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山行-
그대여!
단풍이 아름답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게나.
겨울이 오면
자취를 감춰야 하네.
그대여,
힘이 생겼다고
좋아서 날 뛸 것 없네.
힘은 그렇게 오래
주머니 속에 머물지 않네.
아름다울 때,
서러울 때를 생각 하게나.
있을 때,
없을 때를 생각 하게나.
그대,
오늘 너무 너무 억울해도
그대도,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할 때가 있었음을
생각 하게나.
우리가 오늘 해야 할 것은,
이웃들의 생각을 해야되는 것일세.
이웃들의 생각은 바꾸라는 것일세.
그대가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으이.
이웃들은 그대와 함께
바꾸는 대열에 서라는 것일세.
달이지면
어두워지는 것은 당연하이.
그러나,
곧 해가 뜨는 것 일세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네.
변한다고,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네.
세월이 가는 걸 서러워 말게나.
또 세월이 오고 있네.
가는 세월은 언제나 빠르고,
오는 세월은 언제나 느린 것이네
초조하지 말게나.
서두르지 말게나.
살다보면 세월이 오지 않을 수도 있네.
그렇다고 실망하지 말게나.
지나간 것도,
앞으로 올 것도, 잊고 지내세.
세상은,
할 일이 남아 있는 자를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걸세.
잊혀진다면, 그대의 할일도 끝났다는 걸세.
그렇다고 서러워 말게나,
그것이 삶의 이치인 것을 어쩌나.
오늘
북한산에 남긴 발자국은
내일이면 또 다른 사람의
발자국으로 덮이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네 .
하늘은
언제나 아름답기만하네
온갖 구름이 갖가지 형상을 그려도
하늘은 하늘이네
가을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네,
산행은 더욱 그러네!
가을은, 가을이네.
안녕.
<이재오 작시>
이재오 자작시다. 언론은 이 시가 박근혜 측과 갈등을 빚은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성의 뜻을 담았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웬걸? 내가 보기엔 오히려 박근혜 측에게 정권교체하는 데 까불지 말고 협조하라는 시로 보인다.
이재오와 박근혜는 천하의 앙숙이었다. 김문수, 이재오 등은 딴에는 민주화 운동 물 좀 마셨다고 박근혜와 계속 트러블을 일으켰다. 수년 전부터 말이다. 그런 그가 이런 시를 썼다. 특히 이 부분.
그대,
오늘 너무 너무 억울해도
그대도,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할 때가 있었음을
생각 하게나.
…
그대가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으이.
이웃들은 그대와 함께
바꾸는 대열에 서라는 것일세.
과연 이게 박근혜와 트러블을 일으킨 자신에 대한 자성일까?
아무튼 재밌다. 취미가 술집 가서 주물럭거리는 것이 고작인 천박한 놈들에게 비하자면 시 쓰는 정치인은 충분히 흥미로울 만하다.
같은 당 정두언. 이 양반의 취미는 밴드 보컬이다. 아직도 그 취미 생활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양반 홈페이지에 가면 자신이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 대부분 7~80년대 밴드 노래들이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양반, 성추행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그 인식 수준이 술 먹고 가슴 주물럭거리는 짓 못지 않게 천박하다.
하긴. 시 쓰는 이재오의 말들과 그 말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세상 또한 하등 아름다울 게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