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벼랑 끝의 미야자키 할아버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각종 해산물, 이종교배 생물 포뇨, 섬마을 사람들


2008년의 연말에는 산타 할아버지보다 한발 앞서 미야자키 할아버지가 오셨습니다. 어른은 물론 우는 아이들에게도 선물을 안준다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산타 할아버지와 달리 미야자키 할아버지는 남녀노소 모두 희희낙락 즐길 수 있다는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들고 오셨더랬습니다.


아들이 먹칠한 회사의 명예를 다시 되살리고자 은퇴 선언을 철회하고 분연히 일어선 그가 선택한 것은 ‘인어공주’입니다. 극장수입은 둘째 치고 캐릭터 판매로도 매우 짭짤할 것으로 보이는 ‘포뇨’가 등장하는 당 작품은 제작 전에 과거로의 회귀를 천명한 것처럼 ‘토토로’ 적으로 훌쩍 타임머신을 탔습니다. 100% 수작업 셀화로 완성한 손맛이 살아있는 그림과 작품 의 주 대상을 아이들로 한 점 등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마냥 미야자키 할아버지는 그렇게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연어마냥 잘 뛰어 다니는 포뇨. 파도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일선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미야자키 할아버지의 모습은 물론 아직 작품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겠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후계자를 정해놓지 못했다는 점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그 어떤 슈퍼스타도 결국 평생 전성기 일 수는 없습니다. 천하의 미야자키 할아버지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로 확실히 전성기가 지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비주얼을 벗겨내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작품성은 ‘포뇨’에 이르러서도 나아지지 못한 모습입니다. 비록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밋밋한 이야기와 주먹구구식의 사건들 그리고 시대착오적 결말은 실망스럽습니다. 점점 진부해져가는 미야자키식 이야기는 이제 그가 슬슬 용단을 내려야 할 때임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전성기는 갔지만 그래도 그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상상력은 여전히 가슴을 따스하게 녹여줍니다. 포뇨와 소스케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보는 것 만 으로도 영혼이 1g정도는 거뜬히 정화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작품 활동을 할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작품들은 내 인생에서 손난로와 같았습니다.


미야자키 할아버지. 뒤늦게나마 메리 크리스마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