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비객관적 듬성듬성 감상평

영화를 보기 전부터 감정적으로 고무가 되어 있었는지, 영화가 끝날때까지 제 머리 속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울컥울컥 맴돌았습니다.

저도 참여했던 95년 당시 시민사회/학생 운동의 흐름 중 큰 사건은 전체 학생운동과 시민사회가 노력한 끝에 전두환, 노태우를 법정에 세웠던 것이었죠. 그 당시를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광주를 직접 겪진 않았지만 영화 자체를 소위 ‘객관적’으로 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일부의 지적처럼 영화 만듦새가 그닥 빼어나지 못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마무리하는 건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이 영화는 분명한 선동 또는 메시지 선포가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러기위한 상황들을 미리 깔아놓고 폭력의 당위성을 거리낌없이 보여줍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에서 보기 힘든 총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게다가 뜸금없는 총질도 나오기도 하구요. 물론 총격전이 충분히 나올 수는 있는 상황이긴 하나 이야기의 전개를 놓치게 하는 꼬투리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에 이 영화 제작두레를 할때 감독의 필모가 맘에 들지 않았어요. 충분히 좋은 필모가 있는 감독이길 바랬거든요. 역대 강풀영화들의 조촐한 성적들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 해주길 바랬기도 했고요.

사실 이 영화에 그닥 기대를 하진 않았던 것에 비하면, 관람 후 감상으로는 솔직히 재미있게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한혜진, 진구의 연기가 괜찮았습니다. 한혜진 첫 번째 총격신의 긴장감이 참 좋았습니다. 한혜진 이어폰 쓰고 총격 준비하는 거 멋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한혜진은 아주 불리한 조건에서 총격을 해야 합니다. 시간의 압박, 정확한 타격, 그런 긴장감과 함께 동시적으로 2~3개의 사건이 교차 편집 됩니다.

개조한 총(뒤에 맨 배낭에 공기압력기)과 극심한 제약 상황이 어우러지는 교차 폅집은 마치 열혈 애니물의 느낌을 전달 해줍니다. 등장인물이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개조를 통해 극복하려하다 기어이 폭주해버리는 그런 에피소드의 느낌 말입니다.

두 번째 총격씬 크레인 차에서 만들어지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암튼 한혜진이 연기한 캐릭터가 무척 맘에 들더군요.

진구의 연기로 보면 그 사투리는 물론 중간중간 감정선 잡는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조폭이라는 설정이 약간 식상하기도 했지만, 더 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씬들을 이어가면서 왜 그런 건지를 충분히 이해가 가도록 이야기 해줍니다. 왜 그 캐릭터가 그래야만 하는 가에 대한 상황설명이 자연스레 영화 속에 녹아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초반 애니메이션도 괜찮습니다. 표현이 좀 세긴 했지만 상당히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어요. 영화 제작상 시간적으로 부족한 씬들을 그런 아이디어를 통해 넘어가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곧바로 실사 화면이 나왔는데 화면 질감이나  중간중간 알맞는 클로즈 업과 화면 구성이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제가 웹툰 만화를 보지 않은지라 원작과 비교를 할수 없지만, 오히려 영화 자체로만 볼 수 있었던 입장에서 볼 때 중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부분과 마지막에 이야기가 이중삼중으로 반전을 겹쳐서 이어지는게 좀 피곤합니다.

후반부는 무덤덤하게 이끌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이리 저리 복선을 깔다보니 오히려 극적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피해자 설정이 좀 지나치다고 할까, 당위성을 위해 상황을 만드는 … 그러니까 웹툰에서는 충분히 좋았을테지만 영화 속에서는 진부하게 보여집니다.

그래도 … 솔직히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전작들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는지, <화려한 휴가>에 비해도 이 영화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온전히 승화되지 않은 광주의 한이 더해져서인 건지, 단순히 영화적 완성도로만 재단하는 일부의 비판들이 얄미로와서인 건지 몰라도, 저는 이 영화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영진공 엽기민원

이명박 정부의 중대 고비-언론노조 파업



MBC가 방송법을 놓고 선전포고에 가까운 뉴스를 쏟아낸 지 일주일.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나섰다. 요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진출을 허용하는 방송법 저지다.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에는 집시법, 사이버모욕죄법,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에 관한 법 등 여러 개의 쟁점 법안들이 있지만 유독 방송법만 문제시하는 MBC와 언론노조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난감한 면이 있다. ‘방송법만 막아내자’처럼 보인다. 물론 감감 무소식인 KBS 노조에 비할 바는 아니다. KBS 노조의 이중적인 태도야말로 꼴불견이다.

한나라당의 무더기 법안 처리 방침에 대해서는 당내 소장파 뿐 아니라 조선일보까지 우려를 표했다.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연내 무더기 강행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을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거다.

첫째. 집권여당은 하루라도 빨리 4대강 정비사업을 시작하고 싶어한다. 4대강 정비든 대운하든 이름은 상관없다. 지금 경제가 야단이다. 내수가 싹 죽을 판이고, 마이너스 성장도 일어날 수 있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삽을 뜨면 잠시 반짝이더라도 내수를 살릴 수 있다. 겨우 토건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쌍팔년스러운 정치적 상상력이 슬프지만 이게 집권여당의 한계다. 그래서 이들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4대강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 4대강 정비나 대운하의 목적은 애초부터 국토개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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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여론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집시법 고쳐서 광장에 못 나오게 하고, 사이버모욕죄 만들어서 인터넷에다 못 떠들게 하고, 방송법 고쳐서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 만들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의 연내 무더기 법안처리는 내년 정부 정책 시행에 대한 터 다지기 작업인 것이다.

둘째.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논란은 절대 내년 5월까지 가서는 안된다. 시민들에게 5월과 6월은 광장의 계절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특별한 시기다. 5월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도 많을 테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도 이때 절정이었다.

때문에 이때까지 주요 쟁점과 논란들을 다 처리하지 못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아예 못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하반기 접어들면서 상반기 경제 성적이 나오기 시작하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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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내놓은 몇 가지 고용정책을 보자.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확대시켰다. 고용기간 2년이 다 된 비정규직을 사용자들은 계속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재 법이다. 그럼 사용자들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까? 천만에. 그냥 해고해 버린다. 그럼 이들이 실업률 통계에 잡힌다. 결국 실업률이 증가한다. 때문에 2년을 4년으로 늘린 건 실업률 수치를 최대한 줄여 보려는 발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안 그래도 비정규직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나라,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좋으니까 실업률 통계만큼은 낮추겠다는 눈 가리고 아웅 발악이다.

비슷한 게 또 몇 가지 있다. 고령자 최저임금 10% 삭감, 수습 사원 3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 연장. 이것들이 모두 실업률 수치를 낮춰 보겠다는 정부의 발악이다. 서민들 일자리의 질이 개차반이 되더라도 정권의 포장 만큼은 이쁘게 가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마이너스 성장’을 언급할 만큼 내년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이 시행되지 못한다면 내년 후반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일 게다. 따라서 여당의 연내 처리 방침은 이런 속내와 닿아 있다. 여당의 강행 처리가 청와대의 입김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의 시나리오대로 올해 안에 법안 다 처리해서 내년 되면 4대강 정비 시작하고 각종 규제 완화 법안들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MBC의 총력 저지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여러 정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크게 한 번 마찰을 빚었었고, 역사 교과서 수정 문제, 일제 고사 거부 안내장 발송한 교사들 해직 문제, 건기연 김이태 연구원 징계 문제, YTN 낙하산 사장 문제, 종부세 문제, 환율 정책 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 등등등이 현재 마찰 중이다. 그러니까 동네마다 촛불 시민 한 명씩 등장한 셈이랄까? 그런데 만약 이 촛불 시민들이 다시 한 곳에서 뭉쳐 버린다면?

그 매개체가 MBC가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시민들은 연내 무더기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이 어떤 내용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상관없기에 또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기톱 국회의원에게 짜증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MBC가 방송법 문제를 보도하듯 다른 쟁점 법안들을 보도하기 시작한다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흩어져 있던 여러 촛불들이 한 데 모여 횃불이 될 수도 있다. 임기 1년만에 커다란 촛불을 두 번 만나는 이명박 정부는 내년부터 급속하게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현재 MBC를 포함한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따라서 내년 집권 여당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대다. 여당은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할 것이다. 방송법은 빼고 처리해서 언론노조 파업을 일단 진정시킬까?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럴 경우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방송의 비판을 어떻게 누그러뜨릴까를 다시 고민해야겠지만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다.


영진공 철구


 

<화려한 휴가>의 작은 의미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 <화려한 휴가>는 영화적 요소로만 이야기하자면 좀 많이 모자라다 못해 실망스러운 면도 자주 보인다.

그러나 감정 이입이 되어 펑펑 운 사람들과 ‘5.18’을 팔아먹는 상업주의 영화라 혹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민감한 소재임엔 틀림없다.

난 사실 이 영화를 많이 봐주기 보다 차라리 5.18 다큐멘터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영화화’했다는 것이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방법이긴 하나 – 이 나라는 이미 한 영화에 천만 인구가 들러붙은 적이 있지 않은가? – 그 참혹한 진상을 사실 그대로 전하는 게 더 필요해 보여서다.

왜냐고?

30~40대의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이 영화를 ‘젊은 사람들’이 보고 과거를 기억해줬으면 한다는 건데. 이건 정말 어렵다.

생각없이 사는 건 죄가 아닌데. 그 생각없이 사는 ‘덕’을 보는 권력자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만인’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 못 하고, 심지어 복지 정책과 공산주의 정책을 구분 못 하는 ‘젊은이’ 들에게 이 영화를 보고 얻은 감상은 뭘까?

‘전두환이 나쁜 놈인데, 거 대학생들은 김대중이 부추겨서 데모한 겨. 맞을 짓 했지’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주유소에서 기름 넣으려면 김대중 만세 세 번 외쳐야해’

내가 이런 이야기를 20대, 심지어 10대의 ‘서울’ 아이들이 영화를 본 후에 나오면서 뇌까리는 것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안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네 대학에서는 학력 인플레로 인한 바보들은 늘어났을 지언정, 자신이 뭔 삽질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 길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아해들이 더 많아졌다.

이 아해들은 5.18에 어떤 일이 이 나라에서 벌어졌는지,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아니. 알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왜’ 중요한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 아해들이 ‘생각이 없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무엇이’ 더 중요한지 철학적 사고의 결과물로 그 둘을 비교할 줄 모른다.

‘데모’가 얼마나 ‘나쁜 걸’로 인식이 되었는지,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눈 뜨고 퍼렇게 살아 있어도, 데모는 나쁘다고 생각하나보다.

하긴 이랜드 사태로 인한 ‘기업’의 손실이 막대함을 이야기하며 ‘불법 투쟁’이라는 단어를 붙여 생존권을 가볍게 무시하는 저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세상엔 아직도. 5.16이 혁명이라 주장하는 ‘미친 새끼들’과, 5.18이 빨갱이들의 난동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 굳게 믿고, 그 믿음을 ‘복음’처럼 – 이 땅을 사회주의자들로부터 굽어 살피사 – 전파하는 ‘개새끼들’이 많다.

그렇기에 ‘상업주의 영화’든 뭐든.

광주의 ‘참상’을 좀 더 많은 ‘無知人’에게 알릴 수 있는 방식이라면 분명 ‘화려한 휴가’가 가진 의미로 충분하다.

그러나 넘쳐나는 영화평과, 그 시절에 대한 회고도 중요하지만.

저 위에 언급한 쓰레기 생각들을 어떻게 까부수느냐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