송장이 내 아들 벨라라니, 이 뻔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니. 영감은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아들을 끌어안았다. 샌디에고에서 약을 팔았어요. 신께 맹세하지만 그곳이 콜롬비아 애들 구역인 줄은 몰랐어요. 놈들이 제 팔을 자르고, 샷건을 제 배에 박고, 국경에 제 몸을 묻었어요. 비만 안 내렸다면, 그래서 흙이 구덩이 밑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생매장 됐을 거예요.


영감은 절망했다. 그리고 그를 더욱 절망에 빠뜨린 건 아들 벨라가 그 상태로 끊임없이 피를 흘리며, 쉬지 않고 떠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제 손목을 자른 나이프는 미국 스트라이더사의 ‘SMF G10 BK’인데 손잡이 재질이 티타늄이에요. 담배를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세상에 손목이 없는 거예요. 두 시간 동안 제 손목이 잘린지도 몰랐다니까요. 제 배를 쏜 샷건은 미국 레밍턴사의 ‘Mossberg M590’인데 탄창이 아홉 발짜리였어요. 도망가는 저를 잡으려고 모두 네 발을 쐈는데 총성이 얼마나 웅장한지, 빠바바 빵, 베토벤 교향곡 운명을 연주하는 줄 알았어요. 역시 미국은 달라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들을 맞이할 줄 알았던 곤잘레스는 산송장을, 아니 산송장 아들을, 아니 떠벌이 산송장 아들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은 피 흘리며 삼 일 간 떠들다가 죽었다. 아들이 흘린 피를 모았더니 네 말이나 됐고, 혈액 병원에 팔아볼까 가져갔더니 약에 절어 쓸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병원 의사가 몰래 아들의 피를 정제해 다시 약 이백 그램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한참 뒤에 들었다. 산송장 같았던 아들이 죽은 그때가 벌써 칠 년 전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나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봤더니 문 앞에 또 산송장이 서 있는 것이다. 곤잘레스는 말했다. 누구냐? 길 건너편 마리아네 둘째냐? 너희 집 한 블록 아래로 이사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 산송장은 진짜 좀비였다. 그날 곤잘레스는 죽었다, 아니 좀비가 됐다.

2.
멕시코 정부는 미국과 통하는 모든 국경을 폐쇄했다. 미국에서 수만 마리 좀비들이 끊임없이 멕시코로 기어 왔기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거의 백 년에 걸쳐 미국으로만 향하던 국경의 풍경은 달라졌다. 아메리칸 드림은 멈췄고 멕시코로 넘어오는 좀비를 막기 위해 미국과 접한 모든 국경에 삼 미터 높이의 시멘트 벽과 전기 철책이 세워졌다. 그것은 캐나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위성사진, 항공사진을 판독한 결과 모든 미국인이 좀비가 돼 버렸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했다. 형제의 나라 영국이 두 차례에 걸쳐 군대를 투입시켰지만 그들 역시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강대국들은 처음에 입을 다물었다. 세계 증시가 무너지고, 미국이 관여했던 모든 분쟁 지역에서 국지전이 거세지고, 세상이 혼란에 빠지자 중국이 먼저 치고 나왔다. “아메리카는 이제 좀비리카가 되었다.” 삼억 미국인이 좀비가 돼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상은 경악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중국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앞으로 기축 통화는 달러에서 위안화로.” 그러자 러시아도 나섰다. “미국의 F-22 전투기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전투기 구입 문의는 이제 러시아로.” 역시 한 마디 더 덧붙였다. “탄도 미사일 다량 확보.” 일본도 가만있지 않았다. “Vivid는 추억으로. SOD가 곁에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 해병대 존 밀러 대위는 독특하게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탐 행크스’가 맡은 역할과 이름이 똑같았는데, 아무튼 그는 조국의 비극적인 운명을 탈레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미국이 좀비랜드가 되어 인접 국가들로부터 완전히 차단되고 지도상에서 지워졌다는 프랑스 르몽드지 기사를 탈레반이 복사해 미군 주둔지 전역에 뿌린 것이다. 많은 병사들이 탈영해 영국이나 호주 같은 우방국으로 망명을 신청했는데, 존 밀러는 달랐다. 영화 속 탐 행크스처럼 용맹하게 혼자 탈레반 소탕에 나섰고 끝내 포로가 되었다. 존 밀러는 토굴에 갇혔고, 토굴 감옥 경비는 탈레반 말단 병사 카림이 맡았다.



얼마 후 존 밀러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카림의 본명은 ‘카림 빈 라쉬드 알 막툼’, 그러니까 ‘막툼 부족 라시드의 아들로 온화한 카림’이라는 뜻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우리 이름에는 아빠 이름만 들어가 있어. 내 이름에도 내 아버지의 이름 ‘라시드’가 들어가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 무슬림이 여성을 차별한다고 오해받는 거야. 오해지. 암, 오해고 말고. 그래서 난 이 오해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아랍 이름에 아빠 이름 대신 엄마 이름을 넣어야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되면 내 세 명의 자식들 이름은 이렇게 바뀌겠지. ‘압둘 빈 아말 알 사디(사디 부족 아말의 아들 압둘)’, ‘오마르 빈 바노 알 하디드(하디드 부족 바노의 아들 오마르)’, ‘하미다 빈트 라자 알 사우드(사우드 부족 라자의 딸 하미다)’. 내 자식들 이름이 각각 ‘압둘’, ‘오마르’, ‘하미다’이고 내 아내 이름이 각각 ‘아말’, ‘바노’, ‘라자’니까. 그랬다. 카림은 아내가 셋이었던 것이다. 몇 달 후,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미군 주둔지에 새로운 전단이 뿌려졌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제국주의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행복. 탈레반으로 건너오세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부르카를 뒤집어 쓴 여자를 한 팔에 한 명씩 품은 존 밀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는 것으로 좀비들의 육로 전파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137일 후, 한국 제주도 해상 사백 킬로미터 남단에서 정체불명의 선박이 포착됐다. 미국 L.A. 크루즈 여행업체 인터네셔널 오션사 소속 크루즈호인 만오천 톤급 윈드메리호였다. 중국, 한국, 북한, 일본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일본 해상 자위대 정찰기가 근접 촬영한 갑판 위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수차례 통신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격침하자, 특공대를 투입하자 등등 각국 정부가 방안 마련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배는 쿠루시오 해류에서 황해 난류로 바꿔 타고 제주도 서쪽 해상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일본이 자국에 내려진 데프콘 상황을 해제하고 자신들은 일본 평화헌법 정신을 준수한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배가 조금씩 북진하며 한국 영해 쪽으로 다가서자 중국 정부 또한 자신들은 한반도의 오랜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국 정부는 불난 호떡집이 되었다.

3.
서울 광화문 거리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두 편으로 나누어 집회를 벌였다. 한 쪽에서는 미국발 크루즈 호를 당장 격침하라고 외쳤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래도 우방국의 배이니 일단 그들을 안전하게 예인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집회가 일주일가량 계속되자 양측은 점점 격렬해지더니 서로 각목을 휘두르고 보도블럭을 던졌다. 목소리 또한 조금씩 달라졌다. 한 쪽에서는, 탐욕스런 미 제국주의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한반도를 재앙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당장 미국발 크루즈 호를 격침하라, 양키 좀비 고 홈, 양키 좀비 고 홈, 이라고 외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우리의 혈맹 미국 시민들은 좀비가 됐더라도 우리의 혈맹, 안전하게 예인해 융숭하게 장례를 치르자, 조지 부시 만세, 조지 부시 만세, 라고 목청을 높였다. 언론 또한 달아올랐다. 좀비를 죽여도 살인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례, 좀비를 인격을 갖춘 환자로 봐야 한다는 저명한 학술기관의 연구 사례, 좀비 한 마리가 미치는 GDP 손실률, 은혜 갚은 좀비에 관한 해외 토픽 등 조금이라도 좀비와 관련한 이야기라면 심지어 활어회마저 죽어서 팔딱대는 좀비 현상이라고 사기 칠 기세였다.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고민은 마찬가지였다. 혈맹 국가 미국의 배를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격침시킬 수 없었고, 그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 속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와중에 외교통상부 장관이 먼저 말했다. 서해 이름을 중국해로 바꾸는 겁니다, 그래놓고 배는 중국 영해에 있으니 너희가 알아서 해결해라, 라고 덮어씌우는 거죠. 회의 참석자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대통령이 한 마디 했다. 좋은 아이디어요. 참석자들은 동시에 일어나 격앙된 얼굴로 기립박수를 쳤다.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통령의 눈도장을 받고 싶었다. 초대형 선박을 끌고 가 충돌시켜 크루즈 호를 침몰시키는 건 어떻습니까? 환경부 장관은 행정안전부 혼자 튀는 게 마뜩찮았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기름 유출 되면 사달이 나요, 사달이. 행정안전부의 동향이자 동문 선배인 지식경제부가 행안부를 거들었다. 환경부는 왜 그렇게 생각이 좀스러운 거요? 기름 유출 되면 까짓것 관련부처장들 재산 얼마씩 떼서 사회 환원하면 되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또 한 마디 했다. 그 역시 좋은 아이디어요. 참석자들이 다시 일제히 일어나 상기된 얼굴로 기립박수를 쳤다. 하지만 이 회의의 독보적인 스타는 국토해양부 장관이었다. 미국발 크루즈호가 접안하는 해안부터 운하를 파는 겁니다. 그 운하를 낙동강까지 잇는 거죠. 그래서 낙동강 하구를 통해 크루즈 호를 태평양으로 다시 내보내는 겁니다. 배가 뭍에 닿을 틈도 없이 다시 바다로 나가는 것이죠.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로 그거야. 지하 벙커에서는 장장 삼십 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영진공 철구

 

좀비 타임즈 1 + 2


1.

멕시코 국경 도시인 레돈도에서 67년째 살고 있는 곤잘레스 영감은 그것을 처음 봤을 때 죽은 아들 벨라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다. 벨라는 전에도 그런 모습으로 문을 두드린 적이 있었다. 미국으로 밀입국 해 돈 많이 벌어서 돌아오겠다던 벨라는 돈은커녕 결핵이니 영양실조니 옴이니 하는 구질한 병만 안고 돌아왔다. 나이 마흔이 넘어 벨라는 아홉 번째로 미국행에 나섰고 일 년간 소식이 없었다. 드디어 미국에 자리를 잡았나 싶었을 때, 그러니까 모든 불행한 사연의 배경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어느 비 내리는 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곤잘레스 영감은 미국 정착에 실패한 벨라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직감하고 따뜻한 아버지의 미소를 머금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문 앞에 서 있는 건 산송장이었다.




비와 흙과 피에 엉킨 머리칼이 목까지 늘어져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피를 철철 흘리는 오른쪽 손목은 썩어 문드러졌는지 떨어져 없었고, 옆구리에서 꾸물꾸물 새어 나오는 창자를 남은 한 손이 계속 밀어 넣고 있는 그것은 무덤에서 기어 나온 송장이 틀림없었다. 영감은 주방으로 뛰어가 칼을 찾았다. 그런데 그 송장이 비칠비칠 집 안으로 다리를 끌며 들어왔다. 아버지. 곤잘레스 영감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디오스 미오. 디오스 미오. 산송장이 내 아들 벨라라니, 이 뻔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니. 영감은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아들을 끌어안았다. 샌디에고에서 약을 팔았어요. 신께 맹세하지만 그곳이 콜롬비아 애들 구역인 줄은 몰랐어요. 놈들이 제 팔을 자르고, 샷건을 제 배에 박고, 국경에 제 몸을 묻었어요. 비만 안 내렸다면, 그래서 흙이 구덩이 밑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생매장 됐을 거예요.






이미지 출처: http://openvein.com/art/zombieportraitrequest6/



영감은 절망했다. 그리고 그를 더욱 절망에 빠뜨린 건 아들 벨라가 그 상태로 끊임없이 피를 흘리며, 쉬지 않고 떠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제 손목을 자른 나이프는 미국 스트라이더사의 ‘SMF G10 BK’인데 손잡이 재질이 티타늄이에요. 담배를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세상에 손목이 없는 거예요. 두 시간 동안 제 손목이 잘린지도 몰랐다니까요. 제 배를 쏜 샷건은 미국 레밍턴사의 ‘Mossberg M590’인데 탄창이 아홉 발짜리였어요. 도망가는 저를 잡으려고 모두 네 발을 쐈는데 총성이 얼마나 웅장한지, 빠바바 빵, 베토벤 교향곡 운명을 연주하는 줄 알았어요. 역시 미국은 달라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들을 맞이할 줄 알았던 곤잘레스는 산송장을, 아니 산송장 아들을, 아니 떠벌이 산송장 아들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은 피 흘리며 삼 일 간 떠들다가 죽었다. 아들이 흘린 피를 모았더니 네 말이나 됐고, 혈액 병원에 팔아볼까 가져갔더니 약에 절어 쓸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병원 의사가 몰래 아들의 피를 정제해 다시 약 이백 그램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한참 뒤에 들었다. 산송장 같았던 아들이 죽은 그때가 벌써 칠 년 전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나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봤더니 문 앞에 또 산송장이 서 있는 것이다. 곤잘레스는 말했다. 누구냐? 길 건너편 마리아네 둘째냐? 너희 집 한 블록 아래로 이사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 산송장은 진짜 좀비였다. 그날 곤잘레스는 죽었다, 아니 좀비가 됐다.

2.
멕시코 정부는 미국과 통하는 모든 국경을 폐쇄했다. 미국에서 수만 마리 좀비들이 끊임없이 멕시코로 기어 왔기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거의 백 년에 걸쳐 미국으로만 향하던 국경의 풍경은 달라졌다. 아메리칸 드림은 멈췄고 멕시코로 넘어오는 좀비를 막기 위해 미국과 접한 모든 국경에 삼 미터 높이의 시멘트 벽과 전기 철책이 세워졌다. 그것은 캐나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위성사진, 항공사진을 판독한 결과 모든 미국인이 좀비가 돼 버렸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했다. 형제의 나라 영국이 두 차례에 걸쳐 군대를 투입시켰지만 그들 역시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강대국들은 처음에 입을 다물었다. 세계 증시가 무너지고, 미국이 관여했던 모든 분쟁 지역에서 국지전이 거세지고, 세상이 혼란에 빠지자 중국이 먼저 치고 나왔다. “아메리카는 이제 좀비리카가 되었다.” 삼억 미국인이 좀비가 돼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상은 경악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중국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앞으로 기축 통화는 달러에서 위안화로.” 그러자 러시아도 나섰다. “미국의 F-22 전투기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전투기 구입 문의는 이제 러시아로.” 역시 한 마디 더 덧붙였다. “탄도 미사일 다량 확보.” 일본도 가만있지 않았다. “Vivid는 추억으로. SOD가 곁에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 해병대 존 밀러 대위는 독특하게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탐 행크스’가 맡은 역할과 이름이 똑같았는데, 아무튼 그는 조국의 비극적인 운명을 탈레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미국이 좀비랜드가 되어 인접 국가들로부터 완전히 차단되고 지도상에서 지워졌다는 프랑스 르몽드지 기사를 탈레반이 복사해 미군 주둔지 전역에 뿌린 것이다. 많은 병사들이 탈영해 영국이나 호주 같은 우방국으로 망명을 신청했는데, 존 밀러는 달랐다. 영화 속 탐 행크스처럼 용맹하게 혼자 탈레반 소탕에 나섰고 끝내 포로가 되었다. 존 밀러는 토굴에 갇혔고, 토굴 감옥 경비는 탈레반 말단 병사 카림이 맡았다.




얼마 후 존 밀러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카림의 본명은 ‘카림 빈 라쉬드 알 막툼’, 그러니까 ‘막툼 부족 라시드의 아들로 온화한 카림’이라는 뜻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우리 이름에는 아빠 이름만 들어가 있어. 내 이름에도 내 아버지의 이름 ‘라시드’가 들어가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 무슬림이 여성을 차별한다고 오해받는 거야. 오해지. 암, 오해고 말고. 그래서 난 이 오해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아랍 이름에 아빠 이름 대신 엄마 이름을 넣어야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되면 내 세 명의 자식들 이름은 이렇게 바뀌겠지. ‘압둘 빈 아말 알 사디(사디 부족 아말의 아들 압둘)’, ‘오마르 빈 바노 알 하디드(하디드 부족 바노의 아들 오마르)’, ‘하미다 빈트 라자 알 사우드(사우드 부족 라자의 딸 하미다)’. 내 자식들 이름이 각각 ‘압둘’, ‘오마르’, ‘하미다’이고 내 아내 이름이 각각 ‘아말’, ‘바노’, ‘라자’니까. 그랬다. 카림은 아내가 셋이었던 것이다. 몇 달 후,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미군 주둔지에 새로운 전단이 뿌려졌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제국주의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행복. 탈레반으로 건너오세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부르카를 뒤집어 쓴 여자를 한 팔에 한 명씩 품은 존 밀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는 것으로 좀비들의 육로 전파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137일 후, 한국 제주도 해상 사백 킬로미터 남단에서 정체불명의 선박이 포착됐다. 미국 L.A. 크루즈 여행업체 인터네셔널 오션사 소속 크루즈호인 만오천 톤급 윈드메리호였다. 중국, 한국, 북한, 일본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일본 해상 자위대 정찰기가 근접 촬영한 갑판 위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수차례 통신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격침하자, 특공대를 투입하자 등등 각국 정부가 방안 마련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배는 쿠루시오 해류에서 황해 난류로 바꿔 타고 제주도 서쪽 해상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일본이 자국에 내려진 데프콘 상황을 해제하고 자신들은 일본 평화헌법 정신을 준수한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배가 조금씩 북진하며 한국 영해 쪽으로 다가서자 중국 정부 또한 자신들은 한반도의 오랜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국 정부는 불난 호떡집이 되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영진공 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