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0월 (1990)’,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전형이자 원류

데이빗 린치, 코엔 형제,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작품을 자신이 직접 쓰고 연출을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적 문법과 컨벤션을 줄기차게 고집한다. 관객에겐 그의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무시하고 모른척 하느냐의 양자택일만 주어질 뿐이다. 특정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전형적이다,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미친다, 조금 독특하다는 정도의 언급만이 가능할 뿐이다. 다른 감독 작품들과의 비교는 처음부터 성립되질 않는다.

촬영 막바지에 야구시합을 해서 3대 4로 이겼고 그때가 마침 10월이라 <3-4×10월>이란 제목을 붙였을 뿐이라는 기타노 다케시의 두번째 장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전형이자 그 원류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심각하게 얼빵한 캐릭터들과 얼치기들이 등장하고 사람 피 보기를 냉장고에서 포도쥬스 꺼내 마시듯 하는 몹시 잔혹한 남자들이 공존한다. 등장 인물들이 말 없이 멀뚱하게 서 있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고 중간 과정을 뛰어넘는 씨퀀싱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모든 액션은 상대방과 치고받고 싸우는게 아니라 어느 한쪽의 압도적 우위로 단번에 결판이 나버린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주인공들이 죽는다.

그렇다고 <3-4×10월>에 독특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타노 다케시가 중요 배역을 맡기는 하되 주인공은 아니라는 점이 그렇다. 영화의 주인공은 폭력적인 현실의 상징인 야쿠자와 맞닥들이게 되는 멍한 표정의 청년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그런 세계 속에서도 가장 극악한 캐릭터인 동시에 청년에게 ‘세계와 맞대결하는 방법’을 전수해주는 아주 이질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원더랜드에 간 앨리스처럼 청년은 총을 구하러 무턱대고 오키나와 섬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지옥의 사자 같은 기타노 다케시를 만나 나름대로 큰 도움을 얻고 자기 살던 골목에 되돌아 오는 구조다. <키즈 리턴>(1996)처럼 일종의 성장 드라마로서 읽힐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영진공 신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