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여단”(The Ghost Brigades, 2009), 애어른들의 군대 이야기




* 저자: 존 스컬지
* 역자: 이수현
* 펴냄: 샘터

1부 [노인의 전쟁]이 회춘한 노인들의 군대 이야기였다면, 2부 [유령여단]은 애어른들의 군대 이야기다. 1부 끝물에 등장했던 일당백의 살인기계들인 ‘유령여단’의 눈물겨운 활약상이 전작에서 주인공과 이런저런 관계였던 ‘유령여단’ 제인 세이건의 반가운 얼굴과 함께 펼쳐진다.

작가는 ‘유령여단’을 어느 부위인지도 모를 싸구려 대패 삼겹살처럼 여러 사람의 DNA를 모듬한 신체에 의식을 주입해서 만든 인간들로 그리고 있다. 이들의 이런 독특한 제조방법(?)은 그들의 주옥같은 활약과 함께 자연스레 ‘의식’이란 철학적 소재가 따라나오게 만든다.

이런 ‘유령여단’의 대척점에 서있는 존재로 ‘오빈’이란 종족이 등장한다. ‘콘수’라는 초지능종족이 의식을 제거한 체 지성만 주입하여 만든 종족으로 그려지는데 작가는 ‘지능’만 존재하는 종족을 자의식이 없는, 어떤 ‘욕구’가 없는 존재로 묘사한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자의식(영혼)이란 ‘창조’며 ‘욕구’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오빈’종족은 똑똑하지만 그 지식을 이용해 다른 것을 창조하지 못하며 무엇에 대한 욕구가 없는 존재다. 즉 일종의 움직이는 컴퓨터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 덕에 ‘오빈’종족은 작품의 주된 악당중 하나임에도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반면 돌맹이 주제에 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령여단’ 소속의 한 군바리들은 짧은 등장에도 많은 대사빨과 함게 자신의 등장을 어필한다.


그러나 작가는 컴퓨터와도 같은 ‘오빈’종족이라 설정했음에도 정작 영혼을 ‘갈망’하고 있는 존재로 그리고 있으니 모순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작품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인류를 외계인 나부랭이에게 팔아먹으려는 과학자 ‘샤를 부탱’으로 인해 좀 매우 많이 곤란해진 우주개척연맹의 처지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샤를 부탱’의 복제된 의식을 DNA모듬신체에 주입하여 만든 ‘재러드 디랙’이란 유령여단 군인을 이용해 ‘샤를 부탱’의 음모를 까발리고 황천길로 보낸다는 줄거리다.

‘샤를 부탱’의 음모가 밝혀지면서 덩달아 우주개척연맹의 존재와 음모도 조금씩 밝혀지는데 죽기 전에 알을 까는 바퀴벌레마냥 3부에 대한 떡밥을 대량 살포하며 끝을 맺는다. 덕분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밀려오는 것은 뿌듯함과 감동보다는 MBC뉴스의 폭력성 실험장면처럼 ‘앗, 씨발. 3권은 언제 나오는거야!’라며 아쉬움에 울부짓게 만든다.

다행히도 인터넷을 불꽃검색한 결과 번역가가 1월에 초고를 완성했다고 하니 올해 중순에는 3부[Last Colony]의 낯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얌전히 밤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려보자.

출처:유령 여단(The Ghost Brigades, 2009) – 애어른들의 군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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