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추는 멈추지 않는다.



故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방송을 보던 한 여대생이 자살을 한 것과 관련하여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유명인의 자살이 무슨 결과를 가져오느냐’라는 물음이다.


유명인은 기본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대상들이다. 우리가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사람이 바로 유명인들이다.  그럼 그가 자살하면?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감정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일단 동정심. ‘얼마나 힘들었으면, 오죽했으면 자살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인간은 감정이입을 하는 동물이다. 공감과 감정이입은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다. 이게 있다고 욕하지 말라. 그것이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끈이다.


두 번째로 죄책감. 내 탓은 아닐까? 나는 무관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죄책감 역시 사회화된 인간의 기본 특성이다. 양심의 증상이 죄책감이니까. 자살이라는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 혹은 사고에 대해서는 그것이 누구 잘못인지를 따지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놓는 것은 양심을 가진 이의 기본적인 행동이다.


최진실, 정다빈의 자살과 함께 네티즌들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기 양심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노무현 욕 한번 안한 사람 있을까? 별로 없을거다. 그러니 다들 뜨끔하지. 노제에 나와 울던 사람들의 감정 중 절반 정도는 그 미안함이었을거라고 장담한다. 나도 그러니까…


물론 그 결론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지나친 죄책감도, 지나친 당당함도 어떤 면에서는 반대편 감정의 표현이다.


세 번째 분노. 어떤 이는 누군가를 그 책임자로 돌리고 분노한다. 역시 당연하다. 인간은 자기편을 들게 되어 있고,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공격성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안 그랬으면 역시 진작에 다 죽었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는 열받게 하는 일들을 참 많이도 벌려주더구만 …


분향소 부수고 영정 패대기친 거는 말할 나위도 없고,
경찰이 운구차 따르는 사람들 막는 거는 솔직히 … 그때 참으로 아슬아슬 했다.

”]

마지막은 자살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형성. 김남주가 들고나온 핸드백이 매진된다거나 하는 것도 비슷한 과정이다. 하지만 자살은 핸드백이 아니다. 자살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멀쩡한 사람이 자살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앞으로 “자살” 하면 “그 누구의 자살”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연상의 문제다.


어떤 이들은 최근 며칠 이 나라의 모습이 매우 당혹스럽거나, 황당한 모양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나 그가 죽기 전의 분위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건 뭐 …


최근 읽은 가장 엽기적인 기사
,자그마치 중앙일보다. 그래 니들이 수고가 많다.


그가 그렇게 추앙될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특별히 대단한 개혁을 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기득권세력의 대행인 역할도 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그의 재임시절 양극화는 더 무서워졌고,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품도 커졌으며 주요 대기업의 경상이익도 최고치를 계속 갱신했다.반면에 노동자와 농민은 탄압당했다. 그는 기득권 세력에게 좋은 것을 많이 가져다주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이 항상 “사람사는 세상” 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신 변명하자면, 그가 따른 것은 사실 계급이 아니라 공화주의라는 원칙이었다.
그는 합의를 따랐고 당시의 규정을 준수했다. 그가 한 선택들은 거의 대부분이 야당과의 합의, 혹은 여러 집단과의 타협의 결과였다. 그는 독단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불장군이라 불렸지만…)


대연정 제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공화주의 원칙의 최정점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엇박자로 놀고 한나라당은 맨날 깽판치니 차라리 한나라당에게 자리를 떼어주면 뭐든 잘 되지 않겠느냐는 지독하게도 원칙적인 생각의 결과였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하고 더 극심한 대여투쟁의 길을 갔다.


맨날 이런 식이었다.
그의 실체와 그에게 붙여지는 명칭은 대부분 어긋났다. 문제는 말이다. 바로 그가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득권에게 충실하였지만 그들에 의해 처절하게 버려졌다.
그는 기득권자들에게 진심으로 대했지만 언제나 돌아온 건 경멸과 비난과 조롱이었다.


퇴임 후의 그에게 가해진 것이 기득권 세력의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해보자. 그가 무슨 보복당할 짓을 했던가?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오히려 진보세력이나 노동자 농민들이 그에게 공과를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득권세력은 그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고향 마을에서 농사나 짓겠다는, 아무런 권력도 남지 않은 그를…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저 그가 밉다는 것 말고는 뚜렷하지가 않다.


명시적인 죄명은 6백만불. 우리나라 돈으로 (그의 재임기간 환율로 따지면) 50억 정도 되는 돈,
그것도 오랜 후원자에게 특별한 댓가성도 없이 그중 500만불은 투자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받아서 증거도 없는 돈 … 그게 유일하게 밝혀진 죄명인데

그것도 1년 반에 걸친 초고강도 수사를 통해 얻어낸 거다.


하지만 기득권세력이 뒷다마로 그에게 지운 죄상은 더 간사하고 추잡하다.


북한과의 야합(군비증강에 매달린 그가? 맙소사…), 좌파정책(양극화를 공고히 했던 그가? 아이고…),
비싼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죄(사실이 아니다), 심지어는 불륜(인터넷 뒤져봐라 찌질한 찌라시 몇개가 떠든다) …


생각해보면 여대생 불러놓고 시바스리갈 마시다가 부하 총맞아 죽은 누군가를 숭상하는 이들이 하는 짓이라는게 특히 웃기다.
여튼 그들은 미우니까 죄를 만든거지 죄가 있어서 미워한게 아니다.


솔직히 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뭐가 그렇게 미웠던가?


그가 고졸이라서? 그가 이너서클 구성원이 아니어서?
그가 거침없이 촌스러워서? 언행이 천박해서? … 탄핵사유도 그거였긴 하더라만 …


이 끝없는 미움은 더 갈데가 없는 극단이었다.
그리고 그 극단은 자기들의 근거가 얼마나 박약하고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이념적인지를 드러내었을 뿐이다.


그를 내치고 짓밟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그들이 마침내 정권을 잡았으나,
안그래도 우파정책만 추진하던 그를 좌파라 비난하던 이들이었으니 이제 나라는 그냥 우가 아니라 점점 극우로 치달았다. 그를 천박하다 비난하던 그들의 언행은 … 차라리 말을 말자…-_-;;;


결국 그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이들은
바로 그동안 그를 씹고 씹고 또 씹어 넋이라도 있고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준 그들이다. 그의 지금 모습이 실제 그의 행적에 비하면 부당해보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당한 부당함이 그것을 모두 상쇄시키고 남는다.


이제 누가 그를 욕하겠나.


이제 누가 그를 더 죽일 수 있겠나.


그래서 나는 그냥 그에게 부여된 자리를 인정하고 동의한다.
그럴만 한 자리다. 앞으로 당분간, 아마도 수십년간은 아무도 그 자리에 설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뭘 그리 새삼스럽게시리 …


우리들은 예전부터 미쳐있었다. 현 정부를 선택한게 우리들 아닌가.


예전에는 미친 사람들을, 돌아버린 인간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왕 돈 김에 더 돌게 하는 것도 신의 섭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80도 돈 인간은 180도만 더 돌리면 정상 아닌가.


덧. 굽시니스트의 분석에 동의한다.
역사를 좀 배워야 할까보다.
http://gall.dcinside.com/hit/7394

영진공 짱가

정동영 혹시 트라우마?

트라우마라고 하지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그러니까 큰 사고를 당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이라는데 정동영이 아마도 이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네요. 사고를 당했지요, 정동영도.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선거인단 박스떼기라는 창의력을 발휘했으나 이명박 가카께 500만표로 지고 말았지요. 충격 좀 받았겠죠. 몇 개월 후 총선 때는 정몽준한테도 발리고 말았지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회의원도 못 된 겁니다. 그러니 선거만 생각하면 얼마나 손발이 오그라들겠어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죠. 무섭고 두렵겠죠. 이번에 또 떨어지면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나 잠도 안 오고 밥도 안 넘어가겠죠. 하지만 해결책을 마련한 것 같네요. 이번엔 최대한 안전빵으로 자기 집 안마당에서 출마한답니다. 전주 덕진을.



모양새도 재밌습니다. 지난 대선, 총선 끝나고 정동영, 창피해서인지 아니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해서인지 그냥 해외로 나갔습니다. 나가서 민주당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찾아볼 수 없네요. 비슷하게 물 먹었던 김근태는 작년 촛불 정국 때 길바닥에서 초라도 들었지요. 대체 어디서 뭐하는지도 모르게 지내더니 보궐선거 기간에 딱 나타나서 한 마디 합니다. “나 전주 덕진을에 나갈래.” 정당이라면 선거구에 후보를 내놓을 때 누구를 내놓을지 논의를 하기 마련인데 그런 논의과정도 없이 다짜고짜 “나 국회의원 배지 줘”라고 한 거죠.  


듣자하니 민주당이 공천을 안 주려고 했던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대신 땅 짚고 헤엄치며 텔미 출 수 있는 전주 말고 부평 같은 데 나가라는 것이죠.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고, 당의 대선후보였던 사람입니다. 체급에 맞게 노는 게 맞지요. 게다가 지금 한나라당이 아무리 삽질한다고 해도 민주당 지지율 오르지 않고 있거든요.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고, 대선후보였던 정동영에게 그 책임이 없을까요? 그리고 그 책임이 1 년 해외에 나가 있으면 사라지나요? 희생이나 양보하는 모습도 보여줘야죠. 그리고 그것이 자기 정치경력에도 도움이 될 테고요.
 


정동영은 사실 컨텐츠가 없어 보입니다. 지난 대선 때도 실용이니 거시기니 한참 떠들었죠. 이명박이 선점한 단어였던 ‘실용’. 이명박 당선되고 그 맛을 보니 알맹이가 있던가요? 알맹이도 없는 실용을 정동영도 떠들었던 이유는 그렇습니다.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다 나한테 표 주세요. 우걱우걱’이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죠. 그러니 알맹이가 있을 리 있나. 대신 대통령 혹은 금배지와 같이 ‘권력자’가 되는 데에는 집중력을 발휘하네요.
 


예측컨대 앞으로 정동영이 컨텐츠를 채우지 않는 이상 정동영의 봄날은 오지 않을 겁니다. 컨텐츠 없는 이명박도 가카가 됐는데 나라고 못 될쏘냐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다르거든요. 한나라당이야 공허한 컨텐츠를 포장할 포장지와 데코레이션이 여기저기 널려있지만 민주당은 있는 컨텐츠도 빨간 칠 당하잖아요. 그러니 민주당에서 정치 계속하려면 권력을 놓고 이전투구하기보다는 컨텐츠 개발해야 해요.

또 하나. 한국 정치, 엄청나게 드라마틱합니다. 유시민 보세요. 지금 드라마 제작하고 있잖아요. 시나리오도 괜찮고 연기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정동영은 드라마가 없어요. 양지만 좇았으니 드라마가 있을 리 없죠. 어쩌면 지금이 부족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너무 커다란 요구같지만 말이죠.

”]

민주당은 그래서 전주 덕진을에 전략공천 방침을 정했습니다. 정동영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인데 상향식 공천을 포기하고 전략공천을 하는 것은 당원과 지지자를 배반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있네요. 옳은 말씀입니다. 그동안 민주당이 얼마나 철저히 상향식 공천을 지켜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진공 철구






우린 서로를 너무 몰라



부엉이의 입을 틀어막아도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

“미네르바”를 석방하라.


요즘에 마트 다녀오면 두 번 놀란다.

생필품 이것저것 집어서 계산대 앞에 섰을 때 한 번 놀란다.
영수증 한 번 더 확인한다. 정산이 잘못된 건 아닌데 금액이 왤케 많이 나왔어?

집에 와서 방금 사온 것들을 욕실에, 부엌에, 안방에 가져다 놓으며 다시 놀란다.
내가 대체 뭘 사오긴 한 거야? 이건 뭐 티도 안 나!

궁금하다. 같은 여자인 전여옥 마나님은 내 마음 알까? 나경원 사모님은 이 마음 알까?
모를 거다. 모를 거야. 아실 리가 없지.


새해 첫날 보신각 타종행사 때 현장에 있었다.
사람 바글바글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생 서울 살면서 한 번도 타종행사 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일부러 갔다. 촛불 든다는 말 듣고.
무지 추운 날씨였다. 그 추운 날 거리에서 힘들게 피켓 들고 소리치는 게 “좋아서” 갔다면 나는 변태다.
“좋아서” 간 게 아니라 “속 터져서” 갔다. “여기 속 터지는 사람 하나 추가요!” 알리려고 말이여.

거리엔 “이명박은 물러나라!” 함성이 계속 됐고
오세훈 시장 나왔을 땐 여기저기서 “닥쳐라!”, “꺼져라!” 외쳤는데
KBS에선 박수 소리 효과음을 덧입혀서 중계했고, 조작 방송이란 비난엔 “방송 기술이었다”고 응수했다.

하여간 그래서 현장에 있던 오세훈 도련님은 이 마음 알까?
모를 거다. 모를 거야. 아 놔, 그게 문제다.
그 마음 모르는 입장에선 새해 첫날 첫 순간, 들뜬 기분으로 화기애애 종이나 치고 가면 되는 자리에
굳이 깃발 들고 나타나 꽥꽥 소리치는 인간들이 사이코로 보일 수밖에 없으니께.

……그래서 저 마나님과, 사모님과, 도련님만 이 마음을 모르냐면,
그게 아니다.

MB 악법 저지한다고 국회 본회의장 점거하고 싸운 민주당.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그랬단다. (한겨레21, 743호)
“우리가 국민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그걸 국민들이 알아주면 그것으로 이기는 것이다.”
……정말 국민들이 알아줄까?
모른다. 모르는 사람 많다. 그러니 또 싸우기만 한다고 욕하고 개그 소재가 된다.

출처: 국민일보

모른다, 몰라.
명박 오빠 정책을 모르는 시장통 할머니는 싸다구를 날리는 대신 품에 안겨 울먹이고
명박 오빠 대선 광고에 출연했던 국밥집 할머니는 아직도 명박 오빠를 지지하고 데모 좀 그만 하라신다.

답답하다.

모르긴 해도, 청와대도 자기들 마음 몰라주는 국민들 때문에 답답했나 보다.
시대에 걸맞는 비전 있는 정책을 내놓으란 비판에
“노가다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며 자기 마음 몰라주는 국민들에게 발끈했다니깐. 아, 뒷골 땡겨…….

모른다, 몰라. 우린 서로를 너무 몰라.
우리, 인간이라는 게 애초에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지만 너무했다.

그런데 말야, 이해고 나발이고 떠나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나라 국민은 혁명으로 민주화를 얻어낸 사람들이라는 거.
그래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

……
며칠 전 탐 크루즈 주연 영화 <작전명 발키리> 시사회에 다녀왔다.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군인들에게, 재판관들은 가차 없이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때 사형 선고 받은 한 인물이 이런 말을 하더라.
“지금은 너희가 우리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몇 달 후엔 너희가 성난 국민들에 의해 거리를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내가 그 장면에서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아 눈물이 다 났다.
아효…….
됐다. 그렇다구연.


영진공 도대체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을 바라보며




타고난 이기주의자이다 보니 대학생이 됐다고 나 이외의 것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 그나마 사회과학 모임에 나가게 된 것도 호감 가는 여학생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접하게 된 한국의 현대사는 충격이었다. 그곳에는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역사가 있었다.

그 역사는 전혀 새로웠다. 찬탁은 소련이 한 것이 아니었고, 여순 반란사건은 반란이 아니었고, 4.3은 빨갱이 폭동이 아니었으며, 이승만은 국부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허풍이 심한 편이지만 들은대로라면 이랬다. 4.3 당시 현 제주시 관덕정 자리인 제주 도청 앞으로 어른들은 마음 놓고 지나다니지 못했다. 아이들만 용케 지나다녔고, 제주도청을 가로막은 철조망에는 사람 가죽이 널려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4.3은 그런 기억이었다. 하지만 4.3에 대해 집안 어른 누구도 내놓고 얘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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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4.3은 이랬다. 돈 번다고 제주도 전지역을 싸돌아 다닐 때. 4월과 5월 제주 조천이나 세화 등지로 가면 같은 날, 조그만 마을이 모두 제사다. 그날이 그 동네 사람들에게는 비극의 날이었던 것이다.

고삐리 때부터 친구였던 여자애가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후에 아버지가 물었다.

“가이 아방은 뭐 햄시?”
“경찰 공무원마쉬.”

남녀 사이에 친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뭔가 아쉽다는 듯 혼자 되뇌었다.

“게난 순사 딸이여?”

4.3을 겪은 제주 사람들에게 경찰이란 그런 존재였다. 이 사람들에게 지난 50년간의 역사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참여정부 때 노무현이 제주도를 찾아와 4.3에 대한 국가의 잘못을 최초로 인정했다. 같은 날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 아버지와 사촌형의 제삿밥을 먹으러 돌아 다니는 사람들, 경찰은 순사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감춰왔던 역사가 사실이었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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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몇 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제주도 4.3위원회가 폐지될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여당 의원은 ‘4.3은 좌익세력에 의한 폭동’ ‘제주도는 반란이 일어났던 곳’이라고 말한다.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에 결국 출판사가 굴복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나는 다시 교과서 밖으로 묻혀버리는 역사를 떠올린다. 권력과 자본의 지난 잘못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로 ‘좌편향’ ‘왜곡’이라고 이름 붙여진 역사들. 

4.3을 겪은 아버지는 ‘경찰’을 보며 일제시대 조선인을 잡아다 고문하는 ‘순사’를 떠올린다. ‘경찰’과 ‘순사’라는 단어 사이, 서로 닿을 수 없는 그 거리는 역설적이게도 역사가 사람들에게 준 상처의 깊이와 닿아 있다. 그 역사들이 다시 교과서 밖으로 묻혀버리는 광경 앞에서 씁쓸한 이유는 ‘역사의 진실’이니 ‘권력의 오만’이니 ‘우경화’니 하는 거창한 이유들 때문이 아니다.

역사를 몸으로 겪으며 버텨 온 사람들, 그 역사 속에서 고통을 견뎌 온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 바로 그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진공 철구

할 말이 없어지는 소식



청와대에서 7개월간 지출한 “물품구입비”가 14 억 이랜다.  십, 사, 억 ….
엔간한 월급생활자가 평생 벌어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돈을 신규 물품을 사주시는데 사용하셨단다.
얼마나 대단한 물품들을 구입하셨길래.  절대반지와 이실두르의 검이라도 구입하신건가.
아님, 언젠가 나오리라고 학수고대하던 중소기업지원책과 국내경기활성화 방안을 진즉 남몰래 실천하고 계셨단 말인가.
이리도 상서로울 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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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아니다. 신문에도 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스프레소의 참 맛은 손 끝에서 나온다능~>

158만원짜리 커피메이커 신규구매

1500만원짜리 디카 2대

1750만원짜리 프롬프터 2대 구매

330만원짜리 쌀 씻는 장치 1대 신규구매

146만원짜리 손소독기 1대 신규구매

990만원짜리 ‘소형’ 컴퓨터 2대

26만원짜리 우산꽃이 5대

7200만원짜리 비디오 카메라 1대

500만원짜리 야외용 파라솔 1개 신규구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보다 비싼 애가 있었다니 ...>

140만원짜리 헬스 사이클 2대 신규구매

652만원짜리 외빈용 소파 1개

145만원짜리 행사용 의자 44개

176만원짜리 파라솔 1개 신규구매

기타 등등…

암튼,
대단하다. 대단해.

대체 990만원짜리 소형컴퓨터를 뭣에 쓰려는 건지.
개인용 “소형”컴퓨터에 무슨 스펙을 달아야 저 가격이 나오는 거지?

158만원짜리 커피메이커를 들여 놓았으니, 원두는 뭐로 쵸이스 하셨을까??? 
혹시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추출한다는 전설의 커피 … 커피 루악???

1,500만원짜리 디카에다가 7,200만원짜리 비디오 카메라면 작은 방송국 하나 차릴 수도 있을텐데 … 메이저 언론을 다 가지시고도 모자라서 그러신 건가 …

에혀~

그려, 안다, 알아 …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저 정도 돈, 쓸 수 있다.
근데 문제는 지금이 저럴 때냐는 거다.

하루가 멀다하고 유례없는 경제위기요 불황이니 모두가 나서서 불을 꺼야한다고,
허리를 졸라매라고 스스로 얘기하고있지 않은가 … 그렇다면 솔선수범 해야 할 것 아닌가 …

재산 헌납, 펀드 가입, 주식 매수 … 뭐 이런 공수표 남발하기 이전에 먼저 쫌 모범을 보이시라는 거다.

끗.


영진공 거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