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괴벨스를 꿈꾸는가


* 괴벨스 [Paul Joseph Goebbels, 1897.10.29~1945.5.1]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 국회의원, 당 선전부장으로 새 선전수단 구사, 교묘한 선동정치로, 1930년대 당세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국민계발선전장관 등으로 문화면을 통제, 국민을 전쟁에 동원했다. (인용: 네이버 백과사전, http://100.naver.com/100.nhn?docid=19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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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서 긴장을 해소하고 유쾌함을 주는 오락 영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영화야말로 일급의 민족 교육 수단인 만큼, 모든 영화는 면밀히 구성되고 조직되어야 한다.”

대중매체는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분야를 철저히 선전선동의 도구로 활용하여 국민들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세뇌했던 괴벨스.  현대 광고 기법 중 다수가 그의 기법으로부터 시작됐을 정도로 그는 대중심리 조작과 이미지 메이킹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갑자기 왜 그의 얘기를 꺼내냐하면,
며칠 전 이명박 정부의 문화, 체육, 관광분야를 담당하는 장관이 이전 정권에서 임명 또는 공모로 선출된 임기직 기관장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임기에 관계없이 물러나라고 호통을 쳤다는 뉴스를 접하여서이다.

뉴스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한다.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30여개의 산하기관장들 중 나름의 철학과 이념, 자기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분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 아니겠냐”

(매일경제 기사: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100006&cm=MB%C1%A4%BA%CE+%C0%CE%BC%B1&year=2008&no=140306&selFlag=sc&relatedcode=000020205&wonNo=&sID=301)

이해한다.  정권이 바뀌었으면 그 노선을 공감하고 찬동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인사는 대개 “코드인사”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기에, 지금의 집권세력은 왜 예전의 “철학과 이념”을 “뒤집”어 한 입으로 두 말 하냐고 따질 생각도 없다.

그런데 말이다.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이 나라의 문화, 예술, 체육, 관광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있지 않은가.  그런 그가 어찌하여 “정치색”을 들먹인단 말인가.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신체를 건강하게 가꾸는데 전념해야 할 부서의 장이 공공연히 대중 앞에서 어느 한 쪽의 정치 성향과 가치를 들이대며 다른 쪽의 정치 성향을 문제삼는 게 말이 되는가.

어쩌잔 말인가.  국립국악원장, 국립국어원장, 국립중앙극장장, 국립중앙도서관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한국문화번역원 원장,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등등을 해당 분야 창작 및 관리 활동 경력이나 능력이 아닌, 동일한 정치색과 철학과 이념을 가진 인물이라는 기준에 맞춰 일시에 바꿔 넣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문화, 체육, 관광을 “일방주의”와 “편가르기”의 선봉에 세우겠다는 것인가.

다른 장관이나 각료들이라면 모르겠으되, 적어도 문화와 복지 그리고 국방을 담당하는 장관은 정치색과 이념을 공공연히 내세워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의 모든 철학과 이념이 어우려져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곳이 문화계이기 때문이고, 정치색과 이념에 따라 차별되어져서는 안되는 것이 복지정책이기 때문이다.  국방은 더 말할 것도 없겠고.

대통령을 CEO(Chief Executive Officer)로 묘사하고자 하는 현 정권이라면, 장관은 CO(Chief Officer)로 보아야 한다.  비록 대통령이 지명하였다고 해도 대통령의 “가신”이나 “머슴”이 아니라 엄연히 절대주주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행인이다.  적어도 그만큼의 자존심은 지키면서 맡은바 분야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영진공 이규훈

ps. 현 국회의원이자 집권당의 원내대표도 “노무현 정권에서 그 정권의 이념과 철학에 맞춰 임명된 사람들은 정권교체가 됐으므로 자신의 이념과 맞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사의를 표하고 재신임을 묻는 게 옳은 일”이라 말하였다 한다.
세상 어느 선진 의회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의원이 이처럼 공공연하게 대통령을 지원하는데 발벗고 나서는 경우가 있는가.  지난 정권을 통해 그토록 지키고자했던 의회의 독립성과 권력을 이제는 내다버리려는 것인가.  그럴 거면 차라리 입각을 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