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귀찮은 일을 많이 할수록 아이는 올바르게 성장한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고 먹는 등 자기 몸 하나는 가누는
것에 비해 아기는 도대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똥오줌도 못 가리고 엄마 젖 빠는 것도 서투르며 걷기는커녕 자기
머리조차 가누질 못한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는 존재로 이 세상에 떡하니 나온 것이니 배짱 하나는 두둑하다.

이런
인류가 지금까지 멸망하지 않고 오히려 번성하고 있으니 정말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뭔가 초월적인 존재가 뒤를 봐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너무도 불완전하게 태어나는 아기를 보면 어떻게 이런 존재가 자연을 정복하고 우주의 기원을 밝히며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립자를
찾아내는 등 고도의 지능을 가진 완전체로 자랄 수 있는지 신기하다. 과연 인류의 어떤 능력이 이런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일까?


요즘에도 종종 신문에는 늑대라던가 원숭이 등 동물들에 의해 길러진 아이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실리곤 한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인간의 특성을 잃어버린 채 동물과 같은 행동을 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그렇다면 과연 인류의 특성은 환경에 의한 것인지 유전에
의한 것인지 궁금해 졌다.


1927
년 심리학자였던 윈스럽 캘로그는 이것을 밝히기 위해 침팬지를 인간의 가정에서 아기와 함께 키우기로 한다. 사실 아기를 침팬지들
사이에서 키우고 싶었지만 그런 미친 짓을 과학계와 사회가 승낙할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팬지와 함께 키우게 된 아기는 놀랍게도
10개월 된 자신의 아기였다. 물론 캘로그의 아내는 개념을 원숭이에게 팔아버린 남편의 제안에 적극 반대하였지만 결국 남편 이기는
아내 없다고 이 실험은 행하여진다.


침팬지 구아(Gua)와 인상파 도널드



캘로그 부부는 항상 침팬지 구아(Gua)를 사람의 아이로 다루었고 그들의 아이인 도널드와 같은 애정을 쏟고 똑같이 가르쳤다. 똑같이
포옹해주고 뽀뽀해주고 산책을 시키고 수저사용법과 변기사용법을 가르쳤다.


하지만 이 실험은 불현듯 9개월 만에 중단된다.

캘로그는 이 실험이 왜 중단하였는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후 심리학자 루디 벤저민이란 사람이 이 실험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실험 결과 침팬지 구아는 예상을 뛰어넘어 인간의 환경에 훨씬 잘 적응하였다.

도널드보다 말을 더 잘 들었고, 똥도 먼저 가렸다.
여러 가지 모습에는 도널드보다 더 나았던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는 한 가지 점에서 만큼은 구아보다 우월했다. 그건 바로
모방이었다.


구아는 모든 면에서 도널드보다 나았다. 

영화 혹성탈출은 결코 허구가 아니었다!


도널드는 구아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구아가 장난감 놀이를 하면 그것을 그대로 따라했으며 구아가 먹이를 달라고 할 때
내는 소리도 완벽하게 따라했다. 실험이 끝났을 때 19개월이었던 도널드는 단 세 개의 낱말만을 알고 있었다. 즉 윈스럽 켈로그는
침팬지를 인간으로 키우려 했지만, 거꾸로 인간을 침팬지로 키우고 말았던 것이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과 육아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고 침을 흩뿌리며 이야기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다정한 아이로 키우려면 부부사이에 항상 다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단다. 다 지 잘되라고
시키는 것인데 그걸 내가 또 몸소 보여야 하다니 참으로 언행일치란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실험에서 보았듯이 이제는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가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였고 인류 부흥의 원동력이었다. 부모가 귀찮은 일을 많이 할수록 아이는
그만큼 올바르게 성장하며 지구의 평화는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http://www.psy.fsu.edu/history/wnk/ape.html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당시 촬영했던 동영상과 함께 실험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참고서적 

매드 사이언스 북, 레토 슈나이더, 뿌리와 이파리, 2008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