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4부, 완결]


 

 


 


 


* 3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


 


 


주자성 박테리아는 나침반으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노크기의 자석 조각들을 진주 목걸이 마냥 길게 이어붙여 활용했다. 그런데 과학자 형님들이 보기에 몸 속에 이런 자석 체인을 가지고 있다면 세포 분열을 할 때 아무래도 자력이 방해가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박테리아가 세포 분열할 때 가운데 세포벽이 수축하며 두 개로 댕강하며 나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수축력으로는 자석 체인을 떼어 놓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과학자 형님은 마그네토스피릴룸 그리피스월던스Magnetospirillum gryphiswal


dense 라는 이름도 젠장맞을 박테리아를 붙잡고 대체 어떻게 세포 분열을 하는지 스토킹 짓을 하였다.


 


그 녀석은 처음에는 여느 박테리아 처럼 길게 늘어난 후 중심부가 잘록하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주자성 박테리아는 두 개의 딸세포가 약 50도 정도의 각도로 구부러지며, 빠르게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마그네토솜 체인을 분리하는데 있어 평행한 상태에서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것 보다는 체인을 구부리며 잡아당기는 것이 자기력을 약하게 만들어 보다 적은 힘으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철사를 끊을 때 빠르게 아래 위로 구부리면 보다 잘 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M.그리피스월던스 박테리아는 분열할 때 정확히 같은 양의 마그네솜을 나누어 가졌다.


 


 


 





[그림 1]


Z-링은 단백질이 실처럼 이어져 있는 것으로,


세포 분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 박테리아에선 Z-링이 동그랗게 형성되는데 반해,


주자성 박테리아에게선 아치 형태로


나타남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분열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면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워낙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마그네토솜 체인 역시 모두 같은 형태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뒤얽힌 마그네솜 체인을 만들며, 이러한 체인이 세포의 한쪽 구석에 몰려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과학자 형님들은 주자성 박테리아들마다 각기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분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과학자 형님들이 주자성 박테리아들을 조사하면 할 수록 심각한 의문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즉 요놈들이 정말 마그네토솜을 나침반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진화시킨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했듯 모든 주자성 박테리아가 마그네토솜을 체인처럼 일렬로 이어붙여서 사용하지도 않았고 몸 가운데 위치하지도 않았다. 몇몇 종의 경우 마그네토솜 조각이 흩어져 있으며 박테리아의 한쪽 면만을 따라 늘어서 있기도 하였다.


 


이처럼 마그네토솜이 일렬로 정렬되어있지 않다면 나침반으로 활용하기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단자구를 형성할 수 있는 크기 범위를 넘어선 200나노미터나 되는 커다란 자석 결정을 만드는 놈도 등장하였다.


 


이런 녀석들은 지금껏 우리가 입아프게 떠들었던 이론에는 맞지 않으며 그렇다면 당연히 도태되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잘먹고 잘살고 있으니 이녀석들은 우리가 아직 마그네토솜의 모든 기능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자. 얘네들은 정말 마그네토솜이 필요한 것인가?


 


 




근데 마그네토솜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분명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몸 속에 있는 마그네토솜을 나침반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북반구에 있는 박테리아는 자북극으로(자북극형, NS형), 남반구에 있는 박테리아는 자남극으로 이동(자남극형, SS형)하는 것을 관찰한 결과이다.


 


이러한 행동은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보통 저산소지역에 살며, 이런 지역은 침전물이 쌓이는 곳이기 때문에 확실히 지구자기장을 이용한 움직임이 아래쪽으로 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화학물질의 층상구조지역이나(농도가 단계적으로 바뀌는 구역) 산소의 층상구조지역에서도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다량으로 발견되면서 이러한 초기 관점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주자성이 이러한 층상지역에서 어떤 이익을 주는지 명확한 설명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 2]


층상구역에서 최적의 농도로 이동하기 위한 움직임.


박테리아는 애써 머리를 돌릴 필요없이,


편모의 회전 만으로 앞뒤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림 3]


지역에 따른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


북반구에는 자북극형과 자남극형이 7:3비율로 살고 있으며,


남반구는 반대로 자남극형이 7:3 비율로 많다.


적도에는 5:5 비율로 분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 재기발랄한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주자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성(aerotaxis , 走氣性)’, 즉 산소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역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층상구역에서 최적의 지점으로 이동할 때는 주자성 뿐만 아니라 주기성도 발휘하였다.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은 자북극형(NS형), 자남극형(SS형) 이외에도 수직형(polar) 주자성-주기성과 수평형(axial) 주자성-주기성으로도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직형은 자기장을 따라 한쪽 방향으로 고집스레 이동하며, 수평형은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되 복잡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림 4]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에 관해 실험을 할 때,

과학자 형님들은 아주 얇은 튜브관이나 물방울을 이용한다.



수직형과 수평형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의 차이는,


이러한 실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자기장에 평행하게 튜브관을 놓고 관의 양쪽에서 산소를 확산시켜 튜브관의 중심에서부터 양쪽 끝으로 갈 수록 산소 농도가 증가하도록 만들었다. 이 때 수평형 주자성 박테리아는 튜브관의 양쪽 끝에 집단을 형성하는 반면 수직형 주자성 박테리아는 자기장의 반대 방향 쪽으로만 집단을 형성했다.


 


따라서 자기장은 수평형 주자성-주기성 박테리아에게는 수평형 운동성 만을 제공하는 반면 수직형 주자성-주기성 박테리아에게는 수직축과 방향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경우 모두, 주자성은 층상구역에서 농도변화에 따른 이동에 있어 2차원(위, 아래)으로 단순화시켜 줌으로서 주기성의 효율을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이렇게 잘난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여 진화의 왕관을 거머쥐고 나머지 패배자들은 도퇴되어야 할 터인데 층상구역에는 주기성만을 가지고도 잘먹고 잘살고 있는 박테리아도 많이 살고있다게 문제였다.


 


분명 주자성은 주기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효과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지구 자기장의 경사도가 높을 때, 즉 고위도 지방에서나 해당된다. 그리고 수직형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자성이 크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주기성만 가지고 있는 박테리아가 효율적인지, 수천만년에 걸쳐 마그네토솜 체인을 고집한 박테리아가 효율적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렇다면 마그네토솜을 방향이나 이동의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까?


 


비록 개미 코딱지만하지만 박테리아도 분명 살아있는 생물이다. 그래서 살아가기 위해선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대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과 함께 몇 가지 무기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극소량만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위에 흔치 않기 때문에 이를 구하기가 위해선 열라 뭐빠지게 노력해야 한다. 철(Fe)은 이러한 필수 무기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박테리아들은 길을 가다 철 원자를 보면 낼롬 주워서 몸 속에 철을 꼭꼭 숨겨놓고 필요할 때마나 꺼내어쓴다.


 


하지만 철은 필수 원소이자 독이기도 하다. 몸 속에 들어온 철 원자는 물 분자에게서 원자를 빼앗아 과산화수소를 만들 수 있고 이것은 박테리아의 DNA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말미암아 얘네들은 보통 철 원자들을 단백질로 둘러싸인 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주자성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자철광이 대사에 필요한 철을 저장하는 수단이며 과산화수소를 분해하거나 다른 촉매 기능의 역할도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


 


한편 일부 주자성 박테리아의 경우 철이 부족한 상태에서 철이 풍부한 환경에 노출시키면 약 10분만에 마그네토솜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철은 박테리아의 건조무게의 약 2~3%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효율적인 흡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자철광 합성 시스템의 자세한 과정은 알지 못한다.


 


과연 주자성 박테리아의 마그네토솜은 어디다 쓰는 물건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론 나침반의 용도라기 보다 먹고사는데 없어선 안될 철의 저장고로서 먼저 진화하고 그 후 나침반으로도 얼추 쓸 수 있게 된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섣불리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지구 자기장을 활용하는 많은 동물들의 몸 속에도 자철광 조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철 원자를 덩어리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분명 나침반의 용도로 가지고 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그림 5]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여 대표적인 동물인 비둘기.


부리 안에는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자철광 조각이 들어있다.


 


 




이렇게 눈에 뵈지도 않는 박테리아의 멱살을 붙잡고 자철광 조각의 쓰임새를 추궁하고 있는 동안 우주 너머로부터 또하나의 심각한 질문이 지구의 생물학자들의 책상 위로 던져졌다.


 


1984년 남극에서 ALH84001라 이름 붙여진 화성 운석이 발견되었다. 이 화성 돌맹이는 태양계가 형성되었던 때인 약 45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좀 연식이 된 돌맹이었다.


 


그런데 이 화성 돌맹이에서 나노 크기의 자철광 결정이 발견되면서 얘기가 미묘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왜냐면 화성 돌맹이 속 자철광 결정이 지구 주민인 주자성 박테리아의 마그네토솜에서 만들어지는 결정과 비슷했는데 이러한 결정 모양은 당시 인공적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림 5]


주자성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자철광은,


종에 따라 몇 가지 독특한 결정 모양을 띄고있다.


이러한 길죽한 철 결정 모양은,


2004년에 이르러 일부 인공 합성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주자성 박테리아의 자철광 조각은 박테리아가 죽은 후에도 남아서 자기력을 띤다. 그래서 많은 퇴적암에서 발견되는 자기력은 정렬하여 죽은 주자성 박테리아의 시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놓고 일부 과학자 형님들은 화성 운석에서 발견된 자철광 조각은 화성 생명의 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바닷 속 퇴적물에서부터 저 멀리 화성에 이르기까지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타클하게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지적인 차원을 넘어 기술의 차원에서 접근되고 있다.


 


현재 주자성 박테리아의 능력을 과학기술에 접목시키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주자성 박테리아는 자철광의 모양을 일정하게 만들 수 있고, 자성을 따라 아주 얇게 줄지어 세울 수 있으며, 지질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마그네토솜이라는 막으로 싸여있다. 이러한 특징을 연구한다면 자석을 생체에 부착하는데 이용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효소를 고정하거나 자성을 가진 항체를 만드는 등 현재 뜨거운 감자인 나노 기술에 진일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길을 잃어도 결코 길을 묻지 않으려는 똥꼬집 남성들의 이마에 자철광을 박아 넣어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한 고등학생은 주자성 박테리아를 회전시켜 전력을 얻는, 일명 주자성 박테리아 전지를 2006년 인텔-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ntel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이하, ISEF)에 출품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자기 박테리아 5.6그램을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회전시켜서 48시간 동안 일반적인 AA 배터리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압을 발생시켰는데 새로운 에너지원에 관한 우리의 생각의 폭을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


 


과학자 형님들은 이렇게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사골 국물 같은 주자성 박테리아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공법과 배양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바야흐로 주자성 박테리아는 본격적인 미생물학, 물리학, 지구 물리학 및 고지질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한 새로운 분야를 활짝 열어 제꼈다.


 


<끝>


 


 


 



* 이 글은 미국미생물학회(ASM) 2004년 4월에 실린 저널 ‘Magnetosome Myster


ies’을 대다수 참조한 것으로 저의 허접한 영어 실력으로 인한 잘못된 번역으로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며 거의 8년전 저널을 참조하였기 때문에 현재는 주자성 박테리아에 관해 보다 많은 연구가 진척되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므로 신속, 정확한 오류 지적은 …… 대환영입니다. ^^;


 


 


 



* 참고문헌 *


미국미생물학회(ASM) 2004년 4월에 실린 저널 ‘Magnetosome Mysteries’


(http://forms.asm.org/microbe/index.asp?bid=26445)


KISTI 미리안 2011년 12월에 실린 기사 [자성 박테리아의 분열원리]


(http://mirian.kisti.re.kr/gtb_trend/pop_gtb_v.jsp?record_no=226987&site_code=SS1020)


동아 사이언스 기사 2000년 12월 17일 기사 “화성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증거 발견”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001217200000000002&classcode=0106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존 포스트게이트 저, 박형욱 역, [극단의 생명], 코기토, 2003.


칼 짐머 저, 전광수 역, [마이크로코즘], 21세기북스, 2010.


* 그림자료 출처 *


(그림 1) http://biogeomagnetism.biomnsl.com/info_56_118.html


(그림 2) http://www.nature.com/scitable/knowledge/library/bacteria-that-synthesize-nano-sized-compasses-to-15669190


(그림 4) http://www.nature.com/nrmicro/journal/v2/n3/fig_tab/nrmicro842_F4.html#figure-title


(그림 5) http://people.eku.edu/ritchisong/birdbrain2.html


(그림 6) http://www.nature.com/nrmicro/journal/v2/n3/box/nrmicro842_BX1.html


*그림자료 참고 *


(그림 3) http://www.energy.soton.ac.uk/pollution/bacteria.html


 




영진공 self_fish


 


 


 


 


 


 


 


 


 


 


 


 


 


 


 


 


 


 


 


 


 


 


 


 


 


 


 


 


 


 


 


 


 


 


 


 


 


 


 


 


 


 

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3부]

 


 

 


 


 


* 2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


 


 


 




 


 


 


주자성 박테리아, 니들은 누구세요? ◁


 


주자성 박테리아의 슈퍼 히어로스런 능력에 많은 이들이 화들짝 놀랐지만 알고보니 박테리아네 동네에서 주자성 박테리아는 딱히 유별난 존재가 아니었다. 과학자 형님들이 처음 주자성 박테리아와 대면했을 때는 퇴적물에만 사는 고유 종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지구 어디에서든 발견되는 흔한 생물이었다.


 


바다나 강의 퇴적물, 화학 물질이나 산소의 농도가 변하는 경계면이나 산소가 아예 없는 곳 등에서 주자성 박테리아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주자성 박테리아라는 특정한 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형태학적이나 생리학적으로 연관이 없는 다양한 박테리아 그룹에서 이러한 능력을 지닌 박테리아들은 널려 있었다.


 


 


 





막대형균, 구균, 나선균 등 다양한 자태를 뽐내는 주자성 박테리아들.


이들은 연구실에서 배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종이며,


일반적으로 주자성 박테리아는 배양하기가 어렵다.


검은색 알갱이들은 자철광 결정들이다.


 


 


 




▷ 자석 결정을 만드는 쌈짓주머니의 정체는? ◁


  


 


 





 


 


 


주자성 박테리아가 나침반의 용도로 써먹는 자석 결정들은 모두 몸 속에서 직접 만들어 낸 것들이다. 이 결정들이 만들어지는 곳은 마그네토솜magnetosomes이라는 일종의 단백질 주머니인데 여기서 자철광(magnetite, Fe3O4) 또는 황화철(greigete, Fe3S4) 등의 자성 광물의 결정체를 가내수공업으로 만들고 있다. 만들어지는 자성 광물이 자철광인지 황화철인지는 당연히 집 근처에서 재료를 구해야 하니깐 주자성 박테리아의 주거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몸 속 호주머니에서 만들어 내는 결정들은 한 변이 35nm~150nm 사이이며 마치 기계로 찍어낸 듯 크기가 균일하다. 하지만 이 자석 결정은 너무나 작기 때문에 한 개 만으로는 지구 자기장에 반응하여 움직이는데 충분한 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요놈들은 영리하게도 자석 결정을 여러개 만들어 체인처럼 길게 이어 붙임으로서 보다 강한 자력을 형성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주자성 박테리아가 브라운 운동의 방해 작용에 저항해 지구 자기장에 따라 스스로 방향을 잡기에 충분할 만큼의 자력을 형성할 수 있게 자철광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주자성 박테리아 세포 내 구조


 


 





A-B 마그네토솜은 각각 자라서 자력에 의해 뭉쳐지며 체인을 이룬다.


C-D MamJ 단백질이 없는 변종의 경우 마그네토솜은 마그네토솜 필라멘트에


고정되지 못하고 자력에 의해 덩어리로 뭉쳐져 버린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자석 결정을 크게 만들면 될 것을 왜 굳이 작게 만들어서 번거롭게 이어붙이네 마네 난리 부루스를 추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주자성 박테리아 앞에서 그런 질문은 하지도 마시라. 무식하다고 쪼인트 까이는 수가 있다.


 


주자성 박테리아는 무슨 전자기학 박사 학위라도 가지고 있는지 깜놀 할만한 이유로 번거롭지만 애써 쥐똥만한 자석 결정을 만들어 진주 목걸이 엮듯이 쭉 이어 붙여서 활용했던 것이다. 그러니 전자기학에 조예가 깊은 주자성 박테리아 선생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려면 당연히 전자기학에 등장하는 간단한(?) 용어와 개념 몇 개를 먼저 챙겨가야 한다.


 


 




쇠못은 왜 자석에 들러붙나


 


 





로렌츠 현미경으로 촬영한 자기 구역의 구조.


검은색과 하얀색 선이 자기 구역과 자기 구역의 경계인 자기벽을 나타낸다.


실제의 자기 구역은 재료에 따라 입체적으로 다양한 형태를 띤다.


 


 


쇠못을 비싸도 너~~~무 비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못의 내부에는 철 원자들이 방향을 가지런히 해서 자기 구역(줄여서 자구磁區라고도 한다)이라는 나와바리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평소 자기 구역은 서로 N극과 S극이 이웃해서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력을 띠지 않는다. 하지만 쇠못에 자석을 갖다 대면 자석의 극에 맞춰 반대 극들이 정렬하여 늘어서게 되면서 자기력을 띠게 된다. 그 결과가 자석에 쇠못이 들러붙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영구자석이 자력을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구자석의 경우 다른 종류의 원자를 섞어 N극과 S극의 방향이 변하지 않고 가지런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만드는 조각들 역시 영구자력을 띠려면 이렇게 단자구single domain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통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만들어내는 결정의 크기는 한 변이 35nm~150nm 사이이다. 이 크기가 정말 신의 한 수 인데 바로 단자구를 형성할 수 있는 크기인 것이다.


 


만약 결정이 이보다 크다면 두 개 이상의 자구가 생기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자구들이 형성되어 그로인해 서로의 자성에 의해 자력이 줄어들거나 상쇄될 것이다. 반대로 결정이 이보다 작다면 이름도 무시무시한 초상자성超常磁性, superparamagnetic을 띠게 된다.


 


초상자성이란 간단히 말해 열에너지에 의해 자력의 방향이 역전되는 현상이다. 즉 개별 자석 결정들이 열 에너지에 의해 임의로 자력의 방향이 역전될 것이며 이또한 자력이 감소하거나 상쇄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초상자성 효과 때문에 현재 저장 매체의 밀도를 높이는데 한계점이 되고 있다. 하드디스크와 같은 저장 매체들은 자성체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만약 초상자성 효과로 인해 자력의 방향이 역전되면 데이터가 싹 지워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자성 박테리아는 주먹구구 식으로 자석결정을 만든게 아니라 왠만한 공대생 뺨을 후려칠 실력으로 공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크기로 결정을 만들었다. 1~2마이크로미터를 넘지 않는 자신의 몸집에 알맞게 자석 결정의 종류와 크기를 정해 만들고 적절한 위치에 마그네토솜 체인을 위치시켜 놓음으로서 지구 자기장에 맞춰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주자성 박테리아. 도대체 단세포 생물에 불과한 박테리아의 몸 속에서 이러한 정교한 작업들이 이루어진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 않는가.


 


과학자 형님들도 놀라 까무러치긴 마찬가지였으니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이처럼 세밀하게 통제되어 이루어지는지 몽땅 까발리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 자세한 세부 과정은 아직 완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 그럼 니들 번식을 어떻게 할래? ◁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박테리아와 같은 단세포 애들은 우리처럼 남녀가 만나 거시기한 밤을 보낸 후 10달 뒤 아이가 슝풍하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분법이라는 삭막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냥 몸을 둘로 짜잔 하며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주자성 박테리아는 몸 속에 나침반으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길다란 자석 결정체인을 가지고 있다. 이래서는 자석 체인으로 인해 중간으로 뚝 하니 분열하는데 걸리적 거릴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체인은 자력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세포 분열의 힘으로는 이 자력을 끊을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 4부로 이어집니다 *





 


 


 



[ 참고 및 발췌 ]


▶ 미국미생물학회(ASM) 2004년 4월에 실린 저널 ‘Magnetosome Mysteries’


      (http://forms.asm.org/microbe/index.asp?bid=26445)


▶  미국미생물학회(ASM) 2009년 4월에 실린 저널 ‘ Biomineralization and


      Assembly of the Bacterial Magnetosome Chain’


     (http://forms.asm.org/microbe/index.asp?bid=63469)


▶  네이쳐(nature)지 2006년 4월에 실린 저널 ‘An acidic protein aligns


      magnetosomes along a filamentous structure in magnetotactic bacteria’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40/n7080/fig_tab/nature04382_F4.html)


▶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Self-recognition mechanism of MamA, a


    magnetosome-associated TPR-containing protein, promotes complex assembly’


     (http://www.pnas.org/content/108/33/E480/1/F8.expansion.html)


▶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  존 포스트게이트 저, 박형욱 역, [극단의 생명], 코기토, 2003.


▶  칼 짐머 저, 전광수 역, [마이크로코즘], 21세기북스, 2010.


▶  [월간 뉴턴] 2007년 11월호.


영진공 self_fish


 


 


 


 


 


 


 


 


 


 


 


 


 


 


 


 


 


 


 


 


 


 

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2부]

 

 


 


 


* 1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



 


 


블레이크모어에 의해 정체가 발각된 주자성 박테리아(magnetotactic bacteria)는 놀랍게도 몸 속에 자석 조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넘들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천연 자석 쪼가리들을 주워먹기라도 한 걸까? 그러나 박테리아는 땅그지가 아니었다. 박테리아는 몸 속의 작은 주머니에 나노 크기의 작은 자철광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얘가 주자성 박테리아.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은 몸 속에 있는 자철광 결정들이다.


 


 


 


대체 오대양 육대륙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요 지들이 평생 이동할 수 있는 거리래봐야 거기서 거기인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어째서 몸 속에 자석 공장을 만들면서까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은 대부분 산소 농도가 낮은 곳이다. 보통 이런 곳은 바다나 하천의 퇴적물이 쌓여있는 바닥이다. 이곳은 산소나 황화물 같은 화학 물질들이 깊이와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농도가 변하기 때문에 주자성 박테리아들도 지들이 좋아하는 최적의 농도로 시시각각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게 아래쪽은 퇴적물이 가라앉는 방향이고, 대부분 요놈들이 좋아하는 화학적 농도가 유지되는 곳이었다. 즉, 박테리아들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밑으로 향해야만 했다.


 


그런데 박테리아한테는 밑으로 향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라면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몸을 내던져서 머리가 깨지는 방향이 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나 박테리아는 워낙 개미 코딱지만 해서 질량이 있으나마나한 정도이기 때문에 중력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애들이다(중력은 질량에 비례하니까).


 


그래서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위아래의 구분이 없어지듯 박테리아들 역시 일종의 우주 공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테리아들이 중력을 이용해 밑으로 향한다는 것은 꿈도 못꿀 일이다. 게다가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 미시세계에는 또다른 힘들이 펼쳐져 있다.


 


 


 






개미 정도만 되어도 전혀 다른 힘들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 개미는 추락사할 일은 없지만 대신 무시무시해진 표면장력 때문에 작은 물방울에 갇혀 익사할 수 있다. 하물며 개미보다 훨씬 더 무지무지 작은 박테리아 정도의 크기가 되면 무려 물 분자들의 브라운 운동(분자들이 열 에너지로 인해 진동하는 현상) 때문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치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박테리아의 처지란 위아래는 커녕 좌우도 헷갈릴 지경이다. 그래서 일부 박테리아들이 영리하게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변함없이 밑을 향해 뻗어있는 자기장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넘들은 몸에 자석 공장을 유치하고 자석 조각을 만들어 나침반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 좀 이상하다.


우리는 나침반을 평면 상에서 방향을 정하는데 쓰는데, 박테리아들은 나침반을 좌우 방향이 아닌 상하 방향을 찾기위해 쓴다고?


 


사실 지구의 자기장은 수평 방향 뿐만아니라 수직 방향으로도 작용하며 자기장의 세기는 위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적도 상에서 자력선은 지구 표면에 대해 수평이지만 양극으로 갈수록 차츰 지구의 내부를 향해 기울어진다.


 


나침반의 바늘은 지구 자력선의 방향을 가리킨다. 고위도 지역일수록 수직 성분이 수평 성분보다 강해지기 때문에 자극에 가까워질수록 자침은 점점 아래쪽을 가리킨다. 이런 이유로 주자성 박테리아는 젖과 꿀이 흐르는 밑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자석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이었다.


 


 


 





 




 


 


과학자 형님들은 블레이크모어의 발표에 까무러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말 주자성 박테리아가 몸 속의 자석을 이와같은 용도로 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조사에 나섰다.


 


만약 주장대로라면 남반구 쪽에 사는 애들은 자남극을 향해 헤엄치는 경향을 보일것이며, 반대로 북반구 쪽에 사는 애들은 자북극을 향해 헤엄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과학자 형님들은 냉큼 달려나가 북반구에 사는 놈과 남반구에 사는 놈들을 잡아들여 취조하였다.


 


그 결과, 실제로 이들은 그러한 경향을 보였다.


 


 


 





“주자성 박테리아 참 쉽죠잉~”


 


 


 


이로서 또하나의 생명체의 비밀이 위대한 과학자 형님들의 손에 완벽하게 밝혀졌다 …… 는 fake고, 오히려 연구가 거듭될 수록 점점 알쏭달쏭한 상황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주자성 박테리아 역시 쉬운 생명체가 아니었다.


이 녀석들은 벗기면 벗길수록 숨겨진 매력을 내뿜었다.


 


 


발췌 및 편집: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존 포스트게이트 저, 박형욱 역, [극단의 생명], 코기토, 2003


 


 


◆ 3부로 이어집니다. ◆



 



 


영진공 self_fish


 


 


 


 


 


 


 


 


 


 


 


 


 


 


 


 


 


 


 


 


 

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1부]



 

 


 


 



 


 

우리는 지구라는 커다란 자석 위에 살고 있다. 이 커다란 자석은 태양이 내뿜는 지독한 방사능 입김과 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유해한 것들로 부터 생명체를 보호하고 있는 일종의 자기 방어막을 발생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예민하다는 옆집 누나라 하더라도 지구가 내뿜는 자기장을 몸으로 직접 느끼지는 못한다. 대신에 인류는 전자렌지를 발명한 생물답게 간접적인 현상을 통해 지구가 단순한 돌댕이가 아닌 커다란 자석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특정 종류의 돌이 양쪽 끝으로 작은 금속 쪼가리들을 끌어당기는 현상을 목격했을 것이다.


 


인류는 기원전 5세기전 이러한 자장을 관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특별한 돌이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도 알아차렸다. 나침반은 이러한 자기磁氣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며, 방향을 정하는 데 쓰는 가장 오래된 장치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이 나침반을 발명하여 가지고 놀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지구가 자극을 가지고 있으며 왜 이 요상한 돌로 만든 조각들이 저절로 움직이는지는 알지 못했다. 자석 바늘이 남북 방향을 가리킨다는 사실은 기원전 100년 경에 이르러서야 알려졌고, 그 후 자석바늘은 주택이나 사원, 무덤, 길, 그밖의 시설의 이상적인 위치를 정하는 기술인 풍수지리에 이용되며 오랫동안 점술가의 밥벌이 도구로 사용되었다.


 


송宋 대인12세기 초까지 이러한 나침반을 항해 도구로 사용하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나침반 바늘이 지구의 자성磁性과 반응하여 움직인다는 발전된 자연주의적 이론은 더 나중에야 등장하였다.


 


 




‘지남차指南車’에 설치된 차동差動장치 위에 한 인물상이 올려져 있는 이 기계는

중국인들이 개발한 것으로 나침반의 선구자가 된 장치이다.

이 장치는 탈것이 모퉁이를 돌 때,


안쪽 바퀴와 바깥쪽 바퀴의 회전수의 차이를 없애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어 위의 인물상은 방향의 변화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어김없이 남쪽을 향해 팔을 가리키는 상태로 유지되었다.


 





83년에 등장한 ‘남쪽을 가리키는 숟가락’.

가운데 놓여있는 국자처럼 생긴 것은 자철광 돌로 만들어진 것이다.



 





1135년에 등장한 나침반.

물위에 떠 있는 나무로 만든 물고기 안에는 자철광이 들어 있다.



 


 



태양에 비하자면 지구는 개미 코딱지 만도 못한 크기지만 지구 위에 사는 생명체들에게 지구는 광활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 광활한 공간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인류가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자기집 앞마당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동물들도 위치를 파악할 수단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먹이가 있고 계절에 따라 어떤 지역들이 살기 좋은지를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황천길을 향한 편도 여행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동물들은 일찍부터 지구 자기장을 느낄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을 진화시켰다.


 


인류가 영문을 모른채 나침반으로 마술놀이를 하고 있는 동안에 동물들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몸 속에 구축해 놓았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은 물론이요 심지어 꿀벌들조차 지구 자기장 네비게이션을 필수옵션으로 갖추었다. 자랑할 것은 머리밖에 없는 인류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뒤늦게 분발한 인류는, 지도를 그리고 나침반을 발명하더니 결국 20세기에 이르러 하늘에 위성을 쏘아 GPS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온갖 번거로운 짓을 하고 난 후에야 지구 위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많은 동물들이 자기장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우리는 놀라운 진화 시스템에 탄복하며 다시한번 자연을 향해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이 다시금 우리의 후두부를 강타했다.


 


보잘것 없다고 여기고 있던 박테리아 마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인류가 몇 백년 전에야 지자기를 이용한 것에 비해 동물들은 까마득히 옛날부터 개나소나 자기장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자성 박테리아 발견


 

주자성 박테리아는 1975년 뉴햄프셔 대학의 젊은 대학원생이었던 리처드 P. 블레이크모어가 매사추세츠 주의 한 연못에서 수집한 진흙 샘플에서 그 자태를 드러냈다.

 


요넘들은 현미경 슬라이드 안에서 마치 한쪽에 꿀을 발라놓은 듯 특정한 가장자리로만 이동하였다. 슬라이드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어둡게 만들어도 보았지만 어떠한 요소도 이 녀석들을 헷갈리게 만들지 못했다.


 


빡침을 느낀 블레이크모어는 마지막으로 ‘설마 니들이 뭐 지구 자기장 같은 거라도 이용하는 거야?’ 라는 생각으로 미친척하고 슬라이드 옆에 자석을 놓아 보았다. 그랬더니 지금껏 꿈쩍도 안하던 녀석들이 자석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박테리아들은 마치 자신의 몸 속에 자석을 지닌 것처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실제로 요녀석들은 몸속에 자석 조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리저리 줏대없이 자석을 따라 움직이는 주자성 박테리아들



 




☆ 참고 및 발췌:

1. 외르크 마이덴바우어 엮음, 박승규 역, [과학의 역사], 생각의 나무, 2002

2. 제임스 E. 메클렐란 3세, 해럴드 도른 공저, 전대호 역,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모티브, 2006



3.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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