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IS와 마크 하몬: 너무 잘 생겨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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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중에 NCIS라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Naval Criminal Investigative Service의 약자로, 미해군 수사기관을 배경으로 범죄수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죠.
‘D.P.Bellisario’ 라는, 어째서인지 미군 수사물을 많이 만드는 제작자가 그보다 전에 만들어서 진행 중이던 (이것 역시 미군수사기관)라는 드라마에서 파생되어(이런 경우를 ‘스핀 오프’라고 부르죠) 2003년 부터 시작된 시리즈인데 지금은 JAG보다 훨씬 잘나가고 있죠. 보통 해군판 CSI라고들 하지만, 사실 CSI와는 분위기부터 많이 다릅니다. CSI가 뭔가 참신한 비쥬얼과 냉정하고 이성적인 추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면, NCIS는 그냥 전통적인 미국 탐정드라마의 분위기를 따라갑니다. 등장인물들이 좀 만화스럽고 경박하다고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드라마를 무시할 수가 없는 게, 미국 내에서 시청율이 상위 10위 안에 늘 들고, 가끔은 CSI 보다도 높을 때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꽤나 좋다고 하더군요. 2007-2008 시즌의 공식 시청율 순위에 따르면 NCIS는 6위 였습니다. 참고로 1위는 <위기의 주부들>, 2위는 (이상하네요. 요즘은 마이애미 쪽이 더 인기라던데), 3위는 <하우스>…

이쯤 하고 NCIS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케이트, 이 드라마의 1회이자 이게 시청자들에게 먹힐지 안 먹힐지 찔러보는 파일럿 에피소드에서 주연으로 등장했던 케이트 여사. 원래 대통령 경호대(국세청 소속의 시크릿 서비스죠) 요원이었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NCIS요원으로 전직합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여성캐릭터와는 달리 매우 주도적인 역할이었으나 빡쎈 NCIS의 촬영일정에 질려서 2시즌 이후로 이 시리즈를 떠났습니다. 지금은 소피아 로렌의 며느리가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앤서니 디노조, NCIS의 고참요원으로 바람둥이이지만 능력도 꽤나 좋다는 설정. 많은 푼수짓을 하고 다닙니다. 이 양반은 <다크엔젤>에서 제시카 알바의 상대역이자, 실제 연인이기도 했죠. 그때는 꽤나 고뇌에 찬 진지한 인물이었으나 여기선 가장 가벼운 캐릭터에 해당합니다. 그래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점 무게잡아가죠.


애비, CSI에서 하루나 이틀 걸릴 증거자료 분석을 여기서는 이 아가씨 혼자서 보통 한두시간에 해냅니다. 좀 많이 말이 안 되지만 원래 MIT를 조기졸업한 천재라는 설정. 게다가 고스족이라 화장이나 복장도 특이하고 귀여움을 떨기도 합니다.


맥기, 시즌 중반에 합류한 신참입니다. 애비를 능가할 만큼의 컴퓨터 기크 인데다 천재라서 애비와 잘 통하고, 나중에는 NCIS에서의 경험을 소재로 탐정소설을 써서 돈도 엄청 버는 캐릭터. 4시즌부터인가, 포르쉐를 몰고 다니고, 인기 소설가라는 설정이 에피소드의 몇 번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지바, 케이트가 퇴장한 자리를 차지한 이스라엘 모사드 출신의 암살자 요원. 모사드에서 파견 근무한다는 설정입니다. 5개 국어 이상을 하고, 운전이 더럽게 험악하고, 살인도 꽤나 많이 했고, 수사관이라기 보다는 스파이에 가까운 캐릭터인데 미국 문화나 영어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서 종종 헛소리를 함으로써 코미디의 소재가 되어줍니다.


제니퍼 세퍼드 국장. <덤 앤 더머>에서 짐 캐리의 연인으로 등장, 한때 결혼하고 잘 살기도 했던 로렌 홀리씨입니다. 여기서는 평소에 아주 냉철하고 현명하다가도 자기 아버지 문제만 나오면 물불 안가려서 사고치는 국장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 이야기의 본론은 아니고(서론 절라 길군요) 본론은 바로 이 사람.


NCIS의 자타공인 주역 르로이 제스로 깁스 요원입니다. 드라마에서의 설정에 따르면 그는 91년인가 있었던 걸프전 이후 NCIS에 들어왔고, 심지어 국장을 가르치기도 했던 최고참 요원입니다. 이혼을 세 번, 사별을 한번 했고, 옷은 양판점의 싸구려, 매일같이 진한 커피를 위장에 채우고 다니며, 혹여 누가 자기 커피를 엎으면 분위기 살벌해지는 캐릭터. 혼자서 자기 집 지하실에서 거대한 보트를 자작하는 게 취미인데, 그걸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걸 어떻게 밖으로 가져나가는지 궁금해 하죠. 어째서인지 취조를 할 때 놀라운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누구보다도 직감이 정확하며, 요원들의 뒤통수를 치는(말 그대로) 한 수 위의 인물이죠. 이 드라마의 진정한 기둥입니다. 근데 이 아저씨의 과거 사진들을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핸섬가이…


그 옆에는 누구?

버터냄새가 물씬 풍기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참으로 화사하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뭐랄까. 만화스러울 정도의 이목구비, 아마 일본사람들이 이상적인 서양인으로 생각하는 어떤 얼굴이 이 마크 하몬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잘 생긴 걸로 미국에서도 인정받아 피플지가 선정하는 현존하는 최고 섹시남으로 뽑힌 적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 커리어는 외모만큼 잘 풀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아저씨를 처음 본 것이 아마 브루스 윌리스와 시빌 쉐퍼드 주연의 80년대 드라마 <블루문 특급>이었습니다. 거기서 한 4-5회 정도 시빌 쉐퍼드의 남친으로 등장했었죠. 거기서도 배경 좋고, 능력 좋고, 잘생기고…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브루스 윌리스를 열폭(열등감 폭발)하게 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배알이 꼴린 윌리스가 찌질찌질 시비 걸다가 오히려 된통 당하기만 하던(싸움까지 잘해요) 장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뭔 일이 있어도 흐트러지지 않는 100% 반듯한 청년. 그게 마크 하몬이었습니다.


아, 블루문 특급… 정작 몇회 본 거는 없다는…

그리고 그것이 마크 하몬의 한계이기도 했지요.
뭐 연기력이 그닥 좋지 않은 것도 문제였지만, 그는 너무 반듯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마크 하몬은 무슨 배역을 맡든지 자기 자신을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송강호 같으면 그게 장점이 될 수 있겠으나, 이런 예쁘기만 하고 개성은 뚜렷하지 않은 남자가 그런 식으로 연기하면 그건 그야 말로 밋밋하고 재미없는 퍼포먼스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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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기긴 했는데, 뭔가 2% 부족한…

그 결과 마크 하몬의 커리어는 늘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드라마와는 달리 실제 연예계에서 마크 하몬과 브루스 윌리스는 완전히 다른 세계 사람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죠.
잘 생기기로 치자면 마크 하몬이 훨씬 더 나았을지 몰라도, 그게 배우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하는 거였죠.

아마도 영화계에서 마크 하몬의 최대 역작은 1988년작 <프리시디오>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자그마치 숀 코너리와 맥 라이언이라는 배우와 공연한 작품이니까요. 물론 맥 라이언은 그 다음 해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세계의 연인으로 등극하기 전이었습니다만. 전작 <이너스페이스>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숀 코너리야 예나 지금이나 숀 코너리였으니 말입니다. 이 영화, 대학 시절에 비디오로 봤는데 마크 하몬과 맥 라이언의 베드신까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그냥 그랬다는… 흥행성적도 그냥 그랬고… 하지만 이때 마크 하몬이 맡은 수사관 역할은 이후 NCIS에서 그의 캐릭터와 많이 통합니다.


프리시디오, 당시엔 맥라이언은 그저 조연급이라 포스터에도 없죠. 1년 후 급상승하지만…

어쨌든, 젊을 때는 너무 화사한 외모와 애매한 개성으로 별로 잘 나가지 못했던 마크하몬 이지만..
(*”잘 나가지 못했다”의 기준은 외모에 비해서 입니다. TV쪽으로는 꾸준히 활동했고 인정도 꽤 받았다는…)
나이가 들어 외모의 광채가 줄어들자 나름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나름의 중량감도 만들어주었고, 그 밋밋한 연기도 NCIS에서라면 냉정한 수사관 역할에 어울리고요.

5번째 시즌에서 뜻밖의 결말을 맞이한 마크 하몬. 과연 6번째 시즌에서 어떻게 등장하실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멤버들은 여기까진가?

그리고 이 NCIS에는 뜻밖의 전력을 가진 중견배우가 한명 더 있는데, 그 양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바로 이 양반…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