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키와 자니”, 달빛을 들으며 카푸치노 한 잔 어때요


이 영화는 그 동네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구전가요 속의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리고 1936년과 1966년에 이미 동명 타이틀의 영화가 만들어 진 바 있다. 1966년에 만들어진 그 영화의 주연이 누구였냐고?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Johnny Cash, Van Morrison, Duke Ellington 등 수 많은 가수와 연주자에 의해 불려졌던 그 구전가요는 그다지 아름다운 이야기도 아니고 가슴 시린 교훈을 남기는 노래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구전 가요에 나오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발병이 나라든가 서방이 바람을 피워 부인이 목을 맸다는 등의 이야기와 비슷한,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죽인 여자의 이야기이다.

어쨌든 1936년과 1966년의 영화는 그 구전가요의 내용을 그대로 극화한 것이지만, 1991년의 영화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 노래가 아니라 테렌스 맥날리가 쓴 연극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을 영화화 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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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영화는 죽도록 사랑하다가 누군가의 배신으로 엄청난 비극을 맞는 내용이 아니라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참으로 고단한 삶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다가 원작 극본의 제목처럼 “달빛(Claire De Lune)”의 도움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달빛? 그렇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도 삽입됐던 드뷔시의 그 피아노 곡, “Claire De Lune”의 도움을 받아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되겠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 근데 로맨틱 코미디 영화 치고는 좀 독특하기는 하다. 우선 나이가 마흔 둘, 아니 마흔 다섯, 아니 실은 마흔 여섯의 사내와 그리고 나이가 서른 둘, 아니 서른 셋, 아니 실은 서른 여섯 먹은 여자의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사랑할 때 당신이 버려야 할 것”이나 “더 이상 좋을 순 없다” 등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도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이 영화가 독특하다고 할 게 뭐 있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 사내는 전과자이고 여자는 매맞고 살다 헤어진 이혼녀 되겠다. 로맨틱이나 코믹할 건덕지가 눈곱만치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헐리우드 특유의 솜씨로 엮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알 파치노”가 누구인가? 카리스마하면 국제 경기에서 챔피언 먹어도 될 만큼 빵빵한 우리의 대부(“God Father”)요, 우리의 상채기 얼굴(“Scarface”)이 아니던가. 또한 “미셸 파이퍼”가 누구인가? 온갖 미인대회는 다 말아먹고도 남을 소위 만인의 연인 아니시던가. 그런 두 사람이 망가지고 상처 받은 삶을 힘겹게 이어가다가 어렵사리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역할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그런데 “알 파치노”와 “미셸 파이퍼”가 공연을 한 건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실은 1983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스카페이스』(Scarface)에서 “알 파치노”는 마약 조직 보스의 자리를 노리는 악바리 건달로, “미셸 파이퍼”는 그 보스의 쭉쭉빵빵 어린 애인으로 나와 결국엔 “알 파치노”의 품에 안기는 역할로 만났었던 것이다.

암튼간에 아침, 저녁으로 밖에 나서면 아직은 겨울의 기운이 코 끝에 느껴지는 요맘때, 가슴 한 켠을 슬며시 따뜻하게 해 주거나 자연스럽게 미소 한 자락 짓게 하는 드라마 땡기는 분들은 이 영화가 괜찮을 듯 하여 권하는 바이다.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