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수, <캐비닛>

재외공관소식
2007년 3월 2일

재미있다. 조각 조각 짬짬히 시간 내서 읽었는데도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아주 맛있는 음식을 이틀만에 먹어버린 것 처럼 아쉽기만 하다.

처음엔 그냥 ‘기발하네’하는 느낌으로 읽다가
대단한 문장력과 유머감각과 표현력을 마주대하고는 대책없이 지하철에서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으며, 중간 중간에는 ‘나도 비슷하잖아.’하는 자기연민에 빠져들기도 했다.
거기 나오는 기발한 것들은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뛰어 넘고!

작가의 당선소감마저 맘에 들고, 인터뷰 내용마저 맘에 든다. 작가는 ‘겸손을 가장한 오만’을 떨지 않고 진짜 겸양의 말을 한다.

당신이 이 저열한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권의 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게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 올려라. 그리고 멋지게 한마디 해주어라.

“이 자식아, 책 한 권 값이면 삼 인 가족이 맛있는 자장면으로, 게다가 서비스 군만두고 곁들여서, 즐겁게 저녁을 먹는다. 이 썩을 자식아!”

이 소설 붕어빵, 호빵, 자장면 몇 그릇 이상으로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줬다. 그래서 스포일러 안 밝히니, 사서 읽으시라고 권한다.

능청스러움과 창의력 게다가 그 안에 문학적 진실을 담아내는 능력까지 있다.
워낙 찬사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기에 거기에 나까지 첨언해 가며 굳이 그 대열에 동참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재미있다.

제일 좋았던 건 lively하다는 점이다.
왕가위 영화에 나오는 양조위처럼 우울함과 도시인의 외로움을 쥐어 짜내는 소설들이 가득한 작금의 현실 속에서 , 말도 안되는 상황과 기기괴괴한 설정 속에 동분서주 하면서도 마냥 웃을수 만은 없는 페이소스를 가득 담은 주성치 같은 호올오~ 도도한 소설이다. (에이 비유가 왜 이래)

재외공관 독서권장위원회
라이(ley78@hanmail.net)