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3호]평화는 섹스로

공화국 교시
2006년 11월 10일

얼핏 보면, 보노보는 원숭이와 닮았다. 원숭이와 침팬지를 구분할 줄 아는 수준 높은 사람이라면, 침팬지 쪽에 더 가깝다고 할 지 모른다. 그런데 보노보는 원숭이도 침팬지도 아니다. 전혀 새로운 종이다. 1928년에 최초로 학계에 보고되어 처음엔 피그미침팬지라고 불렸으나, 1933년 전혀 새로운 종으로 분류되어 인간과 원숭이를 잇는 ( 어쩌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 동물로 인식되기 시작되었다.

귀여운 보노보의 모습.. 너무나 유순하고 착해서 애완용으로는 딱이라지만.. 멸종위기의 희귀동물이라 한번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 오지에 서식하고 있어 발견하기도 힘든 보노보가 요즘 들어 주목 받는 이유는 그들의 평화로운 삶 때문이다. 많이들 알고 있는 것처럼 인간과 가장 닮은 동물인 침팬지나 원숭이들은 폭력적인 집단이다. 이것 들은 힘으로 서열을 정하며, 서열에 따른 철저한 계급원칙으로 집단을 통치해 나간다. 마치 인간처럼. 힘으로 서열을 정하다 보니, 대부분 힘이 센 수컷이 조직의 두목이 되며, 힘으로 만들어진 서열이다 보니, 서열을 깨기 위한 싸움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보노보는 이에 반해, 철저하게 평화적이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목숨을 건 혈투도 없고,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한 무지막지한 폭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열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서열이 폭력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치열한 계급투쟁(?)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보노보가 이렇게 평화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들 나름의 긴장 해소의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교( 편하게 그냥 섹스라고 하겠다.) 때문이다. 두 마리의 동물 앞에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놓으면, 여타의 동물들은 바로 힘 싸움을 시작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기에 밥 그릇 가지고 싸우는 일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매 한가지이다. 죽을 듯이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보노보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이처럼 먹을 것을 동시에 발견해 누군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투는 대신 바로 바지 벗고.. (아.. 바지는 없다.) 그 자리에서 바로 섹스를 한번 한다. 그리고 섹스 때문에 서로 친해지면,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이들은 이렇게 갈등을 해소해 버린다.

평화롭게 갈등을 해소하고 있는 보노보들

궁금해지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수컷과 암컷이 아닌, 수컷과 수컷이 먹이를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하는지. 설마? 당신의 상상은 언제나 옳다. 맞다. 이들은 수컷과 수컷끼리 동시에 먹을 것을 발견하면 바로 바지 벗고.. (아.. 바지는 없다.) 또 바로 한번 한다. 암컷과 암컷끼리도 마찬가지다. 다시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동물은 후배위를 하는데, 어떻게 암컷끼리 가능할 수 있는 것인가? 신의 뜻은 당신의 상식을 언제나 존중한다. 이들에게는 인간처럼 다양한 자세로 섹스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것이다. 펠라치오, 69, 후배위, 여성상위 등의 모든 자세를 가능하게 하신 것이다.

만약, 집단과 집단 사이의 갈등이 발생해 집단 떼 싸움이 생길 상황이라면? 이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들이다. 싸움을 하지 않는다. 전 집단이 총출동해, 한적한 나무 숲 같은 곳에서 만나 단체로 섹스를 한다. 단체의 구성원 숫자가 틀려 짝이 맞지 않으면, 딸딸이라도 친다. 정말이다. 이렇게 이들은 섹스와 딸딸이를 통해 폭력과 전쟁을 막으며, 평화를 유지해 나간다. 그러기 위해 필수적인 것 중 하나가 발기력이다. 보노보 수컷들은 언제나 발기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필요한 상황이 되면 바로 발기 시켜 평화를 지켜 나간다. ( 먹을 것 때문에 긴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은 먹을 것만 보면 일단 발기부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이론은 여기서 적용이 가능하다. )

2마리의 보노보가 섹스를 하고, 뒤에서 한 마리가 거들고 있는.. 2대 1 섹스 장면

인간의 치열한 폭력과 참혹한 전쟁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보노보를 생각한다. 이들의 아름다운(?) 평화 정책을 인간이 조금이라도 닮는다면, 이 세상은 보다 평화로운 곳이 될 텐데. 아, 그렇다고 보노보의 프리섹스 사상을 닮아 보자는 것은 아니다. 명색이 그래도 인간인데, 식당에서 먹을 것이 떨어졌다고 옆 사람이랑 한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옆 학교하고 패싸움이 붙었다고 전교생이 다 나가서 바지 벗고 한번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는가? 북핵 때문에 김정일이랑 부시랑 서로 눈알 부라리고 있다고 해서, 둘이 만나 백악관 화장실 같은 곳에서 한번 하고 오라고 충고하는 것도 미친 소리지 않겠는가?

인간의 삶 속에서 섹스는 감정과 도덕을 수반하는 행위다. 게다가 보노보들처럼 아무 곳에서나 발기시키기에는 인간은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고 있다. 보노보의 자유로운 섹스 사상을 벤치마킹하기 인간은 너무나 많은 진화를 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보노보의 평화로운 삶아 주는 교훈을 무시해 버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존경하는 아내(혹은 남편)와 사랑하는 애인과의 관계가 소홀해졌다면, 그래서 긴장해소의 방법을 찾고 있다면, 보노보의 삶 속에서 방법을 배우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아내와 남편, 그리고 애인을 위해 인간의 방법으로 평화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동물들이 미처 갖지 못한 로맨틱한 말과 행동으로, 그리고 진화한 인간들만이 가질 수 있는 테크닉과 기구로.

평화로운 보노보 가족들

참고 : 보노보 BONOBO [ 프란스 드 왈 저/프란스 랜팅 사진 | 새물결 | 2003년 12월 ]

인류평화의 그날을 위해
짬지(http://zzamziblo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