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2009] 여전히 아름다운 부산의 밤 … 작년만 못한 Piff …

2009년 PIFF를 맞이하여 무슨 대학 수강신청도 아닌, 1분만에 매진되는 영화제 예매를 겨우겨우 통과하여 단 ‘한 편’의 영화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영화제에 내려와 하루 기본 3편의 영화를 봐주어야함에도, 주말이라는 일정상의 이유로 인해 사람들이 몰려서 그런지 도무지 표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제가 꼭 영화만 보라고 있는 것은 아니니, 그저 영화제의 정취를 느끼려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밤풍광을 뒤로하고, 손에 그러잡은 캔맥주의 모금 모금은 도시 속에 지쳐가는 영화팬의 아련한 향수를 찾아가는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부산역 광장은 여전히 영화제 특수를 노리려는 호객행위가 끊이질 않았다. 일반 택시를 타고 해운대까지 8~9천원이면 충분하련만 단체 고객을 상대로 봉고차를 태워주겠다며 3만원을 요구하는 그 어처구니 없음이란. 그런 차량 이용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란 말인가.
금요일 밤의 부산은 언제나 그렇듯이 터널마다 차가 조금씩 정체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수영만부터 시작되는 ‘PIFF’정체는 영화제의 열기를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간단히 콘도에 짐을 풀고, 부산의 밤바다를 구경하러 다시금 걸어 나왔다.
광안대교의 야경은 언제봐도 아름다웠다. 물론 서울에도 넘치는 다리의 아름다움이지만, 부산의 정취와 맞물려 알게 모르게 설레게 만드는 그것이 있다. 부산역에 내려 해운대로 오는 택시 안에서 바라보던 부산의 부둣가와 달리, 영화제가 있는 해운대에 도착했다는 기분은 오히려 이 광안대교가 느끼게 해준달까?
어쨌거나 그토록 유명하다던 청사포의 ‘수민이네’로 맛기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산의 명물인 달맞이고개를 넘어 청사포로 내려가면서 밝게 만을 내리 쬐는 달무리를 바라보자 영무 이름을 ‘Moon-tan’으로 지은 달맞이 고개가 다시금 감각있게 느껴졌다. – 공교롭게도 한글날이었기에, 그런 ‘달맞이’라는 표현을 외국에 알릴 수 있는 묘한 단어라고 생각되었다 –
‘수민이네’는 조개구이로 입맛을 다신 후 ‘장어구이’로 그 백미를 느끼고, 거기에 하나 더 하여 우럭을 통째로 구워 먹으면 정말 맛난 ‘구이’를 느낄 수 있다. 따로 양념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밤 조명에 불판을 다 태워가며 정신없이 먹어대도 전혀 다음 날이 부담 없는. 그렇게 맛있는 곳이다.
내가 이곳에서 먹은 후 수영만에서 공연을 진행한 연예인들이 다시금 몰려와 새벽을 불살랐다는 소문을 다음 날에서야 들었다. 조금만 더 청사포의 풍광을 즐기며 노닐었으면 꽤 많은 연예인을 볼 수 있었으련만. 아쉽다.
청사포에서 다시금 해운대로 돌아와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영화제의 밤은 포장마차 사이로 동녘이 틀때까지 계속되건만, 하루밖에 일정을 잡지 못한 직장인 영화팬의 스케쥴은 새벽을 술로 보내기에 너무 위험하기에 이 정도 선에서만 끝내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날 들려온 이야기지만 역시나 새벽녘에 PIFF 빌리지 옆의 포장마차 사이로는 수많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얼큰하게 취해가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고 한다. 역시나 영화제의 꽃은 행사도 영화도 아닌 그런 영화인들 사이에 꼽사리로 끼어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닐까 아쉬워해본다.


이번 영화제를 위해 주말 부산 방문을 계획하고 영화 예매를 시도하여 어렵사리 표를 확보한 영화는 전계수 감독의 ‘뭘 또그렇게까지’. 오전부터 시작해서 오후까지 전 상영관의 영화들이 매진이 되자 더 이상 영화에 대한 욕심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작년과 달리 프레스 뱃지가 주어지지 않고 게스트 뱃지가 주어졌지만. 그래도 게스트를 위한 표가 일정부분 남아 있으리라는 기대도 어느 정도 하고 있던 상황이라 크게 개의치 않고 부산으로 과감히 내려왔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 이용자의 습관마다 다르지만 내 경우에는 예매 후 예매번호만 기록하고 더 이상 예매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다.출력하면 종이 낭비이고, 예매 번호는 각 예매자에게만 부여되는 고유 번호이므로 중복되지 않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PIFF운영측은 예매 사이트와 PIFF 공식 사이트의 도메인도 분리해 접속 경로를 다르게 구성해뒀다. 예매 외에 예매 사이트를 들어갈일은 없다. 이미 스케쥴도 다 작성한 상황에서 느리게 돌아가는 PIFF 공식 사이트를 다시 접속할 이유도, 명분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발목이 잡혔다.
예매한 영화표를 찾기 위해 발권장을 찾자 들려오는 말 –
“배급사가 일방적으로 영화 상영을 취소했습니다”
– 그래서 어쩌라구요?

영화 상영이 어제 새벽에 취소 되었다 한다. 아마 8일 새벽으로 사료된다. 7일 이후에 예매를 취소할 경우 ‘수수료’가 부여된다. 그러나 영화의 상영이 취소되면?
1. 영화 상영이 취소될 경우 예매 고객에게 일일이 공지를 해야 하지 않는가? 달랑 홈페이지에 공지 팝업 창 하나 띄우면 그만인가? 그마저도 상영시간표에서는 삭제하지 않고 팝업만 올려두면 혼란을 일으키는 관객은 어찌할 것인가?
2. 일일이 공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영취소에 대한 환불이라도 즉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제 시작 직전에 일어난상황이라 하더라도 상영 취소 영화의 경우 무려 이틀이라는 여유시간이 있었다. 단 하나의 영화를 보기 위해 부산을 내려온 관객이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는가? 이 사람들의 스케쥴을 어떻게 보상하려고 이런 무지막지한 일을 저질러버리는가?
3. 환불 자체도 인터넷 상에서 불가능하고 – 프로세스를 아예 개발하지 않은 듯 하다 – 직접 찾아온 관객에게 환불을 해주려고,함흥차사처럼 연락없는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현금 뭉치를 들고와서 환불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 분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들었다.영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자원봉사를 선택한 이 분들이 왜 이런 막장 운영으로 고생을 해야하는지…
4. 영화 상영이 취소되었으면 예매 발권 창구에 홍보 시트 한 장 붙여두면 무슨 문제가 되나? 발권을 위해 장장 40분을 줄 서서 기다리고 창구에서서 들리는 한 마디가 ‘상영이 취소되었는데요…’면 정말 맥이 빠진다.
5. 이 모든 프로세스를 2시간 동안 멍하니 기다리고 자원봉사자 분에게 합리적인 대화를 건네고 ‘기다리고’ 받아낸 결과다. 그리고 달랑 날아오는 ‘카드결제취소’문자 뿐.
고작 1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그것도 그 단 하나의 영화를 보기 위해 내려온 내 부산 여행이 한 방에 목적을 상실한 영화제 야외 죽돌이로 전락시켜버렸다. 영화보러 내려왔는데 영화관엔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일일 4회, 1편당 1장의 영화를 예매할 수 있는 게스트 뱃지도 무용지물이었다. 도무지 매진이 되지 않은 영화가 없었다.게스트를 위해 영화를 보기 좀 불편한 좌석들(맨 앞 줄이라던가)을 남겨두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참으로 잔혹했다. 나 뿐만이아니다. 나와 함께 줄 서 있던 대부분의 게스트가 예매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내가 예매한 영화의 시작 시간 1시간 반 전까지도 아무런 환불 준비 조차 되어 있지 않은 영화제 운영을 보면서 참으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미투데이’를 비롯해서 온갖 홍보로 떡칠을 해두었음에도 예매, 발권, 게스트 서비스 등이 작년보다 훨씬 뒤쳐졌다. 그나마작년에는 자원봉사자에게 어느 정도 융통성 발휘도 가능하게 끔 운영된 모양인데 올해는 더욱 더 제한된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일이터질때마다 담당자에게 물어야하는 바쁜 휴대폰을 보면서 든 의아함은 저 자원봉사자들의 ‘휴대전화 요금’은 누가 내줄까였다.
실질적 운영자들은 콧배기도 볼 수 없이 자원봉사자들만을 대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아무런 잘못 없는 그들에게 웃는 얼굴로 대하던 그 두 시간은 참으로 곤욕이 아닐 수 없었다.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